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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265화 (265/416)

내 안에 마교있다 265

저쪽 조원들 역시 대부분이 절정고수들이라, 우리 조원들처럼 한 명 한 명의 실력이 모두 빼어났다.

잠시 살펴봤는데 저쪽 조도 우리 조처럼 일류고수는 딱 한 명이었다. 가장 어려 보이는 청년이 일류고수인데, 경지는 일류의 후반인 듯했다. 경지만 따지자면 남궁설보다 약간 높다.

저쪽 조원들은 모두가 실전에 매우 특화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호흡도 서로 깔끔하게 척척 맞는 모습이었다.

우리 조의 조직력도 충분히 훌륭한 수준인데, 저쪽 조의 조직력이 우리 조보다 훨씬 뛰어나다.

저 정도면 수준 높은 무력 조직에서 수많은 단체전을 겪어본, 그 방면의 전문가들만이 보일 수 있는 조직력이다.

그렇듯 수준 높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매우 효율적으로 적들을 제압하는 와중에도 여덟 명 모두가 자연스럽게 기운을 안으로 갈무리하고 있다.

이 모든 요소를 종합해 봤을 때, 저쪽 조는 전, 현직 신룡대원들로 구성된 게 아닌가 싶다.

길초량과 저쪽 조의 삼십 대, 이십 대 청년들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인사를 나누고 있는 걸 보면, 저 청년들은 현직 신룡대원들인 듯하다.

이윽고 우리 조와 저쪽 조가 마주쳤다.

두 조는 마주치자마자 알아서 전열과 후열을 나란히 맞추어 적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마치 모두가 처음부터 한 조였다는 듯 자연스럽다.

도예주는 적들을 상대하는 도중에 저쪽 최선봉의 사내와 잠시 전음을 주고받는 듯했다. 잠시 후 그녀가 우리 조원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적의 수가 많은 만큼 한동안은 두 조가 같이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내 생각에도 지금은 그게 나을 것 같다.

두 조는 일단 남쪽으로 이동하며 싸웠다.

여전히 적의 수가 너무 많기에, 혹시라도 포위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이동하며 싸우는 것이다.

저쪽 조원들의 면면을 관찰하며 강탄술을 펼치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의 전음이 들려왔다.

[우리 유겸이, 오랜만이로구나.]

원을태의 음성이었다.

아까부터 살펴봤는데 그는 적들과 싸우면서도 제갈수광, 남궁찬 등과 계속해서 시선을 마주치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그 두 사람과 전음으로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주고받았을 텐데, 그 후에 내게 인사를 건넨 것이다.

참고로 지금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적들은 숫자가 많을 뿐이지, 치열하게 집중해서 상대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상대들은 아니다. 손발이 바쁜 것뿐이라, 어느 정도 전음으로 대화를 나눌만한 상황은 충분히 된다.

[안녕하셨습니까, 원 어르신.]

대꾸하면서 보니 그 와중에도 원을태가 대도를 휘두르는 모습은 시원하고 호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원을태를 향해 전음 한마디를 더 보탰다.

[그나저나 여전히 정정하시군요. 원 어르신의 건강에 대한 안부는 이십 년 후부터나 여쭤도 될 듯합니다.]

[푸허허! 유겸이는 여전하구나.]

그렇게 대꾸한 원을태가 전방에 대고 또다시 대도를 두 차례 휘둘렀다.

가볍게 휘두른 것 같은데도 귀갑강시공을 익힌 이류무사 두 놈의 몸이 간단하게 잘려나가고 있다.

이왕 전음을 주고받게 된 김에 궁금한 것을 물었다.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조는 특수사조입니다. 어르신의 조는 몇 조입니까?]

[삼 조다.]

[아하.]

내가 대꾸하자 원을태가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추엽이 그 아이를 잘 지도해 줬다고 들었다. 고맙구나.]

[추엽이 같은 경우에는 이미 워낙 뛰어난 실력이었던지라, 제가 잘 지도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자질도 대단하고 노력도 열심히 합니다. 미래가 매우 기대됩니다.]

원을태가 대도를 휘두르다가 잠시 나를 돌아보았다. 기분 좋은 표정이다.

[그나저나 이사는 마치셨는지요?]

원을태와 촉홍결은 포양호의 정가장이 있는 마을로 이사 오기로 되어 있었다.

[마쳤다. 좋은 동네더구나. 가족들도 매우 좋아하고 있고.]

[어르신을 그 동네에서 다시 뵙게 될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 다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내가 약간의 의미심장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자 원을태가 곧장 대꾸했다.

[허허. 직속 후배들이 찾아와서 도움을 청하기에 승낙했던 것이니라.]

신룡대의 부탁을 받고 특수작전조에 합류했다는 뜻이다.

[어차피 신룡대원들은 모두가 어르신의 후배들일 텐데, 직속 후배라는 말씀으로 따로 구분하신 것은······.]

