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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오늘을 기다렸다 (101/183)


101. 오늘을 기다렸다
2022.04.16.


정오는 국순과 예나보다 한 발짝 앞장서 걸음을 내디뎠다. 국순과 예나를 지켜야 했다.

점점 장영미 여사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예나가 먼저 영미의 얼굴을 알아보고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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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 이 아줌마 알아! 아줌마, 우리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죠!”

사실 일주일 전에도 예나는 영미를 만났다. 예나가 친자검사결과를 확인하러 유전자 연구소에 갔을 때 영미도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영미가 재빨리 떠나는 바람에 예나가 영미의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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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이 아줌마가 학원 엘리베이터에서 내 머리 이렇게 뜯었어.”

예나가 국순에게 말했다. 고자질이었지만 아이의 눈높이일 뿐 딱히 악의는 없었다. 예나의 설명에 눈치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국순은 입을 다물었다. 저 사람이 내 딸의 시모가 될 사람이구나 생각하니 점잖아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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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죠? 나한테 5만 원 줬잖아요.”

두 번 추궁했는데도 영미에게 확인 대답을 듣지 못하자 예나는 재빨리 정오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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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근데 나 돈 안 받았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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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래.”

차분히 대답한 정오가 영미에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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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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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겠니?”

그러시겠죠.

이전과 딱히 다를 것 없는 시작. 이후에 일어날 일들을 짐작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정오도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앞으로 오갈 수 있는 대화들이 머릿속에서 착착 정리되었다.

그사이에 한 걸음 앞으로 나온 국순도 영미에게 먼저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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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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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 앞을 정오가 다시 막아섰다. 가슴에 찌르르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엄마는 언제나 딸을 위해서 먼저 인사하고 먼저 고개를 숙인다.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우리 엄마. 그냥 양보하고 넘어가라고 타이르는 우리 엄마.

이 약하고 착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도 자신의 임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죽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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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야, 할머니랑 먼저 올라가.”

정오가 이르자 국순이 주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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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괜찮아. 먼저 들어가.”

정오는 제 엄마에게 자신 있게 미소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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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늦게 지헌은 재광의 집무실을 방문했다. 재광이 몇 번이나 전화를 하여 어쩔 수가 없었다. 지헌은 오늘 있었던 모든 일을 재광에게 그대로 전했다. 지헌의 선택이 최선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기에 재광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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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녹음파일이 네 거라고 네가 직접 나서서 인정을 했으니 그쪽에서도 꼼짝 못 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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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은비가 사람들을 꽤 불러모은 덕에 일이 금방 퍼지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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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평판도 많이 떨어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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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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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네가 결혼을 하면 문제가 되지. 예나나 예나 엄마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특히 예나는 내년이면 초등학생이 되는데…….”

재광은 지헌이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내다보고서 한숨 지었다. 지헌도 그제야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린이집과 초등학교는 다르다. 어린이집을 다닐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들이 그 윗나이대의 집단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바둑학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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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용히 지내야 해. 말썽부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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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재광의 당부 덕에 지헌은 자신이 좀더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생기면 인생에 없었던 약점도 생긴다. 아주 사랑스런 약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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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자확인검사는 어떻게 됐냐. 채은엽이 조작한 게 맞아?”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에 재광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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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확신해요. 어머니께서 받아온 친자확인검사 결과지와 제가 받아온 결과지의 유전자 정보가 동일했습니다. 잘못된 정보를 신뢰하게 만들 계산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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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꽤 머리를 쓰긴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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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하지만 그쪽에서 동일한 유전자 정보를 쓴 덕분에 우리도 한 가지를 유추할 수 있게 됐죠. 제가 친자검사를 하러 간 날 채은엽에게 사주를 받은 누군가도 검사를 하러 연구소를 방문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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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하더라도 밝혀내기는 쉽지 않을 거다. 연구소에서 검사가 잘못되었다고 인정하더라도 누구와 혈액이 바뀐 것인지는 절대 알려주지 않을 거야. 개인정보 운운하며 말이다. 뒷조사로 파악하게 되더라도 법적 효력이 없는 정보는 쓸모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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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과실이 아니라 비리에 의한 업무방해죠. 연구소에서 관련자 색출에 비협조적이라면 법적으로 문제 삼으려고 합니다.”

잠잠히 끄덕이는 재광에게 지헌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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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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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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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은엽 아버지와 친하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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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재광은 생각에 잠긴 듯 턱을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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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욕심을 내는 것 같더구나. 그럼 나도 거리를 둬야지.”

은엽과 은비의 부친, 대법원 판사 채서복은 최근 들어 재광에게 야망을 드러내는 일이 잦았다. 재광이 원하지 않는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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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안에는 너 때문에 잘한 것도 있었어. 나는 채은비와 네가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서로에게 오해가 있었다. 소통의 부재가 빚어낸 오해. 이제라도 뒤틀린 것들을 하나하나 바로잡아보고자 한다.

잠시 침묵이 길어진 사이, 휴대폰을 들여다본 지헌이 빙긋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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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할 말씀 다 전해드렸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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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벌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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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랑 아홉 시에 만나기로 해서요.”

좋겠다…….

재광은 이 말을 육성으로 내뱉을 뻔했다.

예나라면 인정. 재광은 어서 빨리 만나러 가라고 손을 휘, 저어 보였는데, 다시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지헌의 움직임은 주춤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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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예나한테 문자가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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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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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거기 계시는 모양인데요? 정오네 집 앞에.”

