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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아이의 생일 (1) (26/183)

26. 아이의 생일 (1)2021.07.28.

외부 업무 하나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한 지헌은 집무실로 가기 전에 회의실을 먼저 훑었다. 다원주류에서 1차 제안을 요청하여 AE가 회의를 소집했다고 들었다. 마침 회의가 막 끝난 듯했다. 지헌은 회의실에서 나온 AE에게 회의 내용에 대해 전달받았다. 회의 내용을 파악하고 나니 일을 떠맡게 된 정오의 표정이 궁금했다. 정오는 아직 회의실에 있는 모양이었다. 몇 발 내디뎌 회의실 가까이에 이르니 여자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는 정오였고, 남자는 같은 팀의 송기훈 사원인 것 같았다. 정오는 송기훈 사원과 꽤 친한 듯했다. 서서히 회의실로 다가가는 와중에 들려오는 두 사람의 다정한 대화가 심기를 긁었다.

16551141646757.jpg“대리님, 저 할 말 있는데.”

16551141646763.jpg“어, 해.”

16551141646757.jpg“저는 대리님이 좋아요.”

이윽고 기훈의 뜬금없는 고백이 들려왔다. 지헌은 두 사람의 대화를 더는 듣지 못하고 회의실 문을 두드렸다. 이미 열려 있는 문을 ‘쿵쿵’ 하고 세게 두드려 두 사람의 대화를 차단시켰다.

16551141646777.jpg“이정오 대리.”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바라보는 표정이 엇비슷하여 지헌의 주먹에 꽉 힘이 들어갔다.

16551141646763.jpg“네. 이사님.”

16551141646777.jpg“나한테 줄 거 있지 않아요?”

16551141646763.jpg“…….”

16551141646777.jpg“내 옷.”

입술을 벌린 채 굳어서는 눈동자만 바르르 떨던 그녀가 잠시 후 대답했다.

16551141646763.jpg“……아…… 네, 잠시만요.”

정오가 회의실 밖으로 뛰어나가는 것을 보며 지헌은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헌은 정오를 따라가지 않고 문에 기대어 회의실 안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지헌이 길을 막는 바람에 기훈은 회의실 안에 발이 묶인 처지가 되어 정리가 다 된 회의실에서 헛손질만 했다. 기훈은 눈치를 보았고 지헌은 기훈을 살폈다. 큰 굴곡 없이 원만하게 살아왔다는 게 얼굴에 잘 드러나는, 젊은 남자 사원. 비교적 성실하고 다른 직원들과 원만하게 지내며 팀장의 평가도 꽤 좋은 직원이었다. 그리고, 그 젊음과 치기만 믿고 이정오에게 고백을 했다……. 지헌은 가늘게 뜬 눈으로 기훈을 오래 쳐다보았다. 잠시 후 정오가 뛰어와 그의 앞에 카디건을 내밀었다.

16551141646763.jpg“감사했습니다, 이사님.”

16551141646777.jpg“세탁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16551141646763.jpg“…….”

16551141646777.jpg“감기는 나았습니까?”

16551141646763.jpg“네. 다 나았습니다.”

16551141646777.jpg“다행이네요.”

정오는 지헌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감기도 다 나았는데 왜 문자를 씹냐, 그가 그렇게 추궁할 것만 같았다. 정오는 고개를 숙인 채로 지헌의 옆을 빠져나가 기훈을 불렀다.

16551141646763.jpg“기훈 씨, 정리 다 했으면 나와.”

16551141646757.jpg“네!”

구원자 정오의 지시에 기훈이 서둘러 회의실을 나왔다. 두 사람은 지헌을 지나쳐 자리로 돌아갔다.

16551141646757.jpg“흐음.”

정오가 자리에 앉으려 할 때, 일부러 헛기침을 한 기훈이 정오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16551141646757.jpg“그때 그 옷 맞죠? 지난주 금요일.”

기훈이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정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16551141646757.jpg“그 카디건이 이사님 거였구나.”

16551141646763.jpg“내가 너무 아팠고, 추워 보여서 이사님이 빌려주셨던 거야.”

16551141646757.jpg“이사님이 의외로 자상한 데가 있으시네요?”

놀란 듯, 놀리는 듯. 왠지 감정이 느껴지는 기훈의 평에 정오는 입술을 말아 감추었다. 그때, 어느새 저승사자처럼 제작 2팀 파티션 너머로 모습을 보인 지헌이 기훈을 불렀다.

