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하는 사람의 소꿉친구로 십 년을 넘게 살았다.
“유디트, 내게 세상에 너보다 소중한 건 없어.”
웃으며 다정히 속삭이지만 아끼는 친구 그 이상은 아닌, 딱 그 정도의 관계.
아셀 페델리안은 잔인한 사람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유디트는 그렇게 아셀을 평가했다.
잔인한 마음을 가지지 않았기에 더욱 잔인한 사람.
혼자 기대하고 혼자 상처받는 건 이제 지쳤다.
그래서 유디트는 아셀을 끊어 내기로 했다.
***
아셀을 밀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다른 남자와 약혼하게 되었다.
“내가 너랑 약혼은 하지만, 그게 너를 약혼녀로서 아끼겠다는 건 아니니까.”
사랑 없는 약혼, 저 역시 바라는 바였다.
그런데 분명 그랬으면서-.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체이스는 왜 자꾸 내게 다가오는 걸까?
“네 곁에 있고 싶어.”
게다가 아셀은 왜 이제 와서 나를 흔들려고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