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F1 레이서-68화 (68/200)

< 하... 이건 서준하한테 당했네 >

“제이크! 15턴을 빠져나오며 점점 앞차와 간격을 좁힙니다!”

“이제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은데요오오오!”

서준하를 멀리두고, 2,3위 경쟁이 치열한 1차전 레이스.

“제이크! 제프의 슬립 스트림에 들어갑니다!”

15턴 이후 기다란 직선 주로. 최고속을 달리는 제프의 뒤편 진공 상태로 제이크가 빨려 들어갔다.

부우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이잉.

수우우우웅.

“두 선수 부딪힐 거 같아요오오오오오!!!”

훼엥.

모두의 시선이 16턴으로 향한 순간,

“16턴 인코스를 파고드는 제이크!”

제이크가 제프의 왼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프론트 노즈를 먼저 밀어넣는 제이크!”

16턴 진입 시점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 제이크. 점점 제프의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제이크! 2위로 올라섭니다!”

“완벽한 인라인 오버테이크였습니다! 실버스톤으로 박수가 쏟아져 나옵니다!”

슬립 스트림에서 빠져나오는 타이밍부터 코너를 탈출하는 타이밍까지. 오버테이크의 정석을 보여준 황금색 포뮬러카 위로 모두의 관심이 주목됐다.

“제프를 따돌리고 스타트라인을 통과한 제이크!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젠 서준하를 추격합니다!”

선두권 중 유일하게 SS(슈퍼 소프트) 타이어를 장착한 제이크 러셀. 초반에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 먹혀들고 있었다.

“자, 서준하는 벌써 2턴에 들어갔거든요? 제이크가 따라 잡을 수 있을지.”

“20바퀴 싸움이지만, 지금 제이크는 초반에 어떻게든 선두로 오르겠다는 의지를 뿜어냅니다!”

브레이킹 타이밍을 최대한 늦추며, 코너링하는 제이크. 극도로 공격적인 드라이빙을 보이며 초반 기세를 끌어올렸다.

“삼연속 슬라럼을 빠져나간 제이크. 속도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초반 승부수가 먹혀드는 것 같은데요?!”

다른 차들보다 타이어의 그립감이 피크에 달한 제이크의 포뮬러카.

“저 스피드라면, 7턴 이후 헤어핀에서 찬스가 올 지도 몰라요!”

점점 서준하와의 격차를 줄여나가는데,

“자, 붙었습니다! 선두 차량을 따라잡은 제이크!”

8,9턴 헤어핀을 돌며 더 가까워진 서준하와 제이크.

“들어갈 수 있어요!!!”

11턴 진입 직전, 최고속에 오른 두 대의 포뮬러카. 엄청난 기세의 제이크가 서준하를 따라붙었다.

“11턴 직전! 제이크가 서준하의 슬립스트림에 들어갑니다!”

코너 앞, 타이밍을 보는 제이크.

부우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이잉.

수우우우웅.

코너가 꺾이는 순간, 재빠르게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아!!! 막혔어요! 서준하! 제이크의 타이밍을 예측하고, 안쪽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기가 막힌 방향전환으로 블로킹에 성공한 서준하. 진로가 막힌 제이크가 잠시 주춤하며 탈출 속도가 떨어졌다.

“다시 해야죠, 제이크! 서준하가 한 번 막았거든요! 다음번에도 막는다면, 반칙이에요.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은데요?!”

추월을 시도하는 뒤차의 진로는 한 번만 막을 수 있다. 선두 자리 쟁탈전에 흥분한 중계진들.

“15턴을 빠져나온 제이크! 속도가 조금 떨어졌어요. 16턴 전에 다시 들어갈지!”

“페이스를 잃지 않는 서준하! 절대 앞길을 내주지 않겠다는 모습입니다!”

디펜스에 성공한 서준하, 뒤차보다 먼저 기다란 직선주로에 올랐다.

부우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이잉.

선두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어느 틈에 제이크의 뒤로 따라온 제프의 빨간 포뮬러카.

“와하하하! 프리마도 나타났습니다! 제프가 제이크의 뒤를 쫓습니다!”

치고 받는 랩을 마친 순위권 포뮬러카들.

“자, 과연 선두 자리는 어떻게 될지?!”

세 선수가 컨트롤라인을 빠져나가며, 이제 다시 새로운 랩을 시작했다.

***

“...몇 바퀴 돌았지?”

“6바퀴를 넘어섰습니다. 이제 슬슬 타이어 체인지를 해야 하는데요.”

콜린 팀의 피트. 답답한 표정의 엔지니들 틈으로 굳은 얼굴의 조쉬 감독이 서킷을 바라봤다.