16551141646777.jpg“송기훈 씨?”

16551141646757.jpg“네. 이사님.”

기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16551141646777.jpg“아웃렛 디자인 확인했는데, 직접 손봐야 할 것 같네요.”

기훈의 눈동자에 지진이 지나갔다.

16551141646777.jpg“작업도구 들고 와요, 집무실로.”

지헌은 아무것도 읽히지 않는 표정으로 기훈을 흔들고는 먼저 떠났다. 기훈의 발밑으로도 지진이 지나갔다. 휘청거리며 의자에 털썩 앉은 기훈은 나라를 잃은 표정으로 급히 작업도구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훈을 딱하게 여긴 고은주 대리가 물었다.

1655114170521.jpg“기훈 씨, 내가 대신 갈까?”

16551141646757.jpg“아뇨…… 제가 작업했는데 제가 가야죠.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기훈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떠난 후, 은주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했다.

1655114170521.jpg“역시 정 이사 너무 마음에 안 들어…….”

정지헌 씨. 차곡차곡 미움을 적립해가고 있구나. 정오는 쓰게 웃어 보이고는 자리에 바로 앉았다. 두 시간이 지나 기훈이 돌아왔다. 두 시간 동안 어떤 노동을 했는지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박영광 차장이 가장 먼저 다독였다.

16551141705224.jpg“기훈 씨. 수고했어.”

16551141646757.jpg“흐아.”

16551141705224.jpg“어땠어?”

16551141646757.jpg“어땠을 거 같으세요? 이사님하고 저하고 단둘이 집무실에 있었는데…….”

16551141705224.jpg“…….”

16551141646757.jpg“거북이가 될 뻔했죠. 거북해 죽는 줄 알았다고요…….”

정오도 손을 뻗어 기훈의 어깨를 토닥였다. 기훈은 자리에 앉기 전에 바지 뒷주머니에서 큼지막한 휴대폰 충전기를 꺼내 내려놓았다.

16551141646757.jpg“휴대폰 배터리 나가서 자리에 다녀오겠다고 하니까, 이사님이 주셨어요. 거절할 수가 없었죠…….”

16551141646763.jpg“…….”

16551141646757.jpg“……이사님이 의외로 진짜 자상하신 것 같아요…….”

기훈의 넋두리는 그 후로도 간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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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헌이 나타나는 바람에 기훈의 갑작스런 고백이 묻혔다. 정오는 얼결에 난처한 상황을 피할 수 있었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진심인지, 아니면 가벼운 동료애인지. 기훈은 그 이후로도 태도에 변함이 없었다. 다정했고 깍듯했다. 회의실에서 했던 말을 다시 꺼내지도 않았다.

16551141646763.jpg‘그냥 동료애겠지.’

조심스럽게 추측만 하던 마음은 만 하루가 지나 판단으로 굳어졌다. 그런데, 확신을 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훈이 말을 걸었다.

16551141646757.jpg“아무 말씀 없으시네요.”

또 다른 회의가 끝나고, 정오가 다원주류 시안을 준비하기 위해 회의실에 혼자 남았을 때였다. 정오는 멍하게 물었다.

16551141646763.jpg“……응?”

16551141646757.jpg“제가 어제 말씀드린 게 있는데. 저쪽 회의실에서요.”

16551141646763.jpg“어어…… 어…….”

단둘이 되어 기훈이 다시 말을 붙이고 나서야 정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간 기훈과 단둘이 있을 틈이 없었던 거였다. 정오는 당황하여 머뭇거리다가 늦은 대답을 주었다.

16551141646763.jpg“나도 기훈 씨 좋아하지.”

16551141646757.jpg“그런 뜻이 아니고요, 대리님.”

16551141646763.jpg“…….”

16551141646757.jpg“이성적으로요. 서로 다른 성.”

정오의 뉘앙스가 탐탁지 않아 기훈은 말을 정확하게 바꾸었다. 고백을 하면서도 떨지 않고, 참 당당하고 편한 모습. 요즘 애들은 이렇구나. 기훈의 밝은 에너지가 정오의 시선을 붙들었다. 조금 더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 정오에게 기훈은 편하고 말 잘 듣는 후배 동료, 그 이상은 아니었다.

16551141646763.jpg“진심이야?”

16551141646757.jpg“물론이죠. 한 번 더 말씀드려요? 저는 이 대리님…….”

16551141646763.jpg“아니! 괜찮아.”

