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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굴러들어옴-154화 (154/200)

154화: 차차웅(1)

우리 가게엔 개성적인 손님들이 많이들 오신다. 물론 현대 사회는 개성의 사회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드물지만, 특히 단골 중에서는 성격이 톡톡 튀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생길 거 같은.

그런 손님들이 유독 많다.

“움... 싱기하다.”

- 뭐가 말이지?

“아저씨 옷이 싱기하다.”

- 이 옷은, 한복이라고 해.

“한보기라고 해?”

- 그래, 특히 내가 입은 건 무복에 속하고.

“무보기라고 해?”

- 그래.

특이한 복장의 손님에게서 무언가를 듣고 나서는 내 쪽으로 후다닥- 달려오는 5세.

그리곤 내 바짓춤을 쿡쿡 잡아당긴다.

“옵바, 옵바. 윤스리가 쿠이즤~ 내볼게.”

“너 퀴즈라고 발음할 줄 알잖아.”

“쿠이즤...”

“알겠으니까, 뭔데 그래.”

“저 아저씨가 입은 옷 이름이 모게?”

“....”

본인이 새로이 얻은 지식을 내게 자랑하고 싶은 게 분명했다. 문제는 그 대화가 오고갈 때 나는 두 사람으로부터 5m도 채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초 한복이고, 무복이고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글쎄, 오빠는 처음 봐서 모르겠는데. 우리 윤슬이가 안다는 말이야?”

“핳하하! 그렇타!”

5세는 나를 업신여기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고 있다.

어딘가 건방지면서도 같잖아서 귀엽다.

“옵바는 몰루지!”

“그래, 오빠가 모르니까 우리 윤슬이가 가르쳐주세요.”

“저거는 한보기라구해. 그리구 무보기라고두 해.”

“그래? 한복이랑 무복, 둘 중에 어느 쪽이야?”

“움...?”

자기 지식 과시에 너무 몰두하고 있는 것 같아서.

한 번 장난을 쳐보기로 했다.

“오빠는 모르잖아. 저 옷을 한복이라고 해야되는지, 아니면 무복이라고 해야되는지.”

“움... 그렇타.”

“그럼 윤슬이가 알려줘야지. 둘 중에 뭐라고 불러야될지.”

“이익!”

5세는 동감했는지 분한 표정을 짓는다.

다시 고풍스런 의상을 입은 손님에게 다가가서 묻는다.

“아저씨! 한보기라구 해? 무보기라구 해?”

- 둘 다 맞다.

“움!”

5세는 지식을 배워와서는 다시 내 바짓춤을 쿡쿡 잡아당긴다.

“둘 다 갠짠타구 아저씨가 그랬어.”

“그래? 손님이 그랬다는 말이야?”

“그렇타.”

“이상하다? 그러면 윤슬이가 알고 있던 게 아니라, 손님이 알려주신 거네.”

“아, 아앗...! 들켜버렸따...”

5세는 지식의 밑천이 드러나버렸고.

작전 상 후퇴를 시전했다.

배달을 마치고, 잠시 앉아서 휴식 중인 고영희씨의 뒤로 숨어버렸다.

쓴 웃음을 짓게 된다.

- 오늘의 메뉴는 만두칼국수로 봤습니다만.

“네, 맞아요. 장맛 나게 해서 칼칼하거든요.”

- 딱 내 취향입니다. 그걸로 한 그릇 주시죠.

“만두 칼국수 하나요.”

고풍스런 의상을 입은 남자 손님은 말투도 제법 딱딱하다. 비즈니스적인 느낌보다는 옛스러운 느낌에 가깝다.

컨셉을 지나치게 잘 잡는 인간이거나, 그런 직업이거나.

둘 중 하나일 텐데 무복을 입으신 걸 봐선 높은 확률로 후자인 것 같다.

지난 번 첫눈 오던 날 만들었던 전골을 참고해서 만든 만두 칼국수에는, 국물의 감칠맛을 살리기 위해 참치액을 넣는다.

찐한 장맛과 더불어 혀에 감기는 감칠맛이 일품인 만두 칼국수는 거의 모든 손님들이 좋아했다.

특히 날씨가 추워지다보니 고정 메뉴보다 찾으시는 분들이 많다.

김이 모락모락 날 때 한 그릇 내어드리니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식사를 시작하신다.

