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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이 끝나고
다시, 메이너스 항구로 돌아오는 와중에 에밀은 방랑자가 해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을 기다렸고, 잠시 뒤에 떠오른 방랑자에서 미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 부르셨습니까... 제독.
그 목소리에 제독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잠깐, 둘이 나눌 이야기가 있는데."
에밀의 이야기를 듣고 미나가 방랑자 안으로 들어오는 통로를 개방한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도록."
돛단배를 움직이는 선원에게 이야기를 끝낸 에밀은 방랑자의 열린 입구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조타실 안에서 막 너머로 에밀을 바라보고 있는 미나를 보며 에밀이 입을 열었다.
"안개의 미아를 무력화시키는 임무가 그대의 임무였지, 미나 웨스트우드."
그 말에 미나가 고개를 숙이면서 면목이 없습니다. 라고 대답하자. 에밀이 침묵하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 어째서 임무를 실패한 건가."
미나는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당겨도 가라앉지 않았던 안개의 미아와, 그 주변의 배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에밀이 어이가 없어져서 잠깐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까, 저 설명대로라고 한다면 해적 놈들은 안개의 미아를 포함해서 거의 10척에 달하는 배를 하나로 묶어버렸던 모양인데.
참신한 개새끼 같으니라고.
생각도 못했다. 이 방랑자에게서 안개의 미아를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낸게 그런 무식하기 짝이 없는 수단이었다니. 그건 그거다. 에밀은 미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수많은 해군이 죽었네."
그 말에 미나의 표정이 우울해졌다. 어찌 되었던 임무를 실패한 것은 사실이고, 그로 인해서 아이리 공화국은 피해를 입었고 성과 없이 다시 돌아가게 된 것이다.
"... 그대는 마리아 해적단의 레이먼드라는 항해사와 일면식이 있다고 알고 있네."
에밀의 말에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에밀은 가만히 미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리고, 그 레이먼드라는 남자에게서 항해에 관한 교육을 며칠간 받았다고 알고 있네만."
미나는 대답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고 에밀을 바라봤다.
"제독은, 제가 일부러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미나의 얼굴이 구겨진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에밀이 입을 열었다.
"아니,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네. 하지만,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이는군. 아카데미에서 기초적인 항해술을 가르친다고는 하지만, 항해사들끼리의 교육은 아직 도제식 교육의 관습이 남아있어서 말이지."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는 원래 만만한 것이 아니지만, 항해사들 사이에서는 더욱 더 심하지... 라면서 말을 끄는 에밀의 목소리에 미나가 대답했다.
"물론, 레이먼드 항해사에게 제가 많은 것들을 배운 건 사실입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그것과 해군으로써의 제 임무는 전혀 별개입니다!"
그 항의에, 에밀이 그래, 그렇겠지. 라고 말하면서 미나를 바라봤다. 그 눈초리에는 아까의 의심이 사라지고 깊은 신뢰가 자리잡고 있었다.
"미나 웨스트우드 선장, 그대가 우리 아이리 공화국의 해군이라는 사실에 자긍심을 느끼고, 어떤 일보다 임무를 우선한다는 것은 지금의 대화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군."
에밀이 목을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다네. 향후 아이리 공화국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믿네."
에밀의 목소리에, 미나가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말씀하십시오, 제독."
에밀이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대가, 그 마리아 해적단에 잠입해주었으면 한다네."
미나가 그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침묵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잠입이라고 하심은...?"
에밀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말했다시피, 고작 며칠이라고 해도 분명히 항해술을 전수하는 입장이었던 레이먼드와 그대 사이에는 깊은 연결점이 있지. 다른 사람이 투항하는 거라면 몰라도, 그대의 투항이라면 마리아 해적단에서도 의심을 하면서도 받아들일 것이라는 계산이라네."
에밀의 말에, 미나가 대답하려고 할 때에 에밀이 다시 말했다.
