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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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놀란 생쥐처럼 흔들거리는 것과 함께 모습을 들어낸 3 마리의 케워크의 동체에 시

즈는 침을 삼키며 뒤로 물러섰다. 멀리서 몇 번 자신을 목표로 하고 쫓아오는 것을 몇 번 보

았지만, 설마하니 현재 가까이서 보는 것처럼 거대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헤모 사제 또한 마찬가지였다. 늑대의 변종인 케워프는 한 아름

은 될만한 유선형 몸체를 가뿐하게 받치고 있는 다리를 가지고 있었고 푸른 인광을 줄줄 흘

려대며 이글거리는 시선은 시즈가 들고 있는 검을 향하자, 얼음보다 차가울 것 같은 이빨을 

들어내며 크르릉거렸다. 동방 대륙, 그 곳에서도 햇살이 가장 먼저 비친다는 나라에서 건너

온 검은 검은 수실로 장식된 검붉은 검집이 인상적인 예도는 양날인 검에 비해 잘 부러지지 

않았고 적당하게 휘어있어 찌르거나 벨 때 훨씬 치명적이었다. 

「검은 멋진데, 잡은 손이 떨리니 영 불안하군.」하고 헤모는 힐끗 시즈를 쳐다보고는 퉁

명스럽게 말했다. 성투사였던 자신보다도 먼저 기척을 알아낸 시즈가 검을 잡은 채 떨고 있

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헤모는 모르고 있었다. 시즈는 청각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약간이지만 의지대로 바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노래를 바람에 실을 수 

있듯이 먼 거리의 소리도 바람에 묶어와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더욱 불안한 것은 

떨고 있는 시즈 자신이었다. 아직도 그는 늑대와의 싸움에서 죽음의 공포를 잊지 못했던 것

이다. 아니 어쩌면 늑대의 공포는 극복했는지도 모른다. 다만 늑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괴

수인 케워크의 공포에 질렸을지도. 

「그런 말을 해봤자, 떨림이 멈추진 않을 것 같은데요.」하고 케워크의 살기어린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시즈는 쓴웃음을 지었다. 누구라도 저 소머리만한 발바닥에 얻어맞을 생각을 

하면 떨리지 않을 수 없을 걸. 그러나 시즈의 그런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저 놈들은 우리가 지치는 걸 기다리고 있군. 시즈! 마땅찮지만 내가 두 마리를 맡겠어. 

나머지 한 마리를 부탁하네.」 

그렇게 말하는 근육질의 거인 신관은 떨기는 커녕, 투지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과연…. 최강의 투사로군.」 

어찌보면 별종들이었다. 인간같지 않은 인간과 늑대같지 않은 늑대의 싸움. 모닥불의 일렁

이는 그림자에 비춰진 그 모습은 전설에서나 나올 듯한 영웅과 괴수의 모습같았다. 발을 구

르는 소리가 땅을 울리고 바람을 가르는 발톱이 공기를 거칠게 찢어대자, 놀란 새들이 어두

운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공포스럽고 경이로운 광경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한 야수의 포효

가 숲 속을 휘돌았다. 급히 돌아보니 남아있는 한 마리의 케워크는 자신을 무시한 것이 기

분이 나쁜지 성난 콧주름을 가득히 지으며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들었다. 엉겹결에 몸을 구

르며 피하자, 어둠을 가르는 5줄기의 섬광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퍽!하는 섬뜩한 소

리와 함께 시즈의 허리보다도 굵은 나무기둥이 두부처럼 뜯겨나갔다. 시즈는 자신이 천번

을 두들겨대는 나무기둥이 케워크가 한번 후려치는 것보다 못하자 기분이 처참했다. 야수

의 푸른 인광이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바람처럼 달려들었다. 헤모

가 보았더라면 놀라서 눈을 크게 뜰만큼이나 자연스럽고 깨끗한 움직임으로 시즈는 검을 

뽑으며 기합을 질렀다. 

「섬!」 

검은 마치 검집에서 빛줄기가 뽑혀나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면서 케워크에게 그어졌다. 

일명, 발도라고 불리는 그의 기술은 동방 검술의 대표적인 기술로 차원이 다른 검속을 자랑

했으므로 신기라 불렸다. 그저 검집에 의지하여 빠르게 검을 빼는 기술이라고 이해하기 쉬

웠지만, 검을 뽑는 속도와 손목, 어깨의 비틀림이 정확하게 맞아들어가야 하는 매우 고난도

의 기술이었다. 또한 그런 조합의 속도를 전체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은 상당한 시간을 요

하는 것이었다. 특히 예도는 검날의 길이만 1m 30cm 에 달하는 긴 검인데 비해 휘는 각도

가 매우 작아 어설픈 흉내를 냈다간 어깨만 크게 상할 뿐 그냥 휘두른 것과 다를 바가 없었

다. 동방에서도 도들이 발도에 맞게 휘어지는 동안, 유독 한 나라에서는 예도에 맞는 발도

술과 검술을 독자적으로 발전시켰는데, 그 검술을 〈예도 검법〉 또는 〈예도 도예〉라고 

불렀다. 예도 도예의 발도술은 검의 각도가 심한 다른 나라의 발도에 비해 전혀 속도가 뒤

지지 않았으며 파괴력 면에서는 훨씬 웃도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야수의 본능을 가진 케워크조차 어깨가 잘려나가는 것을 뒤늦게 느끼고 분노의 포효를 지

