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함지연(4)
띠링-
[주먹 강타를 사용하였습니다.]
쩡!
손끝을 타고 미묘한 울림이 전신을 타고 내려온다.
지금 하늘로 후려친 건, 바닥에 떨어진 돌로써 소유권 포기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버그성으로 내구성을 올린 아이템이었다.
보스의 가불기 패턴을 방어할 때 사용할 정도로 무적이라 생각했는데, 한계는 존재했나 보다.
후두둑-
지금 주먹 강타를 버티지 못하고, 가루로 박살 나 버렸기 때문이었다.
[강우빈]
레벨: 188
생명력: 237
정신력: 237
지구력: 237
근력: 237
기량: 237
체력: 237
지력: 237
감각: 237
행운: 237
‘확실히 데미지가 올라갔나 보네.’
[주먹 강타]
종류: 스킬
등급: F
레벨: 1,541,461,513,235
형태: 액티브
효과
-주먹으로 대상을 타격할 시 공격력의 1,541,461,513,335% 데미지를 입힙니다.
주먹 강타의 데미지는 비정상적이라 여태까지 위력의 세세한 차이를 느끼긴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현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성장한 근력 수치와 아이템의 효과로 확실하게 위력이 올라갔다는 것을.
주먹 강타의 여파로 주변의 열기가 순식간에 하늘 위로 솟구친다.
갑작스러운 기류 상승 때문인지, 먹구름이 생기더니, 맑던 하늘로부터 빗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파스스스-
뜨거운 대지에 차가운 빗물이 내려앉으며 수증기가 주변을 가득 메운다.
“뭐야, 잘못 본 거 아니지? 강우빈 너 맞지?”
우빈의 모습을 발견한 함지연이 눈을 비비적거리며 날카로운 치아를 씨익 보인다.
‘·········’
그 모습을 본, 우빈의 눈매가 좁아진다.
‘뭐지.’
정현태도 그렇고 이세현도 그렇고 우빈을 본 반응은 함지연과 비슷했다.
귀신이라도 본 듯 놀라며, 던전에서 어떻게 탈출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던가.
『진짜로 탈출했구나. 완전 다른 사람이 됐는데?』
하지만 함지연은 달랐다.
‘알고 있어?’
우빈이 크로노스의 던전에서 탈출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방금 그거, 어떻게 한 거지? 던전에서 탈출하면서 얻은 새로운 능력인가.』
우빈의 등장에 놀리는 척만 했을 뿐, 그리 놀라지도 않았다. 마치 우빈이 찾아올 걸 알았다는 것처럼 말이다.
‘보면 알겠지.’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굳이 궁금해, 할 이유가 없었다.
기억을 엿볼 수 있는 그 칭호만 있다면, 호기심을 전부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
우선 그 전에 우선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띠링-
[스킬 슬롯]
1. [스킬 카드: 크로노스의 비밀 작업실][L]
2. [스킬 카드: 아그니스의 불꽃][UL]
3. [스킬 카드: 뇌광섬][L]
4. [스킬 카드: 마나의 샘][UL]
5. [스킬 카드: 비브타노의 피부][UL]
비정상적으로 오른 스테이터스와 지금 가진 스킬 카드가 과연 어느 정도의 무력을 보여줄지가.
띠링-
[마검:기간테스+8을 장착하였습니다.]
우빈의 손으로 거대한 마검이 착 빨려 들어온다.
띠링-
[아그니스의 불꽃을 사용하였습니다.]
[아그니스의 불꽃이 당신의 몸에 깃듭니다.]
화르륵-
전신으로 영롱한 불꽃이 피어오른다.
“왜, 현태랑 세현이처럼 죽이기라고 하게?”
“글쎄, 조만간 만나게 될 테니까. 그때 안부라도 물어보던가.”
우빈의 대답에 함지연의 입꼬리가 호러 영화의 귀신처럼 섬뜩하게 올라간다.
“못 보던 사이에, 허세가 좀 늘었네. 그래, 어디 한번 해봐.”
함지연이 양팔을 벌리며 도발한다.
언제나 저런 식이었다.
과거에도 함지연은 강자에 속했으며, 우빈 따위는 손가락 하나로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괴물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궁금하네.’
함지연은 언제나 우빈을 아래로 생각하고, 은연중 괴롭혔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PVP를 강요했으며, 장난감처럼 처참하게 짓밟았다.
