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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259화 (259/416)

내 안에 마교있다 259

저녁 시간이 되어 모두가 별관의 식당에 모였다.

점소이들이 상을 차려놓고 갔는데, 상당한 진수성찬이었다. 게다가 술도 수십 병이 준비되어 있었다.

길초량에게 농담조로 물었다.

[이보쇼, 신룡대 양반. 숙박에 관련된 제반 비용을 무림맹에서 보전해 준다고 이렇듯 흥청망청 먹고 마셔도 되는 것이오?]

[당연히 무림맹에서도 무작정 모든 비용을 보전해 주지는 않소. 영수증을 확인하고 합리적인 선에서만 보전해 주오. 그리고 저 술과 음식들은 남궁 부당주님께서 사비로 따로 주문하신 것들이오. 남궁세가에서 대접하는 거라면서.]

대답하는 와중에도 길초량의 입은 이미 귀에 걸려 있었는데, 이는 당연히 술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리를 잡고 앉아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술을 마셨다.

술을 들이붓는 이들은 제갈수광, 남궁찬, 백송학, 길초량 등이었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다섯 명은 분위기에 맞춰 적당히 마셨다.

즐거운 분위기가 이어지던 중에 백송학이 제갈수광과 윤단영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두 분은 연인 사이인데 한 분은 동부지맹 잠룡관의 교관이시고 한 분은 서부지맹 잠룡관의 교관이시군요. 여간해서는 만나기도 쉽지 않으시겠습니다.”

윤단영이 대꾸했다.

“맞아요. 일 년에 한 번 보기도 어려웠죠. 하지만 그런 생활도 이젠 끝이네요.”

“예? 끝이라고 하시면······.”

백송학이 궁금해하자 윤단영이 대꾸했다.

“아, 제가 이번에 사임했거든요.”

그 말에 모두가 약간씩이나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임이요······?”

내가 곧바로 묻자 윤단영이 내게 대꾸했다.

“응. 이번 통합 잠룡대전에서 인솔 교관을 맡는 것을 마지막으로 사임한 거야. 사임도 했겠다, 원래는 통합 잠룡대전이 끝나자마자 곧장 제갈 선배를 보러 동부지맹으로 갈 계획이었어. 그러던 중에 이 작전에 대해 알게 됐고, 선배가 이 작전에 참여했다는 사실도 알아낼 수 있었지. 그래서 선배가 있는 조에 넣어 달라고 상부에 요청했던 거야.”

“아하.”

윤단영 같은 고급 전력이 위험한 임무에 자원하겠다는데 무림맹 수뇌부의 입장에서 저 정도의 편의도 못 봐줄 건 아니다.

백송학이 윤단영에게 물었다.

“하면 이번 임무가 끝난 후에 윤 교관님께서도 우리와 같이 동부지맹 쪽으로 가시는 겁니까?”

“그렇죠. 아예 같이 살 계획이니까.”

“오오! 그 말씀인즉 혼인하신다는······.”

백송학의 질문에 모든 이들의 이목이 윤단영 쪽으로 쏠렸다.

윤단영이 대꾸했다.

“네. 따로 예식을 올릴 건 아니지만요.”

“오오오! 감축드립니다.”

백송학이 제갈수광과 윤단영을 번갈아 바라보며 축하 인사를 건네자 여기저기에서 다들 축하 인사를 건넸다.

“축하드려요, 제갈 교관님, 윤 교관님.”

“와! 두 분, 축하드립니다!”

윤단영이 화사한 미소를 보이며 대꾸했다.

“모두 고마워요.”

“다들 고맙소.”

제갈수광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대꾸했다.

백송학이 말했다.

“신혼집은 동부지맹 근처겠지요? 저도 현재 동부지맹에 머물고 있으니 나중에 집들이할 때 꼭 초대해 주십시오. 좋은 선물을 준비해서 찾아뵙겠습니다.”

제갈수광이 포양호의 정가장 근처에 신혼집을 얻었다는 사실은 아직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백송학이 저렇게 말한 것이다.

“아, 그게······.”

윤단영이 말을 줄이더니 미소를 지은 채 제갈수광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제갈수광이 작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보아하니 둘 사이에 뭔가 미리 얘기된 게 있는 분위기다.

곧 제갈수광이 모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차피 이곳에 계신 분들은 다들 알만한 분들인 만큼 그냥 밝히는 게 나을 듯하구려. 우리의 신혼집은 포양호의 동부 호변 인근이오. 이러면 내가 어떻게 그곳에서 동부지맹 잠룡관으로 출퇴근할지가 의문스러울 텐데, 사실 나는 내년부터 몇 년간 휴직할 계획이오. 이미 관주님, 총교관님과도 이야기가 되었소.”

