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안에 마교있다-43화 (43/416)

내 안에 마교있다 43

송유하와 길초량의 조는 삼십 조.

삼십 조는 후반 투입 예정조라고 한다.

그들의 경우에는 슬슬 조원 전체가 모여서 훈련을 시작한 모양이다.

처음으로 삼십 조 전체가 모였던 날, 내 거처로 돌아온 두 사람은 싱글벙글한 모습이었다.

광동 남천검문의 소충광이 같은 조라고 한다.

게다가 그 소충광이 조장이란다.

전체 조는 오십 개인데, 갑반 관도의 수는 오십 명에서 많이 빠진다.

때문에 을반 중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관도들이 조장을 맡은 조들도 적지 않다. 삼십 조도 그런 경우인 셈이다.

소충광이 같은 조라는 얘기를 들으니 더욱 안심이 되었다.

섣달그믐날의 인연들과는 이후에도 두 차례 더 만나서 술자리를 가졌는데, 그때 듣기로 소충광은 이전의 승반심사에서 아깝게 떨어진 모양이었다.

자신감을 갖고 심사에 임했으나, 그 자신감이 너무 넘쳐서 초반 공력 조절에 실패했다고 한다. 그래서 막판에 공력이 부족했다나.

거짓말 같지도 않았고, 그의 평소 성격 또한 그런 성격이 아니다.

즉, 소충광은 갑반과 다름없는 실력자인 셈이다.

게다가 그는 실전에 능한 무공이다.

길초량과 소충광이 함께라면 송유하도 훨씬 더 안전해질 것이다.

세 사람 모두 매우 친밀해진 상태니까.

* * *

“챙겨둬.”

내가 서탁 위로 뭔가를 내밀자 송유하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뭔데요?”

“생일 선물. 미리 주는 거야.”

알아보니 송유하의 생일이 머지않았는데, 하필이면 삼십 조가 동부지맹으로 투입된 후인 모양이다. 참고로 삼십 조는 열흘 정도 후면 임무에 투입된다.

“가, 감사해요. 그래서 이게 뭔데요?”

나무를 깎아 만든 조막만한 구체로, 고리가 달려 있다. 옷이나 허리춤에 걸고 다니기 편하게끔.

송유하의 입장에서는 저게 뭔가 싶긴 할 것이다.

“중간쯤 잡고 상하를 반대방향으로 비틀면, 양쪽이 분리되면서 뭔가가 나올 거야.”

이에 송유하가 목재 구체를 비틀었다.

그 안에서 나온 것도 백색의 구슬 형태다.

“이건 또 뭔데요······?”

송유하의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물건인 모양이다.

“피독주.”

“피독······.”

나를 따라서 그렇게 말하던 송유하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금세 눈을 부릅떴다.

“피, 피, 읍······!”

요것이 놀라서 목소리가 커질 줄 알았다.

미리 대비하고 있었기에 손바닥으로 송유하의 입을 즉시 틀어막았다.

“나 피독주도 있는 여자야, 하고 동네방네 떠들 셈이야?”

송유하가 여전히 놀란 상태에서 고개를 빠르게 저었고, 나는 그녀의 입에서 손을 떼었다.

“이, 이 귀한 걸 어떻게······!”

“나쁜 짓해서 구한 것도 아니고, 이상한 데서 구한 것도 아니야. 그러니 묻지 말고 그냥 챙겨둬. 혹여 쓸 상황이 생기면 바로 쓰고.”

“그, 그래도 이 귀한 걸 받기가······.”

“스읍.”

“아, 알았어요. 지, 지금 너무 놀라서 어떻게 말씀드려야할지도 모르겠어요. 감사해요······.”

물기가 닿아도 상관없을 만큼 상처가 아물었기에, 나는 한 차례 연승휴의 동굴에 다녀왔었다.

그때 피독주를 두 개 챙겨왔는데, 그 중에서 하나를 송유하에게 준 것이다.

나는 공력이 상승하여 웬만한 상황에서는 독공에 대처할 수가 있다. 경험도 많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쓸 일이 많지 않다.

