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7화 〉 1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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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소개영상부터 많은 이목을 끈 덕분에 커뮤니티는 후끈 달아올랐다.
‘성공을 보장받는 캐릭터 디자인’의 사니 선생님과 자신이 마음에 드는 캐릭터만 모델링을 하는 장인 츠치노켄의 손을 거친 캐릭터였다.
모두가 좋아하는 여우라는 귀여운 동물, 판타지 세계관에 어울릴법한 구미호라는 설정
서양 사람들에게도 어필 가능하고 동양 사람에게도 어필 가능한 디자인과 이름
무엇보다도 아리아의 정체가 ‘메이드 라’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기대감을 선사했다.
게임 잘해, 노래 잘 불러, 소문으로는 미인에다가 못하는 게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영어도 잘하고 요리도 잘하는 말 그대로 사기 캐릭터의 메이드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방송을 한다.
2월 2일부터 생성된 그녀의 트위터 계정은 벌써 30만 팔로워를 보유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해당 계정을 불법 봇이라고 판단한 트위터가 삭제했다가 다시 복구를 하는 해프닝이 일어났으며...
그 다음날 유튜브 채널이 계설, 방송을 하지도 않았는데 시작부터 15만명을 보유하게 된, 유튜브의 실버버튼을 받을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하는 어마무시한 일이 발생했다.
기존에 확고한 팬덤을 가진 유명인들이 유튜브를 시작할 때 일어나는 일이 발생한 셈이었다.
그렇게 온갖 커뮤니티의 기대를 받으며 화려하게 스타트를 끊은 아리아의 데뷔일인 2월 8일이 되었다.
토요일 오후 일곱시
방송을 하기 몹시 적절한 시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 수는 무려 3만5천명.
인기 예능인의 개인 채널, 혹은 잘 나가는 버튜버들의 특정 방송이 아니고서야 도달하기 어려운 숫자를 데뷔 때부터 받게 된 셈이었다.
이윽고 깜찍하게 SD캐릭터가 움직이는 송출 대기 화면이 끝나고 소문의 버튜버가 등장했다.
가슴골을 살짝 보이게 하는 도발적인 개량이 이루어진 동양식 복장
쫑긋거리는 여우귀와 빠져들 것 같은 황금빛 눈동자
눈을 깜빡거리면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듯 존재를 각인시킨 버튜버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선라이즈 GB 프로젝트:드림 소속의 버튜얼 유튜버인 아리아라고 합니다.
많은 관심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잘 부탁드릴게요.“
그와 동시에, 그녀의 방송 한 구석에 빠른속도로 방금 말한 영어 문장이 송출하기 시작했다.
음악 소리에 묻혀서 잘 안들리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키보드 속도
그러니까 말하면서 동시에 영어로 입력을 하는 본인의 언어 재능을 숨기지 않는 신예였다.
♥♥♥♥♥
꺄아아아악
목소리 너무 예뻐요!!
맑고 고운 음정, 차분하면서도 귀에 때려박는 듯한 정확한 발음
훌륭한 인터넷 방송인의 표본이 되는 예쁜 목소리는 바로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선라이즈 목소리 계열 치트키인 이나리와 버금가는 목소리에 그녀의 구독자 숫자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저는 말이죠...”
폭주하는 시청자에도 당황하지 않는 그녀의 차분한 자기소개가 이루어졌다.
평범한 여우로 태어나 오랜 기간 동안 결계 속에서 수련을 하고 구미호가 되었지만 속세에 떠도는 선라이즈를 접한 순간 인터넷 방송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세상에 나왔다고 한다.
그 후 나모의 도움을 받아 인간 세계에 적응하고 방송인이 되기를 위한 준비를 마치고 데뷔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치 현대 판타지 소설의 도입부같은 이야기는, 이미 용이나 마왕성 공주, 천사나 파라오를 알고있는 사람들은 그 설정을 쉽게 받아들였다.
“좋아하는 거요? 당연히 선라이즈의 선배님들이죠. 그녀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이야기를 하자면 끝도 없어요. 그것 의외에는 노래하고 춤추는 것과 게임 하는 걸 좋아하죠.”
“하고 싶은 거요? 저의 식신들과 함께 즐겁게 놀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네요. 게임도 좋고, 노래도 좋고,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새롭게 도전하는 것도 즐겁겠네요.”
“포부요? 후후후, 이래보여도 저, 구미호랍니다? 선배님들에게지지 않는 버튜얼 유튜버가 되는게 우선이죠.”
그녀는 그녀의 선배들이 첫 방송에 그러하였듯이 긴장하는 기색은 일절 없었다.
폭주하는 채팅창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준비해온 프로필을 읽어주면서 차분하게 자기소개를 이어나갔다.
