00316 어뷰징 대란 =========================================================================
#302 어뷰징 대란(9)
“글로벌 기업을 운영하는 유 회장이 OECD를 모르진 않겠지요? 혹시 설명을 드려야 하오?”
“아닙니다. OECD에 대해선 저도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김 대통령의 물음에 유재원 고개를 저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948년 유럽에서 OEEC라는 경제 협력기구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1961년에 미국과 캐나다도 가입하면서 국제적인 기구로 확대되었다. 이후로도 적잖은 회원국이 추가되었고 지금은 회원국 간에 정책적 협조나 조정을 통해 경제적 협력을 증진시키고, 세계 경제 질서에 대해 논의하는 국가 간 협의체가 되었다.
한국의 경우 OECD가입이 처음 나왔던 건 노 전 대통령 때였다.
OECD를 마치 선진국 클럽으로 인식한 모양인지, OECD에 가입해서 한국의 수준을 선진국으로 끌어 올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전생에서도 같은 당 출신이라고 김 대통령도 비슷한 생각이었던 모양인지 기어코 가입하고 말았다.
유재원은 고개를 절래 저었다.
유재원은 OECD 가입에 긍정적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가 좀 나아졌다고 덜컥 가입했다가 부작용만 잔뜩 일어났기 때문이다. .
그중에서도 최악은 IMF이었다.
경제협력을 위해 OECD에 가입했다고 IMF가 초래되었다는 것은 아니고, OECD로 인해서 외환 관리에 취약해졌고, IMF 사태 이후에는 한층 더 가혹한 IMF 체제를 보내야 했다.
중산층 이하의 계층에겐 IMF는 거대한 타격이었다. 그러나 유재원처럼 거대한 자본이 있는 부류에게는 한 판의 거대한 돈 잔치였다.
예전엔 돈이 있어도 살 수 없었던 부동산과 공장 등의 매물이 염가로 시장에 쏟아져 나왔고, 인건비도 폭락했다. 환율도 폭등해서 해외에 거래처만 확실하다면 돈을 갈퀴로 거둬드릴 수 있다.
수출기업이 아니더라도, IMF가 끝날 때까지 버틸 체력만 있다면 헐값으로 나온 목 좋은 부동산을 잔뜩 사놓고 버티기만 하면 차후 막대한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저는 OECD에 가입하는 걸 최대한 늦추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유재원의 말에 김 대통령의 눈이 조금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재원이 OECD 가입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할 줄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객관적으로 따지면 IMF는 유재원에게 큰 이득은 맞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피눈물이 나는 상황에서 혼자 웃고 싶지는 않았다. IMF가 오더라도 최소한의 피해에 한정되려면 OECD 가입은 뒤로 미뤄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직 우리의 법과 행정력이 국제적인 수준, 그러니까 글로벌 스탠다드에 한참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OECD에 가입하면 금융 분야는 물론이고 여러 가지 분야에서 규제나 지원책을 OECD회원국 수순에 맞춰서 개방을 해야 합니다.”
유재원은 불편해진 김 대통령의 표정을 보고 얼른 설명을 시작했다.
“예를 들면, 선진국들 대부분은 징벌적손해배상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공정 경쟁을 유도하기 위함도 있지만, 자국 산업 보호에도 활용되는 법률같은 게 우리는 미비하죠.”
징벌적손해배상제에는 집단소송법이 있어야 파괴력이 배가 된다. 탈세에 대한 가중처벌까지 있으면 금상첨화다. 이렇게 여러 가지 법률을 선진국처럼 정비를 해놓아야 OECD 가입이나 FTA 체결 이후에도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거군.”
유재원은 제 딴엔 열심히 설명했는데, 김 대통령에게 잘 전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단어는 마음에 들었는지 여러 번 되뇌어 보는 김 대통령이었다.
“아, 그리고 말이오. 최근 재무부에서 괜찮은 제안이 올라왔소. 유 회장도 분명 관심이 가는 제안일 겁니다.”
김 대통령은 자신 만만한 표정으로 새로운 보따리를 꺼냈다.
“기존의 주식거래소와는 달리 100% 컴퓨터 거래로 운영되는 코스닥이라는 새로운 증권거래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지요.”
“코스닥이요? 나스닥이랑 똑같은 방식이네요.”
“험험, 그렇소. 한국형 나스닥이라는 것이지요.”
한국증권거래소에 등록하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니, 신생 기업들이 상장하기엔 그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실리콘밸리처럼 새로운 IT 사업에 도전하는 회사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벤처기업 열풍이 불어오는 시점이었다.