정오는 급하게 손을 저었다. 휴우. 기훈이 입술을 다시 붙이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요즘 애들은 이렇구나……. 사실 나이 차는 얼마 안 되는데. 애엄마라 그런지 남자 스물일곱이 몹시 어려 보였다. 나는 지금 송기훈 씨와는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은데.

16551141646763.jpg“난 그냥 장난인 줄 알았지.”

16551141646757.jpg“누가 그런 말로 장난을 쳐요.”

이를 어쩌지? 따끔한 말로 거절하면 상처받을까? 기훈이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라, 좋은 말로 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좋은 말로 거절했다가 여지를 남길까 걱정되었다.

16551141646757.jpg“미를 추구하는 직업이다 보니 사람들의 외형에 관심이 많이 가는 건 사실이에요.”

16551141646763.jpg“…….”

16551141646757.jpg“대리님은 진짜 예쁜데, 본인이 예쁜 줄을 모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매력 있고.”

16551141646763.jpg“아니! 나 알아! 엄청 알지! 나 예쁘지. 나 되게 예뻐.”

16551141646757.jpg“풉. 그러니까요. 예쁘다고.”

16551141646763.jpg“아니야. 나는 안 예뻐. 여기 봐. 주름도 있다니까?”

16551141646757.jpg“이랬다저랬다 하니까 너무 웃기잖아요.”

콩깍지 같은 것이 씐 건가? 자신을 좋게만 보는 기훈이 신기했다. 기훈의 구애는 계속되었다.

16551141646757.jpg“그냥 대리님 관찰하는 게 즐거워요. 볼수록 재미있고, 멋있는 모습들이 많아서 점점 더 좋아지고.”

16551141646763.jpg“기훈 씨 혹시 금사빠야?”

16551141646757.jpg“저 순정파거든요! 군대 가기 전에 한 번, 군대 갔다 와서 한 번. 연애도 두 번밖에 안 했고…… 아니, 내가 왜 이런 얘길 하지?”

기훈은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제풀에 웃고 말았다. 그녀의 앞에서 마냥 솔직해지는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

16551141646757.jpg“아무튼 좋다는 얘깁니다. 대리님이.”

정오는 미소 짓고 있는 기훈에게 미안했다. 지금 기훈은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몹시 떨면서도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노력하는 것일 수도 있다. 상황이 부담스럽지만, 상대가 진지하다면 그녀 또한 진지한 대답을 해줄 수밖에 없다.

16551141646763.jpg“기훈 씨, 나도 할 말이 있는데.”

마음을 단단히 먹은 정오가 입을 열었다.

16551141646763.jpg“나 사실 애 엄마야.”

16551141646757.jpg“…….”

정오의 고백에 기훈은 눈이 침침한 사람처럼 연거푸 삼박거렸다. 정오의 고백은 계속 이어졌다.

16551141646763.jpg“애가 지금 일곱 살이고.”

이번엔 얼빠진 얼굴이 되었다.

16551141646757.jpg“……대리님, 저 지금 좀 상처받았어요.”

16551141646763.jpg“…….”

16551141646757.jpg“제가 그렇게 싫어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식으로 거절을…….”

16551141646763.jpg“진짜야.”

기훈의 시무룩한 표정에 정오의 눈빛은 더욱 엄해졌다.

16551141646763.jpg“진짜라고.”

정오는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찾아 보여주었다. 예나가 정오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 사진이었다.

16551141646763.jpg“내 딸이야. 입양한 거 아니고 내가 낳은 진짜 내 딸.”

16551141646757.jpg“…….”

16551141646763.jpg“남편은 없지만 애는 있어. 이번 주 목요일이 딸 생일이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오랫동안 사진을 들여다보던 기훈이 혼잣말처럼 중얼댔다.

16551141646757.jpg“근데 아무도 그런 얘기를 안 했는데…….”

16551141646763.jpg“그냥, 사정이 있어. 어차피 결혼은 안 했으니까 회사 인적사항에는 ‘미혼’이라고 기록된 거고 회사에서 주민등록초본 떼어 오면 된다고 하길래 내 인적사항만 담긴 초본 제출했고. 그러니 아무도 모르지.”

16551141646757.jpg“…….”

16551141646763.jpg“기훈 씨가 너무 착해서 말해주는 거야. 이 회사에서 기훈 씨한테 처음 말하는 거야.”