하지만 송유하는 경우가 다르다.

이거 아꼈다가 송유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 일을 평생 가슴아파하며 살게 될 것 같다. 그래서 하나를 선물로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챙겨온 것 말고도 어차피 서너 개가 더 있기도 하다.

참고로 피독주는 일회용이 아니며, 독을 중화시켜야만 저 백색이 암색으로 변해간다. 완전히 묵색으로 변하면 못 쓴다.

즉, 하나로도 상황에 따라 여러 번 쓸 수가 있는데, 저 피독주는 그 중에서도 상품上品이다. 유효 횟수가 더 많다.

독공이 펼쳐지는 상황이라는 게 잦지는 않으니, 저거 하나 지니고 있으면 상당히 오래 쓸 것이다.

이후에 나는 준비해뒀던 찻잔의 뚜껑을 연 후, 그 잔을 송유하에게 내밀었다.

잔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뜨겁지 않고 적당한 온도였다.

“누이, 이거 마셔.”

“저만요······?”

“응. 이 차는 남자한테는 효과가 없는 거거든.”

“네. 오라버니가 주시니 마시기야 하겠는데 이게 뭔지······.”

“이거 마신 후에 곧바로 운기조식을 해야 해. 그렇게 알고 훅 들이켜. 안 뜨거울 테니까.”

“네······.”

송유하가 차를 마신 후 운기조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저녁 구보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송유하에게 씻은 후 내 거처로 오라고 했었다.

그래서 뜨거운 물도 미리 준비해뒀던 것이다.

저 차는 당연하게도 백년음양선과의 줄기와 잎을 우려낸 물이다.

원래는 송유하의 고천비룡결이 삼성에 이르면 복용시킬 생각이었는데, 아직 삼성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성의 중반 남짓 될 것 같다.

하지만 송유하의 삼십 조는 열흘 정도 후에 동부지맹의 임무에 투입된다. 임무에 투입되면 한동안은 동부지맹에서 지내야 한다.

일전에 귀령사객 일도 있었고 하니 언제 위험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래서 조 활동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복용시키려는 것이다. 하루에 한 번씩 아홉 번을 마셔야 하니 아흐레가 걸리기 때문이다.

연승휴의 가문에 속한 여인들은 다 복용하고 나면 오 년 전후의 공력을 얻었다고 했다. 그러니 지금 송유하의 수준에서도 사 년 남짓의 공력은 얻지 않을까 싶다.

단기간에 그 정도의 공력이 추가되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공력이 상승하면서 고천비룡결이나 풍우비룡무의 성취 또한 더 빨라질 수도 있는 거고.

연승휴는 이 차를 마신 후에 서너 차례 정도 운기를 하면 된다고 했지만, 혹시 모르니 송유하에게는 다섯 차례씩 시킬 생각이다. 고천비룡결의 성취가 아직 낮으니까.

한 차례의 운기를 마치고 난 송유하가 고개를 갸웃한다.

당연하겠지. 뭔가가 달라진 게 느껴질 정도겠지.

하지만 나는 곧바로 다시 운기조식을 취하게 했다.

운기를 모두 마치고 난 송유하의 눈동자가 살짝 커져 있다.

“오라버니, 이거······.”

“응. 약간이나마 공력 증진에 효과가 있어.”

“귀, 귀한 거 아니에요?”

“약간은 그렇지. 이것도 생일 선물이야.”

총 사오 년 공력을 증진시켜 준다고 해도 귀한 건 귀한 거다.

송유하가 부담을 느낄까봐 저렇게 말했을 뿐이다.

“앞으로도 조별 임무에 투입되기 전까지는 매일, 저녁 구보 후에 내 거처에 들르는 거야. 알았지?”

“네 알았어요. 감사해요, 오라버니······.”

이후에도 송유하는 매일 내 거처에 들러 백년음양선과의 줄기와 잎을 달인 차를 마셨다.