 

*

예나와 국순이 떠난 후, 영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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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한테, 내가 누구라는 말도 안 했니? 할머니한테 이 아줌마가 뭐야. 버릇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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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씀을 들으니 여사님이 누군지 말하지 않길 다행이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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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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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누군지 밝히지도 않고 손녀 머리를 뜯어가는 할머니가 어디 있겠어요.”

비교적 온화한 목소리에 그렇지 못한 내용이었다.

정오의 역공격에 영미의 눈엔 바짝 힘이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에서의 일이 제게 득이 될 것은 없기에 영미도 유연하게 말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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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몰래 키웠니? 겁도 없이 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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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헌 씨가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같이 키웠겠죠.”

절대 기죽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대로 정오는 또박또박 반박했다.

그 기세에 영미가 먼저 놀란 듯했다. 영미의 눈썹이 위로 크게 떠올랐다가 반대로 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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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때 말하지 않았지? 왜 감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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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어렸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때죠.”

그날. 당신이 정지헌의 집에서 내게 윽박지르던 그때.

정오 또한 그때의 미련했던 자신을 인정한다. 그때는 너무 어렸다. 어른의 옷을 입는다고 바로 어른이 될 수는 없다. 임신을 하고서야 자신이 몹시 어리다는 사실을 깨달은 정오였다. 그전까지는 자신이 어린 줄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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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그날을 후회합니다. 하지만, 그날 제가 여사님께 더 달려들었다 한들 제 운명이 달라졌을까요?”

하지만 자신이 더 독했더라도, 더 똑똑했더라도 결과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으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영미 또한 인정하는지 정오의 주장에 반박하지는 않았다. 대신 현재를 원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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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이제야 나타났니. 그냥 그렇게 살아도 되잖아. 왜 이제야 나타나서 내 아들의 미래를 빼앗아!”

영미에게 지헌은 하나뿐인 아들. 무척이나 공을 들인 탑이었다. 제 아빠보다 더 상냥한 아들.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 나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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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었는지 스토커였는지 어떻게 알아. 그 애는 또 어떻게 판단하니. 어떻게 친자검사 하나만으로 과거를 다 증명해. 나한테 넌 그저 내 아들의 스토커일 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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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여사님께서는 다 알고 계셨을 거예요. 지헌 씨의 휴대폰에는 저와 나눈 문자 메시지와 통화 내역이 있었을 테니까요.”

정오가 허를 찌르니 영미가 움찔했다.

지헌이 한가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자신이 정오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

제 어머니가 그녀를 찾아오는 것을 자신이 막아야 한다는 생각.

사실 정오는 그걸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장영미 여사와 독대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말을 전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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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님. 저는 당당하고 떳떳합니다. 아드님에게 기억을 주입하지 않았거든요.”

기억을 잃은 그 사람을 기다리는 것. 미련스러울 만큼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마냥 지켜볼 때에는 속이 터지도록 답답했지만 다 지나고 나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과거가 되었다.

당당하고 떳떳할 수 있어서 정오의 말은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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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겠죠. 내가 오빠의 애인이었다고, 제 기억을 아드님에게 집어넣어서, 더 빨리 깨닫게 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여사님과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내가 억지로 기억을 집어 넣어준다면, 그건 정지헌의 기억이 아니라 이정오의 기억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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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헌 씨가 스스로 떠올릴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게 얼마나 애타고 초조한 일인지 모르시겠죠. 아이는 점점 커가는데…….”

자신 있게 말했지만 중간중간 아이를 생각하다 목이 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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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님께서 억지로 막아버린 걸, 정지헌 씨는 스스로 떠올렸어요.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비로소 깨달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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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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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정하셔야 할 거예요, 여사님.”

정오가 실금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믿고 기다린 시간만큼의 힘. 내게는 그게 있으니.

나는 이제 약해빠진 사람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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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지헌 씨를 다시 만나기 전에도, 그리고 다시 만난 후에도 똑같이 행복하지만 정지헌 씨는 저를 만나기 전까지 불행했죠. 그거 아세요? 불행했다 행복해진 사람은 절박해져요. 다시 불행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할 거예요, 아드님은.”

정오의 한마디 한마디에 영미의 주먹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 주먹이 언제든 제게 날아올 것 같았다. 하지만 정오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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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님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지헌 씨와 제 사이, 예나와 지헌 씨 사이가 각별합니다. 얄팍한 믿음이었다면 여사님께서 가짜 친자검사 결과서를 내밀었을 때 돌아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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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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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님의 새 가족을 인정하고 축복해주실지, 아니면 계속 거기 머물러 계실지는 여사님의 선택입니다.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아요. 여사님이 제 인생에 딱히 필요한 건 아니라서.”

제 엄마, 국순에게도 한 적 없었던 모진 말을 사랑하는 사람의 어머니에게 하는 건 사실 고역이다.

어쩌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녀에게 호의를 보였던 지헌의 아버지, 재광과도 멀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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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딱 여사님께서 하시는 대로 할 겁니다.”

살아온 날들이 자랑거리는 되지 않지만, 자랑거리가 되지 않는 경험들은 살아가는 힘이 된다.

사랑받는 것에 집착하지 않으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주 많다. 이제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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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주시면 잘할 거고, 무시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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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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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해드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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