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7화 (78/80)

77화

무엇보다 저와 목표가 같은 회원들의 열의가 그녀의 용기에 힘을 실어주었다. 비록 그를 데려오겠다는 궁극적인 이유에는 조금 이견이 있긴 했지만, 제 알 바 아니었다. 지금은 그저 강인하를 데려오는 데 진심인 사람이 하나라도 더 있다는 것이 든든할 뿐이었다.

“잘 들으세요. 강인하는 누가 뭐래도 청연 사람이에요.”

“그려!”

“더 이상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단 말이에요.”

“그려 그려!”

약간씩 핀트가 어긋나든 말든 그녀가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로 이렇게까지 뜻이 잘 맞아떨어진 건 처음이었다. 할머니들의 열화 같은 구호에 이어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위한 질문이 쏟아졌다.

“근데 안 온다고 하면 어째? 서울이 좋다고 있겠다구 하믄?”

“할머니들, 지금 이렇게 약해지실 때예요?”

“으응?”

“저도 서울 좋다고 할머니들한테 천 번쯤 말했잖아요. 그런데 저한테 어쩌셨어요? 사지를 잡아 누르고 매달리고 할 수 있는 건 다 하셨잖아요! 강인하한테는 못 할 이유가 뭔데요!”

약간의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일단 우기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할머니들의 최대 장점이었다. 금세 회장님의 불같은 눈동자에 수긍하며 두둥실 솜사탕 같은 머리가 흔들렸다.

“그, 그려. 묶어 잡아라도 와야지!”

“네! 아주 좋아요!”

“그래두 그렇지. 인하 갸는 청연군 천하장산디. 우리가 다 붙들고 매달려도 안 되면 어째?”

“…….”

하지만 아무리 그녀라 해도 그저 열정 하나로만 밀어붙일 수는 없었다. 날카롭게 날아든 현실적인 질문 앞에서, 창가를 바라보던 희림이 턱을 받쳤다. 벌써부터 하나둘 눈이 부셔오는 건물들이 그 어느 때보다 길었던 여행의 종착지를 알려왔다.

“그때는…… 다 생각이 있어요.”

◇ ◆ ◇

네가 없는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건, 내 마음이 굳건해서가 아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울컥하고 마는 그때의 내 마음은 나조차도 쉽게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지구 반대편 뜨거운 햇살 아래 너의 머리칼이 환영처럼 찰랑일 때, 비가 오면 우산 아래 보일 듯 말 듯 한 너의 눈이 비쳐올 때, 하얀 눈 속에 더욱 하얀 네 얼굴이 떠오를 때, 나는 더 이상 내 마음이 한낱 치기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 멀리에서 한 해 두 해 시간이 흐르면서도 너만은 변한 적이 없었다. 내가 그곳에서 보고 겪는 모든 계절이 네게도 똑같이 흐를 거라, 그 하나에 기대어 나는 그 지독한 시간을 견뎌냈다.

그런 내게 잘했다, 웃어줄 너를 떠올리며.

‘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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