자기의 말만 이어나가면서도 적절하게 코멘트의 반응을 체크하는 듯 ‘아, 그 말이 맞아요.’라고 반응하는 방송 진행력
캐릭터 자체도 오타쿠라면 한 번쯤은 접해본적이 있는 구미호라는 캐릭터에 몹시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목소리
소문을 듣고 찾아와 첫 방송에 5만명의 동시 시청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떨리는 기색이라곤 보기 어려운 담대한 심장은 보통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말하는 도중 후후, 거리는듯한 매혹적인 목소리와 웃음소리였다.
미인의 웃음소리는 듣기만 해도 사람을 반하게 한다고 하였는가?
동양 괴담의 구미호는 사람을 매혹시켜서 간을 빼먹는다 하였는가?
그녀는 그야말로 요괴같은 존재였다.
사람을 홀리는 요괴 말이다.
“여기까지가 저, 아리아의 소개였답니다. 어떠신가요 여러분들? 저에대해서 조금 더 잘 알게 되신 것 같나요?”
살짝 윙크를 하며 고개를 기울인다.
정성스럽게 빚어낸 구미호의 느닷없는 애교에 시청자들의 심정이 녹아 내렸다.
언니 날 가져요!!!
잘 알고있습니다. 잘 알게 될것같습니다!
여우가 간을 뺴먹는다 여우가 간을 빼먹는다
이게 행복인가?
언어의 장벽을 초월한 오타쿠의 열렬한 반응이 채팅을 가득 매웠다.
그들의 뜨거운 호응을 확인한 아리아가 살짝 걱정하는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시간이 어디보자… 참 애매하게 남았네요? 한 시간 정도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30분이면 게임을 하기도 애매하고, 만화 낭독을 하기도 애매하고…”
노래!! 노래!!
카라오케!!
신인 솜씨좀 보자!
“어머나, 구미호의 노래를 듣고 싶다구요? 여러분들 괜찮으시겠어요?”
노래 못해도 상관없어
그냥 그 목소리를 쓰면 된다!
마녀의 노래라도 사랑할 자신이 있어!
그냥 에이비씨 송만 들어도 행복할거야!!
동요라도 상관없다!!
음정 박자 모든것을 무시해버리는 선라이즈 전설의 가창력을 지닌 마녀를 언급하면서 시청자들이 달아올랐다.
애초에 아이돌을 꿈꾼다며! 무대를 선보여라!
노래 방송에서 도망치지마라! 도망치지마라!
“후후, 좋아요. 아이돌을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사람을 홀리는 노래 솜씨는 갖춰야한다는 거, 잘 알고 있다구요.”
잠시 화면인 전환되더니, 그녀의 프로필이 사라지고 영어 자막을 기입하던 두루마리 같은 창이 사라졌다.
무대를 연상하게 하는 배경에 선 그녀는 조잡하게 그린 기타를 가져왔다.
예쁜 일러스트에 그러지 못한 기타, 그 언밸런스함에 사람들이 푸훕, 하고 웃었다.
참으로 골때리는 신인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흠흠, 일단 첫 곡은 가볍게… 유명한 곡부터 들어갈게요.”
직접 기타를 치는 듯 마이크 너머에서 기타소리가 들려왔다.
손을 풀듯 가벼운 멜로디를 연주하던 그녀는 아아하면서 마이크를 조정했다.
“자아, 여러분 손에 레몬 하나를 쥐시고… 스타트!”
약간의 정적 후, MR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노래가 시작되었다.
2018년 일본을 강타한 요네즈 켄시(????)의 명곡 레몬
5억 5천만 뷰를 돌파한 일본 역사상 최고의 재생횟수를 가진 곡이었다.
서정적인 멜로디에 감정선을 울리는 누군가를 추모하는 가사가 멋드러진 명곡
“꿈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지금도 당신을 꿈속에서 보아요.”
이것을 부르는 가수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곡에 맞게 감정을 조절하며 얌전하게 부르기도 하고
잔잔한 반주에 맞춰서 예쁜 목소리로 부르기도 한다.
아리아 같은 경우에는…
아니 잠깐 왜 자연스럽게 치고 나오지?
신인의 보컬력이 범상하지 않다ㅋㅋ
이게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절제하는 화려함이다.
감정선을 타면서도 시원하게 내지르네, 힘없는 목소리보단 자신감이 넘쳐서 좋아
“그날의 슬픔조차, 그날의 외로움조차, 그 모든것을 사랑했던 당신을 향해!”
“반으로 자른 열매의 한쪽처럼, 지금도 당신은 나의 빛.”
시원하게 내지르는 편이었다.
시작은 조용하게, 그리고 점점 더 커지게
슬픔이 폭발해서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장면에는, 슬픔을 털고 추모를 끝낸 사람처럼 말이다.
그 후에는 다시 가라앉는 감성으로 서정적인 마무리를 한다.
한 곡에 담긴 감정선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하는 숙련된 아티스트의 감정선 조절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게 하는 압도적인 보컬 실력에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완곡 후, 기타를 내려둔 아리아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와아아! 박수박수! 인간 세계의 명곡, 레몬을 지어주신 훌륭한 인간 가수분에게 박수를!”
