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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굴러들어옴-59화 (59/200)

59화: 영보스의 오른팔은 6세입니다(4)

김미정과 송주현.

두 사람이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

5세와 6세.

두 꼬마가 나누었던 대화는 이랬다.

"윤스리는 꾸미 이써."

"잉, 무슨 꿈인데?"

붕붕이 3호의 안장 위로 멋들어지게 걸터앉은 장윤슬은 대뜸 꿈을 논하기 시작했다. 6세 남자에겐 그것이 낭만적인 대사처럼 느껴졌다.

두 눈을 빛내는 차유민.

장윤슬이 마치 [황야의 데스페라도]에 나온 총잡이들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붕붕이 타구 옵바를 지켜주는 거야. 가게두 옵바두 윤스리가 지켜줄 꺼야."

"어떠케?"

"빵- 빵- 총 쏘므는 대. 그러믄 다 쓰러져."

장윤슬은 언제나 그렇듯 엄지와 검지를 제외한 세 개의 손가락을 굽혀 총모양을 만들고, 앞으로 쏘는 시늉을 한다.

빵-

빵-

하는 효과음을 입으로 내며.

그런데 그게 6세, 차유민의 눈엔 멋있게 보였다.

본래 멋이란 외형보다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장윤슬의 폼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평소 가게 손님들이 워낙 리액션을 잘해주는 바람에 정말로 본인에게 모종의 힘이 있다고 믿게 된 것이다.

"그럼 내가 도와줄께!"

"유미니가?"

"응, 도와줄께. 나도 이 가게 좋아. 도와주고 시퍼."

이 가게보다 장윤슬이 좋았다.

그게 본심이었으나 그걸 직접 전하기에 아직 수줍은 6세였다. 남몰래 옅게 볼을 붉힌다.

우선 서로의 거리를 좁히기로 했다.

가게를 수호하는 역할을 도와주기로 약속하면 분명 자주 올 수 있을 테니까.

만약 엄마, 김미정이 오누이 식당까지 오는 게 귀찮다고 하면 필살 '떼쓰기'를 발동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차유민에겐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6세의 표정이 살짝 굳어진다.

"근데 총 쏘는 거 안 어려워?"

"움?"

"총 쏘는 거 어렵다고 그래써."

차유민은 [황야의 데스페라도]에서 나온 한 장면을 회상한다. 분명 그곳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총을 능숙히 다루면서도, 그것을 잘 쏘는 일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윤스리는 잘 쏘거둔...!"

"엥... 진짜?"

"보여줄 쑤도 이쏘."

"보여조."

"움."

장윤슬도 보여주고 싶었다. 허나 지금은 가게에 손님들이 들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고무줄 총을 쏘며 놀게 해달라고 오빠한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고무줄 총을 쏘면서 논다고 해도 식사 중인 다른 손님들에게 맞으면 위험하지 않은가.

그 정도의 사리분별은 장윤슬에게도 가능했다.

'어뜨케 하므는 보여줄 쑤가 이찌?'

고민되었다.

차유민에게 자랑하고 싶은데 직접 보여줄 수는 없는 상황. 난제였다.

그때 송주현을 바라보았다. 곤란한 일이 생기면 대략 오빠를 바라보면 해결된다. 그럼 오빠가 해결해주거나 스스로 답을 떠올릴 때도 있다.

뇌리를 스치는 서늘한 감각.

....

떠올랐다!

"윤스리가 옵바한테 부탁해서 보여달라구 하께."

"옵바한테 부탁해?"

"움! 윤스리가 잘 쏘는 거 보므는 그때부터 유미니는 윤스리 오른팔 하는 거야."

"그럼 윤슬이가 보쓰야?"

보스와 오른팔.

그런 대사 역시 흥행한 영화, [황야의 데스페라도]를 참고한 것이다. 덧붙이자면 차유민이 다니고 있는 유치원에서도 해당 영화에 대한 화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개그 요소를 다분히 첨부한 전체 관람가에다가 신파까지 고루 잡은 액션 영화였기에 아이들도 부담 없이 관람했던 것이다.

그랬던 터라 전국의 유치원의 선생님들은 하루에도 스무 번씩은 피 흐르지 않는 총상을 입고 있다.

"옵바한테 가서 스마트폰으로 보여달라구 하자!"

