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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113화 (11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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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고치자

전투가 끝나고 나서, 바다의 담요로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안개의 미아 상태부터 확인했다. 얼마나 심각하게 망가져 있는지 궁금하니까.

예상했던 대로 안개의 미아는 상태가 심각했다. 아래 쪽이 작살이 났다는 것 뿐이 아니라. 용골(배의 척추 같은 느낌)까지 뒤틀어져서 일반적인 수리로 안개의 미아가 제대로 이전의 모습을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일단 좀 쉬고 나서 이동하자는 말에 도리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거 오래 갈 것 같지가 않은데.

예상대로, 도리안 자체도 우리가 바다의 담요로 돌아와서 쉰지 이틀이 지나자 눈에 띄게 불편한 표정을 하게 되었다. 이틀 정도만 더 쉬면 우리를 죽일 기세인데? 도리안의 강렬한 눈빛에 굴복한 우리는 당장 내일은 바다의 담요를 떠나서 가르시아 해로 넘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리아는 뚱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르시아 해로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게 분명한 사람이 있다는 거지. 아, 어쩌면 좋아할지도."

잊고 잇던 그 남자, 게르하르크. 마리아의 지적대로, 녀석이 눈과 귀가 있는 녀석이라면 그 유명한 바다의 날개와 안개의 미아가 같이 움직이는데 그 소식을 듣지 못할 리가 없다. 그리고, 안개의 미아를 뒤에 달고 가야 하는 바다의 날개는 이전의 속도를 절대로 낼 수가 없다.

시속 40노트로 그 무거운 범선을 뒤에 달고 달리면 두 배는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해서 뜯어져 나갈 것이고. 그러면 지금도 간당간당하게 숨만 쉬고 있는 안개의 미아는 그대로 침몰이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상태에서도 여전히 안개의 미아는 안개를 뿜어낼 수 있다는 점이군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도리안과 마리아를 바라봤다. 안개의 미아를 그냥 버려두면, 그 금시계로 인해서 죽지도 않는 도리안이 우리를 죽이려고 달려들 것이고, 이후에 해군이 해적들을 공격한다면 자기가 입을 피해를 감수하고도 절대로 우리 쪽으로 붙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대규모 해전일 수록 그 능력이 중요해지는 안개의 미아가, 맛탱이가 간 채로 해군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하나 더 말하자면, 바다의 날개 운용 범위도 굉장히 제한되어있다. 겨울의 입구 언저리에 있던 이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완전한 겨울이다. 당연히, 바다의 날개가 제대로 이동을 할 수 있는 위도도 제한된 상태다. 얼어버리면 병신이 되는 바다의 날개니까. 요점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거지.

어느 정도의 온도 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만, 이 시즌의 가르시아 해 대부분의 지역은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상황이야 어떻건 간에, 우리는 가르시아 해로 가야 한다는 것에 변화는 없었고. 우리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도 가르시아 해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로트와일러 비어에서 출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술잔을 기울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우리는 밖에서 들려오는 충격에 휩싸인 비명과도 같은 감탄 소리에 시선을 문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작살나며 열렸다.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무기를 뽑아든 우리의 앞에 나타난 것은.

- 좋은 밤이군! 금털 인간과 동료들! 구면이지?!

다섯 마리의 머맨들이었다. 그하하하하핫 하는 소리와 함께 여전히 어마어마하게 무거워보이는 거대한 삼지창으로 땅을 쿵, 하고 찍는 그 모습은 이전의 그 충격적인 기억을 되살렸다. 저 자식들 다섯이면 여기에 있는 녀석들이 몰살당하고도 남는데. 그 중에 한 명은 이전에 만났던 자그마치 보스 격으로 보였던 그 백상아리 대가리다. 미역을 닮은 무언가로 자신들의 사타구니를 가린 것 뿐인 녀석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입을 쩍 벌렸다.

아니, 여기는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고, 여기에는 왜 찾아온 거야?! 머맨이 우리를 슥 훑어보고는 말했다.

