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스캐빈저 콜
* * *
<공지 ="" 방송에서="" 의수,="" 흉터="" 발언="" ㄴㄴ=""/>
예지가 여기 모르니까 여기선 언급해도 상관없는데 방송에서 의수, 흉터 언급하지 마세요.
그리고 팬 카페까지 들어와서 핵 타령하는 벌레들은 제가 강퇴했음.
오늘은 다들 잘하셨어요.
팬 카페도 언급 ㄴㄴ
예지단 : 굿
새싹 : 굿..
루왁 : 빠른 대처 ㄷㄷ
….
<근데 아직도="" 핵="" 타령하는="" 애들="" 남아있었음?=""/>
어제 한두 명 그러는 거 보니까 아직도 남아있을 줄 몰랐네.
의수 안에 핵은 가능한 기술이냐 ㅋㅋㅋ
욥 : 빌 게이즈가 미국 국민들 뇌에 칩 심었다는 놈들도 있는데 그런 놈이 없겠음 ㅋㅋ
이이잉 : ㅋㅋㅋ 지능 수준 알려주는 거라 나쁘진 않던데 내 차단 목록이 늘어나지
흑우 : 애들이 빨리 묻어서 못 본 듯
<예지 멘붕하니까="" 바로="" 다="" 뛰어오네="" ㄷㄷ=""/>
하기야 너무 멘붕 와서 걱정되긴 했다.
둘이 너무 착하다..
둘한테 멘탈 케어받아서 그런지 상태는 아주 좋은 것 같더라.
ㅇㅇ : 자기가 잘못한 줄 알고 사과하는 게 귀여움 ㅋㅋ
테일리단 : 어리둥절 혼자 상황 파악 못함ㅋㅋㅋㅋ
쑥쑥 : 존댓말로 다시 돌아간 것도 웃김ㅋㅋ
<근데 어제="" 악여화랑="" 참게비령="" 집="" 돌아가면서="" 방송="" 켜고="" 썰="" 풀더라=""/>
종일 운 것 같더라고 말하던데 시간도 모르고 있었다더라.
FZXX : ㅠㅠ
꾸아앙 : 이번에 유입됐는데 그냥 소심한 줄 알았더니 너무 ㅠㅠ
용파리 : 멘탈 케어 이제 계속해주면 나아지겠지
<얘들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흰티랑 청바지 패션 이제 벗어났다고!
믓시 : 어제 캠도 안 켰는데 그걸 어떻게 앎?
ㅁㄴㅇ : 어제 썰 방송 했었음 ㅋㅋㅋ
찐 : 어제 치마 입고했음
슈슈슉슉 : 안 입으려고 온갖 변명으로 버티다가 결국 입었다더라 ㅋㅋㅋ
잉코 : 치마 끝자락 붙잡고 내리려 하는데 벗겨지는 줄 알았대 ㅋㅋㅋㅋㅋ
믓시 : 또 나만 몰랐어?
<냥지 씌익씌익="" 하면서="" 쳐들어가더라="" ㅋㅋㅋ=""/>
처음에 뭔 소린지 몰라서 채팅 창만 보다가 사태 파악하고 바로 쳐들어감 ㅋㅋㅋ
근데 예지랑 처음 만나는데 되게 친근하더라
윙 : 지금도 예지가 어떤 애인지 모름 ㅋㅋㅋ 생긴 것도 모를걸?
시야토템 : 어차피 오늘 알 듯?
주황색 무늬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의자에 앉았다.
날이 좀 더운 편이라… 어제 치마도 괜찮기는 한데… 뭔가…. 좀 그랬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테일리 Scavenger Call
처음 해보는 VR 게임
[테하~]
[테하테하~]
[힘내라 예지]
[헤으응 눈나… 너무 예뻐…]
[ㄹㅇ 드디어 흰 티 벗어났네]
“안녕하세요….”
