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화. 고백 (40/110)


40화. 고백
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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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하린은 몇 시간 전, 세준이 있었던 미쉐린 가이드 레스토랑 건물로 다시 들어섰다.

그녀의 곁에는 경찰이 동행 중이었다.

경찰은 건물 관리인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공무원증을 내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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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분이, 이곳 로비에서 어떤 사람과 부딪친 뒤 지갑을 도난당하셨다는데요. 저녁 7시에서 8시 사이 로비 CCTV 화면을 좀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경찰 뒤에 비스듬히 숨어 있던 하린은 긴장한 듯 눈을 한데 두지 못하고 마구 굴렸다.

사실 그녀는 이 건물 로비에서 누군가와 부딪힌 적도, 지갑을 도난당한 일도 없었다.

다만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세준과 함께 레스토랑으로 들어선 여자가 누구인지. 대체 누구길래 세준이 끝까지 정체를 감추려 하는 것인지 꼭 알아야 잠이 올 것 같았다.

세준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직은 손에 쥐고 있어야 할 보험 같은 존재였다.

한번 정한 마음을 쉽게 바꾸지 않는 철옹성 같은 도하의 마음을 언제 어떻게 돌릴지 불확실하기에 아직은 보험이 필요했다.

한데, 그런 보험 따위가 저를 먼저 뒤통수치는 꼴을 눈 뜨고 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한낱 개인적인 이유로 CCTV를 확인할 수 없었기에, 하린은 머리를 굴리고 굴려 지갑 도난 사고를 생각해냈다.

지갑에 500만 원이라는 거금이 현금으로 들어 있었고, 지갑도 수백짜리라며 가짜 사연을 만들어낸 그녀는 어렵게 경찰을 이곳까지 이끌었다.

관리인은 경찰이 내민 서류를 확인한 뒤, 두 사람을 CCTV 관제실로 데려갔다.

CCTV를 되감아 하린이 말한 시간대로 맞추자, 비교적 선명한 화면이 나왔다.

속도를 빠르게 조정해 재생시키자, 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으로 보이는 남자와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H라인 치마를 입은 여자가 건물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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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하린이 그 지점에서 소리를 내자 경찰이 다급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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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과 부딪친 사람입니까?”

하린은 반쯤 뒤집힌 눈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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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여자, 확대해 볼 수 있나요?”

CCTV를 관리하는 남자는 뚱한 표정으로 마우스를 몇 번 가볍게 클릭했다.

커다란 화면 위로 여자의 얼굴이 비교적 또렷하게 보였다.

순간 하린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처음 보는 얼굴이 아니었다. 3년 만에 도하를 만나러 간 저택에서, 얼마 전 백화점에서 보았던 재수 없는 여자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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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안…… 서지안이 어떻게 세준 씨랑!’

서지안이라는 꽃뱀이 권도하 한 사람으로 모자라 이제는 지세준에게까지 접근하는 건지.

그게 아니면, 설마 지세준이 권도하의 여자에게 먼저 접근한 건지.

둘 중 뭐가 먼저든 자존심이 상해서 인정할 수 없었다.

서지안이 제 보험 같은 남자에게 접근하는 것도 두고 볼 수 없고, 지세준이 저를 두고 권도하의 여자를 탐내는 것도 싫었다.

그리고 제일 싫은 건, 빼어나게 예쁜 것도 아니고 저보다 잘난 것도 없는 여자를 일일이 상대해 주는 두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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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저딴 여자랑 엮이는 거야!’

하린은 저도 모르게 거친 숨을 쉭쉭 거리며 입술을 질끈 물었다.

경찰이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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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이 그쪽이랑 부딪친 사람이 확실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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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린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경찰은 다시 영상을 재생시켰다.

빠른 배속으로 화면이 흘러갔지만, 하린이 말한 시간 그 어디에도 그녀와 누군가가 부딪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의심스럽게 보자, 하린은 뒤늦게 놀란 척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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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이 빌딩에서 부딪친 게 아니었나. 아닌데, 분명 여기 같았는데.”

그녀의 무책임한 말에 경찰이 화를 꾹 누른 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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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정확하지도 않은 기억으로 신고하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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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죄송해요. 너무 큰 돈을 잃어버렸다 보니, 경황이 없어서 기억이 조금 꼬였나 봐요. 죄송합니다.”

얼마간 경찰의 쓴소리를 들은 하린이 터덜터덜 건물 밖으로 걸어 나왔다.

어두운 밤, 분노가 깃든 눈동자가 소리 없이 번쩍였다.

***

정순은 방을 나가기 전 지안의 곁으로 다가가 귀에 대고 나직이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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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옮기면서 부부 잠옷이랑 기타 필요한 것들을 사서 드레스룸에 구비해 뒀으니 이따 한번 확인해 보렴.”

지안은 이미 반쯤 넋이 나가 있는 상태로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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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할머님.”

정순이 나가고 아기자기한 신혼 방에 둘만 남겨지자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함께 보내는 밤이 오늘이 처음도 아니었고, 3년이라는 긴 시간을 붙박이처럼 붙어 지냈는데.

신혼 방이라는 간지러운 장소가 사람을 굉장히 부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지안은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공연히 벽지를 쓸어내리거나, 가구 모서리를 만졌다.

도하는 그런 지안의 반응이 재미있는지 집요한 눈으로 그녀를 쫓아다녔다.

그러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침대 쪽으로 걸어가더니 그 위에 살짝 걸터앉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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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면 한번 누워 보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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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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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가 좁을까 봐 걱정된다며.”

불안해하지 말고 누워서 직접 확인해 보라는 말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였다. 하지만 지안의 귀에는 그조차도 순수하게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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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나중에요. 지금 이 외출복 상태로 침대에 눕기엔 좀…….”