그 와중에도 나는 송유하의 고천비룡결 성취를 점검해줬고, 풍우비룡무의 신법도 더 다듬어 줬다.

풍우비룡무의 검법도 기초 수준은 알려줬다.

곧 조별 임무에 투입될 텐데, 이 상황에서 많은 걸 알려줘 봐야 복잡해서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그래서 혼자서도 간단하게 수련하며 익숙해질 수 있는 선에서만 알려준 것이다.

그런 식으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 * *

상처가 완전히 낫고 나서 닷새쯤 지났을 때.

오후 일과가 시작되기 전에 유은무와 장우혜가 내 거처에 찾아왔다.

원래는 선우린이고 남궁설이지만, 이곳에서 쓰는 가명들이 있으니 그 가명에 익숙해지자.

“가요, 송 오라버니.”

그녀들과 함께 거처를 나서서 삼청산 초입의 언덕 쪽으로 향했다. 중위반 관도들이 지내는 거주 구역의 뒤쪽이다.

교관인 제갈수광의 집합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조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조원 전체가 모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전체는커녕, 우리는 중하위반과도 모인 적이 없다.

그래서 조원이라고는 계반인 우리 세 명밖에 모른다.

상위반이든 중하위반이든 조원을 알려면 알아낼 수는 있는데, 나는 애초에 그런 것에 별 관심이 없다.

유은무와 장우혜 또한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녀들이야말로 아쉬울 게 없는 입장들이니까.

한데 오늘, 처음으로 우리 조의 전체 인원들이 모인다는 모양이다.

집합 장소를 향해 걸으며 두 소녀에게 말했다.

“이쯤에서 누이들에게 계반 관도로서 필히 견지해야 할 태도를 미리 알려주지 않을 수가 없겠네? 곧 계반 이외의 다른 관도들과도 만나게 될 테니까.”

“첫째도 친목, 둘째도 친목?”

“처음도 친목, 끝도 친목?”

두 소녀가 연달아 그렇게 말하니 웃음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푸하하하!”

길초량이 계반의 신입 관도들을 안내할 당시에 내가 해준 말을 두고 저러는 거다.

“아니, 그때는 내가 일부러 길 형을 곤란하게 만들 의도로 그랬던 거고.”

두 소녀도 그때 생각이 난다는 듯 웃는다.

“일단 계반 관도들은 어지간해서는 상대에게 먼저 다가가면 안 돼. 인사 같은 것도 먼저 하지 마.”

“왜요?”

유은무의 물음이었다.

“웬만한 관도들은 우리를 잠룡관의 밥벌레로 여기거든. 그래서 우리가 먼저 다가가면 일단 다른 의도를 의심해.”

“친목의 의도라고 생각한다?”

장우혜의 물음이었다.

“그렇지.”

“아하.”

두 소녀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은무가 내게 물었다.

“그럼 막 대놓고 무시하고 그러기도 하겠네요?”

“일부는 그런 놈들이 꼭 있지.”

“그러면 어떻게 해요?”

“뭘 어떻게 해? 참아야지. 누이들도 그러려고 계반 들어온 거잖아? 고작 그런 일로 나 선우린이오, 나 남궁설이오 하고 밝힐 거야?”

두 소녀의 아미가 찡그려지고 있다.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표정들이다.

이해는 된다.

얘들이 언제 어디에서 무시를 당하며 살아봤겠는가.

장우혜가 말했다.

“자존심까지 막 긁어도요?”

저 입에서 자존심 얘기가 나오니, 같은 자존심이라도 왠지 모르게 무게감이 많이 다른 느낌이 든다.

저런 게 천하제일세가의 위엄인가 싶다.

“그럼 뭐, 팰 거야?”

“네. 몰래 불러내서 패버리······, 아잇! 진짜! 송 오라버니 때문에 험악한 말 나왔잖아요! 평소에는 그런 말 안 쓰는데.”

장우혜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내 탓을 했다.

아니, 방금 너 그 말 쓸 때 아주 자연스러웠어.

즉, 너는 평소에도 그런 말을 자주 쓰는 애야.