[오늘 드디어 스캐빈저 콜 ㄷㄷ]
[맞다, 이제 VR 게임 신작 하나 더 나오던데]
[개인적으로 기대중]
[그 게임 재미있다. 추천한다]
[aos 장르 매니아라서 눈물을 머금고 크라이 했었는데 드디어..]
“신작 나오는가 봐요?”
[ㅇㅇ]
[근데 밸보사가 아니라 퀄은 모르겠음]
[밸보사가 웬일로 허용했대?]
근데 왜 VR 게임이 그토록 적은 것일까?
VR 게임이 그렇게 인기가 좋은데 두 개밖에 없는 것도 신기했다.
“저기.. VR 게임은 왜 그렇게 적은 건가요?”
[그거 특허 때문에 그럼]
[밸보사에서 대부분 예산 끌어모아서 꼬라박을 땐 병신 짓하고 망하겠구나 싶었는데]
[아직까진 아무도 못 따라 함 ㅋㅋㅋ]
[다른 게임사가 시도하려고 해도 굳이 안전한 VR기기 있는데 실험체로 뇌 튀겨지고 싶은 애들이 있겠음? 사라 해도 안 사더라 ㅋㅋ]
“아, 그럼 밸보사가 크라이, 스캐빈저 콜을 만들었군요..!”
[VR기기 만드는데도 그렇게 돈 쏟아부었는데 크라이랑 스캐빈저 콜 만드는데 사활을 걸었었음]
[오래 걸리긴 했음 ㅋㅋㅋ 근데 라이선스 절대 안 풀더라 돈 받고 VR 게임 장사질 할 줄 알았는데]
[신작은 벨보사가 아니라 웬 작은 팀에서 만들었는데 허락해줌]
[대신 수수료 50%임 ㅋㅋㅋㅋ]
[수수료 너무하다. 정말 밸보는 욕심이 많다.]
[그래도 남는 장사일걸? 좀 흥하면 35%로 줄이겠다고 하더라]
흠… 신기하네.
“근데 가끔 채팅이 되게 딱딱한 어투로 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뭔가요?”
[???]
[그거 외국인임ㅋㅋ 요새 번역 시스템 너무 좋아져서]
[난 외국인이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호감을 느낀다. 불고기, 김치 먹어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앳기 먹을 줄 아네]
“아, 그렇구나… 안녕하세요..?”
[너 예쁘다.]
[난 원한다. 네가 번역 모드를 설치하길]
[요새 다 번역 모드 깔긴 하지 ㅋㅋㅋ]
[돈 생기면 하겠지.]
외구긴님의 10000원 후원!
번역 모드라고 프로그램 있는데 조금 비쌈 ㅇㅇ
“돈 생기면 하겠습니다…”
일단 VR 기기에 접속하니 우편함처럼 보이는 아이콘에 1이 적혀있었다.
곧 의상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변경할 예정입니다.
저희 밸보팀에서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불편하신 분들에게 다른 의도는 없었으며 일반인만을 기준으로 잡은 저희의 실수를 깊이 반성하며 기기에 설정된 의상을 유저분들이 변경할 수 있게 바꿀 예정입니다.
* 의상은 대기룸에서만 적용입니다.
나 때문에 바꾼 건가?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일도 신경 쓰다니 보통은 이러진 않을 텐데…
여기 기업들도 저쪽 세계와는 아주 다르구나.
의상 설정을 눌러 안대만 적용했다.
원피스는 뭐… 편하기도 하고 치마도 기니까 스커트만큼 거부감이 느껴지진 않더라.
[진짜 천사처럼 생겼다..]
[천사보단 여전사 같은 느낌 아님?]
[예쁘면 다 천사야]
[ㄹㅇ 모델이나 연예인 했었으면 세계 부자 순위에 들어갔다]
[근데 안대 어떻게 했음?]
[테일리 발작하고 방종한 거 해외에서 지금 유명해져서 바꿨음]
[신체적으로 불편한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좀 많이 까였음ㅋㅋ]
[레뒷에서 소문 좀 났지]
[밸보사 운영이 서투르다.]