“코스닥이 생기면 신생 기업들은 자본을 조달하기 쉬울 것이고, 투자회사들도 보다 쉽게 투자할 수 있으니 윈윈 아니겠소?”
이어진 김 대통령의 말에 누가 코스닥이란 떡밥을 던졌는지 대충 감이 오는 유재원이다.
재무부에서 올라온 분석 보고서에는 국내의 투자은행을 가진 재벌들의 입김이 다분히 묻어있을 거라고 유재원은 장담할 수 있다.
노 대통령 만들어진 투자은행 설립 법을 보면 재벌들에겐 허락되지 않은 사업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투자은행은 재벌들이 거느린 금융 기업에 편입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설립 요건을 따지면 재벌들은 불가능했지만, 인수 요건은 훨씬 문턱이 낮았다.
금융위원회에서 허가만 받으면 인수할 수 있었기에, 일성은 물론 미래와 대호 금성 등 여러 재벌들은 본인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진 못해도, 금융 계열사에 편입해 놓을 수 있었다.
문제는 해외 시장에서의 처참한 성적표였다.
ID 인베스트먼트의 승승장구를 보면서 자기도 제2의 대박을 꿈꾸며 해외 투자를 했던 투자은행 중에 제대로 된 성적표를 낸 곳은 하나도 없었다.
처음엔 수익을 좀 냈다가도, 투자가 장기화 되면서 수익률이 떨어졌다. ID 인베스트먼트와 계속 비교될 수밖에 없고, 당연히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도 크게 일어났다.
이대로라면 투자은행이란 사업 자체가 ID 인베스트먼트에 죄다 먹힐 판이니, 한 판 뒤집기로 코스닥을 떠올린 모양이다.
국내에 있는 코스닥이라면 재벌들이 가진 영향력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먼저 선점한 물량을 애널리스트나 투자 방송으로 확 띄운 다음 멋모르는 개미 투자자들에게 물량을 떠넘기는 수법은 물론 코스피 시장에서 쏠쏠하게 써 먹는 기법을 그대로 코스닥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ID 그룹 계열사라면 코스닥보단 코스피겠지만, 그래도 상장한다고 하면 적극 도와주겠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미리 김칫국물부터 마시는 김 대통령이었다.
“음, 저기, 이런 말씀 드려 죄송하지만, 코스닥도 아직 시기상조인 거 같습니다만…….”
한국에는 아직 제대로 된 벤처기업이 나오지 않았다.
코스닥을 만들어봐야 무슨 기업이 등록이 되겠는가. 몇 가지 문제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지 못한 기업이나, 상장하지 않은 기업의 장외거래나 코스닥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김 대통령의 말도 이 때문에 나온 게 분명했다.
코스닥 하면 떠오르는 기업이 있어야 투자자들이 몰려들 텐데, 그런 기업이 없으니 ID 그룹의 상장을 바라는 것 아니겠는가.
유재원은 당연히 거절이다.
코스닥이 ID 그룹을 품을 만큼 거대한 거래소도 아니었다. 게다가 공들여 키운 ID 그룹을 괜히 얼굴마담이 되어 멋모르는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미끼로 쓰이고픈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분명한 거절의 말에 김 대통령의 표정이 매우 안 좋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OECD 가입부터 코스닥까지, 김 대통령이 좋다고 꺼낸 걸 모두 거절만 하고 있으니 표정이 좋을 수가 없었다.
‘사람마다 궁합이란 게 있구나.’
덕분에 유재원은 김 대통령과 자신의 궁합이 영 좋지 않다는 걸 믿게 되었다.
일제강점기 사건에서 서로 힘을 합친 덕에 앞으로 사이가 괜찮아질 줄 알았다. 이번 5월에 있는 남북정상회담이란 판도 거의 유재원이 깔아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3월에 있는 이산가족상봉은 두말 할 것도 없다.
게다가 판사들 8명을 탄핵시킨 것은 김 대통령에겐 이득이었다.
국회에서 압도적인 과반을 유지하고 있으니, 판사들은 김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물론 판사들의 지위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으니, 사법농단과 같은 거대한 사건이 또 터지지 않는 탄핵을 또 하는 건 불가능하다.
판사가 무슨 일을 저질러도 무탈했던 이전과, 탄핵 이후의 판사들의 생각은 확 달라졌을 게 분명했다.
