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82. 붉은 곰을 사냥하다.
*붉은 곰을 사냥하다.*
마라와 전사장을 포함하여 전사 일곱이 붉은 곰 사냥에 나섰다. 붉은 곰이 나온 곳은 그린스킨들이 머물고 있는 곳과, 상당히 거리가 떨어진 곳이었다. 가는 길에 험한 산길이 위태롭게 이어졌다.
이곳은 아크론 산맥의 중턱으로 이곳에 사는 동물들 외에는 몬스터들도 잘 오가지 않는 곳이었다. 일명 짐승 길로 불리는 짐승이 다니는 샛길만이, 동굴과 붉은 곰의 출현 장소로 이어져 있었다.
이러한 짐승 길은 이 산맥에 적응된, 야생 염소나 산양, 야생 곰들이 다니는 길로, 인간이나 고블린들이 다니기에는 험한 길이었다. 길의 중간이 끊어지기 하고, 가끔은 낭떠러지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기도 하였다.
이렇게 위험한 길을 꼬박 하루를 걷고 난후에야, 붉은 곰이 나타난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고블린 전사들은 사냥감을 찾기 위해, 이 먼 곳까지 사냥을 나와야 했던 것이다. 아크론 산맥의 중턱에는 먹이가 되는 사냥감이 많지 않았다.
바위가 많고 거친 환경은 일부 동물들을 제외하고는 살아가기 어려운 곳이었다. 그래서 이곳에는 험한 바위지형에 살 수 있는 산양과 야생염소들만 소수가 살고 있었다.
이들은 붉은 곰의 먹이이기도 했다. 그래서 산양을 사냥하기 위해서 온 그린스킨들과 붉은 곰이 이곳에서 서로 조우하게 된 것이었다.
이곳은 산양이 사는 가파른 절벽의 밑으로, 산양들이 몰려나온 고블린들을 경계하며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고의 현장에는 고블린 전사의 핏자국만 남아 있고, 붉은 곰의 흔적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기세 좋게 전사들을 데리고 왔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하자 붉은 곰을 찾는 것이 막막해졌다.
붉은 곰을 찾기에 앞서서, 절벽위의 산양을 먼저 사냥하기로 했다. 붉은 곰에 대한 복수도 중요하지만 우선 무리를 먹여 살릴 식량을 구해야 했다. 산비탈을 타고 산양이 머물고 있는 절벽위로 올라갈려는 순간, 먼 곳에서 나무둥치를 발톱으로 할퀴는 소리가 들렸다.
붉은 곰이 영역표시를 하고 있는 소리였다. 곰들은 자신의 영역을 나무를 할퀴어 표시를 한다. 좀 더 높은 곳에 앞 발톱의 흔적을 남기는 녀석이 더 큰 녀석이었다. 그것을 보고 도전자는 싸울지 말지를 결정을 내렸다.
한창 붉은 곰이 영역표시를 하고 있는 곳으로, 전사들과 같이 조심해서 걸어갔다. 안전하게 붉은 곰을 처리하는 방법은 혼자 은신을 하고 붉은 곰에게 다가가 몰래 독을 바른 창으로 찌르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전사들에게 마라의 멋진 모습을 보여 줄 수가 없었다. 전사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전사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야 카리스마 스킬도 함께 올릴 수가 있었다.
카리스마 스킬은 올리기 위해서는 나름 쇼맨쉽이 필요했다. 그린스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 줘봐야, 카리스마 스킬은 오르지 않았다.
전사들을 붉은 곰이 보이는 곳까지 데리고 가서, 적당한 자리에서 기다리게 했다. 혼자서 은신 스킬도 안 쓰고 붉은곰에게 다져갔다.
열심히 나무에 영역표시를 하던 곰은, 고블린의냄새를 맡았다. 곧 영역표시를 멈추고 고개를 돌리고 냄새의 근원지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가오고 있는 마라를 발견했다.
"우워어."
하울링 소리와 함께 마라에게 다가왔다. 녀석의 덩치는 빠르게 커졌다. 덩치가 2~3미터는 되는 것 같았다. 마라는 곧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 용기는 가상했으나 사냥경험이 없었다. 겁을 먹고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그때 마라의 몸의 주도권을 내가 가지고 왔다.