지안이 손사래를 치며 한 발자국 물러서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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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때, 남도 아니고 우리가 쓸 건데. 이 방을 무균실로 만들 것도 아니고.”

그러면서 도하는 지안의 팔을 단숨에 낚아채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어!

그의 손에 이끌려 속절없이 침대 위로 기울어지는 몸.

그 순간 지안의 머릿속으로 억울한 생각들이 스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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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균실을 만들 것도 아니라고? 언제는 먼지 걱정 때문에 침대 크기도 작은 걸 선호하시던 분께서.’

지안을 잡아당기며 반동으로 먼저 침대 위로 넘어간 그의 커다란 품 위에, 그녀의 몸이 순식간에 떨어졌다.

이…… 이건.

제 몸이 매트리스 아닌 딱딱하고 단단한 남자의 몸 위로 떨어지자 지안은 기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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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녀는 불과 몇 분 전, 두 사람이 좁은 침대 위에서 함께 자는 방법에 대해 떠올려 봤었다.

모로 누워 자거나 서로를 마주 보고 옆으로 누워서 자는 방법 같은.

하지만 이런 참신한 방법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광활한 어깨를 가진 남자의 몸 위에 올라타 그의 단단한 품과 허벅지를 매트리스 삼아 자는 법.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무엇을 상상하든, 권도하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비스듬하게 올라가던 입꼬리의 의미가 딱딱한 인간 돌침대 전법이었을 줄이야.

코끝으로 익숙한 남자의 향기가 스며들자, 지안은 각성한 듯 몸을 일으키려 어깨를 비틀었다.

하지만 어느새 그의 커다란 팔이 그녀의 몸을 엑스 자로 완벽히 사수한 뒤였다.

바스트부터 갈비뼈까지 깊숙이 그의 품에 파묻히는 느낌이 들었다.

지안은 그의 품에서 낑낑대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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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불편하거든요.”

도하는 그런 그녀를 쓱 내려다보며 대수롭지 않게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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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환경에 왔으니 새롭게 적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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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서 그는 그녀를 감싸고 있는 팔에 더 굳센 힘을 넣었다.

심장이 미친 듯 두방망이질 쳐대서 숨을 제대로 쉴 수조차 없었다.

그때 그의 붉은 입술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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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지안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

뭐가 좋다는 건지. 혼자 누운 최신형 기능성 매트리스가 좋다는 건지, 아니면 이렇게 제 몸 위에 여자를 태우고 누워 있는 상황이 좋다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후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틈만 나면 낯 뜨거운 스킨십의 상황으로 그녀를 무자비하게 몰아넣었다.

불과 한 시간 전, 비상계단에서도 그랬다.

굶주린 짐승처럼 제 입술을 미친 듯 붙들고 놓아주지 않던 남자.

머리 위 조명 센서가 아찔한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자꾸만 깜빡이던 그때가 다시 떠오르자, 지안은 벗어나기 위해 다시 한번 몸에 힘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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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좀 풀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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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답 대신 그녀를 꼭 끌어안고 있던 팔의 옥죄는 강도만 더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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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하 씨!”

지안이 답답함에 소리치자, 도하가 지그시 감고 있던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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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의 눈을 보자, 습관처럼 가슴이 졸아들었지만, 지안은 말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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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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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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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혈기 왕성한 남자가 3년 동안이나 잠들어 있었으니, 이성에 대한 그, 그런 욕망이 얼마나 클지 이해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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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욕망?”

도하가 정확한 대답을 요구하듯 동공을 키우자, 지안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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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성에 대한…… 육체적 욕망 같은 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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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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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해요. 인간도 동물이니까 그런 욕구를 해소해 줘야 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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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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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쌓인 욕구 때문에 힘들어서, 가장 가까이에 있고, 법적 아내이기도 한 저를 타깃으로 삼으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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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하는 무감한 표정으로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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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처럼 막 입맞춤을 한다거나, 지금처럼 저를 몸 위에 태운다거나. 자꾸 이러시면 저도 곤란해요. 제가 권도하 씨 아내가 되기로 했던 건, 이런 욕구 해소의 도구가 되려던 게 아니고…….”

순간 도하가 날카롭게 지안의 말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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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욕구, 욕정 같은 거 아니고…… 애정이라는 생각은 못 해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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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지안의 입술이 살짝 벌어진 채 그대로 굳었다.

욕정 아니고 애정?

잠시 말없이 까만 눈동자로 그녀의 얼굴을 훑던 도하가 나직이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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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한테나 들이대는 짐승 같은 욕정 말고, 좋아하는 여자에게만 터져 나오는 애정.”

지안의 놀란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다 이내 멍하게 굳었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심장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쿵쾅쿵쾅.

그 순간 쐐기를 박듯 날아온 낮고 묵직한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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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게 됐어. 서지안, 당신.”

그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빛을 내며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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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렇게 옆에 있으면, 자꾸 안고 싶고 또 입 맞추고 싶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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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하는 깊어진 눈에 지안을 가득 담으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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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안 너,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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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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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심신 미약한 남자를 마음대로 흔들어 놓으면 어떡하나.”

현기증이 날 정도로 어지러운 고백.

지안은 하얗게 상기된 얼굴로 버벅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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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기요. 권도하 씨, 그, 그러니까.”

입술이 떨리고, 머리는 어지럽고, 심장은 주체할 수 없이 뛰었다.

놀란 지안이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몸에 힘을 넣자, 도하는 힘을 풀어 그녀를 품에서 놓아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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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게. 당신도 내 맘과 같아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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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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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냥 당신 속도로 천천히 와. 대신 다른 데 말고 내 앞으로만 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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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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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 걸린대도, 아니 그 이상이 걸린대도 끝까지 기다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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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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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 곁을 묵묵히 지켰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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