그 말에 여럿이 놀란 기색을 보였다.

놀라지 않은 건 윤단영과 남궁찬, 나뿐이었다.

남궁찬도 제갈수광과 절친한 만큼 저 계획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제갈수광이 말을 이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지금껏 윤 교관에게 그다지 다정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소. 그렇기에 향후 몇 년간은 윤 교관과의 시간에만 충실하려는 것이오. 가뜩이나 윤 교관은 터전을 옮기는 상황이라 새로운 환경이 더욱 낯설 테니까.”

그러자 도예주가 부러워하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너무 낭만적이세요.”

양손을 모으고 말하는 것이,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눈치다.

하긴, 도예주도 꽃다운 나이대의 처자다. 저런 게 충분히 부러울 수 있다.

남궁찬도 제갈수광과 윤단영을 바라보다가 혼잣말처럼 한마디를 내뱉었다.

“음, 나도 슬슬 장가갈 생각을 해야 하나······?”

남궁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갈수광이 정색하며 한마디했다.

“하지 마.”

“푸하하하!”

남궁찬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고, 윤단영은 쭉 찢어진 눈으로 제갈수광을 흘겨봤다.

그러자 제갈수광이 고개를 돌리며 딴청을 부렸다.

그 모습을 보며 모두가 즐겁게 웃었다.

단목강이 제갈수광에게 물었다.

“포양호의 동부 호변 인근이면 혹시 송 공자의 거처와······.”

“맞아. 송유겸이의 거처 근처다.”

제갈수광이 대꾸하자 윤단영이 내게 말했다.

“선배한테 들었는데 유겸이가 독립해서 살게 될 거처와 우리 거처가 상당히 가깝다지? 너무 잘됐다. 사실 내가 그쪽에 연고가 전혀 없다 보니 적적할까 걱정이었거든.”

윤단영을 향해 미소를 보이며 대꾸해줬다.

“제갈 교관님한테서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번 학기를 끝으로 졸업합니다. 당장 이번 겨울 방학 때부터 바로 제 거처로 가게 될 겁니다.”

내 말에 윤단영이 환한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수광, 단목강, 길초량, 남궁설 등은 이미 내가 졸업한다는 내용을 알고 있다.

그 외의 인물들도 모두 나와 친한 인물들로, 차후에 내 거처에 오갈 가능성이 큰 이들이다. 그런 만큼 이 자리에서는 밝혀도 상관이 없다. 어차피 겨울 방학이 석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기도 하다.

단목강이 윤단영에게 말했다.

“저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졸업합니다. 이후에는 오랫동안 송 공자의 거처에서 신세를 질 계획입니다.”

단목강의 계획을 처음 들은 이들은 살짝 놀란 기색이었다. 그러나 다들 금세 납득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하긴, 이미 절정에 올랐는데 굳이 잠룡관에 더 남아 있을 이유가 없겠지. 어쨌거나 강이도 이웃이라니 너무 좋다. 이제 적적해질 염려는 안 해도 되겠네.”

윤단영이 환한 표정으로 대꾸하자 길초량이 말했다.

“저도 졸업 후에 종종 송 형의 거처에 들를 테니 그때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래. 오면 맛있는 거 해줄게.”

윤단영이 그렇게 대꾸하자마자 제갈수광이 특유의 사무적인 표정과 어조로 길초량에게 말했다.

“내가 알기로 윤 교관은 요리에는 재능 자체가 ‘아예’ 없다. 미각이 일반인의 기준과는 완전히 다른 듯하니 참고하도록.”

“푸하하하!”

그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고 윤단영은 매서운 눈으로 제갈수광을 흘겨보았다.

그날 밤, 나는 자시 초(밤 11시) 무렵에 술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복귀했다.

그 시점에 몇 사람이 나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몇 사람은 술자리에 계속 남았다.

남은 인원들은 다섯 명으로, 각각 제갈수광, 남궁찬, 백송학, 길초량, 그리고 도예주였다.

그 술꾼들은 밤새워 마실 기세였다.

* * *

조원들이 모두 모인 날로부터 이틀 후.

저녁이 되어 어둑어둑해진 시각, 우리 조원 아홉 명이 별관의 거실에 모였다.

모두가 완전무장을 했고 행랑에는 침낭도 결속한 상태다.

윤단영과 남궁설의 경우에는 도예주처럼 면구를 착용했다. 앞으로 점점 목적지에 가까워질 텐데, 면사가 달린 모자를 쓰고 전투를 치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모인 상태에서 도예주가 말했다.

“제갈 교관님과 남궁 부당주님의 뜻에 따라 이번 작전의 지휘는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남궁찬이 조원들을 향해 설명을 덧붙였다.

