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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환생(4) (92/107)

96. 환생(4)

널찍한 사각 대련장 위로 수십 명의 시선이 집중된다.

처벅-

김지우와 오유성이 서로를 마주 보곤, 선다.

꿀꺽-

아이들의 침 삼키는 소리, 띠링- 녹화 버튼을 누른 소음이 생생하게 들릴 정도로 주변은 고요했다.

꽈드득-

김지우는 연습용 검을 꽉 쥐곤 두 다리를 넓게 펼치며 자세를 낮췄다.

‘꼴등 주제에···’

김지우는 어제의 일을 잊을 수 없었다.

자신조차 어쩌지 못한 코볼트 무리를 순식간에 처치한 광경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오유성의 그림 같은 움직임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순차적으로 코볼트를 제압하던 모습은 꿈꾸던 이상향에 근접했다.

‘스킬 카드를 안 써서일 거야.’

김지우는 인정하기 싫었다.

프로 헌터도 아니고 같은 또래에게 밀린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제대로 밟아줄게.’

김지우의 눈으로 강렬한 빛이 떠오른다.

어제와 오늘은 달랐다.

어제의 경우 삼촌의 이상한 훈련으로 1장의 스킬 카드도 장착하지 못하였지만.

띠링-

[스킬 슬롯]

1. [스킬 카드: 광전사의 난폭한 감각][B]

2. [스킬 카드: 쾌검술][C]

3. [스킬 카드: 화룡격][A]

지금은 충분한 세팅을 끝낸 상태였다.

특히, 3번째 슬롯에 장착한 스킬, 화룡격은 프로 헌터조차 쉽게 가질 수 없는 희귀한 카드였다.

원래라면 헌터로 데뷔하는 그때, 사용하려 했는데 저 새끼 때문에 모든게 틀어졌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새끼를 밟아야만 했다.

꽈드득-

각오를 다진 김지우의 눈이 번뜩인다.

‘가자.’

펑!!!

있는 힘껏 대지를 박차며, 전력을 다해, 오유성에게 달려든다.

콰과과과-

실로 엄청난 속력이 아닐 수 없었다.

고작 3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

스르륵-

김지우의 육신은 오유성의 지척에 도달했다.

‘가벼워.’

오늘따라, 컨디션이 좋았다. 몸은 깃털처럼 가벼웠으며, 감각은 벼려낸 칼날같이 날카로웠다.

복부, 발, 관자놀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오유성의 빈틈이 느껴졌다.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분명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왜일까.

흠칫-

검을 휘두르려던 김지우의 움직임이 멈춘다.

‘뭐야···.’

띠링-

[광전사의 난폭한 감각이 발동됩니다.]

하나의 메시지와 함께, 뼈를 긁어내는 오싹한 감각이 밀려들었다.

광전사의 난폭한 감각은 오감을 통해 많은 정보를 알려주는 패시브 스킬이다.

조금 전 시각으로 오유성을 빈틈을 알려준 것처럼. 다양한 감각으로 많은 정보를 알려준다.

지금 느낀 이 소름은 위기를 알리는 경고였다.

삼촌과 대련할 때나 발동되던 느낌인데. 왜 저 새끼한테서 이런 감각이 느껴진 거지.

설마, 이대로 공격하면 위험하다는 신호인 건가.

‘그럴 리가 없잖아.’

꽈드득-

망설이던 김지우의 표정에 확고함이 떠오른다.

“죽어!!!”

김지우는 스킬의 경고를 무시한 채, 검을 휘둘렀고,

후웅-

‘됐다!’

완벽한 호선이 오유성의 어깨를 벴다고 생각한 그 순간.

퍽!!!

강렬한 충격이 복부로부터 터져 나왔다.

***

“으아!!!!!!”

김지우가 있는 힘껏 검을 휘두른다.

후웅-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호선이 허공을 가른다.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빈틈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매서웠다.

하지만 왜일까.

후웅- 후웅- 후웅-

김지우의 검은 오유성에게 닿지 않았다.

오유성이 가볍게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며 상체를 비틀자 쉐에엑- 퍽!! 대상을 잃은 김지우의 검이 바닥을 내려친다.

“이 새끼가!!”