마라의 떨리던 몸이 멈추고 팔과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창은 붉은 곰을 향해 똑바로 겨누어졌다. 마라는 아직 어려서 전투의 경험도 없고 사냥의 경험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나름 판타지월드에서 전투로 잔뼈가 굵은 몸이었다. 붉은 곰과의 전투는 아이들 장난 같았다.
2.5미터에 500키로에 달하는 거대한 붉은 곰이, 거대한 진동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것을, 눈도 깜짝 안하고 바라보고 있었다.
적당한 거리로 다가오자, 급가속과 순간적인 기지를 사용하여, 창날이 바닥으로 향하고 있던 창을 번쩍 들어올렸다.
사선으로 들어 올려진 창은 정확하게, 붉은 곰의 목젖을 꿰뚫었다. 붉은 곰이 달려오던 힘에 마라의 몸이 이끌렸다. 재빠르게 붉은 곰의 몸에서 창을 뽑아 뒤로 물러났다. 붉은 곰은 목에 피를 흘리면서도 아직 힘을 잃지 않았다.
자그마한 고블린의 창날은 거대한 붉은 곰을 한방에 죽일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마라가 만드는 고블린 마비 독은 아직 독성이 약했다. 독이 효과를 보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붉은 곰은 곧 발톱을 세우고, 나무둥치 만한 팔을 휘둘러왔다. 더욱 뒤로 물러나며 붉은 곰의 공격을 피했다. 그런데 그때 나도 모르게 실수를 했다.
머크의 몸에 익숙한 나머지, 일반 고블린보다 훨씬 덩치가 큰 홉 고블린의 몸의 크기를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급가속(상)과 순간적인 기지(상)의 빠른 속도에 익숙한 나에게는, 급가속(중)과 순간적인 기지(중)의 느린 속도와 느린 반응 속도에 아직 적응이 안되었다.
한발짝 늦은 판단과 보다 느린 움직임은 붉은 곰의 앞발 공격을 허용했다. 어깨에서 아랫배까지 붉은 곰의 발톱에 길게 베어지고, 몸은 뒤로 데굴데굴 굴렀다. 하마터면 판단 미스로 4번째 목숨을 한방에 날릴 뻔했다.
어게에서 아랫배까지 화끈한 열통이 느껴졌다. 마치 불에 데인 느낌이었다. 다행이 너무 늦지 않게 움직여 내장이 흘러내리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이 정도의 상처는 지금의 재생 스킬로도 치료가 가능했다.
-재생 스킬(중)에 의해 상처가 치료됩니다.-
데굴데굴 산비탈을 굴러 내려가는 동안에도 이러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것으로 위험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붉은 곰은 거대한 몸을 이끌고 따라왔다.
독 생성(중)에 의해 만들어진 독은, 아직 붉은 곰의 거대한 몸을 중독 시키는데 시간이 걸렸다. 급하게 몸을 일으킨 나는, 모양이 빠지게도 전사들이 있는 곳으로 도망을 쳤다.
다행이 급가속 스킬이 있어, 움직임이 빠른 곰에게도 잡히지 않고 도망을 칠 수가 있었다. 지나친 자신감이 생명을 단축 시킬 뻔했다.
그런데 지금쯤 독에 중독되어 죽어야 하는 곰이 점점 가까워 졌다. 분노한 붉은곰은 독에 중독이 되고, 목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가지 끝까지 따라왔다. 마치 원수를 갚고 죽겠다는 모습이었다 하필이면 독한 놈을 만났다.
붉은 곰은 금방 나의 근처가지 다가왔다. 비탈길을 구르느라 창도 잃어버렸는데, 정말 곤란하게 되었다.
그때 전사장이 외쳤다.
"마라님. 여기 이 창을 받으십시오."
그 소리와 함께 전사장의 창이 날아왔다.
잽싸게 날아오는 창을 받기 위해 점프하였다. 창을 받은 몸은 점프를 하던 힘에 의해 옆으로 굴렀다.
마침 창을 받아 쥐고 몸을 일어나니, 바로 앞에 거대한 붉은 곰이 몸을 일으키고, 양팔을 휘두르려고 하고 있었다. 급하게 창을 들어 붉은 곰의 심장을 찔렀다.
