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7화 〉 새 페이즈(3) (237/265)

〈 237화 〉 새 페이즈(3)

* * *

상대는 골렘이 아니었다.

피와 살이 있는 몬스터였다.

상대가 피를 가지고 있다면 나는 저 놈을 잡을 수 있었다.

­스스스스스스

전장에 뿌려져 있던 피가 나에게로 모이기 시작했다.

안개처럼 스멀스멀 나에게로 다가오는 피는 내 피부를 통해 흡수됐고 그렇게 흡수된 피는 피의 마나와 합쳐져 몸집을 불려나갔다.

한 사람이 흘린 피는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다 보니 그 수를 모으면 수가 꽤 됐고 그 피를 이용하여 나는 시동을 걸 수 있었다.

늘어난 피의 마나를 사용해 창을 만들었다.

­크를르륵!!

두더지는 나를 보고 경계하는 모습을 취했다.

왜 경계하는 걸까.

지금의 나는 S급은 커녕 A급 몬스터를 잡을 수 있을지 없을 지도 애매한 상태인데 말이다.

현수랑 완벽한 콤비네이션을 보여준다면 A급 잡는 것이 완벽하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겉을 풍겨지는 기세를 생각해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내가 창을 들고 다가갈 때 마다 두더지는 뒷걸음질 쳤다.

'왜지?'

왜 나를 피하지?

'설마 나를 알고 있는 건가?'

아니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야. 그렇다면 대체 왜?

'네가 쓰는 능력이 흡혈귀의 능력이랑 비슷해서 그런 거 아니야?'

충분히 가능성 있는 설명이었다.

저 몬스터도 아마 저쪽 세계에 있던 몬스터였을 테니 흡혈귀의 존재를 안다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우연히 대여본적이 있든 어떻게 됐든 이 능력을 알고 있는 걸 수도 있지.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겠는데.'

한쪽발을 내딛으며 창을 던졌다.

날카롭고 나름 거대하기까지 한 창이 빠르게 날아가 두더지의 몸에 꽃혔다.

제대로 시동이 걸린 이후와 비교하면 상당히 약한 위력을 가지고있는 창이었지만 끝을 최대한 날카롭게 만들었기 때문에 두더지의 몸에도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피를 다시 능력으로 가져와 흡수하니 피의 마나가 다시끔 늘어났다.

'이대로 가면 된다.'

그 생각을 하고 다시 창을 만드려 했을 때 두더지가 갑자기 사라졌다.

두더지의 습성대로 땅을 파고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그냥 사라진 것이었다.

무슨 일이지? 하고 의심을 가지는 순간 두더지가 있던 자리에 고릴라 처럼 생긴 몬스터가 나타났다.

하얀색의 털을 가지고 있는 고릴라는 두더지랑 거의 비슷한 격을 가지고 있는 듯 풍기는 분위기가 비슷했다.

단 하나 두더지와 고릴라의 차이가 있다면 고릴라를 닮은 이 몬스터는 두더지에 비해 훨씬 작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10미터는 되어 보였던 두더지와는 다르게 고릴라는 크게 잡아도 3미터가 겨우 될 것 같은 작은 몸을 가지고 있었다.

'나를 카운터 치기 위해서 몬스터를 바꾼거야?'

상대의 피를 힘으로 바꾸는 피의 마나의 특성상 상대가 작은 것 보다는 오히려 큰 게 상대하기가 더 쉽다.

작은 몸을 가지고 있는 적은 회피에 훨씬 민감할테니까.

우리를 죽이려고 작정하고 데리고 왔다는 것이 체감이 되었다.

몬스터를 바꾸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무지성으로 몬스터를 보낸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체계적인 방식이었으니까.

­쿠어어어어어어!!!

아까의 두더지와는 다르게 고릴라는 흡혈귀에 대한 두려움이 학습되지 않았는지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나에게달려왔다.

'현수, 맞출 수 있냐?'

'맞출 수 있을 걸?'

확답을 듣는 순간 창을 만들고 몸을 움직였다.

내 마나가 몸을 돌며 감각을 극대화 시켰고 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조정해 가며 가장 완벽한 방향으로 창을 날렸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창을 고릴리가 팔로 후려쳤다.

자기 딴에는 창의 옆을 후려치면 창이 몸을 관통하지 못할 것 같아서 한 행동이겠지만 내가 던진 창은 일반적인 창이 아닌 마나로 이루어진 창이었다.

던진 다음에도 모습을 조금 수정시킬 수 있었고 창의 촉 부분을 옆으로 옮기자 창은 그대로 고릴라의 팔을 뚫을 수 있었다.

­크아아악!!