김지우가 버럭 소리치며, 검을 고쳐 잡는다. 바닥을 향했던 뭉툭한 칼날이 오유성을 향한다. 그대로 오유성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공격이 크게 빗나간 것 치곤 빠른 대처였다.

‘이거였구나.’

오유성은 옆구리를 날아오는 검을 보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오유성은 김지우는 이런 식으로 대련한 적이 많았다.

당장, 2일 전만 하더라도 그렇다. 연습한다는 명목으로 30분 동안 두들겨 맞지 않았던가.

그 당시만 해도, 대련의 내용은 처참했다.

김지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디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지 볼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모든 게 보였다.

김지우가 어디로 움직일지, 무슨 생각을 하지는 전부 예상되었다.

오유성은 조금씩 가까워지는 칼날을 보며, 가볍게 팔을 뻗었다.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 굳이 검을 피한다는 선택지보다 반격하는 쪽이 효과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가볍게 내민 손에 김지우의 손목이 걸린다.

퍽- 그대로 김지우의 움직임이 제안된다.

오유성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김지우의 발을 지르밟으며, 손에 들린 검을 내려쳤다.

김지우가 오유성이 휘두른 검을 피하고자, 뒷걸음질 치지만, 밟힌 발 때문에 움직이지 못한다.

퍽!!!

연습용 검이 김지우의 머리를 강타한다.

“커헉-”

김지우의 허리가 크게 꺾인다. 다칠까 봐 살짝 쳤는데, 충격이 상당한가 보다.

오유성은 바로 숙인 김지우의 머리를 향해, 무릎을 내질렀다.

빠각-

경쾌한 파육음이 터지며, 김지우가 그대로 바닥에 나자빠진다.

‘역시 지우야.’

김지우의 상대는 심각해 보였다.

“이 새끼가···.”

몸을 일으켜 세웠지만, 전신으로 멍이 가득했다. 몸을 가누기 힘든 듯 비틀거렸으며, 조금 전 맞은 안면 니킥으로 코뼈가 부러졌는지, 코피가 줄줄 흘렀다.

만약, 2일 전의 오유성이었다면, 여기서 대련은 끝이 났을 것이다.

이 정도로 밟히면 도전하겠다는 의욕이 꺾일 정도로 실력 차이를 느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김지우는 달랐다. 검을 다잡으며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오유성에게 다가왔다.

“죽여 버릴 거야.”

김지우가 이성을 잃은 듯, 중얼거렸다. 낮은 음성에서 김지우의 분노가 느껴졌다. 정말 기회가 된다면 살인도 망설이지 않을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살기에 움츠러들 법도 했지만, 오유성의 표정은 평온했다.

‘끝내 볼까.’

목숨을 걸고 달려들던 고블린의 처절한 발버둥에 비하면, 김지우가 내뿜는 살기는 애들 장난 수준이었으니까.

오유성이 김지우와의 대련으로 성장한 실력을 체감하던 그때였다.

“으아!!!!”

김지우가 포효를 내지르며, 연습용 검을 하늘 높이 치켜든다.

화르륵-

치켜든 검으로 강렬한 불꽃이 타오르는가 싶더니,

“죽어!!!!”

있는 힘껏 검을 내려찍었다.

캉! 호선을 그린 검이 바닥을 내려치자, 쒜에에엑- 강렬한 불꽃 검기가 오유성을 향해 쏘아졌다.

화르륵-

쏘아진 검기가 용의 형상을 이뤄낸다.

“우와···”

오유성은 미칠듯한 속력으로 쏘아진 불꽃 검기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오유성은 헌터에 관한 거라면 뭐든 찾아보고 공부하는 소위 말해 오타쿠였다.

그렇기에 지금 쏘아진 스킬의 등급을 유추할 수 있었다.

검기에 불꽃 속성, 거기다 형상화까지.

‘최소 B등급 이상인가.’

솔직히 말해, 저 스킬은 위험했다.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왔으며,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전신을 강타했다.

하지만 오유성의 표정은 한없이 밝았다.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잘됐네.’

오유성은 대련 내내 아쉬운 마음을 가졌다.

생각보다 김지우가 너무 약해 우빈에게 받은 스킬 카드를 사용할 기회가 없었기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기회가 찾아왔다.

‘해보자.’

오유성은 판단을 내린 듯, 바로 스킬을 운용했다.