저절로 눈이 가는 외모다.

“움...”

멀리서 윤슬이도 뚫어져라 지켜볼 정도.

옛스런 한복을 입고 있다는 점도 당연히 눈에 띠지만, 기본적으로 눈을 사로잡는 비주얼이었다.

뒤로 길게 늘어뜨려 묶은 장발.

키는 2m가 약간 못 되어보인다.

190cm는 확실히 넘는 듯.

눈 밑에 눈물점이 있고 손가락이 얇은, 흐트러진 미남이다.

“미정 선생님이 보셨으면 매우 좋아하셨겠는데.”

그런 생각마저 문득 들었다.

특히 눈 밑에 있는 눈물점이 누군가와 비슷한 위치였던 것 같다. 누군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장사를 하다보면 너무 많은 사람들과 스치게 된다.

꽤 빠른 시간 내에 식사를 마친 손님이 윤슬이를 데리고 무언가 얘기 중이다. 5세의 눈이 반짝거리는 것을 봐선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있는 듯하다.

“오오...!”

- 대단하지?

“그렇타!”

저토록 좋아하다니.

신경 쓰인다.

뭔가 작은 것을 함께 보면서 재밌어하는 거 같은데.

몰래 고개를 들어 엿보았다.

“응...?”

옛날에 썼던 화폐인 것 같다.

동전인데, 제법 낡아있고. 역사책에서 몇 번 보았던 느낌이다. 박물관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 같은데.

원래 무당들은 저런 물건들을 간직하는 것일까.

좌우지간 신기하긴 하다.

그밖에도 부채나 종 같은 것을 차례로 꺼내어 윤슬이한테 보여주며 관심을 끌고 있는 손님이다.

- 정말로 좋아할까?

“움... 그거눈 윤스리두 몰루지만. 윤스리라므는 아주 조아써.”

- 그런가.

두 사람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걸까.

궁금해지려던 찰나에 배달 주문이 들어왔다.

겨울철에는 자전거 배달이 어려워서 배달 가능 지역을 조금 더 좁혔다. 그 덕에 영희씨는 꿀 빠는 미래를 상상하며 좋아했지만.

문제는 아무리 좁아진 거리라고 할지라도, 직접 걸어서 배달하는 걸로 합의를 봤기 때문에.

실제로 영희씨가 배달에 투자하는 시간은 그 전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

- 다녀올게.

“윤스리두 갔따온다.”

“조심히 다녀와.”

윤슬이는 너무 실내에만 있었는지 나가서 조금 걷고 싶다며 무당 손님을 방치하고는 그대로 영희씨를 따라 나가버렸다.

그 덕에 가게엔 나와 무당 손님.

이렇게 둘이 남게 되었다.

왠지 모르게 이 손님과 함께 있으니 묘한 긴장감이 돈다.

복장과 함께 외모가 특이한 탓인지, 아니면 직업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어렵게 느껴진다.

식사를 마치신 지 꽤 되었고, 이제 슬슬 나가시려나 싶어서 쳐다보았는데.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계신다.

“.... 무슨 일이시죠? 추가 주문인가요?”

- 아니, 배는 이미 충분히 불렀습니다.

“다행이네요.”

- 예.

그렇게 대화를 단호하게 끊으면서도 왜 이쪽을 계속 쳐다보시냐고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렇게 물어볼만한 깜냥이 안 되었다.

아무래도 무속인이기 때문인 거 같다.

괜히 말을 걸었다가 페이스에 말려들면 값 비싼 부적을 사게 될 거 같았다.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눈 앞에 두면 잡생각이 들게 하는 비주얼이다.

- 제가 이 식당에 온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짐작 가는 데는 없습니까?

“.... 부적 판매?”

- 애석하게도 부적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잘못 짚은 모양이다.

- 여동생에 대해서 말입니다만.

“윤슬이요?”

- 그런 이름이었죠. 아무 것도 모르는 눈치는 아니어서 이렇게 물어보는 겁니다.

윤슬이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냐.

그런 질문을 하고 싶은 걸까.

평범한 손님이 그런 질문을 하셨다면, 십중팔구 5세에게서 관심을 끌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거다.

하지만 무당이 그런 말을 꺼내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얼마 전에 오누이와 나눈 대화 때문이다.

**

[달님: 결국 윤슬이 능력에 대해서 알아냈어요.]