그 당시에는 성장을 위한 시간이라고 위로했지만, 함지연에게 있어 그 행위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순수한 놀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궁금했다. 아래로 생각하던 사람에게 짓밟히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가.
차갑게 내려앉은 우빈의 입꼬리가 미약하게 올라간다.
판단을 내린 듯 자세를 낮췄고, 가볍게 발을 내디딘 그 순간.
띠링-
[뇌섬격을 사용하였습니다.]
콰과과과과과과-
우빈의 육신이 공기를 찢어발기며 펑!!! 쏘아졌다.
고지태조차 좇지 못한 속도이지 않은가.
“어?!”
그건 함지연도 마찬가지였다.
함지연이 우빈의 모습을 찾은 그땐, 이미 우빈의 거대한 대검이 함지연의 복부를 후려친 뒤였다.
“커헉-”
함지연의 허리가 기역 자로 꺾이며, 입으로부터 붉은 핏물이 왈칵 터져 나오자.
쾅!!!!!!!!!!
강렬한 폭발이 대지를 뒤흔들었다.
***
쿠르릉-
검은 먹구름 사이로 번개가 내려친다.
푸르던 하늘은 어느샌가 볼 수 없었다.
쏴아아아아-
잔잔히 흐르던 샘물 위로 수천 개의 물방울이 내려앉으며 거센 물살이 흐른다.
셀로니의 샘.
조금 전만 하더라도, 유토피아라는 단어가 떠오르던 아름다운 마을이지 않았던가.
그러나 지금은 그때의 평온한 감정은 더 이상 느낄 수 없었다.
의자에 앉는 십수 명의 시선이 한 여인에게 향한다.
그 여인은 랭킹 1위 강범태에게 제압당한 하선율이었다.
“하~ 암. 시간 없으니까. 빨리 시작하죠.”
가우희가 하품으로 나온 눈물을 닦으며, 다그친다. 그녀는 개구리밥 같은 풀을 들곤 비를 피하고 있었다. 사방이 물이라 막는 게 의미가 있나 싶긴 했지만.
대부분이 가우희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듯했다.
하긴 이곳에 모인 이유이자, 긴급회의가 열린 내용은 전부 듣지 않았던가. 더 이상 이곳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다만, 떠나기 전에 해결해야 할 몇 가지 의문이 있었다.
하선율이 왜 갑자기 차주성을 공격했는지 이유는 정도는 파악해야 했으니까.
불만이 쌓여가는 것 같아지자, 하선율의 앞에 서 있던 김강준이 인벤토리에서 성배를 꺼내 들었다.
김강준은 사냥을 막 끝내고 온 듯 전신으로 핏물이 가득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그런지 그의 주변으로 붉은 핏물이 물감처럼 퍼져나갔다.
성배가 하선율의 작은 입 가득 차오른다.
기절했지만, 반사적으로 액체를 삼킨다.
하선율의 얼굴에 난 잔상처가 아물더니, 표정을 찡그린다. 이윽고, 눈을 뜨기 시작한다.
막 잠에서 깬 듯, 얼떨떨한 표정이다.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라도 하는지, 아무 말 없이 눈알을 굴린다. 5초의 정적 뒤, 표정이 차갑게 내려앉는다.
상황 파악이 끝난 것이다.
“이거 안 풀어?”
“몇 가지 대답을 들은 뒤 바로 풀어줄게.”
하선율의 날 선, 물음에 차주성이 의자에 거꾸로 앉아, 등받이에 턱을 괴곤 씨익 입꼬리를 올린다.
하선율의 표정이 강렬하게 구겨진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지만, 애써 화를 참는다.
애초에 구속 장치 때문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겠지만.
“왜 나를 때린 거야?”
“······”
“쟤네 말로는 이태양이 길드를 탈퇴해서 그런 것 같다던데 맞아?”
차주성이 하선율 옆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신화 길드원을 엄지로 가리킨다.
하선율이 기절하였던 동안 같은 길드원들이 그녀를 열심히 대변한 모양이었다.
‘일단 침착하자.’
하선율은 이를 악다물며, 평정심을 유지했다.
전원이 의아하면서도 경계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하긴 긴급회의랍시고, 모아놓곤 갑자기 급발진하면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던가.
하선율이 저들의 위치였어도 비슷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우선 이 꼬인 상황부터 좀 풀어야만 했다.