사용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슬롯에 들어간 스킬 카드를 느끼며, 가볍게 마력을 불어넣자.

띠링-

[아그니스의 불꽃이 당신의 몸에 깃듭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증가하였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20% 증가하였습니다.]

[불꽃 화력이 50% 증가하였습니다.]

[화염 데미지가 50% 증가하였습니다.]

[메가 버스터가 활성화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30% 증가하였습니다.]

[메가 버스터 데미지가 100% 증가하였습니다.]

[메가 버스터 범위가 50% 증가하였습니다.]

[화력 개방을 활성화됩니다.]

화르륵-

시끄러운 메시지와 함께, 전신으로 붉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으악! 뜨거워.”

“뭐, 뭐야?!”

심심하던 경기장 위로 강렬한 불꽃이 치솟자, 구경하던 아이들이 열기에 인상을 찡그린다.

오유성은 손바닥을 펼쳐 몸 상태를 확인했다.

‘이게··· 스킬.’

아프다거나 뜨겁다는 감각은 없었다. 다만,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 너무 신기했다.

힘이 끓어오른다고 해야 할까.

전신으로 힘이 넘쳐흘렀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띠링-

[MP 수치가 낮아, 화력이 감소합니다.]

[MP가 부족합니다.]

[화력이 감소합니다.]

스킬의 위력에 감탄하는 이 순간에도 엄청난 양의 MP가 깎여나가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정신력에 더 투자할 걸 그랬네.’

띠링-

[오유성]

지구의 주민

레벨: 15

HP: 300/300

MP: 10/14

스태미나: 16

생명력: 15(10↑)

정신력: 14(10↑)

지구력: 16(10↑)

근력: 15(10↑)

기량: 15(10↑)

체력: 13(10↑)

지력: 2

감각: 12(10↑)

행운: 3

특성: 헤파이스토스의 손놀림

오유성은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를 바탕으로 스테이터스를 투자한 상태였다.

현재 MP 수치는 14.

스킬을 사용하고 1초가 채 되지 않았는데, 4이라는 MP가 증발했다.

이 정도 소모 폭이면 스킬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대략 4초 남짓이라는 이야기인데.

너무 짧았지만, 상관없었다.

두근-두근-

그저 스킬에 적힌 하나의 문구가 궁금할 뿐이었다.

[메가 버스터 활성화.]

‘도대체 뭘 활성화한다는 거지.

오유성은 어느샌가 코앞에 도달한 검기를 보며, 스킬을 사용했고,

띠링-

[메가 버스터를 사용하였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올라간 손바닥으로 우우웅- 전신의 화력이 집중된 그 순간.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거대한 불기둥이 김지우의 화룡격을 잡아먹으며 쏘아지기 시작했다.

***

화르륵-

뜨거운 불길이 차츰 수그러든다. 파스스 뿌연 안개가 체육관 안을 가득 매운다.

“으아···. 뜨거워.”

“바, 방금 뭐야?”

김지우와 오유성의 대련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일으켜 세운다.

상상 이상의 열기에 둘의 대련을 끝까지 지켜본 아이들은 없었다.

“주, 죽은 거 아니야?”

“설마··· 대련용 방어 장비 입었잖아.”

“그래 봤자. E급 방어구라고.”

호기심과 걱정이 뒤섞인 시선 속.

파스스스스-

뿌옇게 피어올랐던 연기가 거치며, 대련장 위의 모습이 드러났다.

대련장 위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누가 이겼어?”

“유성이가 이긴 거 아니야?”

“어? 저건···”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본 아이들의 표정에 당혹감이 떠오른다.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련장 중심에 서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대련을 감독하던 교관. 태무석이었다.

‘말도 안돼···.’

태무석은 불기둥을 막은 손바닥을 내려다보며, 눈매를 좁혔다.

붉게 익은 손바닥으로 뜨거운 통증이 올라왔다.

태무석은 레벨 170을 달성한 프로 헌터였다.

아무리 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고는 하나, 시스템의 힘이 깃든 육체는 웬만한 열기론 화상조차 입지 않을 정도로 견고했다.

그런데 이 정도까지 심하게 화상을 입다니.

‘도대체 뭘 쓴 거지.’

태무석의 시선이 마력 고갈로 정신을 잃은 오유성에게 향한다.

