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5화 (56/80)

55화

쉬잇, 입술 위 붙인 그녀의 손가락을 바라보던 인하는 물끄러미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덤덤한 그의 대답에 희림은 그의 손등을 살짝 꼬집었다.

“모르면서 아는 척 좀 하지 말구.”

“티 나?”

“응. 많이.”

빙긋이 웃는 그의 웃음에 희림이 얼른 가라 등을 떠밀었다. 그래도 하룻밤을 같이 보낸 덕인지 이렇게 불쑥 닿는 체온에도 더 이상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정도는 왔다. 그 참에 머뭇거리던 그녀가 또 하나 마음에 걸렸던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강인하 너는 뭐 없어?”

“……뭘?”

“그냥. 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아니면 네 가족들이라든가.”

“나야 뭐. 별게 없지.”

“…….”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다지 곰곰이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인하의 대답에 희림은 실망을 감추었다. 더 물어본다 해도 달라질 것이 없으리라는 건, 고요히 눈을 내린 그의 옆모습에서 알 수밖에 없다. 그래도 돌아가신 감나무 집 할머니를 떠올린 그녀가 애써 웃음을 지어보았다.

“어쨌든 너도 언젠간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걸.”

“그래?”

“응. 그때 되면 나한테 제일 먼저 달려와서 고맙다고 해야 해. 알았지?”

자아, 약속.

제멋대로 결론을 내린 희림은 손가락까지 걸어가며 예쁘게 웃었다. 피식 입가를 올린 인하가 병실을 빠져나갈 때까지 손도 흔들어주었다. 여전히 제 말을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한 가지는 다행이었다.

아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그대로 천천히 문에 기대선 그녀가 혼잣말처럼 쓴웃음을 삼켰다.

“……내가 왜 그렇게 서울에 가고 싶어 했는지는 안 물어보네.”

◇ ◆ ◇

농민일보, 속보!

17일, 청연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나의 아름다운 숲’의 촬영을 앞두고 방송국에서 사전조사에 나선다. NBC의 김성진 기획피디는 이번 조사를 앞두고 청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세밀하게 담아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편 이번 촬영으로 지역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이 되는 만큼 주민 여러분들의 협조를 당부하며 부디 평소 생활하는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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