이태양의 죽음은 이가 갈릴 정도로 화가 났지만, 침착할 필요성이 있었다.
“맞아.”
“그래? 이상하네. 이태양이 길드를 탈퇴한 거랑 나를 때린 거랑 무슨 상관이지?”
“그야, 전부 네가 전부 꾸민 일이니까.”
분명 입은 웃고 있지만, 차주성의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는다.
“내가? 뭘 꾸며?”
“부신에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증거가 될만한 화민서를 없애기 위해 우리를 공격했잖아. 그 과정에서 화민서와 같이 있던 이태양을 죽인 거고. 그 증거로, 세이버 소속인 최수호라는 놈이 수배 올랐어. 아니야?”
나름 합리적인 증거까지 제시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한두 명 정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니까. 조금 전 보여줬던 바이러스를 내가 만들었고, 화민서가 쓸데없는 말을 할 거 같으니까. 레이핀을 조종해서 너희를 공격했다? 거기다 랭킹 6위인 이태양을 이제 막 3년 차인 최수호한테 부탁해서 암살까지 사주하고?”
하지만 차주성의 말이 끝나자, 전원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주성씨가 바이러스 같은 걸 왜 만들어요. 이제 막 레드 드래곤을 처치해서 5대 왕국 전부 영웅으로 떠받아 들어 주고 있는데.”
하선율을 미친 사람처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진짜라고! 내가 이세현한테 직접 들었어. 저 새끼가 아드로스로 미친 연구를 시켰다니까?”
“이세현이면 세이버 부길마인 그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 맞아.”
“본인이 말씀하시고도 이상하지 않나요? 만약, 말씀하신 게 전부 사실이라고 해도, 세현씨가 선율씨한테, 그 사실을 알려줬다고요? 사실을 알려주신 세현씨는 어디 계시는데요?”
“그, 그건···”
굳이 차주성이 답변하지 않아도 옆에 있던 사람들이 대신 하선율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묻고 싶었는데, 아까 보여주셨던 그 포션 어디서 나신 거죠?”
“일부러 레이핀을 자극해서, 화민서를 잃어버렸다고 수작 부린 거 아니야? 이태양이 길드를 탈퇴한 것도 신화 길드원이 아니면 확인할 수 없잖아.”
한번 피어난 의심은 계속해서 커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긴급 소집한 것도 이상했어. 일부러 우리를 모으려고 수작 부린 거 아니야?”
“다른 성도 부신 꼴 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열댓 명이 몰아붙이는데, 하선율은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저들이 말하는 요소 하나하나가 나름 합리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애초부터 불길했어. 특성이 무슨 사탄에 연관된 거 맞지? 맨날 이성 잃어서 아군이나 공격하고. 작년에 같은 길드원 한 명 불구 만들었다잖아.”
“일단 심문부터 제대로 해보죠. 저희 길드원 중에 거짓 유무를 가릴 수 있는 분이 계십니다.”
“뭘 귀찮게 심문이야. 이 정도면 더 확인할 것도 없어 보이는데. 나한테 맡겨 내일까지 전부 불게 만들어줄 테니까.”
조금씩 분위기가 험악해져 가던 그때였다.
“자자 진정해.”
차주성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며, 하선율 앞에 섰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으니까.”
***
띠링-
[드래곤 하트가 발동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200% 상승합니다.]
[용의 분노가 발동합니다.]
[가속도가 100% 상승합니다.]
함지연의 노란 안구가 번뜩인다. 붉은 공동이 세로로 길게 찢어져 좁아진다.
전신으로 강렬한 마력이 피어오른다. 단연컨대 그 어느 때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그런데 왜일까.
함지연이 다급히 뒷걸음질 지며, 자세를 낮춘다. 그의 앞으로 우빈이 거대한 대검을 들곤, 앞으로 달려든다.
허접하면서도 앞의 수가 뻔히 보이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대비할 수 없었다.
콰지직-
우빈의 신형으로부터 전류가 번뜩이는 그 순간이면 스윽- 우빈은 이미 함지연의 앞에 도달한 뒤였으니까.
이미 10번도 넘게 복부만 계속해서 때리고 있었다.
‘감히 날 무시해?!’
명백하게 의도가 느껴졌다.
함지연은 무의식적으로 팔을 엑스자로 교차하며 복부를 가드했다.
