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6화
제196편 샤를로트 하인리히(1)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나?”
나의 꿈을 들은 카자르.
그가 굳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불가능할 것은 또 무엇인가?
난 자신 있었다.
회귀 전, 무능했던 내가 아닌. 대륙의 천재이며, 초인의 경지에 오른 것이 곧 나이니 말이다.
씨익.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감 어린 미소만을 지어 보여주었다.
그에 카자르는 대답이 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교국의 사람들은 바로 만나보겠는가?”
“별궁에 머물고 있습니까?”
고개를 끄덕인 카자르.
그가 나를 향해 묻자 나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나의 물음에 카자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크크크.”
이 자식들, 어떤 놈들일까?
재미있는 놈들이었으면 좋겠다.
멈칫!
아…… 너무 대놓고 웃었나?
음흉하게 웃는 나의 모습에 카자르는 멈칫하며 경계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녁에 황태자와 교국의 인물들 방문을 환영하는 파티를 열 것이니, 그때 인사를 하지.”
“알겠습니다.”
뭐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카자르의 권유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에 카자르는 안도의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이거…… 어째 나의 이미지가 이상하게 만들어진 듯하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차를 마시는 카자르를 바라보던 나는 문득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떠올랐다.
하여, 차를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는 카자르를 보며 입을 열었다.
“트루히드 후작. 그의 죽음은 아직 입니까?”
“……그렇네.”
하이아칸 왕국의 기사들을 뚫고 지하 감옥에 들어가 죄수를 살해한 사건.
그에 분노한 카자르가 직접 나서서 조사를 했지만 살인범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하이아칸 왕국의 바로 아래.
지하에 위치한 지하 감옥에서 죄수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하이아칸 왕국의 뛰어난 왕실기사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서 말이다!
알려지기에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사실이라 극소수의 사람만이 이 사건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극소수 중 한 사람이 나이고 말이다.
나의 물음에 카자르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고, 그에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미해결 사건이군요.”
그 사건이 일어나고 시간이 너무나도 흘러버렸다.
이제는 그 사건을 포기해야 한다.
나의 말에 카자르는 인정하기 싫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렇지. 포기해야지 더 이상 그곳에 신경 쓸 수는 없어.”
결국 인정하고 말았다.
자포자기한 음성으로 카자르가 말했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참, 교국의 사람들은 어땠습니까?”
“교국에서는 황권이 아주 낮은 듯하더군.”
나의 질문에 가만히 차를 한 모금 마신 카자르.
그가 대답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리스트들의 수장인 잔크에게서 들었다.
조금 오버해서 황족은 교국의 사제들보다 권력이 약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 나의 모습에 카자르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알고 있었는가?”
“네.”
카자르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카자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신성교국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겠군.”
카자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이미 신성교국의 지도와 사제들 명단, 병력과 교황성의 지도까지 입수했다.
이 사실은 절대 모를 카자르를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당장 전쟁해도 무리 없습니다.”
“!!!”
나의 입에서 나온 말에 카자르는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카자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농입니다.”
“…….”
나의 농이라는 말에도 카자르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역시, 이 양반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나 보다.
제국에서 신성교국을 벼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황제의 누이가 와 있네.”
호오.
그건 예상치 못한 전개다.
카자르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나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함께 온 성무투단장이라는 사내에게 무시를 당하더군.”
“흐음…….”
카자르의 설명에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황제의 누이를 무시하다니…….
판게아 대륙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신성교국.
알면 알수록 희한한 나라였다.
“자네…… 정말 전쟁을 준비 중인가?”
그때, 턱을 쓰다듬던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 카자르의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손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글쎄요.”
“생각은 있다는 뜻이군.”
나의 대답에 카자르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 * *
“와우. 아름다우십니다.”
하이아칸 왕국의 별궁.
드레스를 입고 복도에 나선 샤를로트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사내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황제의 검인 황실 근위 기사이면서, 사제들과 성무투단장에게 붙어 권력 욕심을 내는 기사 미스트.
그가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칭찬 감사합니다.”
기사 같지 않은 기사, 미스트와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은 샤를로트는 짧게 고개를 숙이며 몸을 돌렸다.
따각, 따각.
그러고는 빠른 걸음으로 발길을 옮겼다.
구두 소리를 내며 멀어지는 샤를로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미스트.
그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앙칼지네.”
멈칫.
그리고, 그의 혼잣말은 제법 컸다.
미스트의 혼잣말을 들은 샤를로트는 발길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미스트를 바라보았다.
“지금 뭐라 했죠?”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샤를로트가 묻자 미스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예의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
그에 샤를로트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말조심하세요, 미스트 경.”
“제가 뭘 했다고 그러십니까? 하하!”
샤를로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스트는 천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의 모습에 샤를로트는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신경질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크큭.”
뒤에서 미스트와 다른 기사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샤를로트는 무시했다.
그저 입술을 깨물며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 * *
겨울의 왕국, 하이아칸의 왕성에서 열린 파티.
자원이 부족한 북부이기에 하이아칸의 왕족들은 파티를 잘 열지 않았다.
물론, 신하들인 귀족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러다 보니 왕성에서 파티가 열리면 북부의 모든 귀족이 무조건 파티에 참여했고, 그러다 보니 왕성의 파티에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북적거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 중에 단연 돋보이는 인물 하나.
바로 나였다.