“······아무튼 몰래 혼내주면 되잖아요.”

“그거야 본인 재량인데, 분란 생기고 그러면 교관님 입장도 난처해질 수 있잖아? 그러면 교관님도 어쩔 수 없이 장 매에게 벌을 줘야하는 경우가 생길 테고. 교관님이 우리를 아끼시는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편애하고 그럴 분은 아니잖아?”

“음······.”

장우혜는 곧바로 고민에 잠기는 표정이었다.

한데 기색을 보아하니 내 말에 수긍한 느낌이 거의 없다.

“아무튼 웬만하면 분란 일으키지 말고 둥글둥글하게 임하자고. 알았지?”

내 말에 유은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저, 송 오라버니가 대단해 보이기 시작했어요.”

“응? 갑자기 무슨 소리야?”

“한심한 계반 관도의 모습을 유지하는 일도 쉬운 게 아니구나 싶어서요. 그 실력을 갖고도 온갖 구차함을 다 참아가며 유지하는 거잖아요.”

“자존감을 죽이시는 건가? 아니면 원래 자존감이 별로 없으셔서 가능한 건가?”

크윽, 장우혜 저거, 진짜.

유은무가 말했다.

“저, 그 구차함, 배워볼게요. 쉽진 않을 것 같지만.”

야, 유은무, 구차함이라는 말을 계속 그렇게 강조하지 말라고. 내가 정말 구차한 놈 같잖아.

“네, 뭐, 저도 일단은.”

이봐, 장우혜. 너는 말만 그렇지 협조할 생각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사실, 얘들 둘이 날뛰면 나야 좋다.

재밌는 일들이 많이많이 벌어질 테니까.

앞으로 다가올 조별 활동도 무척 기대된다.

* * *

집합 장소에 이르니 몇 명의 관도들이 먼저 도착해 있는 게 보였다.

아직 제갈수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다가가자 그들 모두의 시선이 우리 세 사람 쪽으로 집중되었다.

면면을 훑어보니 모두 초면인 아이들이었다.

여럿이 모여서 우리를 힐끔거리며 수군거리고 있다.

“그렇다니까. 저 사람이 송유겸이고, 확실히 계반이란 말이오.”

“나머지 두 소저도 계반의 신입관도들이에요. 우리 거주 구역에서 봤어요.”

그런 말들을 하며 수군거리고 있는데, 내 무공 수준에서 저런 말들이 안 들릴 리 없다.

당연히 두 소녀도 다 듣고 있을 것이다.

우리 세 사람은 무리지어 있는 쪽으로 가깝게 다가가지 않은 채, 적당한 거리를 두고는 바위 쪽에 앉았다.

내가 앞서서 해준 말이 있다 보니 두 소녀도 순순히 나를 따른 것이다.

유은무가 말했다.

“아하, 저런 시선으로 보는구나. 저, 밥벌레를 보는 듯한 시선이 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장우혜가 말을 보탰다.

“아니, 저건 거의 역병 걸린 사람들을 보는 듯한 시선이야.”

장우혜도 일단은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모여 있는 애들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면 정말로 계반이 세 명인 것이오? 정말로?”

“아니, 왜 우리 조는 계반이 세 명이나 되는 거요? 다른 조는 한두 명인 것 같던데.”

“아, 진짜, 방해나 될 텐데.”

“잠룡관은 무슨 놈의 조를 이 따위로 짠 거지?”

“근래 뒤숭숭한 일도 있었다는데, 조의 전력이 이래서 앞으로 괜찮은 거요?”

그런 말들을 들은 유은무가 조용히 내게 물었다.

“저, 알 것 같아요. 저거, 우리 들으라고 일부러 크게 얘기하는 거죠?”

“그렇지.”

그러자 장우혜가 말했다.

“뭐, 한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일단은 두고 볼 생각이에요. 아직 조별 활동은 시작도 안 했으니까.”

말은 저렇게 하는데, 장우혜의 입가에 피어난 미소는 왠지 모르게 위험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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