"이번 작전의 실패로 인해서 죽은 선원들의 무게가, 나를 짓누르고 있네. 제독으로써, 선장의 입장인 그대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을 스스로도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있어."
이를 악물고 그렇게 말한 에밀이 천천히 무릎을 꿇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모자란 제독인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네. 부담된다면 강요하지는 않겠지만..."
눈 앞에서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이면서 강요가 아니라고 하는 것 만큼이나 모순된 짓거리도 없지만. 사람들은 이런 굴복에 곧잘 반응하지. 에밀은 미나 앞에서 엎드린 채로 서늘하게 웃었다. 미나가 에밀이 무릎을 꿇은 모습에 어쩔 줄 몰라아하다가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제독님에 대해서 부정적이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로만은 미나와 친밀한 관계였었고, 그 자리를 대신해서 들어간 에밀에게 미나는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었다.
"... 하지만, 출정식이 있을 때의 연설을 들으면서 믿어도 괜찮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찬 연설이 이렇게까지 도움이 되었나. 에밀은 여전히 엎드린 상태에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있었다. 사람이라는 건, 세 치혀에 어찌 이렇게 쉽게 마음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는지.
"저 또한 심연에 묻혀버린 해군 병사들에 대해서 심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마리아 해적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럴듯한 핑계가 필요합니다."
에밀은 그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미나를 바라보았다. 그럴듯한 핑계는 있지, 아니... 어떻게 일이 진행되느냐에 따라서는 사실로 탈바꿈 할 수도 있는 핑계.
"나는, 메이너스 군항으로 돌아가서 미나 웨스트우드 선장이 이번 해전에서 결정적인 패배의 요인이 되었다고 판단하고, 그대를 선장에서 해임시키고 사형, 또는 그에 준하는 징계를 내릴 계획이네."
그 말에 미나의 얼굴이 퍼렇게 굳었다. 지금 저게 무슨 소리야. 애초에 이 원정은 에밀 메이너스가 주도한 것이다. 설사 그의 계획에서 방랑자가 안개의 미아를 끌어내리는 것이 가장 핵심이었다고 하더라도, 지휘관의 책임을 일개 선장이 질 수는 없는 법이다.
에밀이 미나의 표정을 관찰하면서 말했다.
"물론, 그것은 대외적인 성명이네."
에밀이 잔기침을 하고는 미나를 바라봤다.
"그대는, 이러한 나의 징계에 반발하고 해군을 탈영해 바다의 담요로 가서 마리아 해적단에 투항하주게."
그리고, 주기적으로 연락을 넣으면서 상태를 파악하며 이쪽으로 연락을 취해주었으면 하네.
"해적과의 싸움은 이걸로 끝이 아니지, 미나 웨스트우드 선장. 우리는 멀든, 멀지 않든 해적과 다시 싸우게 될 것이야. 저 녀석들이 바다에서 설치고 있는 한 우리는 언젠가 그들과 싸우게 될 운명이다. 그 싸움에서 마리아 해적단이 다시 주축이 될 것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겠지."
틀린 말이 아니다. 두 번의 해군과의 전투에서 주도적으로 승리를 이끌었던 마리아 해적단은 다시 해군이 해적을 공격하게 된다면 해적들의 정신적인 기둥이 될 것이고, 모든 싸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그 날이 온다면,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해적에게 치명적인 순간에."
여해적 마리아의 목숨을 거두었으면 하네. 라고 에밀이 말했고, 둘 뿐인 방랑자 안에 깊은 침묵이 자리잡았다.
"어째서, 그냥 죽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에밀은 미나의 물음에 대답했다.
"마리아 해적단이 해산한다고 해도, 다시 해적과 해군이 싸우게 될 때에 다른 주축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
그렇기에, 이미 새로 해군과 해적이 싸우는 와중에, 마리아가 다시 해적들의 중심축이 되었을 때에 죽여야 하는 것이다. 에밀은 미나에게 그렇게 설명했고, 미나도 어느정도 납득한 모양이었다.