- 왜들 그렇게 문어 만난 조개 표정을 짓고 있냐? 별로 안 반가워? 난 무지 반갑단 말이다!

백상아리 대가리는 그렇게 말하면서 껄껄거리며 웃었다.

조개가 표정을 짓는게 가능한지의 여부 따위는 제쳐두고. 나는 지금 약간 찔리는 문제가 있어서 머맨을 보면 긴장을 할 수 밖에 없다. 바다의 날개가 나가의 유물이고, 안개의 미아가 나가의 유물이다. 그리고 그건 저 녀석들 부모가 만들어 낸 작품이잖아.

근데 그 중 하나인 안개의 미아가 지금 맛탱이가 가버렸으니... 그거 때문에 화내러 온 건가?! 이쪽으로 터벅터벅 다가온 다섯의 머맨이 주변을 슥 둘러보고는 우리가 앉아있는 의자를 바라보다가 옆에 있는 의자들을 끌어와서 태연하게 앉는다.

- 이러는 거 맞냐? 거, 보기보다 편하잖아.

... 그래, 그러는 거 맞아. 나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럼주를 한 모금 마셨고. 그걸 바라보던 백상아리 대가리가 내 술잔을 탁 하고 빼앗아서 한 모금 마시고 그 백상아리 대가리를 흉측하게 구겼다.

- 이건 뭐냐!? 고래 오줌? 아니야, 그게 이것보다는 더 맛있겠군 그래!

그러면서 토악질을 하려고 손가락을 아가리에 집어넣고 웩웩거리는 꼴을 보고 있으니 그 육중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카리스마가 다 작살나는 기분이다. 그러고 웩웩거리다가 몸을 부르르 떨며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촥, 하고 때린 백상아리 대가리가 우리를 한 번 슥 훑어보았다.

- 후아, 맛은 쓰레기인데 먹고 나면 꽤 괜찮잖아! 아가미가 뜨끈해졌다!

상어가 술 먹고 취하는 꼴을 볼 수 있는 영광은 필요 없으니까... 좀 꺼져줬으면 좋겠네.

마리아가 그를 보면서 말했다.

"왜 찾아온거야?"

마리아의 말에 백상아리 대가리가 그 꼬라지로 딸꾹질을 하면서 다시 내 술잔을 지 물건인 마냥 손에 들고 한 모금 더 마시고는 말했다

- 크흐, 거 뭐냐... 잠깐만, 나 뭐하러 왔었지? 조금 어지러운데. 소용돌이 안에서 헤엄치는 기분이야.

미친 새끼야. 상어 주제에 술쳐먹고 취하지마. 한 동안 그러고 있던 녀석은 고개를 몇 번 휘휘 젓고는 말했다.

- 기억났다. 뭐 부탁 좀 하지.

그 말에, 우리는 물음표를 띄운채로 머맨을 바라봤다. 한 손으로 지 몸뚱이 만한 돌도 집어서 던질 수 있는 니들이 우리한테 무슨 도움을 받겠다는 건데? 마리아가 머맨의 말을 듣고 곧바로 대답했다.

"머메이드 관련이냐?"

그게 제일 중요하지. 더는 저 깊은 바닷 속 물고기 오누이의 집안 싸움에 얽힐 생각이 없으니까.

마리아의 말에 그게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 백상아리가 히죽 웃으면서 날카로운 이빨들을 주르르 드러내었다. 그리고 다시 럼주를 입에 털어넣고는 좋타아! 하는 소리를 내며 말을 시작했다.

- 다리없는 년들과는 잠깐 정전을 한 상태다. 지금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어서 말이지. 이전에 니들이 그 년들과 계약할 때 가져간 구슬 기억하냐?

그 시퍼런 구슬 말하는 건가.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 구슬은 부모님들의 물건이지. 니들이 부셔먹은 배처럼 말이야.

... 그거 알고 있었냐? 우리는 멍한 상태로 있었고, 마리아가 재빠르게 사과를 했다.

