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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24화 (2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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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와 길로틴 섬과 나팔

배는 아래에서 흐르는 미친 것 같은 해류에다가, 바람까지 잔뜩 받아가면서 점점 속도를 늘려가고 있었다.

"뒷 마스트 돛 하나 접어!"

그 말에 긴장한 표정의 선원들이 빠르게 돛 하나를 접고 약간 속력이 떨어진다. 유지가 중요하다. 머리속이 점차 복잡해진다. 나는 눈 앞에 보이는 무지막지한 크기의 소용돌이를 바라봤다. 위치 완벽, 속도 완벽. 나는 외쳤다.

"스팽커, 바람 한 조각도 잡지 말아라! 돛도 이제 다 접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 조타륜을 한 작대기 왼쪽으로 꺾었다. 우리는 소용돌이의 측면을 향해서 돌격하고 있었다. 그걸 보자 모든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너 미쳤니?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눈을 통해서 들을 수 있다.

"그딴 눈 뜰 생각 있으면 빨리 바람이나 잡아! 살짝 흘리고, 내가 신호하면 다시 돛 다 피고 바람 다 빨아먹어라! 며칠 굶은 개새끼마냥 먹어치우라고!"

소용돌이의 영향권에는 진작에 접근했다. 점점 엄청난 속도로 소용돌이를 향해 돌격하는 배와 안색이 시퍼렇게 죽어버리는 선원들.

"이거 진짜 괜찮은거냐?!"

마리아의 말에 내가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안 괜찮습니다! 우리 실수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아니 죽어요!"

점점 소용돌이가 가까워지고, 배가 소용돌이의 가장자리에 접어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용돌이가 정면으로 돌격하고 있던 배의 멱살을 잡과 확 꺾어버리려고 한다. 지금이다. 나는 재빨리 외쳤다.

"돛 다 펼쳐라! 한 조각도 놓치면 그대로 개좆되는거야!"

그리고, 바람을 머금은 돛의 힘이, 소용돌이가 빨아들이는 힘 보다 약간 강해진다. 그리고, 우리의 배가 던져지는 돌 처럼 탁, 하고 그 소용돌이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다른 소용돌이의 세력권으로 진입한다.

"돛 다시 다 접어!"

그리고, 다시 배의 멱살을 붙들고 자신의 품에 안으려고 하는 다른 소용돌이 속에서, 배는 다시 그 회전하는 힘에 속력을 받는다.

"돛 펼쳐어어어!"

다시 배가 튕겨져 나가면서, 암초에 측면이 닿았는지 으지직 하는 소리가 들린다. 괜찮아. 소리를 보면 아직 위험하지는 않아. 남는 인원들은 모조리 갑판 아래로 보내서 배 수리대기를 시켰으니까. 이 정도면 항해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빙글빙글 도는 소용돌이의 회전력과 바람을 이용해서 우리의 배는 천천히, 조금씩 그 개같은 섬에 접근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암초가 긁고 지나간게 다섯 번. 살짝 살짝 스치는 정도였지만, 암초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한 녀석이다.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선원들의 표정에도 어마어마한 긴장이 계속해서 떠다닌다. 명령을 하는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은 침묵 속에서 이 지옥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친다. 처음 소용돌이에서는 이 항해사가 미쳤나 하는 표정을 지은 선원들이지만. 대충 두어개의 소용돌이를 해쳐나가면서 내 의도를 깨닫고 최대한 내 말에 맞추어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배 속력이 너무 빨라졌다! 이러면...

아 시발... 실수했다! 속력이 너무 붙었어. 이대로라면 다음 소용돌이 영향권에서 벗어나 암초 지대로 튀어나갈거다! 내 머릿속에서 그려지던 그림의 마지막이 섬에 도착이 아니라 암초에 그대로 옆구리를 범해지고 침몰하는 우리의 모습으로 바뀐다! 그러면 억울해서 바닷 속에서 죽지도 못한다!