이전의 매혹적인 구미호가 아닌, 살짝 촐싹거리는 그녀의 행동거지에 사람들은 폭소했다.
그리고 느꼈다, 아 이 캐릭터 쉽지 않네 라고 말이다.
노래를 부를 때는 자신감이 넘치고 귀여움이 넘치는 캐릭터가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박히기 시작했다.
“사실은 말이에요, 이 곡은 제가 인간 세계에 왔을 때…”
그 후에는 자신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담아 말하는 구미호는 확실히 귀여웠다.
솔직하게 좋아하고 찬양하는 그 모습에, 왠지 모르게 우쭐한 미소가 지어진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진정한 아리아는 다음 노래를 골랐다.
“흠흠, 이번 곡은… 영어네요. 네, 아리아는 영어 노래도 잘 부른답니다. 어째서냐구요? 후후후, 비밀이랍니다.”
그와 동시에 잔잔한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심금을 울리는 바이올린 소리와 함께 잔잔하게 깔리는 피아노 소리
그에 따라 영미권 오타쿠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주로 What? 같은 놀라는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게, 지금 나오는 노래는 한 때 ‘도전하기’라는 주제로 가수들의 가창력을 비교하는 소재로도 쓰이는 곡이었으니 말이다.
뉴에이지 그룹 시크릿 가든의 명곡, You Raise Me Up 은 훈련받지 않는 일반인들이 쉽게 부를 수 없는 곡이다.
“그리고 지금 나오는 곡은… 참 좋은 곡이죠. 한 번 듣고 정말로 감탄했답니다. 영어라 모르실 수 있으니 가사 파일이 어디보자…”
이윽고 곡이 시작되었다.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일본어 가사가 딸린 파일을 직접 첨부한 탓에 영어를 모르는 이들도 빠져들 수 있었다.
“When I am down and, oh my soul, so weary.
내 마음이 우울하고, 나의 영혼이 많이 지칠때…”
마치 남자의 낮은 음처럼 조용하게 시작되는 소리
여자가 이렇게 낮은 음을 낼 수 있다고?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up on mountain
당신은 저를 일으켜 세우셔서 산 꼭대기에 서게 만드시고”
“You raise me up, to walk on stormy seas
당신은 나를 높이 올려 폭풍이 부는 바다를 걷게 해주시죠.”
하지만 그것은 이내 다른 사람이 불렀다는 듯, 자연스럽게 치고 올라온다.
일반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보컬의 커버역
텔레비전에서도, 미디어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음역대
그리고 숙련된 가수들만이 보이는 탄탄한 창법과, 곡에 들어있는 디테일까지 이 모든게 이루어졌다.
미…친…
소름돋았어 방금
이게… 아니 왜 이사람 여기에 있어?
그냥 가수 데뷔하면… 다 씹어먹겠는데?
인터넷 방송인에게 전문 가수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당연했다.
좋은 음악을 부르는 것과 인터넷 방송인의 소양은 달랐으니까.
시청자들에게 내내 미소를 띄게 하고, 즐겁게 방송에 참여할 수 있게 이끄는 흡입력과
노래로 사람을 경탄시키는 것은 다른 영역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 경계가 무너졌다.
마치 대형 기획사에서 데뷔하기를 노리던 아이돌 후보생이건, 가수 후보생이건 하는 특급 유망주를 50억엔 정도 주고 데려온 다음, 오타쿠 교육을 시킨 후, 대 오타쿠 결전병기로 만든 다음 데뷔시키지 않는 이상에야 나올 수 없는 어마어마한 실력의 신인이었다.
층간소음, 이웃과의 갈등을 유발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시원한 가창 이후
‘저 잘했죠?’ 라고 말하는 듯한 장난스러운 윙크를 한 아리아는 바로 다음 노래로 이어나갔다.
“강해질 수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어~”
2019년 일본을 강타한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국민 애니메이션으로 등극한 이후, 일년을 넘어선 지금에서도 사랑을 받는 애니메이션의 주제가가 흘러나왔다.
“나를 데리고 나아가~!”
시작부부터 강하게 치고 나가야 부를 수 있는 난이도 높은 곡을, 지치지도 않는지 시원하게 지르면서 부르는 구미호는 확실히 사람을 놀라게하고, 압도시키는 요괴였다.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노래하는 그 모습은 다른 버튜버들에게는 없는 고유의 매력이 존재했다.
흔히들 존재감이 강한 배우나 연예인, 예술인에게 존재한다는 아우라였다.
이게… 프로젝트 단독데뷔?
아, 이정도 되는 인재니까 선라이즈가 단독으로 데뷔시키는구나…
아직 모른다, 우리는 아직 구미호의 매력을 모른다!
근데 저사람 진짜 요괴아님? 이게 존재하는 사람임?
어디 대형 기획사에서 사라진 신인 알아봐
나모의 꿈이… 이루어진다… 아, 그래서 프로젝트 드림이구나
한 시간을 살짝 넘긴 데뷔방송 이후
아리아의 채널에는 26만명의 구독자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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