"미안하군 그래."

뭐, 그건 상관없다! 어차피 인간들이 가지고 논다는 것 자체가 부서지는 건 당연한 결과니까! 우리가 부순 것도 아니고! 라고 말하면서 백상아리는 시원스럽게 말하고 럼주를 한 잔 더 털어넣었다. 처음 마시는 주제에 엄청 마시는데. 저거 저러고 괜찮으려나.

- 여튼, 그래... 그 구슬. 다리 없는 년들에게 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총 다섯개가 있는데 말이지.

그 중에 하나가 뭔가 이상해져서 말이야. 우리가 다시 원래대로 돌리려고 하는데. 백상아리가 그러면서 그 거대한 상어 대가리를 손에 괸 채로 말한다.

- 다가갈 수가 없다. 우리 뿐이 아니라, 어쨋든 꼴에 지들도 부모 물건이라고 그 년들도 접근을 해서 고치려고 하는데. 다가갈 수가 없어. 그 구슬이 놓여있는 쪽으로 다가가면 엄청나게 아프단 말이지.

아픔에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라면서 혀를 차는 상어머리.

- 인간놈들의 배는 아무렇지 않게 그 근해를 돌아다니는 걸 봐서 우리만 문제가 있는 모양이야.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백상아리가 우리를 바라봤다.

-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이라고 할 것들도 니들 뿐이고, 꽤 믿을 수 있는 녀석들 같아서 말이지.

그 말에, 마리아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우리도 지금 약간 문제가 생겨서 말이지. 알고 있다시피, 안개의 미아가 심각하게 부서져서. 그걸 고칠 생각이거든."

그 말에 백상아리가 고개를 갸웃 하고는 안개의 미아? 하는 소리를 내다가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그 정도로 박살난 건... 우리나 다리없는 년들도 고치는 건 무리인데. 어떻게 고칠 생각이냐?

그 말에 마리아가 셀키와의 계약을 설명했다.

머맨들이 껄껄껄 웃으면서 우리를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 휘파람을 불 수 있는 구강 구조들이 아닌데! 어떻게 부는거지?!

- 모먼트라고 하길래 뭐하는 물건인가 했더니. 오롤로지움이었군! 잊고 있었구만. 그래, 그거면 가능하겠지! 그래서, 크리스탈룸으로 건너갈 생각이었다, 이거냐? 펠라구사 알라로는 지금은 힘들텐데 말이지. 계절이 계절이잖나.

뭐라는 거야? 우리가 침묵하고 있자, 백상아리가 이마를 툭 치고는 우리를 가르켰다.

- 니들 타고 다니는 유물 말하는 거다. 펠라구사 알라. 크리스탈룸은 니들이 말하는 그 가르시아 해. 미안하구만 그래. 지금 약간 어지러워서 정신이 없다고!

뭐 어찌 되었던 간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백상아리가 잠깐 자신의 턱을 쓰다듬다가 럼주를 한 잔 더 마시고 말했다.

- 좋아, 쿨하게 가자고. 니들이 우리를 도와주면, 그 약속했다는 셀키와 오롤로지움을 대령해주지. 우리한테는 껌이라고! 크리스탈룸에 갈 필요도 없지!

그 말에 우리는 도리안을 바라봤고. 백상아리가 그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 이건 또... 실렌티움을 사용하는 인간이군. 보자... 눈치를 보니 댁이 라비린투스를 가지고 있던 녀석인가?

그렇다면, 그쪽의 의사도 중요하겠지! 라고 말하면서 백상아리 머맨이 그를 바라봤다.

- 나쁜 조건은 아니라고! 어때? 이쪽의 제안은 말이야!

도리안이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 구슬의 위치를 보고 판단하지."

그 말에 백상아리가 크하학, 하는 소리와 함께 뒤에 손짓을 했고, 돌고래 머리를 한 머맨이 작은 조각칼 같은 걸 하나 꺼내더니 테이블에 그 조각도를 빠르게 휘둘렀다. 그리고 눈 앞에 울룩불룩하게 해저 깊이 같은 것들이 입체적으로 표현된 해도가 하나 떡하니 조각되었다. 오분도 안 걸렸는데. 소름끼치게 정확하다.