그렇게 말하며 바 테이블 쪽으로 향하는 장윤슬의 꽁무지를 차유민은 묵묵히 따랐다.

그리하여 지금에 이른다.

두 명뿐인 유아 조직이 결성된 것이다.

그런 대화 흐름을 알 리가 없던 두 어른.

윤슬이는 대화를 복기하며 김미정을 향해 손가락 권총을 조준한다.

그리고 그대로

"빵."

쏘자 김미정에겐 저항할 수단이 없었다.

평정을 가장할 철면피는 고사하고, 무형의 총알을 견뎌낼 만큼 단단한 야수의 심장 또한 없었다.

무참히 혼수상태에 빠져버렸고, 심장의 박동수는 되려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행복한 혼수상태였다.

바 테이블 옆쪽에서 혼밥을 하던 손님은 그 모습을 부럽다는 듯이 곁눈질했다.

그걸 눈치챈 차유민은 자신의 본분인 오른팔의 역할에 충실하기로 했다.

'보쓰에게 잘 보여야 해!'

윤슬이를 따라 손가락으로 권총 모양을 만들었고, 쳐다보던 손님에게

"빵!"

쏴버렸다.

결과는 같았다.

그 손님 역시 등줄기에 힘이 풀리며 의자 아래로 스르륵 떨어지고야 말았다.

마찬가지로 혼수상태였다.

송주현은 생각한다.

'여기... 그래도 일단 식당이긴 한데.'

식사보다 유아들에게 가학당하는 것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런 풍경조차 오누이 식당의 매력으로 자리 잡는 것 같아 내심 흐뭇하다.

결국 가게를 지키고자 모인 두 명의 총잡이는 손님들의 심장을 폭행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다.

**

"옵바, 옵바."

"응?"

"유미니가 또 온다구 그래써."

"유민이가 또 온다고 그랬어요?"

"윤스리 부하야. 가치 가게 지키기루 해써."

"윤슬이 부하면은 이제 윤슬이랑 자주 놀겠네?"

"응!!"

오늘의 장사도 무난하게 끝났다.

미정 선생님과 유민이 덕분에 평소보다는 더 즐겁게 장사했던 것 같다.

윤슬이도 유민이가 돌아갈 때까진 더 높은 텐션을 보였다. 두 꼬맹이가 귀엽게 노는 모습을 지켜보던 손님들은 식사하는 내내 웃음을 잃지 못했다.

-  주현아, 집에서 밥하기 귀찮으니까 퇴근하는 길에 자주 들러도 괜찮지?

라는 말을 남기고 간 미정 선생님은 정말로 자주 올 생각인 것 같았다. 우리 가게에 본인 선글라스를 두고 갈 정도이니 말이다.

다음에 올 때 챙겨가라고 문자를 전송해두었다.

[나: 쌤 선글라스 두고 가심.]

[김미정: 아악... 내일 야외 수업 있는데 우리 학교까지 가져다 줄 생각은]

[나: 없습니다.]

[김미정: 그렇겠지. 담에 가서 챙길게. 내일 선생님 심봉사 되는 날이다. 햇빛에 눈 테러당할 듯.]

[나: 그런 말씀하시다가 유민이가 심청마냥 용궁까지 내려가면 어쩌시려고.]

[김미정: 그러면 나 삶의 의지를 잃을 것 같은데. 안 되겠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볼게.]

아들을 끔찍이 여기는 미정 쌤이다.

수영이나 지아만큼이나 우리 가게에서 자주 뵐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옵바 주방 청소하는 동아네 윤스리는 싸이다랑 콜라 정리해두께."

"그래? 그럼 부탁 좀 해도 돼요?"

"윤스리는 보쓰자나. 이런 것두 잘해."

"어이구... 믿음직해라. 고맙씁니다 보쓰."

"움!"

윤슬이는 자기만 믿으라며 윗배를 통통- 두드리고 냉장고를 열러 간다.

끼잉-

끼잉-

소리를 내며 힘겹게 냉장고 문과 사투를 벌이다가 결국 여는 데 성공한다. 보스는 냉장고 문을 열기가 버거우신 것이다.

그런 모습을 아빠 미소로 지켜보다가 나도 마저 주방 바닥을 청소하기로 했다.

"후우... 이 정도면 되려나."

몇 달간 계속하다보니 청소에도 요령이 붙었다.

처음할 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청결함은 유지하는 선에서.