가가가각-
기괴한 소리를 내며 육신이 뒤로 밀려난다. 팔뚝의 비늘이 으깨지며, 묵직한 통증이 밀려든다.
처음으로 방어에 성공한 것이다.
함지연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대검을 움켜쥐곤, 끌어당겼다.
그대로 딸려온 우빈의 얼굴을 후려치려는데.
“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빈이 잡아당긴 대검에 함지연의 손이 그대로 딸려 올라간다.
속도는 몰라도 힘에서만큼은 밀려본 적이 없었다.
랭킹 1위인 그 녀석조차 함지연에겐 힘 싸움을 피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비슷한 것도 아니고 이렇게 압도적으로 근력에서 밀릴 줄이야.
“말도 안 돼.”
함지연의 심리가 요동치던 그때, 빠각- 알싸한 통증이 함지연의 볼을 강타한다.
대검에 딸려온 함지연의 얼굴을 우빈이 그대로 후려친 것이다.
후웅-
함지연의 머리가 바닥으로 처박히며, 쾅!!!! 대지가 요동친다.
함지연의 시야가 새하얗게 번뜩이며, 기억이 끊긴다.
몇 초가 흘렀을까.
“허억-”
함지연이 눈을 번뜩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빠르게 고개를 들어 우빈의 모습을 찾았다. 5M 앞에서 차갑게 함지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특성까지 활성화했는데, 싸움도 중 순간 기절하다니.
‘이 새끼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술, 능력, 경험 이딴 걸 제외하고 순수한 능력치에서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도대체 그동안 뭘 했길래 저런 힘을 얻은 것일까.
함지연은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대단한데? 현태랑 세현이가 괜히 당한 게 아니구나.”
“맨날 무시하더니, 인정도 다 해주고. 나쁘지 않은데?”
“내가 무시했었나?”
“기억 못 하는구나. 하긴. 강해지는 것 말고는 관심이 없었으니까.”
거대한 대검이 꿈틀거리더니, 우빈의 손아귀로 착 빨려 들어온다.
“그런데, 나는 좀 실망했어.”
“뭐?”
“너라면 내 전력을 확인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약해서 제대로 확인을 못 해서 말이야.”
우빈의 말에 함지연의 웃음기가 싹 가신다.
“정수한테 가봐야겠다. 맨날 라이벌처럼 굴었지만, 너 정수한테 제대로 이긴 적 단 한 번도 없잖아.”
빠직-
함지연의 이마로 핏줄이 솟구친다. 저 발언은 함지연의 발작 버튼이나 다름없었다.
그를 증명하듯.
“실망이라··· 그래? 그렇게 생각했었단 말이지.”
여태까지 태연하게 웃음으로 화답하던, 함지연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진다.
전신으로 불꽃이 치솟는 그 순간.
띠링-
[화룡의 숨결이 발동되었습니다.]
화르륵-
주변의 모든 것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실제로 엄청난 화력이 아닐 수 없었다.
화르륵-
대지가 액체로 변하며, 붉게 달아오르며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전부 필요 없어.’
무력으로 밀린다면 능력으로 찍어누르면 그만이었다.
“허억···허억···”
함지연의 호흡이 가빠진다.
띠링-
[드래곤 하트가 발동됩니다.]
레드 드래곤에게서 얻은 드래곤 하트엔 특별한 능력이 많이 붙어있었다.
모든 능력치 200% 증가를 시작으로 전신으로 돋아난 비늘은 물리, 마법 방어력을 200%씩 올려주었다.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었지만, 그중 이태양에게서 특성. 화룡의 숨결이랑 최고의 궁합을 보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띠링-
[화속성 저항력 1,000% 증가]
바로 화속성 저항력을 무려 1,000%나 올려주는 옵션이었다.
웬만한 열기쯤은 아무렇지 않게 막아주었지만, 화룡의 숨결만은 달랐다.
전신으로 돋아난 비늘이 붉게 달아오르는 걸, 넘어 액체처럼 녹아내리는 열기를 보여주었다.
과연 이 지옥을 버틸 수 있는 생명체가 존재하긴 할까?
‘이겼다.’
함지연은 확신에 찬 미소를 지으며, 우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새까맣게 불타며 고통에 허덕이고 있을 줄 알았다.
‘뭐야?!’
하지만 그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우빈은 고통은커녕.
“하~ 암.”
지루하다는 듯 하품까지 하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