[내가 속했던 청룡조의 후배들이었거든. 합류하고 보니 우리 조원들 모두가 전, 현직 청룡조원들로 구성되어 있더구나.]

구체적으로 청룡조라는 사실까지 밝힐 줄은 몰랐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정보를 그냥 그렇게 말씀하셔도 되는 겁니까? 나름의 기밀일 텐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겸이한테 이 정도 얘기도 못 할 게 뭐가 있겠느냐? 게다가 어차피 이들은 이 작전이 끝나면 모두 모습을 바꾸고 살아갈 테니 큰 상관 없다.]

맞는 말이긴 하다.

단, 내 경우에는 기감에 매우 민감하여, 스스로 기억하고자 노력한 이들의 기운은 나중에 만나도 대부분 알아챌 수 있다.

즉, 차후에 외모가 달라진 저들과 다시 마주친다 해도, 내 근처에서 기운을 사용하면 나는 눈치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내 이러한 능력에 대해서는 남들에게 말해 준 적도 없고 앞으로도 말할 생각이 없다.

[하면 혹시 그 조의 최선봉이 현 청룡조장입니까?]

[그렇다. 함께 지내면서 지켜보니 내가 부조장일 당시의 우리 조장님보다 더 뛰어나더구나.]

청룡이었구나.

아직 더 겪어 봐야 확실한 평가를 할 수 있겠지만, 얼핏 보기에 황룡 태무엽보다 실력이 더 뛰어난 느낌이다. 원을태가 충분히 저렇게 말할 만하다.

삼십 대 중반의 저 사내가 청룡조장이라면 그보다 어린 세 명의 청년들은 현직 청룡조원들일 가능성이 크다.

원을태를 비롯하여 쉰 살가량의 사내와 마흔 살가량의 두 여인 등은 전직인 듯하다.

적들과 본격적으로 맞서는 게 아니라 이동하면서 싸우는 건데도, 특수작전조 두 조가 함께하니 전투력이 어마어마했다. 우리 조만 있을 때는 조심했어야 할 상황에서도 두 조가 함께하니 더 과감하게 싸우다가 빠지는 게 가능했다.

전투 중에 특수삼조원들과 특수사조원들이 서로를 흘끗흘끗 쳐다보는 모습들이 재미있었다.

특수작전조가 고수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걸 다들 알고 있으니, 다른 조의 조원들은 어떤 무인들인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서로가 한가하게 인사나 주고받을 상황이 아니다 보니 저런 식으로 관찰하며 정체를 추측하려는 것이다.

내가 관찰해 보니 우리 조원 중에서 특수삼조원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사람은 두 명이다.

백송학과 나다.

근래 가장 화제성이 높은 인물들이라서 그런 것 같다.

특히 현직 신룡대원들이 더 부지런히 힐끔거리고 있는데, 이런 기회에 우리에 대해 본인들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정보를 쌓아두려는 모양이다.

참고로 백송학보다는 내가 더 시선을 많이 받고 있다.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뭔가 중요한 인물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다.

게다가 내 쪽을 가장 많이 힐끔거린 인물은 다른 누구도 아닌 청룡이었다.

처음 보는 신룡대의 조장이 저렇게까지 나를 의식해 주다니, 이렇게 영광스러울 데가 있나.

어쨌거나 그렇게 열심히 힐끔거린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대충 어슬렁거리며 적당히 쇠구슬만 튕겨냈다.

제법 빠르게 이동하며 싸우다 보니 우리 두 조는 어느새 남쪽 산자락에 근처에 다다랐다.

인근의 지형이 내 눈길을 끌었다.

위쪽에서 뻗어 내려온 두 개의 산줄기 사이로 골짜기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골짜기의 양옆이 모두 절벽이었다.

일정 높이까지 인공적으로 깎은 절벽이었는데, 그러한 절벽의 형태가 마치 띠를 두른 듯 양옆 산자락을 따라 횡으로 쭉 이어지고 있었다.

절벽은 계단식으로 층이 나뉘어 있었는데, 그 층마다 나무로 만들어진 문짝들이 빼곡하게 달려 있었다.

지금의 내 위치에서 보이는 문들만 해도 수백 개에 달한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추측해 보면 그 수가 천 단위는 쉽게 넘어갈 것이다.

아마도 주거 구역이 아닐까 싶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쯤 원을태의 전음이 들려왔다.

[우리 조에서 아까 조사했던 시설이니라. 다들 싸우러 나갔는지 인적은 거의 없었다. 주거 구역이더구나. 그 외에 의심할 만한 시설 등은 딱히 없었고.]

[아하, 그렇군요.]

[조사해 보니 이쪽뿐만 아니라 이 옆쪽 골짜기들도 모두 주거 구역이었다. 우리가 확인한 수만 해도 능히 삼사천을 헤아릴 것이다. 물론 우리가 확인한 곳 외에 또 다른 주거 구역이 더 존재할 수도 있다. 산속 깊은 곳의 이런 거점에 그토록 많은 이들이 모여서 백도를 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게지.]

