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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엄마한테 전화해 (123/183)


123. 엄마한테 전화해
202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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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시간 어떠십니까. 저녁때 은비 씨를 위해 스케줄을 비웠습니다.

 
은비는 함대근의 문자메시지에 답신할 말을 찾지 못해 가만히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속이 울렁거릴 때마다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

화요일에 대근은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날씨에 대한 시시콜콜한 인사였다. 예의상 가볍게 답신을 해주니 그제부터는 한 번 더 만나자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어제까지는 일이 있다며 거절했지만 사흘째 같은 방법을 쓸 수는 없었다.

울컥 또다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을 때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은비의 친구 BJ였다. 은비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터라 흠칫 놀라며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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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은비가 무슨 일이냐고 묻기 전에 BJ가 먼저 윽박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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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받으러 오라고 경찰서에서 연락 왔어. 명예훼손이라잖아. 이거 어떻게 할 거야!]

올 게 왔다. 이정오가 BJ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고소를 한 모양이었다. 상대가 무지막지하게 따지니 은비도 툭 쏘아붙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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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내가 했니? 동영상 올린 사람은 너잖아.”

BJ가 기가 막히다는 듯 허, 크게 헛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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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올려도 된다며! 카메라도 한 대밖에 없어서 아무도 모른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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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 그랬어. 일은 네가 벌여놓고 왜 나한테 성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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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채은비, 네가 계획한 일이라는 증거가 나한테 없는 줄 알아? 네가 나 꼬드긴 거, 내 친구도 다 기억하고 있는 사실이야. 문자 기록도 있어.]

BJ가 증거를 들먹이니 은비는 바로 태도를 바꿨다. 은비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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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명예훼손 고소잖아. 게다가 금방 수습됐고 피해도 별로 없었잖아. 이런 건 경찰들도 신경 안 써. 그냥 지나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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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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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알지? 우리 오빠가 변호사야. 오빠한테 얘기하면 문제없어. 그냥 해프닝으로 지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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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네가 책임져. 네 오빠한테 나 경찰서 갈 때 변호사 보내라고 해. 알았어?]

은비의 회유에 BJ는 더 따지지 않고 으름장을 놓은 후 전화를 끊었다.

은비는 바로 은엽에게 전화했다. 은엽은 금방 전화를 받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은비가 먼저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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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내 친구가 고소를 당했어. 그 이정오네 식당 동영상 올렸던 BJ 친구 말이야. 조사받으러 오라고 했대.”

후우. 은비가 어떤 장난을 쳤는지 소상히 알고 있는 은엽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멍청한 게 또 사건이나 일으켰다는 핀잔을 들을 것 같아 은비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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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같이 가줄 거지?”

의외로 은엽은 화를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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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친구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오늘 함대근이나 만나.]

대신 조건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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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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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지금 튕길 때야? 네가 그렇게 하면 내 체면은 뭐가 되겠어.]

은엽이 은비의 말을 가로챘다. 침착한 척하고 있지만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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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 너를 좋아하잖아. 그 정도 자본가가 너 같은 앨 좋아해주는 일이 그렇게 흔할 줄 알아?]

자신이 오빠에 비해 모든 면에서 떨어진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건 아닌데. 은비는 오빠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작아지는 자신이 한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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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은비. 정지헌 같은 똥차는 치워버리고 좋은 차 타야지. 함대근은 너랑 결혼도 바로 할 수 있다잖아. 네가 그토록 하고 싶어 했던 결혼.]

시무룩해진 은비가 대답하지 않으니 은엽은 설득에 더욱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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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사람이야. 좋은 사람이라서 오빠가 추천하는 거야. 함대근이랑 결혼하면 너는 이따위 고소 같은 건 신경도 안 써도 돼.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다 감싸주고 다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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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야?”

줄줄이 이어진 은엽의 말에 은비도 드디어 관심을 보였다. 휴대폰을 붙잡지 않은 한쪽 손이 천천히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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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짓을 하든…… 날 감싸줄 수 있어? 그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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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당연하지. 살인도 감싸줄 사람이야. 너한테 아주 푹 빠졌는데 뭘 못 하겠어.]

은비가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꺼낸 물음에 은엽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살인도 감싸줄 사람……. 그 말에 은비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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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예 결혼 약속까지 받아. 넌 할 수 있어. 넌 능력자잖아. 알았지?]

아까는 제대로 하는 것도 없다고 하고선.

앞뒤가 다른 은엽의 말에 슬쩍 코웃음 쳤지만 추켜주니 싫지는 않았다. 은비는 조금은 납득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

드르르르.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휴대폰이 울려대서 은비는 흠칫 놀랐다. 휴대폰 화면에는 강남 경찰서라는 알림이 떴다.

은비는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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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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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은비 선생님 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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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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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강남 경찰서입니다. 선생님을 상대로 한 고소장이 접수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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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요? 저한테 직접 고소장이 접수됐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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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래서, 오셔서 조사를 좀 받으셔야 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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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가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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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이라고 되어있네요.]

은비는 정지헌이 자신과의 대화 녹취록을 갖고 있단 사실을 떠올렸다. 정지헌은 소름 끼칠 정도로 집요한 사람이었다. 그와 싸울 생각을 하니 눈앞이 노랗게 변하는 느낌이었다.

전화를 끊은 은비는 함대근에게 바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제야 마음이 급해졌다. 지금의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건 함대근밖에 없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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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회장 관중석.

세 번의 대국을 모두 가뿐하게 이긴 예나를 지켜보는 동안 지헌에게도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아이는 적재적소에 돌을 놓았고 제법 상대를 압박할 줄도 알았다.