김 대통령의 역사 청산 작업에 있어 사법부의 적극적인 협조는 필수였다. 그런데 법원이 먼저 정화가 되면서 청산 작업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 아니겠는가.
유재원은 결국 김 대통령이 좋은 일 다 해주고, 괜히 미움만 받게 생겼다.
“험험, 유 회장 의견은 잘 참고 하겠소. 그나저나 지분 매각 대금 중 상당 부분을 제주도에 투자한다고 하던데?”
다행히 김 대통령이 화제를 돌렸다.
김 대통령도 유재원과 틀어져 봐야 좋을 건 없다는 걸 잘 인식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인간적으로 싫은 것과는 별개로 ID 그룹이 한국의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순식간에 그 어떤 대기업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네! 제주도 하면 천혜의 관광지 아니겠습니까. 10억 달러 정도를 들여서 지속가능한 관광을 할 수 있게 지역과 자연에 친화적인 개발을 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관광 제주라. 본인도 생각하고 있던 사안이었는데, 유 회장이 나서 준다고 하니 든든합니다. 성공을 기원하겠소.”
“예, 대통령님께서 응원해주시니 힘이 나네요. 사실 처음부터 살짝 난맥에 부딪치긴 했거든요.”
“난맥이라니?”
“제주도 도민의 육지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제법 큰 지, 부지 확보부터 애를 먹고 있거든요. 호가를 높이 불러도 땅을 팔 생각이 없는 분들이 많아요.”
“육지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라. 역시 그런가?”
“네, 그래서 대통령님이 추진하시는 역사 청산 작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유재원의 말에 김 대통령도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518은 물론 43사건도 재조명되는 게 김 대통령 때부터였다.
비록 3당 합당으로 군부세력과 힘을 합치긴 했지만, 그래도 첫 민선 대통령이었기에 역사 청산 작업에 앞장설 수 있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진정한 사과는 역사를 바로 잡는 것부터 시작이지요. 그러한 사과가 있은 후에야 진전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고요.”
비단 한국의 역사뿐만이 아니라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적용되는 이야기였다.
“쉬운 일이면 본인이 시작도 안 했지. 유 회장에게 장담하진 않겠소. 대신 두고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김 대통령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각오한 바가 있기에 말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진짜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그래서 원래의 역사보다 빠르게 역사청산이 이뤄지기만 한다면, 유재원은 최고의 대통령으로 김 대통령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청와대에서 면담을 마친 유재원은 칼국수 한 그릇도 얻어먹은 뒤, 총리 관저로 가서 전명헌을 만났다.
설날 못했던 세배도 하고, 전명헌의 휴대전화 업그레이드 작업도 직접 해주었다.
“이렇게 하는 거예요. 쉽죠?”
자신이 옆에 없어도 할 수 있게 쉘북을 펼쳐 놓고 차근차근 보여주었다.
휴대전화의 업데이트는 간단했다. 쉘북과 휴대전화를 USB케이블로 연결해 놓은 다음 업데이트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끝이다.
휴대전화의 드라이브를 잡는 것부터, 휴대전화 운영체제의 버전을 확인하고 업데이트를 하는 것 모두 프로그램이 알아서 처리해주는 방식이다.
그러면 휴대전화를 업데이트하는 것은 물론이고, 만에 하나 잘못될 경우를 대비해 백업까지 알아서 해준다.
초보자를 위해서 원클릭 방식으로 만들었다. 보안을 강화한다면 휴대전화에서 업데이트를 할 거냐고 물어보고, 휴대전화 설정 암호도 입력하도록 하는 절차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컴퓨터가 낯선 일반인들에게 공급될 프로그램인지라,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었다.
대신 해커가 업데이트 프로그램을 멋대로 수정할 수 없도록 만든 보안 장치도 해두었다.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컴퓨터와 휴대전화 양쪽에서 바이러스 없는 무결한 업데이트 파일인지 검증한 후 업데이트 작업을 진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 됐어요.”
유재원은 작업이 끝난 티파니폰을 전명헌에게 돌려줬다.
“겉으로 봐서는 뭐가 달라진지 모르겠구나.”
“이제 전화가 오면 달라진 모습이 나올 거예요.”
“그러냐? 그럼 어디 한 번 전화를 걸어 보거라.”
전명헌의 말에 유재원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FM음원칩 특유의 벨소리가 나면서 티파니폰의 LCD화면에 전화가 왔다는 아이콘과 함께 유재원이라는 이름도 나타났다.
“오, 이게 발신자표시서비스구나.”