[나: 수고 많았어.]

[달님: 수고는 형이 했죠.]

얼마 전, 황치호씨의 칼국수를 끝으로 윤슬이의 능력에 대한 오누이의 조사가 끝났다.

그런데 왠 걸? 오누이가 조사해온 능력의 이름이 깜찍하게 느껴졌다.

[세계가 사랑하는 아이]

[나: 세계가 사랑하는 아이...?]

인기가 엄청 많다!

와 같은 뜻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애석하게도 그 정도 해석으로 그칠 수는 없었다.

시온이 다시 되살아난 것.

그리고 매개 음식으로 만들어낸 기억들을 변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그토록 영향력이 거대한 능력이라면 조금 더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었다.

[달님: 아직 이 능력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게 된 바가 없어요. 저희도 처음 듣는 거니까요. 그래서 염라한테 직접 가서 물어보려고요.]

[나: 너희가 고생이 많네.]

[햇님: 고생은요. 이미 저희 오누이랑 주현 오라버니, 윤슬이는 가족이잖아요?]

[나: 그렇게 말해주면 정말 고맙고.]

달님이와 햇님이가 든든한 덕분일까.

아니면 [세계가 사랑하는 아이]라는 문구가 따듯한 어감인 덕일까.

불안한 마음은 많이 가신 상태였다.

염라라고 하는 저 세상의 왕에게 직접 물어보면 어느 정도 그 능력에 대해서도 규명될 테니까, 한시름 던 셈이다.

“옵바, 모 보구 있눈데. 윤스리 놀아주지두 않구.”

“윤슬이를 놀아줘야 된다?”

“그렇타...”

콩콩콩콩-

오누이와 타이쿤 어플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윤슬이가 내게 와서 콩알박치기를 시전했다.

이날은 가게 휴일인 데다가 밖이 추워 집에만 있기로 영희씨와 함께 셋이서 약속했던 날이었다.

5세는 심심했던 것이다.

“오빠가 비행기 태워줄까?”

“비, 비행기...!”

윤슬이는 하늘을 진짜로 나는 비행기를 생각한 듯하다.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 틈을 타서 옆에 눕고는 번쩍 들어 무릎에 얹혔다.

“오오...!”

배실배실 웃으며 좋아하는 윤슬이.

무릎을 위로 올렸다가 아래로 내렸다가 하며 비행기 타는 듯한 기분을 간접 체험시켜줬다.

“어때 윤슬아, 오빠 비행기다. 오빠 비행기.”

“우하하! 윤스리가 옵바 비행기루 만드러써. 대다나지?”

“....”

갑자기 이상한 설정이 추가되어 있었다.

그 옆에서 우릴 잠자코 바라보던 고영희씨는 자연스레 뛰어들어 윤슬이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고양이치고 정이 많은 영희씨가 약간의 소외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체력이 다 빠질 때까지 비행기를 태워주고는 두 꼬맹이를 가슴 언저리에 올려두었다.

형용할 수 없는 안심감이 명치 부근에 자리잡았다.

“윤슬아. 영희씨.”

“움?”

냐앙-

‘왜 불러.’

“우리는 가족이니까,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줄게.”

한 손은 영희씨의 부드러운 턱을 만져주었고, 다른 한 손은 5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때 5세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내가 본인을 지나치게 애 취급하는 것처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거둔.”

“아니란 말이야?”

“윤스리가 옵바랑 영히씨 지켜주눈 거야.”

냐앙-

‘아무렴. 우리 윤슬 선배가 최고지.’

윤슬이는 힘을 과시하고 싶은지, 마치 포즈를 잡는 보디빌더들이 이두를 쥐어짤 때처럼 팔에 알통을 만들려고 했다.

쿡쿡- 만져보았다.

역시나 물렁살이다.

“그럼 오빠가 윤슬이랑 영희씨 지켜주고. 윤슬이가 오빠랑 영희씨 지켜주고. 영희씨는 우리 남매 지켜주면 되겠네?”

“움... 그게 좋케써!”

냐아앙-

‘난 빼줘. 난 보호만 받고 싶다고.’

“그거눈 넘무하자나.”

좋은 분위기였는데, 영희씨가 틱틱댔다.

그러나 윤슬이도 나도 알고 있었다.

그 틱틱거림이 결코 고영희씨의 진심이 아니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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