예나를 지켜보는 와중에 지헌에게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고소 건이 피고소인에게 도달했다는 연락이었다. 지헌은 은비를, 정오는 은비의 친구 BJ를 고소했다. 이제 이 둘은 조만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다른 변호사 사칭에, 친자확인검사까지 망친 주범 채은엽도 고소하고 싶었으나 아직 하지 못했다. 뱀 같은 기질의 변호사 채은엽이라면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만한 일이었고 증거도 부족했다.

유전자연구소에서 협조해주면 좋을 텐데, 그들은 법과 보안을 운운하며 시간을 끌었다. 어쨌든 지헌의 친자는 제대로 확인되었으니 피해본 것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었다.

잠시 대국장 밖의 일을 확인하는 사이에 어느덧 네 번째 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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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예나 진로는 생각해보셨어요?”

대국 준비를 하는 예나를 촬영하는 와중에 학원 원장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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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가 바둑기사가 되겠단 말은 안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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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냥 바둑이 좋다고 하네요. 대국에서 져도 좋아할 거냐고 물어봤는데 지고 나서 생각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대답하는 사이에 잠깐 예나를 놓쳤다. 지헌의 휴대폰 카메라가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예나를 찾았다.

이번에는 C조와의 시합이었다. 예나가 C조와 마주하고 있어 관중석에 있는 지헌은 예나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자리를 옮길 수는 없어 지헌은 아쉬운 마음으로 대국을 기록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대국이 시작되고 한참 지나도록 예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줌 화면으로 가까이 본 예나의 손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손끝을 바르르 떨고 있는 것 같았다.

예나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지헌은 예나와 마주 앉아 있는 아이를 향해 카메라를 옮겼다. 예나의 상대가 누군지를 파악한 지헌은 심장이 철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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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상대가…… 홍재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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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학원 원장도 깜짝 놀란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헌은 계속 예나의 행동에 주시했다.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 예나가 바둑돌을 떨어뜨리는 것이 보였다. 홍재인이 바둑알을 주워주며 피식 비웃는 것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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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욱.

예나의 바둑알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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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기권인가요?”

진행석의 감독관이 예나 쪽을 보며 물었다. 근처의 감독관들도 예나 쪽을 바라보았다. 그 여자도 예나를 바라보았다. 어쩔 줄 몰라 허공을 헤매던 예나의 눈이 여자를 스쳤다.

눈이 마주친 순간, 여자가 고개를 홱 돌린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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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쫄았냐?”

재인은 그런 예나를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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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얘가 그냥 바둑알을 놓친 거예요!”

그래도 한 번은 봐주겠다는 듯, 재인이 감독관을 향해 소리치고는 예나의 바둑알을 주워 돌려주었다. 예나는 재인이 건넨 돌을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올렸다.

거침없이 재인의 공격이 이어졌다. 바둑판에 돌을 두는 소리가 ‘탁’ 하고 크게 울렸다. 그 소리에 예나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좀처럼 집중할 수가 없었다. 아침에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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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도 되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원래 하던 대로 재미나게 해. 알겠지?”

 
나는 지금 재미있나?

아니. 재미있지 않아.

지금은 재미나게 대국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이런 상태에서는 대국에서 지더라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심장이 마구 뛰다 못해 뻐근하게 조여드는 느낌이었다.

몸은 바둑판에 있지만 마음은 여자에게 쏠려 있었다. 하지만 여자가 또 자신을 쳐다볼까 봐, 제 쪽으로 다가올까 봐 무섭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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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예나가 한손을 높이 들고서 감독관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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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만할래요.”

재인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그리고 가소롭다는 듯 눈썹을 찡긋거렸다. 하지만 경기에서 기권승으로 이긴 것이 퍽 싫지는 않은 듯 미소 지었다.

예나는 가까이 다가온 감독관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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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휴대폰 돌려주세요.”

일곱 살짜리가 울먹이며 청하자 감독관도 냉큼 움직였다.

예나는 뒤돌아 관중석을 바라보았다. 있어야 할 자리에 아빠가 보이지 않았다. 관중석 어디를 둘러봐도 아빠는 없었다. 아빠가 보이지 않으니 더욱 불안했다.

예나의 시선이 아빠를 찾아 사방을 헤맸다. 그 와중에 여자를 다시 발견했다. 여자는 어딘가로 바삐 향하고 있었다. 출입문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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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휴대폰 맞지? 얼른 엄마한테 전화해.”

감독관이 멍한 표정의 예나를 대신해 휴대폰 전원을 켜주었다.

아빠가 왔는데, 왜 엄마한테 전화를 하라고 하지? 이상한 의문을 갖는 동안 또다시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가 휴대폰을 사주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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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나, 이건 네가 울어서 사준 게 아니야. 수상한 사람이 나타나면 엄마한테 바로 전화하라고 사주는 거야. 알았어?”

 
예나는 바로 휴대폰의 단축번호 1번을 눌렀다.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 냉큼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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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공주! 대회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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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 아줌마 봤어. 예나 이상한 데로 데려갔던 아줌마.”

예나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사실을 전했다.

짧은 설명만으로 엄마는 금방 알아들었다. 엄마의 목소리가 심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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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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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대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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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장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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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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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나.]

엄마가 이예나라고 불렀다. 나는 이제 정예나인데.

하지만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도 지금 나만큼 무서운 거야.

예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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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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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장이랬지? 주변에 사람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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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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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지 마. 괜찮아.]

아니, 엄마는 무서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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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어. 그러고 소리쳐!]

엄마의 용렬한 목소리가 예나의 귀에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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