저거 하나만 극복하면 끝인데!

씨발...! 방법이 없나! 애초에 이번에 들어온 소용돌이가 크기에 비해서 유속이 너무 빨랐다.

벗어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더 이 안에 있으면 암초에 꼬다박기 전에 이 개 같은 소용돌이가 배를 먹어치울 것이다!

나는 주변을 슥 보고 외쳤다.

"빨리 갑판에 있는 새끼들보고 왼쪽 측면에 대포 장전하라고 해! 최대한 빠르게 그게 최우선이다!"

임시 방편이고, 먹힐지도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지시하고 이번 소용돌이에서 튕겨져 나갈 준비를 마치고 말했다.

"돛 다 올려라!"

순식간에 펼쳐지는 돛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다음 소용돌이로 던져지는 우리의 배.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너무 빠른 우리의 배 속력. 이대로면 백프로 경로 이탈이지만...!

"대포 일제히 갈겨!"

그 외침에, 왼쪽 측면 함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고, 그 힘으로 인해서 배가 가까스로 아슬아슬하게 소용돌이의 영향권 안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이 짓거리가 아니었으면 튕겨져 나가서 그대로 암초에 꼬다박았다. 물론, 지금도 아슬아슬하게 들어간 거라서 또다시 나무토막 작살나는 소리와 함께 배가 긁혀버렸지만.

나는 후욱 하고 숨을 내쉬었다.

개 좆같아서 못해먹겠네! 씨발 같은 바다! 러셀 이 새끼 내가 여기서 죽어서 심연으로 가라앉으면 얼굴은 볼 수 있겠지! 그 새끼 내가 찾아가서 다시 한 번 죽여버리겠어! 해적 좋아하시네, 이건 정신병자 아니야!

이제 안정권이다. 나는 후우우우 하고 숨을 몰아쉬면서 우리의 뒤편에서 회전하고 있는 미친 소용돌이들을 바라봤다. 이걸로 완전히 섬을 둘러싸고 있던 소용돌이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가 간 길을 살펴보면, 섬을 한바퀴 빙글빙글 돌았다. 나선을 그리면서 접근했다고.

해가 저물고 있을 지경이니까. 얼마나 오래 동안 소용돌이와 함께 빙빙 돈거냐.

모두가 일제히 탈진해서 입을 헤 벌리고 털썩 주저앉았고. 나는 그들을 보면서 말했다.

"닻 내려라. 나갈때 또 이 짓거리 할 생각하니까 벌써 신나네."

그치? 놀이기구 타는 것 같고, 재미졌잖아. 개새들아. 우리는 지금 아무도 못 뚫은 저 희대의 미친 소용돌이들을 뚫었다고. 황제 외동딸의 처녀를 평민이 몰래 따먹은 수준이야.

나는 턱을 타고 흐르는 땀을 슥 훔치고 난간에 기대어서 럼주 반 병을 그대로 비웠다. 그리고 약간 술기운이 올라오는 걸 느끼면서 나는 녀석들을 보고 외쳤다.

"자빠져서 쉬지 말고, 빨리 배부터 고쳐! 밑창이 걸레짝이 따로 없잖아!"

그 말에 모두가 끄응 하면서 일어나서 배 아래를 수리하러 갔다.

뚫었다. 뚫은 건 좋은데.

생각해보니까. 이 거지같은 섬에, 어디에 그 잘난 나팔이 있는거야?!

"야, 근데 이 섬 꽤 큰데. 어디에 나팔이 있는거야?"

마리아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나를 보면서 약간 멍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 이 소용돌이만 생각하다가 정작 이 섬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여기는 아무도 와 보지 못한 섬이라고. 그 말은, 여기 지리는 전혀 모른다는 건데.

... 개같은 새끼. 나는 이를 갈면서 진짜로 내가 죽으면 러셀을 찾아가서 죽여버리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일단은 배부터 수리하고 나면. 돛단배(yawl, 항구가 없는 곳에서, 섬으로 상륙할 때 쓰는 작은 배)를 띄워서 섬에 도착해야겠지.

