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아, 수고 많으셨어요. 이제 다 끝난 건가요?”
“아뇨. 아직 멀었죠. 할머니들이 너무 의식을 많이 하셔서 저희끼리 다시 한번 맞춰보려구요.”
“그러셨구나.”
점점 더 난감해진 희림이 아직도 궁금한지 논에서 맴도는 할머니들을 바라보았다. 제가 봐도 유난이라 어쩔 수가 없다지만 그럼에도 이곳까지 오지 않는 것이 본인들 딴에는 많이도 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저희 할머니들이 평소에 이런 거 구경하실 일이 없어서요. 마을 전경 촬영해 간다니 나름대로 도움이 되실까 해서 나오신 거라서,”
“그럴 수도 있죠. 워낙 뭘 모르시는 분들이니까요.”
“…….”
“시골 분들이라 그런지 그러면 안 된다 해도 영 말귀도 잘 못 알아들으시고, 하하.”
농담인 양 가볍게 터트린 성진의 웃음에 희림이 입술을 가만히 맞물었다. 그가 저기 보란 듯 턱짓으로 정씨 할머니를 가리켰다.
“어차피 화면에 나오지도 않으실 텐데 뭘 저렇게 애쓰시는지.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안됐기도 하고.”
“……네에.”
“하여튼 저희는 별 신경 안 써요. 이런 일 한두 번도 아니고 저러다 제풀에 지쳐 그만두시지 않겠어요?”
나이 드신 분들이 별나다는 둥 유난이라는 둥, 그에게는 별 뜻 아닌 말이 흘러나오는 동안 공손히 눌러 잡은 희림의 손등에 힘이 들어갔다. 그것을 눈치챈 연주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지만 희림은 끝까지 희미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어차피 드라마도 아닌 인생, 다 이런 거 아니겠냐며.
◇ ◆ ◇
내게 농구는 소리로 시작해 소리로 끝났다. 흙바닥에 농구공이 튀어 오르는 소리는 경쾌했다. 그 소리에 몰려드는 이들이 좋았고, 그중에 네가 있다는 건 더욱 좋았다. 내 손에서 떠난 공에 네가 탄성을 터트릴 때, 그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네트를 철렁일 때, 나는 어설픈 점수판을 보는 대신 잠시 눈을 감았다.
박수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네 웃음소리에, 점수 따위는 안 봐도 알 거 같아서.
‘여름’, 삭제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