“크음... 레이서가 느끼는 타이어 상태는?”

시작부터 몰아붙였던 제이크의 슈퍼 소프트 타이어. 예상했던 1위 탈환 시기가 늦어지자, 타이어 상태가 우려됐다.

“한두 바퀴 남은 것 같답니다. 타임 로그를 봐도, 이제 피크 타임은...”

제이크의 공격과 선두의 방어가 반복되는 패턴. 추월 시도가 막혀 여러번 속도가 떨어졌다. 제이크의 초반 기세가 끝을 보이는 듯한데,

“제이크는 괜찮다지만, 사실 엔지니어들이 보기엔 지금 바로 타이어를 교체하는 게 좋을 거 같답니다...!”

추월을 하기 위해선 본래 정해진 레코드라인에서 벗어나 주행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추월을 시도하는 레이서는 어쩔 수 없이 차량을 무리해서 다루기 마련. 타이어의 마모도 역시 평소보다 빨리 닳게 된다.

“후...”

한숨을 크게 내쉰 조쉬. 선두 차의 주행을 유심히 살폈다. 그런데,

“...!”

선두 차의 디펜스 타이밍은 남달랐다. 일부러 틈을 보여, 뒤차가 달려들게끔 만드는 듯한 느낌. 결국 그러한 틈은 코스가 좁은 추월 가능성이 낮은 구간에서만 일어나고 있었다.

“하... 이건 서준하한테 당했네.”

“네?!”

“타이어 체인지! 제이크한테 이번 랩 마치고, 바로 들어오라고 전하게.”

“지금요...?”

왠만해서는 레이서와 엔지니어들간의 피트 스탑 결정을 믿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선두 차는 영리했고, 전략적이었다.

“제이크가 느끼는 것보다 타이어 상태가 더 안 좋을지도 모르는 거야. 내가 지시했다고 말하고, 바로 불러들여!”

한숨을 크게 내쉬는 조쉬 감독. 18턴 근처로 굉음을 내며 가까워지는 선두 차가 보였다.

부우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이잉.

마지막 코너에 진입한 제이크의 포뮬러카.

-제이크, 감독님 지시야. 지금 바로 피트 스탑해

바로 앞 피트를 두고 갑작스럽게 무전이 날아들었다.

“이씨... 지금?”

다음 랩에선 가능할 것 같았다. 선두의 디펜스 패턴이 보이는 듯 했고, 아직 타이어의 그립감도 나쁘지 않았다.

-제이크, 여기는 컨트롤 센터다. 곧바로 피트 스탑에 들어가

수석 코치진들이 대기 중인 컨트롤 센터. 엄중한 목소리에 제이크가 인상을 찌푸렸다.

“copy...”

두두두두두둥.

피트레인으로 들어서는 황금색 포뮬러카. 피트박스에 안착한 제이크가 팔을 들어 스티어링을 내리치며 탄식하는데,

부우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이잉.

전방 시야로 굉음을 내며 1턴에 들어가는 서준하와 뒤따르는 프미마의 차량이 보였다.

“한 번 더 방해 했다간... 가만 안 둬.”

자신이 멈춘 사이 멀어져가는 포뮬러카들. 분을 이기지 못한 제이크가 숨을 씩씩거렸다.

***

-콜린의 제이크, 피트 스탑에 들어갔다.

“확인했다.”

무전과 동시에 제프의 시야에서 황금색 포뮬러카가 사라졌다.

“선두는? 피트 스탑했는지?”

2위에 올라선 제프. 아직 시야에선 선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직이다. 계속 레이스 중

선두가 피트 스탑 했을 것으로 예상했던 제프. 초반 스타트 이후 전방 시야에서 아직 서준하를 보지 못 했다.

-제프, 타이어 상태는 어떤지?

“프론트가 살짝 밀리긴 하지만, 아직 무리없다.”

-copy, 조금 더 타이트하게 몰도록

미디움 타이어를 장착하고 나온 제프 베시. 레이스의 절반이 가까워지는 상황에서도 그립감은 떨어지지 않았다.

-선두와의 차이는 약 4초. 코리안이 보이는지?

“보인다, 옆으로...”

-하하...

16턴을 빠져나가는 제프. 우측 시야로 선두 차량이 스타트라인을 통과하는 게 보였다.

“이제 곧 코리안의 속도가 떨어질 타이밍이다. 이번 랩에서 따라붙길.”

-copy

어느 누구도 타이어의 수명을 정확하게 예측하긴 어렵지만, 소프트를 장착한 F3 레이서의 관리 능력으로는 10 바퀴가 맥시멈. 옵션 타이어를 장착한 스메들리 팀 레이서의 그립감이 떨어질 때가 왔다.