내 어깨에 턱, 하고 손이 올려진다. 뒤를 돌아보니 마리아가 씨익 웃고 있다.

"고생했다, 항해사."

나는 웃으면서 그 올려진 손에 내 손을 올려놓았다. 오랜 뱃일로 인해서 굳은살이 잔뜩 달라붙어있는, 여자의 손이라고는 볼 수 없는 그 거친 손. 나는 그 위에 손을 올려놓은채로 말했다.

"고생? 이게? 그냥 애들 장난이죠."

그 말에 그녀가 하핫, 하고 웃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그래, 애들 장난이지."

배의 수리가 될 때까지는 약간 시간이 있으니까. 그 동안 쉬자. 탈진해서 죽겠다. 나는 머리를 설래설래 저으면서 천천히 항해사실로 향했다.

안에서 후우 하고 숨을 내쉬며 손바람으로 땀을 식히고 있으려니, 로제가 안으로 들어왔다.

"... 고생했어요, 레이먼드."

그 말에 나는 픽 웃었다.

"니 꼴 보니까 너도 고생했다."

그 말에 로제가 자신의 팔이면 다리를 보다가 움찔했다.

"이... 이건..."

땀에 절어서 얼굴에서는 땟국물이 흐르려고 하고, 팔과 다리에는 여기저기 긁힌 상처가 가득하다. 비단처럼 윤기나던 검은 머리카락에는 여기저기 나무조각이나 뱃밥 찌꺼기 같은게 달라붙어있고, 하얗던 손에는 잔뜩 물집이 잡혀있다. 자신의 모습을 자각한 로제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 뭐라고 설명을 하려고 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냥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뱃사람은 임마, 항해 중에는 그런 모습인게 정상이야. 자랑스럽다."

희안한 건, 그렇게 해를 쬐고 있었는데도 피부는 여전히 밀가루처럼 허옇다는 것. 그래서 그녀의 얼굴에 나타나는 홍조는 아주 잘 보인다.

"그, 그런가요."

라면서 눈을 살짝 가늘게 하고 있던 로제가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 처음이에요."

뭐가. 나는 그녀를 바라봤고. 그녀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기는 했지만. 저는 항상 별 다른 노력이나 힘을 쓰지 않았거든요. 검술도 근방에서 제일 좋은 선생에게 배우고, 식사도 항상 다른 사람들이 챙겨주고. 혼자 힘으로 뭘 해서 이루어낸게 없어요."

그 말에 나는 픽 웃었다.

"성취감이라도 느끼고 있나?"

그 말에 로제가 대답한다.

"물론, 선장님과 레이먼드가 없었으면 불가능했겠지만. 처음으로 모든 정신을 쏟아부어서 뭔가를 성공시키니까... 기분이 좋네요."

꼴에 제법 귀여운 소리도 할 줄 아네. 나는 쓰다듬던 손을 내리고 말했다.

"그래서 물질이 재밌는거다. 바다는 계급을 보지 않아. 귀족이라고 폭풍우를 적게 만나거나, 해류나 바람이 좋게 바뀌는 경우는 없지. 모두가 같은 환경 속에서, 평등하게. 순수하게 자신의 능력으로만 승부를 보지."

나는 말을 마치고 그녀의 뺨을 가볍게 쓸어내리고 말했다.

"배는 다 고쳤냐?"

그 말에 로제가 대답한다.

"음, 거의 다 끝났어요."

그래, 그럼 좀 쉬어라. 나도 뒤질것 같으니까. 머리에 쥐가 난 것 같다 이것아.

============================ 작품 후기 ============================

11시, 한편 더 올리겠습니다.

그냥, 오늘 조금 우울하네요. 왜인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저는 주인공을 굴리는게 아니에요! 그냥,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을 뿐입니다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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