띠리링
친구 추가 요청이 왔습니다.
예하~ 친추 받아~
예지야! 빨리 받아라!
나 냥지
예화랑 정란이구나.
목소리 딱 들어보기만 해도 알겠다.
냥지도 보냈네.
친구 추가를 받자마자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안뇽~”
“안녕… 정란아.”
“빨리 드루와~ 친구가 하는 게임 같이하기 누르면 알아서 들어와짐~”
새하얀 눈송이가 하늘에서 내리고 있었다.
눈이 조금씩 피부에 닿아 조금 시원한 느낌이 든다.
하얀 눈송이들이 눈앞의 세상을 완전히 덮어버렸고 나무들은 나뭇잎과 화려한 꽃 대신 순수하고 하얀 눈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그리고 내 발을 묻어버린 눈들을 보니 갑자기 내 속의 어떤 욕망이 슬금슬금 존재를 드러냈다.
가끔 그러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발자국 하나 보이지 않는 하얀 눈밭을 보면 거기에 흔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다들 있지 않은가.
보는 시선도 없잖아?
눈밭에 몸을 던져 뒹굴었다.
부드럽고 시원한 눈이 느껴진다.
[커엽ㅋㅋ]
[예쁘면 무엇을 해도 그림이 되네]
[아ㅋㅋ 못 참지~]
[냥지 뒤에 있어!]
“푸흐..흡..”
“???”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누운 채로 고개를 살짝 돌리니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입을 막고 있는 누군가가 보였다.
염색했는지 푸른 머리를 엉덩이까지 기른 장발에 딱 봐도 키가 좀 커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검은 옷에 다리나 팔에 각반 그리고 방탄복을 입고 있었고 허리춤에는 권총이 보였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대단히 놀란 얼굴로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누..누구..세요..?”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어색함 그리고 어린애 같은 행동을 보였다는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어..음.. 냥지라고 하는데… 어제 우리 대화했지?”
내미는 냥지의 손을 붙잡아 벌떡 일어났다.
나를 일으켜주면서 내 오른쪽 어깨를 보고 흠칫 놀랐지만 애써 모른 척하는 눈치였다.
“와… 근데 진짜 예쁘다. 혹시 모델 했었어?”
“아니… 그냥 백수였어..”
냥지를 따라 어디론가 걸어갔다.
냥지와 정란이랑 예화와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가 이런 대화를 하며 걸어가니 거대하게 우뚝 솟은 탑 같은 건물이 보였다.
아파트…는 아닌 것 같고…
나무 벽이 탑을 넓게 둘러싸고 있었다.
냥지가 버튼을 눌러 문을 여니 안쪽은 농작물이 심겨 있는 밭이 보였다.
여기저기 사과나무 같은 것도 심겨 있었고.
잘 꾸몄네.
“이제 여기서 얼굴 자주 볼 수 있겠네!”
“우와아~ 예지다~”
예화가 화통하게 웃으며 나를 반겼고 정란이가 작은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나에게 인사했다. 근데…예화랑 정란이가 맞나..?
예화는 자신의 방송 캐릭터처럼 빨간 머리에 보라색 브리지, 그리고 현실보다 약간 덩치가 커 보였다. 외모도 좀 다른 거 같은데…
정란이는 키와 덩치는 그대로였지만 특이한 머리카락 색이 돋보였다.
얘도 얼굴 약간 다른 거 같네.
“어…근데.. 얼굴들이..”
“우린 외모 설정으로 바꿨거든!”
“얼굴 알려지면 곤란하잖아.”
냥지님도 좀 다른가?
“얼굴 바꾸는 게 좀 그렇다는 이야기지? 이야~ 서예지! 예쁘면 다야!”
“아, 에반데~”
“아..아니야…”
“너무하다~”
[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
[이렇게 예쁘니 얼굴 바꾸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겠어?]