“어! 이제 선두 차량도 느려졌다. 다음 바퀴 피트 스탑으로 예상.”

엔지니어의 말을 듣고 달라져 보이는 선두 차량의 속도. 기회처럼 보이는 이번 랩. 제프가 힘차게 스로틀 페달을 밟았다.

“최대한 격차를 줄여! 선두가 피트 스탑하면 우리도 따라 들어간다.”

-copy. 소프트로 준비해줘

초반 미디움으로 최대한 버티고, 후반을 공략하려 했던 프리마 팀.

이번 랩에서 격차만 줄어든다면, 중후반 레이스에서 옵션 타이어가 빛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을 눈 앞에 뒀다.

부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이이잉.

선두 차량 앞으로 보이는 네덜란드 팀의 하늘색 포뮬러카.

“서준하! 레이스 중반 첫 백마커를 맞이합니다!”

청색기가 휘날리자, 백마커가 우측으로 벗어났다.

쎄에에엥.

“순위권과 중하위권 차량들의 구분이 명확해졌습니다. 이미 후미 차량들과 격차를 많이 벌린 서준하. 그를 따라오는 건 2위 제프 선수와 3위 페트로 그리고 4위의 제이크 선수입니다!”

레이스 중반, 아직까지 단 한번의 크러쉬도 일어나지 않은 실버스톤. 20여분 동안 쉼없이 달리자, 선두와 최후미는 한 바퀴 이상 차이가 났다.

“자, 이제 슬슬 선두권도 피트 스탑에 들어갈 때가 온 거 같아요.”

“그렇죠, 아마 서준하는 이번 바퀴에 들어가지 않을가 싶은데요.”

선두권에선 제이크를 빼고 모두가 피트 스탑을 하지 않은 상황. 중계진의 말에 카메라가 각 팀의 피트를 비췄다.

“아마 레이스 순위는 이번 랩에서 갈리겠어요! 긴장되는 순간!”

피트 스탑 한 번에 뒤바뀌는 레이스 순위. 각 팀에선 타이밍을 잡기 위한 눈치 싸움에 들어간 듯 보였다.

“서준하! 가장 먼저 마지막 턴을 빠져나옵니다.”

“자! 선두는 어떤 선택을 내릴지!”

피트 레인과 스타트라인의 갈림길로 진입하는 서준하. 그런데,

“들어가나요? 들어가나요?!”

“아니에요! 다시 스타트 라인으로 질주합니다! 하하하하!”

하지만 방향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직진하는 서준하. 그리고,

띠링.

“엥?!”

“와하하! 게다가 이번 랩 기록 좀 보시죠!”

경쟁 차량이 없었던 11랩. 서준하의 오늘 레이스 본인 최고 기록을 만들어냈다.

“저희가 서준하의 타이어를 잘못 본 거...?”

이어서 갈림길에 선 제프에게로 시선을 빼앗기는 중계진.

“...!!!”

눈치를 보던 제프. 서준하를 뒤따랐다.

“두 선수 끝까지 해보겠다는 건가요?!”

먼저 타이어를 교체하지 않겠다는 듯한 의지를 보이는 두 선수. 윙미러를 흘겨본 서준하. 빨간 포뮬러가 눈에 보였다.

“피트로 들어가는 페트로. 뒤따르던 제이크가 다시 3위로 올라섭니다.”

“그렇죠. 원래 이게 맞아요. 타이어에도 한계라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옵션 타이어로 출발한 페트로는 곧바로 체인지에 들어가고,

“서준하! 트래픽이 없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트랙을 질주합니다.”

부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이이잉.

“와아아아아아아아!”

디펜스 동작과 뒤차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진 서준하, 다시 한번 미친 숏런을 보여주는데,

“지금 서준하 옵션 타이어 아닙니까? 이거 타이어 안 터지나요?!”

다시 한번 한 바퀴를 질주한 서준하.

“그렇죠, 이번에는 들어가지 싶은데요!”

마지막 코너를 빠져나와 다시 갈림길에 진입하는데,

“또...!!!”

모두의 예상을 깨고, 또 스타트 라인으로 들어가는 서준하. 게다가,

“에?! 아까보다 0.6초 빨라졌습니다!”

랩타임이 떨어지기는커녕 뒤따르던 제프와 격차를 더 벌리는 모습.

“와하하하! 서준하! 타이어 교체 따윈 없는 듯 합니다!”

타이어를 짜낸 듯 레이스를 펼치는 서준하. 또 다시 12랩에 들어갔다.

< 하... 이건 서준하한테 당했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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