때마침 스마트폰이 울렸다.

미정 쌤인 줄 알았는데

[햇님: 장사는 잘 되어가나요? 주현 오라버니.]

햇님이었다.

[나: 요즘은 부쩍 재밌는 일도 많이 생겨서 지루하진 않은 것 같아.]

[햇님: 그건 참 다행이네요. 저는 다소 일상 생활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나: 뭔데?]

[햇님: 오라버니가 주문한 신종 프로틴이 너무 맛이 없고 비려서 나날이 힘드네요. 그렇다고 버리기엔 아깝거든요.]

근래 들었던 정보 중에 최고로 안 궁금한 정보였으나

[나: :) ]

윤슬이의 해맑은 미소와 닮은, 국외에서 곧잘 사용하는 이모티콘으로 답해주었다.

[햇님: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구요. 본론은 따로 있습니다.]

[나: 윤슬이에 관한 이야기야?]

[햇님: 네, 맞습니다.]

요 며칠간 오누이에게 연락이 없던 것도 대략 그런 이유일 것이다. 윤슬이에 대해 조사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어있었다.

매개 음식으로 발생한 타인의 기억에 간섭할 수 있는 일에 대하여 규명하는 것이다.

[햇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일 중요한 부분은 실패했습니다. 윤슬이가 어째서 타인의 기억에 접할 수 있는지, 누구에 의해서 혹은 어떤 과정에 의해서 그렇게 된 건지. 알 수 있는 단서가 전혀 잡히지 않더군요.]

[나: 그랬구나. 수고했어.]

아무리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내내 노력해준 오누이에게 모진 말을 하고 싶진 않았다.

[햇님: 단지 저희가 강조하고 싶은 건 오히려 그 부분이에요.]

[나: 그게 무슨 말이야?]

[햇님: 저희가 알 수 없다는 건 그만큼 상위 차원의 누군가 혹은 무언가... 아무튼 그런 인과가 개입했다는 뜻이거든요.]

[나: 애초에 너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한, 어떤 이유가 있다는 건가.]

[햇님: 조금 무력한 말이지만. 지금으로선 그렇게 받아들이는 게 최선입니다. 죄송합니다.]

[나: 너희가 미안할 건 없어. 정말 고맙게 생각해.]

타자를 쳐서 햇님이에게 괜찮은 척하면서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그 정도의 이유가 있다는 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쉽게 실감이 나는 일은 아니었다. 우리가 흔히 세상사에 대해 모르는 일이 많듯이 오누이도 그럴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햇님: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희 선에서 새로운 방법을 생각했거든요.]

[나: 어떤 건데.]

[햇님: 주현 오라버니도 매개 음식으로 만들어진 기억에 잠입하는 겁니다. 윤슬이랑 같이요. 그 정도는 저희가 어떻게 해볼 수 있겠더라고요.]

답하기 망설여진다.

그야 내가 함께 간다고 하면, 윤슬이 혼자 기억 속에 덩그러니 떨어지는 것보다야 훨씬 안전하고 걱정도 덜 되기야 하지만.

"그래도 되려나."

타인의 기억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에 저항감이 든다. 그게 설령 좋은 기억일지라도 그 사람 입장에선 남에게 제 과거를 들키게 되는 일일 테니.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타인에게 사생활을 들키게 되는 것은 유쾌한 경험일 수 없다.

[햇님: 역시 망설여지는군요? 이해합니다. 타인의 기억을 엿보는 것이 결코 마음 편한 일은 아닐 테닐까요. 하지만 저희로서도 가볍게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에요.]

[달님: 저도 몇 마디 덧붙이자면, 주현이 형이 그렇게 해주면 윤슬이에 대해 조금 더 정확한 정보를 특정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나: 정보를 특정해?]

[달님: 저희가 이번에 완벽한 조사 분석에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표본 부족이거든요. 윤슬이가 지금까지 매개 음식으로 남의 기억에 접촉한 것은 3번밖에 안 되잖아요? 그 정도 숫자만으론 무얼 분석하기도, 특정하기도 어렵죠.]

그 논리는 명료하면서도 간단했다.

햇님이와 달님이가 윤슬이를 분석하는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윤슬이가 기억에 접촉하는 과정을 오누이가 조금 더 관찰할 수만 있다면 더 확실한 정보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달님이가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달님: 결론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형이 선택하시는 거지만요.]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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