마지막 창이 심장을 찔러서인지, 독이 이제야 작용을 한건지, 결국 거대한 곰의 몸이 앞으로 엎어지며 마라를 향해 덮쳐왔다. 아슬아슬하게 몸을 굴려 덮쳐오는 곰을 피하니 "쿵."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리고, 먼지가 피어올랐다. 하마터면 거대한 곰 밑에 깔려 버릴 뻔 했다.
이래저래 모양이 빠지는 모습이었다.
재생 스킬이 있어 죽지는 않았겠지만, 누가 곰의 시체를 치워 줄때까지 깔려서, 재생스킬에 목숨을 의지할 뻔 했다. 이렇게 민망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신으로서의 체면이 땅바닥에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을때,
-카리스마(하) 스킬이 소폭 상승합니다.-
-카리스마(하) 스킬이 소폭 상승합니다.-
-카리스마(하) 스킬이 소폭 상승합니다.-
-카리스마(하) 스킬이 소폭 상승합니다.-
카리스마 스킬이 연속적으로 오르고 있었다. 이 녀석들이 보기에는 한방에 붉은 곰을 해치우는 것보다,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아슬아슬하게 잡는 모습이, 더 극적인 감명을 준 것 같았다.
격투기를 봐도 그렇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기는 것보다는 양쪽 선수가 서로 공방을 치열하게 주고받으며, 아슬아슬하게 이기는 것이 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법이다.
전사장과 전사들이 존경하는 눈빛으로, 초롱초롱하게 보는 모습이 눈부셨다. 내가 더 민망해지는 순간이었다. 어째든 카리스마를 대량으로 올리는데 성공했으니 잘된 일이었다.
그때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애송이 홉 고블린은 자신의 용맹함을 입증하였습니다.-
-애송이 홉 고블린이 홉 고블린으로 진화합니다.-
마라가 애송이 딱지를 떼고, 홉 고블린으로 진화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 마라가 진화를 하면서, 새로운 스킬이 하나 추가로 생겼다.
스킬-번식력(중)
통솔(하)
카리스마(하)
독 생성(하)
독 저항(하)
독 주입(하)
재생(하)
용맹(하)
스킬-용맹(하) : 순간적으로 평상시보다 강한 힘을 낼 수 있게 해준다. 5초동안 평상시보다 30% 강한 힘을 낼수 있다.
쿨 타임 10분.
용맹(중) : 순간적으로 평상시보다 강한 힘을 낼 수 있게 해준다. 10초동안 평상시보다 60% 강한 힘을 낼 수 있다.
쿨 타임 5분.
용맹(상) : 순간적으로 평상시보다 강한 힘을 낼 수 있게 해준다. 20초동안 평상시보다 2배 강한 힘을 낼 수 있다.
쿨 타임 3분.
용맹은 급가속 스킬의 힘 버전이었다.
은신, 급가속, 순간적인 기지, 용맹 이렇게 4가지 스킬을 사용하면, 전투 시에는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대박 스킬을 얻었다. 이 네 가지 스킬의 시너지 효과는 대단 할 것이다.
마라가 홉고블린 로드가 되어 군대를 이끌고, 전장에서 무쌍을 찍는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스킬을 확인하고, 기뻐하는 것도, 잠시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아직도존경하는 눈빛으로 초롱초롱하게 바라보고 있는 전사들을 시켜서 붉은 곰을 해체했다. 덩치가 큰 만큼 가죽과 고기가 엄청나게 많이 나왔다.
한 번에 이 인원으로 다가져 가지 못해, 몇 번은 동굴까지 왔다 가야 할양이었다. 남은 고기와 가죽은 나무위에 들고 올라가서 매달아 두었다. 힘들게 얻은 고기를 들짐승들에게 빼앗길 수 없었다. 모두 기분 좋게 어깨 가득히 곰고기와 가죽을 짊어지고 동굴로 돌아갔다.
이제 그린 스킨의 무리는 한동안은 굶주림에서 벗어 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내가 마라의 몸을 차지한 지금부터 그린스킨들이 굶주릴 일은 없을 것이다.
곰고기를 들고 동굴에 도달 하였을 때, 배고픈 고블린 무리들이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카리스마(하) 스킬이 소폭 상승합니다.-
-카리스마(하) 스킬이 소폭 상승합니다.-
-카리스마(하) 스킬이 소폭 상승합니다.-
역시 카리스마 스킬은 올리기가 쉬운 스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