고릴라의 팔에서 떨어진 피가 내 쪽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피로 말미암아 나는 피의 마나를 더 키울 수 있었고 더 큰 창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미 한 번 창의 위험성을 습득했기 때문인지 고릴라는 나를 보고 굉장히 경계하면서 뒷걸음질 쳤는데 창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단순히 날리는 것 만으로 고릴라에게 공격을 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근접전 할 수 있겠어?'

'가능해. 대신 피의 마나로 신체 강화시켜.'

내가 피의 마나를 이용해 신체 능력을 강화시키자 현수가 몸을 움직여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한 명이 마나를 다루고 다른 한 명이 육체를 다루는 것은 미치도록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 동안 수도 없이 합을 맞추다 보니 이런 기형적인 전투 방법을 차용해도 괜찮았다.

애초에 하나의 존재에서 갈라진 우리인 만큼 서로의 생각은 아주 잘 알 수 있었으니까.

내가 창을 꼬나 쥐고 달라지자 고릴라의 눈빛이 변했다.

내가 원거리에서 공격했을 땐 고릴라를 이길 수 있어도 가까이 붙은 상황에서는 방어력이 딸리는 나 보다 자신이 더 유리할 것 같아서 짓는 미소일 것 같은데,

글쎄? 과연 어떻게 될까.

­쾅!!!

고릴라가 땅을 강하게 내려치자 엄청난 충격파가 내 몸을 덮쳤다.

상대는 크기가 아무리 작다 해도 S급 몬스터였다.

가볍게 땅을 내리친 것 만으로도 하나의 기술 취급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강한 몬스터.

내 몸을 울리는 강한 충격파를 피의 마나를 이용해 흘렸다.

순간적으로 몸에 저장해 놨던 피의 마나가 쑥 하고 사라졌다.

고릴라도 내 몸에서 마나가 다량으로 사라졌다는 걸 눈치 챘는지 종족이 다른 나도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다.

'되도록이면 아끼고 싶었는데.'

아끼다가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나는 등에 매고 있는 물통에 담긴 화련이의 피를 소량 흡수했다.

그녀의 몸에서 뿜어진지 아직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따끈따끈한 피였기 때문에 소량을 흡수해도 충분히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쿠어어억!!

화련의 피로 만든 창이 고릴라의 몸에 강하게 꽃혔다.

이전에 썼던 창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력한 위력에 고릴라의 몸에서 피가 왈칵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투는 이 순간 이미 끝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나는 고릴라의 피를 흡수하며 그의 몸에 계속해서 창을 박아 넣었다.

제 3자가 바라보면 하나의 생명체의 몸에서 피를 계속 뽑아내며 그 피를 흡수해 다시 피를 뽑아내는 잔인한 장면으로 보이겠지만 주변에 있는 제 3자들은 나에게 목숨을 빚지고 있는 사람들 밖에 없으니까 괜찮겠지.

그렇게 고릴라의 몸에서 피를 뽑고 그 피고 다시 공격을 가하는 짓을 반복하자 고릴라는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나 진짜 강해졌구나.'

화련이의 피를 그렇게 많이 쓴 것도 아닌데 흡혈귀의 마나의 특성을 이용해서 S급 몬스터를 이렇게 까지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역시 영웅 답습니다!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성장한 나의 무력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뒤에서 사람들을 통솔했던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강력하신 분일 줄은 몰랐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굉장히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능력의 특성 때문에 겉으로 풍기는 분위기가 약하신 겁니까? 아니면 일부러 강한 기세를 풍기지 않으시는 겁니까? 영웅님이라면 아마도 후자겠군요.

나는 가만히 있는 데 혼자 북치고 당구치고 다한다.

내 마나가 진짜로 약해서 기세가 안 나는 건데 꿈보다는 해몽이라고 혼자서 잘 해석하고 있는 여자의 분위기를 굳이 깰 필요는 없어 보여서 그냥 듣고만 있었다.

"@#$@#%"

그녀와 함께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오니 대부분 웃음과 비슷한 얼굴로 나를 맞아 줬지만 몇몇 이들은 상당히 불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몬스터가 나왔을 때 상당히 적극적으로 싸웠던 사람들이니 만큼 나에게 질투를 한다거나 하는 건 절대 아닌 것 같고 이런 힘을 가지고 있는 내가 왜 이전 몬스터와의 싸움에서는 제대로 된 힘을 발휘 하지 않았느냐에 대한 불만이겠지.

그들이 어떻게 말을 한다고 해도 내가 알아듣지 못할 것이고 여자의 말대로 지금은 가장 올바른 선택지 보다는 우리 전체가 하나의 말을 따르는 것이 좋은 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았다.

'이걸로 끝이 아닐 텐데.'

A급 몬스터, 그리고 S급 몬스터.

다음엔 뭐가 나타날까?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여기 모인 모두에게 긴장감이 감돌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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