사소한 편의장치였지만, 휴대전화에 있고 없음의 차이가 상당히 큰 서비스였다.
나중에는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아예 주소록에 없는 전화도 대충 누구로부터 걸려 온지 알 수 있게 되면서 지긋지긋한 스팸 광고로부터도 해방되었다.
“그런데 할 말이 있다고?”
유재원은 전명헌을 얼굴만 보자고 찾은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뭔가 사적인 일을 청탁하려고 온 것도 아니다.
“안전 점검단 활동이 요즘 미미해진 거 같아서 말이에요.”
안전 점검단은 통일 국민당의 총선 공약이었다.
통일 국민당의 선전에 탄력을 받았고, 실제 국회에서 안전 점검단 활동에 관한 법률이 가결되면서 국가의 정식 조직으로서 활동을 하는 중이었다.
막 만들어졌을 때는 제법 이슈를 만들면서 큰 활약을 보였지만, 해가 지날수록 점차 유명무실해진 상태였다.
“그러냐?”
전명헌도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예전에는 안전 점검단이 막 출범했을 때는 전명헌이나 유력 정치인들이 다 가서 사진도 찍고 활동에도 지원을 크게 해주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정치인들의 관심도 떨어지고, 견제도 많이 들어오면서 안전 점검단의 활동이 제법 위축된 상태다.
혜택을 직접 볼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응원을 해주었으면 이렇게까지 떨어지진 않았을 터인데, 아직 한국의 시민활동이 그 정도로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안전 점검단의 위상을 보여주는 건 배정된 예산만 보면 딱 보인다. 막 출범했던 92년도에는 100억 원이 넘었는데, 94년 예산은 50억 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생각해 보니, 최근에 점검단이 한 건 올렸다는 소식은 없었구나.”
“예. 초심을 잃고 좀 안일해진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말인데, 안전 점검단 활동 방식에 대해 살짝 변화를 주는 게 어떨까 싶어요.”
유재원은 총선 아이템으로 안전 점검단을 만든 게 아니었다.
안전 점검단은 길게 보고 만든 조직이었고, 이제 이들이 활약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변화? 어떻게 준다는 게냐?”
“온라인으로도 신고를 받는 거죠. 학교든 상업용 시설이든, 결국 그 건물의 사용자들이 위험 징후를 잘 볼 거 아니에요? 그런데 신고하는 건 까다로워서 제대로 신고하는 사람은 없는 게 현실이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인터넷으로 신고를 받는 거죠.”
“인터넷으로?”
“네! 요즘 미국에서 한창 연구가 되는 게 전자정부거든요. 말이 거창하지만, 그냥 인터넷을 이용해 제보를 받고, 진단팀이 출동하면 그게 인터넷 정부 아니겠어요.”
“호오! 거 괜찮구나. 그렇지 않아도 요즘 네티즌이라는 사람들이 엄청 늘었다고 하더라.”
요즘 한국은 국민PC 사업과 인터넷 보조금으로 인해 인터넷 사용자 숫자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는 중이었다.
이미 작년 말에 100만은 넘었고, 지금은 200만을 향해 무섭게 달리는 중이었다. 이러한 기세로 볼 때 94년 말이면 500만을 찍을 건 확실해 보였다.
이와 함께 인터넷 사업도 무섭게 성장 중이었다. 대부분 유재원이 먼저 했던 서비스의 아류작들이 많았다. 무료 이메일로 사용자를 모집 중인 핫메일넷이라는 것도 나왔고, 개인용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고, 포털 서비스도 하는 네띠앙이라는 사이트도 나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무리 기를 써 봐도 유재원의 넥스트컴과 이메일닷컴을 능가하는 후발 주자는 아직 없었다.
“좋다. 인터넷으로도 신고할 수 있도록 바로 지시해 놓으마.”
“고마워요.”
전명헌으로부터 확답을 들은 유재원은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전명헌이 아니었으면 일이 무척이나 복잡해졌을텐데 말 한 마디로 끝났다.
김 대통령과 전명헌을 보는 것으로 서울에서의 첫날 일정을 마친 유재원은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일찍 숙소에 들어가는 것으로 내일 일정을 준비했다. 내일은 현미유 공장 사장님이었던 박상권 부산 그룹 회장도 보고, TG의 이용권 사장과도 만나서 여러 가지 일을 이야기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재원의 내일 스케줄은 지켜지지 못했다.
미국을 뒤흔드는 거대한 이슈가 터지면서 유재원의 일정이 급박하게 바뀐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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