궁금했다. 헌터 생활을 3년째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강렬한 스킬은 본 적이 없었다.

당장이라도 오유성을 묻고 싶었지만, 그러기는 힘들어 보였다. 일단 치료부터 받게 하는 게 우선순위였으니까.

생각을 마친 태무석은 쓰러진 오유성과 김지우를 들쳐멨다.

“둘의 부상이 생각보다 심한 관계로, 다음 대련은 30분 뒤에 다시 진행하도록 하겠다.”

“네? 30분이요?”

“누가 이긴 거예요?”

“질문은 이따가 받도록 하지.”

태무석이 아이들의 질문을 무시한 채, 기절한 오유성과 김지우를 데리고, 문밖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아이들은 벙찐 표정을 지으며, 대련장 위를 바라봤다.

처참하게 갈려 나간 사각링 위로 뜨끈한 열기가 감돌았다.

“누가 이긴 거야?”

“몰라. 확실하진 않은데, 지우가 검기를 쏘니까. 유성이 몸에서 불길이 치솟지 않았어?”

“어. 맞아. 그렇게 보였어. 그러면 지우가 이긴 거야?”

열기에 시선을 제대로 두지 못한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토론을 이어나갔다.

“아니지, 둘 다 기절했으니까. 무승부지.”

“무승부? 하긴 둘다 크게 다쳐보였으니까. 다음 대련은 못하겠다.”

“아싸, 부전승 개꿀.”

의미 없는 대화가 오가는 와중, 한 아이가 떨어진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와··· 미쳤다.”

아이는 재생된 영상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맞다. 영상 찍었었지.”

“나도 좀 보자.”

호기심을 가진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고,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액정 너머, 오유성의 손바닥으로 발포된, 거대한 불기둥을 보며, “와···.” 아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

끼이이이-

작은 고래 한 마리가 허공을 떠돌며, 주변을 배회한다.

“우빈 씨, 소환수인가?”

“그런거 같은데, 신기하네. 진짜 동물 같아.”

수십 명의 스카우터가 모여, 한 장소를 응시한다.

그 장소엔 고지태와 강우빈이 서 있었다. 원래라면 한 명씩 우빈에게 다가가 길드 가입 권유를 하고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고지태의 등장으로 스카우터들은 더 이상 나설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신입 사원을 뽑겠다고 대기업의 CEO가 직접 찾아온 상황이지 않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에이, 난포기.”

“밥이나 먹으러 가죠.”

우빈과 고지태의 대화가 길어질수록, 모여있던 스카우터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비운다.

‘어떻게 하지.’

어수선한 분위기 속. 김오준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고지태와 우빈의 대화를 엿들었다.

“고지승을 처리한 내용입니다. 최소 5년은 감옥에서 살도록 작업했습니다.”

“친형이라고 했죠. 나쁘지는 않네요.”

고지태가 우빈에게 무언가를 건네자, 우빈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만족하셨다면, 조용한 데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묻고 싶은 게 많습니다.”

“만족합니다. 재산 몰수에, 언플까지. 다 마음에 드는데···. 딱하나. 얘는 왜 그대로 놔둔거죠?”

“그건······”

대화를 듣는 김오준의 눈매가 좁아진다.

‘뭔가를 부탁한 건가?’

둘의 대화를 통해 유추하던데, 둘은 이미 구면인 듯싶었다.

강우빈이 고지태에게 무언가를 부탁한 모양인데.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기회다.’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둘이 대화를 통해, 답을 내놓기 전. 나서서 빈틈을 공략하는 게 좋아 보였다. 하다못해, 마스터가 오기 전까지 시간을 끌기에 이만한 타이밍이 없었다.

판단을 내린 김오준이 고지태와 강우빈을 향해, 다가갔다.

“잠시만요!”

그렇게 둘의 대화를 방해하려는 그 순간이었다.

후웅-

바람이 휘청거리는가 싶더니.

끼에에엑!!!!!!

거대한 그리폰 한 마리가 스포츠카 위로 쾅!!! 내려앉았다. 그다지 놀라운 광경은 아니었다.

“김오준! 어디야? 강우빈 어디 있어!”

저 그리폰은 마스터가 자주 애용하는 날것이었으니까. 다만, 그리폰이 내려온 장소다 문제였다.

“내··· 멕라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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