르며 달려들었다. 그것과 동시에, 검신을 새끼손가락 아래로 오도록 잡은 시즈는 검을 휘두

른 반동으로 다리를 넓게 벌리며 주저 앉으며 팔을 편 상태로 손목을 뒤로 꺽어 검을 등 뒤

로 돌렸다. 〈복호세〉라고 불리는 예도 도예의 기본자세는 말 그대로 기회를 노리는 호랑

이처럼 뛰어오른 케워크를 노려보았다. 반동에 다시 반동, 스프링처럼 압축되었던 탄력이 

폭발하며 시즈의 몸이 쏘아져나갔다. 날으는 제비를 가른다는 기술인 〈비연참〉의 힘을 

실고 예도는 번개처럼 케워크의 아랫배를 훑고 지나갔다. 모닥불에 반짝이는 시뻘건 피가 

보석처럼 풀들에게 쏟아졌지만 이미 시즈는 땅을 구르고 피한 후 였다. 

「크아아아아아!!!」 

「으헉!!」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헤모에게 고개를 돌리던 시즈는 등에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천근처

럼 무거운 바위덩이가 등에 떨어진 느낌을 받으며 날아간 시즈는 나무에 머리를 받고 쓰러

졌다. 아끼던 안경이 부서지며 시즈는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뜨거운 선혈에 얼굴이 적셔지

는 것을 느꼈다. 어른거리는 시선을 뒤로 돌리니, 배에서 피를 줄줄 흘려대는 거대한 괴수

가 비틀거리며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빌어먹을…. 가죽만 베었었군. 흐흐. 재수없는 짐승같으니, 벼락이라도 떨어져라.」하며 

시즈는 그답지 않게 이죽거렸다. 케워크의 거대한 앞발에 맞는 순간, 등뼈가 완전히 부서지

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것이 레이모하의 뜻이라면!!」 

뻐어억!하는 충격음에 귀가 얼얼했지만 정말 벼락이 떨어진다고 해도 이보다 더 반가울까. 

거대한 물체가 시즈에게 다가서던 케워크에게 하늘에서 떨어져 충돌했다. 헤모가 다른 케

워크를 업어치기 하듯이 매쳐서 꽂아버린 것이다. 헤모의 엄청난 힘으로 인한 속도와 케워

크의 막대한 무게는 이미 뱃가죽이 너덜거려 허덕이던 짐승을 그 자리에서 절명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시즈! 괜찮나?」하며 달려온 헤모는 상반신에 여러가닥의 핏빛 줄무니가 나있었다. 그

는 숨을 헐떡이는 시즈를 바라보더니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괜찮을 수가 없겠군. 지혈! 붕대나 천 없나?」 

「흐헤헤헤. 늦었어요, 사제님. 목 아래의 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요.」 

「걱정말아! 느껴지게 해줄테니.」하고 외친 헤모는 정신조차 똑바로 가누지 못하는 청년

에 입에, 보랏빛의 가루를 붓고는, 물통을 처박았다. 시즈는 물도 가까스로 넘기고 힘이 없

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뭡니까?」 

「〈클러드낫〉이야.」 

이미 헤모는 보랏빛 가루가 들어있던 주머니를 허리에 매고 어느 틈에 시즈의 검과 배낭,

넬피앙까지 묶어서 목에 걸고 있었다. 시즈는 갑자기 깨끗해진 머릿 속에 신기해하면서도 

〈클러드낫〉이라는 약초에 대해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헤모 사제, 클러드낫이라는 약초는 처음 들어봅니다만…. 으악!? 으으으윽!!」 

갑자기 말을 하다가 비명을 질러대는 병자에게 헤모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재밌어 

죽겠다는 어조로 비명을 배경음악 삼아 말했다. 

「당연하지. 클러드낫은 독초거든. 그것도 신경을 예민하게 한 상태에서 팔과 다리 끝에서 

썩어들어가는 고문용 독초야. 흐려지는 정신을 되살려주는대는 끝내주는 효과가 있지.」 

「제,젠장!! 당신! 죽여버리겠어!」 

「그래. 닭 모가지라도 비틀 힘이 생기거든 도전을 받아주지.」 

고통에 몸부림치는 시즈의 양손을 한대 묶고 입에는 수건을 물린 채 업고 그는 맹수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유쾌한 그의 어조와는 달리 황금빛 눈동자는 불안과 절망으로 가득 차있

었다. 고통에 찬 시즈의 뜨거운 눈물이 어깨에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그는 중얼거렸다. 

「조금만 참게…. 수도가 얼마 안 남았어.」 

횃불 하나없는 어두운 숲이었지만 그는 눈에서 한가닥의 광휘를 내뿜으며 달리고 있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겠다는 의지의 불꽃이었으며, 그의 의지에 보답하듯이 칠흙

같은 밤 하늘 아래서도 별을 따서 장식한 듯 화려한 빛에 반짝이는 거대한 하얀 거성이 한 

사제의 눈물어린 눈동자에 비쳐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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