혈교의 대규모 거점 중 한 곳이라고 하더니 확실히 규모가 크긴 크다.

여름의 그 사건 당시, 혈교 놈들이 왜 그렇게 끝까지 도예주를 죽이려 했는지도 이해가 된다.

당시에 도예주와 백룡조원들이 이 거점의 위치를 어느 정도 특정했기에 그토록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

혈교 측에서도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는 계획이 있을 텐데, 이러한 대규모 거점의 위치가 미리 밝혀져서 토벌되어 버리면 그들의 계획에도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도예주와 백룡조원들이 큰일 한 셈이다.

물론 안타깝게도 당시의 백룡조원들은 모두 죽고 없지만······.

어느 시점에 우리 두 조는 전투를 멈추고 빠르게 신법을 펼치며 남쪽의 산지로 진입했다.

모두가 한동안 쉬지 않고 싸운 만큼 목을 축이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모든 특수작전조들은 오늘 밤에 계속해서 후방 교란 및 타격 작전을 펼쳐야 한다. 그렇기에 틈틈이 이런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게다가 후방 교란 및 타격의 임무를 맡은 전력이 너무 오랫동안 존재가 노출된 상태로 있는 것도 좋지 않다. 때때로 적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또 다른 방향에서 급습하는 방식을 취하는 게 이러한 임무의 기본 형식이기도 하다.

참고로 두 조의 전투력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지금까지 처치한 적의 수만 따져봐도 그 수가 상당하다.

특수일조와 특수이조가 얼마나 큰 활약을 펼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쪽의 특수삼조와 특수사조가 현재까지 낸 성과만으로도 토벌대 본대 쪽에 상당히 유의미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모두가 적당한 음영에 몸을 숨긴 채 잠시 목을 축이고 호흡도 골랐다.

조원들이 쉬는 동안 청룡과 도예주는 살짝 떨어진 곳에서 전음으로 모종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도예주가 우리 조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오더니 조용히 말했다.

“이곳 거점을 빙 두르고 있는 외곽 산지의 동쪽은 우리 조가 오면서 대강이나마 확인했고, 남쪽은 특수삼조에서 대강이나마 확인한 상태입니다. 삼 조나 사 조 모두 서쪽 산지에 대한 정보는 없기에, 두 조가 같이 서쪽으로 이동할 겁니다.”

참고로 거점을 빙 두르며 방어선 역할을 하고 있는 외곽의 산지는 서쪽이 대체로 높다. 멀리에서도 밤하늘과 맞닿은 능선들의 음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조원들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도예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산 아래로 내려가면 다시금 적들을 상대해야 하니, 지금은 그냥 이대로 산비탈을 타고 빠르게 이동할 겁니다. 서쪽 산지로 이동하여 대강이나마 그쪽을 조사한 후, 그곳에서 산 아래의 적들을 급습하는 형태로 후방 교란 및 타격 작전을 이어갑니다.”

곧 특수삼조가 앞장서고 특수사조가 뒤따르는 가운데, 두 조의 조원들이 산지를 이용하여 은밀하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서쪽 산지 근처에 다다랐다.

남쪽 산지처럼 산자락을 일정 높이로 두르고 있는 절벽 지형은 보이지 않았다. 서쪽은 주거 구역이 아닌 것이다.

평범한 산자락과 골짜기인데, 골짜기의 이곳저곳에 동굴의 입구로 보이는 지형들이 띄엄띄엄 보일 뿐이었다.

지금의 방향에서 보이는 것만 세 개이니, 다른 방향에서 보면 더 많을 수도 있다. 가뜩이나 이곳은 서쪽 산줄기의 골짜기들 중 한 곳일 뿐이다.

우리의 앞에서 이동하던 특수삼조원들이 수풀 근처에서 이동을 멈추자 뒤따르던 우리도 자연스럽게 멈췄다.

모두가 수풀에 몸을 숨긴 상황에서 청룡이 도예주를 부르더니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잠시 후 도예주가 우리 조원들 쪽으로 돌아오더니 모두를 가까이 불러놓고 조용히 말했다.

“저 동굴들이 혈교 측의 주요 시설일 수도 있으니 최소한의 조사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특수작전조는 소수 최정예 전투 조직인 만큼 저런 식의 의심 시설을 조사하기에도 최적화된 인원들이다. 저러한 의심 시설을 미리 조사하여 아군에게 알리는 것이 최정예 전투 조직의 역할이기도 하다.

도예주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위험할 수도 있는 만큼, 지금부터는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주십시오.”

조원들도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곧 특수삼조가 동굴 입구 중에서 가장 왼쪽에 있는 동굴을 향해 은밀하게 나아가기 시작했고, 특수사조도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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