기훈은 어제 정지헌 이사에게 붙들려 갈 때보다 더 충격을 받은 표정이 되었다. 그런 기훈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되어 미안했지만 정오는 한편으로 홀가분했다.

16551141646763.jpg“날 좋게 봐줘서 정말 고맙지만 내 상황은 이래. 난 앞으로도 내 딸만 잘 지키면서 살 거야. 미안해.”

16551141646757.jpg“…….”

16551141646763.jpg“기훈 씨의 연애를 내가 진짜 응원해. 좋은 여자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녀의 실토가 잘 먹힌 것 같았다. * 맡은 일들이 하나둘 쌓여 어느덧 산을 이루었다. 가장 힘든 점은 몸을 쓰는 일과 머리를 쓰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좀 더 집중한다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 텐데, 조금 더 시간이 많다면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의 시간도 함께 쌓였다. 월요일과 화요일을 넘어 수요일까지 계속된 야근. 목요일이 예나의 생일이라 정오는 필사적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목요일 아침!

16551141885215.jpg“엄마! 오늘은 무슨 날?”

웬일로 먼저 일어난 예나가 정오를 흔들어 깨웠다.

16551141646763.jpg“우리 공주님 생일이지!”

정오는 눈곱을 뗄 여유도 없이 일어나 예나를 끌어안았다.

16551141646763.jpg“예나 생일 축하해!”

16551141885215.jpg“고마워요, 엄마!”

주방에서 아침 준비를 하던 국순도 방으로 건너와 선물 상자를 내밀었다. 예나는 세게 손사래를 쳤다.

16551141885215.jpg“아니야, 그거 아니야, 할머니!”

16551141885232.jpg“이게 아니야? 왜 아니야?”

16551141885215.jpg“이따가 저녁에 파티할 때 풀어볼 거란 말이야.”

예나의 머릿속에는 이미 생일 파티의 식순이 정리되어 있는 것 같았다.

16551141885232.jpg“우리 공주마마가 어떤 요란 맞은 파티를 하시려고 그러나…….”

국순도 못 말리겠다는 듯 어깨를 편히 늘어뜨리고 웃었다. 구수한 미역국 냄새가 퍼지는 아침. 예나의 일곱 번째 생일이 찾아왔다. 예나는 핑크색 공주옷을 입었다. 예나가 가장 좋아하는 옷이지만 오늘을 빛내기 위해 몇 주 동안 입지 않은 거였다. 핑크색 공주옷에 왕관 머리띠, 거기에다가 머리는 동그랗게 말아달라고 하여 정오는 미용사가 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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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1141885232.jpg“머리를 그래 놓으니까 둘이 또옥같네.”

예나의 예쁜 모습에 정오의 어렸을 때를 떠올리게 된 국순이 흐뭇하게 웃었다.

16551141885215.jpg“엄마, 오늘 일찍 와야 해!”

정오의 손을 꼭 쥔 예나가 말했다. 어제도 몇 번이나 했던 당부였다.

16551141646763.jpg“그럼, 당연하지.”

16551141885215.jpg“약속!”

정오는 예나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어제 무리를 해서 야근을 했기 때문에 오늘은 한결 일이 수월할 터였다. 정오는 오늘이 완벽하길 바라며, 예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 출근길의 바람마저도 청명했다. 세상의 만물이 예나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만 같은 맑은 아침. 회사 엘리베이터 앞에 장승처럼 서 있는 지헌의 모습을 보고 잠시 멈칫했으나 정오는 밝게 인사했다.

16551141646763.jpg“안녕하세요, 이사님.”

16551141646777.jpg“네.”

그의 무미건조한 대답에도 정오는 빙긋 미소 지었다. 정지헌 씨. 오늘이 우리 아이의 생일이야. 그러니 당신도 오늘은 행복하길. 당신이 있어서 천사가 태어났으니까.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정오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자리를 찾아갔다. 팀 내에는 기훈이 혼자 앉아있었다.

16551141646763.jpg“기훈 씨, 좋은 아침.”

16551141646757.jpg“대리님 안녕하세요.”

기훈이 인사와 함께 파티션 너머로 무언가를 쓱 내밀었다. 핑크색 포장지에 싸인 손바닥 반만 한 물건이었다.

16551141646763.jpg“이게 뭐야?”

기훈이 정오에게로 고개를 깊이 숙여 귓속말했다.

16551141646757.jpg“애기 생일이라면서요.”

지헌이 이 장면을 뒤에서 잠잠히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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