이런 씨팔, 저걸 어떻게 한거야!? 이걸 다 기억하고 있는거야? 나는 경악하면서 지도를 바라봤고. 이내 말했다.

"가만, 이 장소는..."

내 표정을 보고 백상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 네놈들이 다리 없는 년들의 부탁을 받고 가져다 둔 곳이지.

그 말에 도리안이 입을 열었다.

"가르시아 해보다는 가깝군. 가서 뭘 하면 되는거냐."

이 새낀 머맨을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별로 놀라지도 않는구만. 도리안의 말에 백상아리가 어린아이 손바닥 만한 비늘 하나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빛을 받는 동안에 벌써 수십번 색깔을 바꾸고 있는 비늘은 척 보기에도 더럽게 비싼 물건이었다.

- 가서, 이 녀석을 붙여주면 된다. 충분하고도 남을 거야. 별로 어렵지 않지?!

도리안이 대답했다.

"좋다. 그렇게 하지."

좋았어! 라고 말하면서 럼주를 다시 쭉 들이킨 다음 백상아리는 몸을 비틀거리면서 말했다.

- 일 끝나고 나면, 이쪽에서 알아서 찾아갈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마리아가 그를 보며 말했다.

"니들은 뭐 바다에 안 새겨넣냐? 우리가 그냥 이 비늘이나 구슬을 들고 튀면 어쩌려고?"

그 말에, 비틀거리던 백상아리가 응? 하는 소리와 함께 뒤를 돌아보며 웃었다.

- 우리는 그런 잔재주 안 부린다. 바다의 저주니 뭐니... 그딴거 필요 없어 우린 직접 처리하는 편이지.

백상아리의 눈이 시뻘겋게 변하면서 우리를 바라보았고. 그 모습에 우리는 어허허허 하고 웃었다.

"좋은 소식 기대하고 있으라고, 머맨친구."

마리아의 말에 다시 시뻘겋게 변한 눈을 풀고 크하하핫! 하며 웃으며 말했다.

- 그러지, 인간 친구!

그들이 나가고 나서, 술집 안의 시선이 모두 우리 테이블로 향했다. 거기에는, 당연히 새로 들어온 우리들의 신입 선원들도 껴 있었다. 로제가 약간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으면서 자기 아래의 선원들에게 말했다.

"그런 표정들 짓지마. 앞으로 자주 볼 광경이니까."

... 우리 머맨 두번 만났거든? 이게 어디서 허세만 배워서는! 잠시 뒤에, 다시 박살난 문 뒤편에서 상어 대가리 하나가 쑥 튀어나왔고, 약간 부끄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물고기 대가리로 창피한 표정을 짓는지는 여전히 미스테리지만. 확실히 저 녀석이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은 전달이 되고 있다. 그 부끄러움이 마음 속 깊숙이까지 전달되고 있다.

- 야, 그거... 조금 나눠주라.

라고 말하는 백상아리 대가리의 시선은 럼주로 향해있었다. 카리스마 있게 퇴장하고 갑자기 그딴 이유로 기어들어오지마. 마리아가 한숨을 쉬고는 술집 주인에게 말해서 럼주가 꽉 차있는 나무통 다섯 개 정도를 백상아리에게 넘겨주었다.

- 고맙다!

라고 말하면서 머맨들이 빠르게 다가와서 그 럼주통을 양 손에 하나씩 챙겨들고 다시 나갔다. 저걸 어떻게 한 손에 하나씩 드냐. 힘 하나는 무식하구만.

============================ 작품 후기 ============================

... 써놓고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해전보다는, 트레져 헌팅이 더 재밌을 것 같아ㅠㅜ

정말 오랜만에 얼굴을 비추어주시는 머맨입니다, 따뜻하게 환영해주세요.

좋은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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