에밀이 아쉬운 표정으로 미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방랑자는 그대가 떠나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전력에서 제외해야겠지만. 상대의 심장에 그대라는 독약을 놓는 것이라면 그 정도의 대가는 감수할 수 있겠지."
에밀의 말에, 미나가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임무가 끝나고 나면 반드시 말하리라고 다짐하고 있던 내용. 방랑자의 조타실에 관련된 진실. 그것을 미나는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듣고 있는 에밀의 머리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정리하면, 방랑자의 선장은 미나가 아니어도 전혀 상관없다는 것이다. 에밀은 속으로 서늘하게 웃었다. 방랑자라고 하는 좋은 카드를 버리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렇게 된다면 나쁘지 않다. 아니, 매우 좋은 상황이다.
첫째, 미나에게 죄를 뒤집어 쓰게 하고 징계를 내리려고 한다면 아이리 공화국의 안에서도 반발이 생길 것이다. 어째서 함대를 통솔하고 있던 에밀 메이너스는 가만히 있고, 그 아래에서 명령을 받던 웨스트우드가 징계를 받아야 하는가 라는 의심어린 눈빛들.
그것은 미나에게 징계를 내리고 나서, 수감을 한 다음 미나가 탈출을 하면서 자동으로 사그라들 것이다. 미나의 탈출 이후에, 상황에 대해서 살펴본 결과 당시 전장에서 미나 웨스트우드가 해군을 배신하고 안개의 미아를 공격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포장하면 되니까.
배신에 의한 작전 실패는, 지휘관이 아니라 배신자가 뒤집어쓰게 마련이다.
두번째로, 미나 웨스트우드가 가지고 있는 아이리 공화국에 대한 충성심을 고려해본다면 진짜로 훗날 중요한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마리아를 미나가 죽일 가능성도 있다. 물론, 미나 웨스트우드라고 하는 여자가 마리아 해적단에 완전히 동화될 가능성을 상정해두지 않은 것은 아니고. 그 과정에서 심지어 방랑자가 해적의 손에 들어갈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까지가 에밀이 생각하고 있던 그림의 전부였고, 방랑자가 해적의 손으로 넘어갈 확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도박을 할 생각이었다. 설사 방랑자가 그들의 손에 넘어가더라도 자신의 제독의 위치를 유지하는 것은 그것보다 훨씬 더 중대한 사항이었으니까.
하지만 방금 미나가 말한 방랑자의 진실을 고려해보면...
웨스트우드가 변절을 하던, 하지 않던 방랑자는 여전히 아이리 공화국의 함선으로 남을 수 있다.
방금 전 스스로 실토한 내용으로 인해서 에밀의 머릿 속에서 미나는 버리기에는 약간 아쉬운 카드에서, 버려도 아무 상관이 없는 카드로 변해버렸다.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더 거침없어질 수 있다는 거지. 미나는 철저하게 해군을 배신한 선장으로 포장될 것이고, 나중에 진짜로 미나가 마리아의 목숨을 거둔다고 해도 에밀은 눈 한 번 깜박하지 않고 미나를 죽일 것이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떠들기 전에 만나는 즉시 미나는 에밀에게 죽게 될 것이다. 사실, 그것 때문에 해군과 해적이 싸우는 와중에 미나에게 마리아를 죽이라고 한 것이다.
전쟁 중에 사람 한 둘 죽어나가는 건 일상 다반하고, 시체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 거기에서 미나가 마리아를 죽이고 죽는다고 해도, 마리아가 누구에게 죽었고 미나가 누구에게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에밀은 미나와 함께 몇 가지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더 나누고는 미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 모습에 미나가 당황하면서 마주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에밀은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아이리 공화국을 위한 그대의 용단에 진심으로 감사하네. 이것은 다만 나의 인사가 아니라, 아이리 공화국 해군 전체가 그대에게 표하는 경의라고 생각해주게."
과분합니다, 라고 미나는 고개를 숙인채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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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쉬어서, 오늘 두개 올리려고요.
자정에 하나 더 올릴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