“신룡대는 특수 임무를 수도 없이 수행해 봤을 테니 백룡조장이 지휘를 맡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도예주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여러분은 한 분 한 분이 모두 대단한 실력자들이고 작전 수행 능력도 뛰어난 분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제 조원들을 지휘할 때보다 훨씬 더 마음이 든든합니다.”

조원들이 미소를 보이자 도예주가 말을 이었다.

“아울러 우리 조의 지휘권은 저, 제갈 교관님, 남궁 부당주님의 순서이니, 필요한 경우에 참고하시면 됩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도예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시다시피 소수 정예인 특수작전조는 우리 조 외에도 몇 개의 조가 더 존재합니다. 그중에서 우리는 사 조이며, 정식 명칭은 ‘특수작전 사 조’, 줄여서 ‘특수사조’입니다.”

그 말에 몇몇이 피식 웃었다.

역시나 ‘사’라는 숫자 때문인데, 물론 크게 신경 쓰는 분위기들은 아니었다. 하필 사 조일 건 뭐냐는 정도의 느낌이랄까.

제갈수광이 말했다.

“호오. 좋은 번호를 고르셨구려.”

“아, 조의 번호는 제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상부로부터 부여받은 번호인지라······.”

도예주가 난감해하는 미소를 보이며 그렇게 대꾸했다. 제갈수광이 농담으로 비꼰다고 생각하고 저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녀의 분위기를 눈치챈 제갈수광이 바로 입을 열었다.

“아, 조장님에게 뭐라고 하려는 의도가 아니오. 참고로 나는 작년에 관도들을 이끌고 조별 파견 임무를 시행할 당시에 사십사 조였소. 사실 나는 숫자 사를 좋아하오.”

당시에 저 인간이 일부러 늦게 가서 사십사 번을 받았을 거라는 심증이 더욱 굳어지는 순간이다. 같은 사십사 조였던 단목강과 남궁설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도예주가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다시피 목적지는 동고현 북서부의 깊은 산속입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우리는 최대한 행적을 감추는 방식으로, 산지를 통해서만 이동할 겁니다. 그런 만큼 기본적인 대형은 일렬종대를 유지합니다.”

모두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고 도예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세 명씩 선봉, 중진, 후미를 나누겠습니다. 선봉은 저, 남궁 부당주님, 강이, 중진은 제갈 교관님, 설아, 백 소협, 후미는 초량이, 윤 교관님, 유겸이입니다. 이동 대형도 방금 제가 말씀드린 순서대로입니다. 아울러 이동 중에 사소한 특이 사항이라도 발견되면 즉시 제게 전음으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제게 전음을 보내기가 여의치 않을 때는 제갈 교관님께 보내십시오.”

지난 이틀간 조원들끼리도 친해져 서로를 편하게 부르는 관계가 많아졌다. 도예주가 관도들을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또다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도예주가 죽립을 썼다.

이에 우리도 죽립을 쓰자 도예주가 첫 지시를 내렸다.

“가죠.”

이후에 우리는 객잔을 벗어나 어둠 속으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 * *

체력을 조절하면서 산길을 이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이동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대부분이 절정고수들이기 때문이며, 유일한 일류 고수인 남궁설마저도 기본적으로 경공술의 수준이 높고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잠은 노숙으로 해결했는데, 행적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만큼 당연히 모닥불은 피우지 않았다. 그렇기에 수면 시에는 모두가 최대한 옷을 껴입은 채로 침낭 안으로 들어갔다.

불을 피울 수 없는 만큼 음식도 제한되었다.

그렇다 보니 주식은 건량, 육포, 벽곡단이었다.

구령산맥의 줄기를 따라 이동하던 우리는 닷새 후 오전에 동고현 북동부의 산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정 지점에 이르러 도예주가 말했다.

“이곳에서부터 우리의 최종 목적지까지 통상적으로는 하루 거리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언제 적의 척후와 마주칠지 모르는 지역인 만큼, 야간을 이용해 전술적으로 은밀히 이동할 겁니다.”

이곳부터는 적의 영역이라는 뜻이니 조원들의 표정도 더욱 진지해졌다.

“최종 목적지까지는 짧으면 이틀, 길면 사흘 정도 걸릴 겁니다. 야간을 이용해 이동해야 하는 만큼, 오늘은 일단 이 근처의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휴식에 들어갑니다. 체력과 공력을 최대한 회복하는 데 집중해 주십시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도예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는 그 지점에 은신한 채로 본대의 행동 개시를 기다려야 합니다. 즉, 길게는 며칠간 숨어서 대기하기만 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후에 우리는 모습을 숨길 수 있을 만한 지형을 찾아 본격적인 휴식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날 밤, 우리 특수사조는 최종 목적 지점을 향해 은밀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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