[예지는…인간의.. 마음을… 모른다..!]
갑자기 왜 이래..
당황해서 둘을 바라보니 냥지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그만~ 그만~ 농담 그만하고 오늘 스캐브들 올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준비하자.”
“뭐? 스캐브 새끼들 또 쳐들어와? 아주 박살을 내버려야지!”
“오늘 누구누구 오기로 했더라~”
둘은 그러곤 갑자기 흩어졌다.
[스캐브는 맨날 쳐들어오지 않음?]
[한 번씩 빅웨이브 올 때 있음. 그땐 전쟁 수준인데 뚫리면 템 대부분 약탈 당함 ㅋㅋ]
채팅창을 보던 중 지나가던 흑인이 날 보며 멈췄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한 서버에 있다고 하더니 내 친구들… 글로벌 하구나..!
외국인과도 아는 사이라니…
“안녕하세요… 어.. 헬로우..?
“….”
“흫…흐흐흐흫…”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웃음을 참는 냥지.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소개를 해 줘야 할 거 아냐…
[NPC임 ㅋㅋㅋㅋㅋㅋㅋㅋ]
[뉴비 커여워~]
[저거 예화가 고용한 PMC들임 ㅋㅋㅋ]
앗…아… 왜 미리 말을 안 해주는 거야…
얼굴이 화끈거렸다.
시원하게 웃던 냥지가 농작물 근처에 박혀있는 상자를 뒤적이며 나에게 이것저것 물건은 던져주었다.
“이건 권총… 모델 이름 같은 거 모르니까 알아서 쓰고… 이건 방탄복 헬멧… 붕대..”
“총은 지금 남은 게 권총밖에 없어서 이거라도 쓰고 있어.”
건네주는 걸 왼팔로 대충 받자 바로 옷이 갈아 입어졌다.
나름 모양새는 갖춰졌네.
“자, 네가 할 일은 같이 스캐브 막기… 끝나고 나랑 낚시해서 물고기 잡아 오기!”
“어..응..”
일단 이 게임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알아서 알려주겠지?
“언제 올지 모르니 나랑 농작물이나 수확하자.”
“응..”
근데 기분 탓인가?
오늘따라 유독 냥지랑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냥지가 손을 내밀어 호박을 툭 쳐서 건드니 호박은 어느새 냥지의 손에 들려있었다.
그 호박을 냥지가 밭 옆의 상자에 집어넣는다.
“수양이랑 초야 언니는 언제 오지?”
“응..?”
“아, 오면 소개해줄게.”
친구가… 많아진다..!
나도 드디어 친구가 많아지는 건가.
그런 내 얼굴을 흐뭇하게 냥지가 바라봤다.
…?
친구들이 가끔 이럴 때가 있는데 어떤 의미일까?
얼굴이 예뻐서 그런가?
나도 가끔 거울 보고 감상하긴 해.
“얘…들아…! 사..”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
냥지도 들었는지 하던 일을 멈추고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얘들아…! 살려줘!! 스캐브들 왔다..!”
“냥지 빨리 문 열어!!”
나무 벽 위를 올라가 보니 날아오는 총알들을 피하며 이쪽으로 도망 오는 예화랑 정란이가 보였다. 보폭이 짧은 정란이가 뒤처지자 예화가 정란이를 어깨에 짐을 들 듯 들어 올리고 달려온다.
“와, 짱편함!”
“야이씨!”
그 뒤를 쫓고 있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보였다.
와… 몇 명이야..
[이번 웨이브 왜 이럼? ㅋㅋㅋㅋㅋ]
[요번에 스캐브들 너무 막기 쉬운 것 같다고 패치함 ㅇㅇ]
[빅대두는 스캐브들이 무슨 박격포까지 들고 와서 뚫렸음 ㅋㅋㅋ]
[그건 레이더도 있잖아 ㅋㅋ]
현실감 넘치는 모습에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상상 속에나 있을 게임이잖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