엘로나와 함께 파티홀에 등장한 나는 제일 먼저 하이아칸의 고위 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카자르의 검이라고도 불리는 왕제 아인트 공작.
그리고 고위 정령사로 유명한 프루 공작.
그들과 인사를 나눈 후, 트루히드 후작이라는 중요한 중심점을 잃고 와해된 귀족파의 귀족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왕녀님, 더 아름다워지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에이런 백작. 참, 백작 부인은 안 오셨나요?”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압도적인 미모를 뽐내는 은발의 아름다운 여인.
나의 연인인 엘로나는 나에게 다가오는 여러 귀족들과 능숙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처음에는 나를 향해 다가왔던 귀족들은 예상외로 넓은 식견을 보이는 엘로나의 모습에 신기해하면서도 그녀와 대화를 이어갔고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와인잔을 손에 든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엘로나가 안 볼 때 마시기 위해서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황태자 전하.”
그때,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대는?”
처음 보는 외형을 지닌 중년 사내.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웃고 있는 사내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물론 연기다.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신성력을 보고 그가 성무투단장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니 말이다.
아무튼, 모른 척 내가 묻자 상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신성교국의 성무투단장, 카시야스라고 합니다. 이렇게 황태자 전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호오? 그렇군. 만나서 반갑소.”
카시야스의 소개에 씨익 미소를 지은 내가 과장된 행동으로 카시야스를 반겼다.
그런 나의 행동에 카시야스는 잠시 멈칫했지만 다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교황 성하께서도 전하를 정말 뵙고 싶어 합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한번 방문해주시지요.”
“하하 그렇습니까?”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해 말하는 카시야스.
그의 말에 나는 소리 내 웃으며 되물었다.
그에 카시야스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교황이 날 찾아와야지요.”
이어진 나의 말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건방진 새X가.
누구보고 오라 가라야?
당장에라도 카시야스의 멱살을 쥐고 싶은 속마음과 달리, 내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내자 카시야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졌다.
그런 카시야스는 보며 나는 미소를 지은 채 다시 입을 열었다.
“왜 그러십니까?”
“크흠…….”
미소를 지으며 묻는 나의 행동에 헛기침을 한 카시야스.
그가 다시 얼굴에 사람 좋은 미소를 장착하며 입을 열었다.
“교황 성하는 교국에서 황제 폐하와 같은 위치이십니다. 함부로 움직이기는 어려운 위치이시지요.”
“하하. 재미있네요.”
카시야스의 대답에 소리 내 웃은 나.
그런 내가 옆에 있던 테이블에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말하자 카시야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엇이 말입니까?”
“신의 의지를 전달하고, 신의 가르침을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전해야 할 존재가 교황입니다. 한데 그 교황이 황제 폐하와 같은 위치라고? 아니지요. 신을 모시는 교인들은 신의 종입니다. 인간들의 위에 위치하면 안 됩니다. 인간들의 옆에서 인간들을 도와주는 존재여야지요.”
“호오…….”
“정말 좋은 말씀입니다.”
나의 입에서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나온 말.
그 말에 주변에 있던 귀족들은 감탄 어린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물론, 저 또한 에르 님의 자녀로서, 백성들의 옆에 서서 도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하께서는 이미 충분하십니다.”
“맞습니다. 전하만큼 백성을 생각하시는 분이 어디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제국의 백성들이 모두 행복해하며 황태자 전하와 황제 폐하를 칭송하니, 정말 대단합니다.”
겸손한 나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향해 딸랑거리는 귀족들.
그에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과분한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주 생쇼를 한다.-
동감이다.
겸손한 척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말하는 크산느의 말에 나는 동감했다.
진짜 생쇼 중이다.
내가 왜 이렇게 안 어울리게 연기를 하면서 쇼를 하느냐?
바로, 나의 앞에서 얼굴을 붉히는 카시야스의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서다.
“샤를로트 공작님.”
그리고, 나는 그런 카시야스의 옆에서 아까부터 눈치를 살피고 있던 금발의 아름다운 여인, 샤를로트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나의 부름에 놀랐을까?
샤를로트는 화들짝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올려다보는 젊은 여인.
위즐리와 코피아의 또래로 보이는 여인의 모습에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타 대륙의 황족이라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황태자 요한 카르미언 듀크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는 그 안쓰러운 여인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었다.
“어…… 아!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신성제국의 공작이자, 황제 폐하의 누이인 샤를로트 하인리히라고 합니다.”
나의 인사에 당황한 것도 잠시.
샤를로트는 최대한 정중하고, 또 비굴하지 않은 자세로 나를 향해 자신을 소개했다.
그런 샤를로트의 모습에 나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이 여인, 연약하지만 강단 있는 여인이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에 호감 어린 표정으로 샤를로트를 바라보았다.
“신성제국! 좋은 이름이군요.”
그러고는 카시야스가 보란 듯이 박수를 치며, 신성제국이라는 국호를 칭찬했다.
그에 샤를로트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유, 불쌍한 것.
나의 인정에 이렇게나 행복하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나 보다.
나는 그런 샤를로트의 모습에 남 같지가 않았다.
어쩌면, 열등감에 빠져, 스스로 자신을 깎아내리고 위축되어있던 회귀 전 나의 모습을 지금 샤를로트에게서 느끼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나는 그런 샤를로트가 더 안쓰럽고, 도와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