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62화. 내 편 (62/85)


제62화. 내 편
2022.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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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고 싶으면, 그래. 해 봐. 나에 대해 네가 얼마나 이상하게 말하고 다녔는지 다 말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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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문도 틀린 거 하나 없지 않나요?”

주혜는 작게 흔들리는 눈동자를 무섭게 치켜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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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부터 열까지 다 헛소문인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 태도가 황당해 잠시 말문이 막혔던 도아는 몇 번 호흡을 가다듬고 싸늘한 눈초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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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팀한테 대표님 정보 알려달라고 했잖아요. 취한 척 눈웃음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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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가 대표님 출근 시간 여부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지. 눈웃음은 친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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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요? 굳이 거기까지 간 이유가 뭐예요? 대표님이 올 거 미리 알고 간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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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 시에 좋은 옷 한 벌쯤은 필요한 상황이었어. 대표님이 온 건 우연이었고.”

거짓말에는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있는 사실만 말하는 거라면 얼마든지.

민주혜 너 따위가 나를 깎아내리려고 별짓을 다 해도 얼마든지 받아쳐 주겠다고 도아는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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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오른다고 걱정하던 언니가 그렇게 판단했다고요? 진짜 기가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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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기가 찬다는 거야? 마음에 들면 살 수도 있는 거지. 너도 그때 예쁘다며 계속 피팅 했잖아?”

주혜는 도아가 자신에게 화를 잘 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마음대로 해도 웃으며 이해해 주는, 거슬리기는 해도 그 점은 늘 높게 평가했었다.‬

그랬는데, 오늘은 어쩐지 밀리는 기분이 들어 더 조급하고 초조하게 조롱을 쏟아냈다.

주혜가 얼굴을 붉히며 박박 우길수록, 도아 역시 손끝이 떨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시우 앞에서 가슴 졸이며 겨우겨우 입을 떼던 크나큰 사건들에 비하면 이 정도쯤이야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몇 번이고 상대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태도와 별개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내용을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몹시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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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에 잘못했다 빌어야 하는 건 너야. 이성적으로 판단하길 바랄게.”

도아는 얕은 한숨을 내 쉬며 이제 그만하라는 듯 건조하게 대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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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건 언니죠.”

빛 받은 호박처럼 반짝이는 갈색 눈동자는 카페에서 우진과의 관계를 캐묻던 날과 닮아 있었다.

설마……?

그 모습에, 흐릿하던 실마리가 점점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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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도아는 마침내 주혜가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물고 늘어지는지 알아차렸다.

지금 우진 때문에 이딴 일을 벌인 거냐고 묻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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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어요? 찌라시 내용 보니깐 나도 정말 언니가 무섭던데?”

앙칼진 소리가 쇳소리마냥 골을 흔들었다. 귀에서는 삐- 이명이 들렸다.

머리가 지끈거리던 도아는 잠시 시선을 돌려 초록 식물들이 모여 있는 쪽을 응시했다.

생각해보니 우울할 때 시우의 정원을 바라봤었던 것 같았다.

여름날의 햇빛이 내려앉았던 그 평화로운 시간을 떠올린 도아는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낮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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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설마 그 일 때문에……?”

분명 그때 잘 해결된 일이었다. 주혜는 본인 입으로 사과했고, 조심하겠다고 했었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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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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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아니. 카페에서 있었던 일.”

날카롭게 되묻는 질문에 ‘우진’이라고 이름을 말하려다 문득, 화분 주변으로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듣는 이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했지만, 도아의 얼굴을 무섭게 주시하고 있던 주혜는 그녀가 짧게 입술을 움직이던 순간을 목격했다.

저게 진짜. 우진 씨가 자길 좋아한다고 또 내 앞에서 자랑질이야?

주혜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매섭게 도아를 노려 보았다. 짧은 침묵이 감돌았다.‬

주혜 역시 열려 있는 유리문 입구 너머로 직원들이 자신과 도아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느꼈다.

그리고, 꼭 있었으면 했던 사람의 얼굴도 보였다.

인사팀장. 우리 고모.

주혜는 침을 꼴깍 삼키며 민 팀장의 주름진 눈가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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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늦게 소란을 인지한 민 팀장은 상황을 살피기 위해 입구까지 걸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소란의 중심에 조카가 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이어 주혜와 눈이 마주치자 온몸의 털이 삐쭉 섰다.

이미 도아를 향한 주혜의 감정과 행간에 떠도는 소문을 알고 있던지라, 지금 보이는 장면만으로 어떤 상황인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민 팀장은 염려 섞인 표정을 지은 채 입구 가까이로 걸음을 옮겼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당장 말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고모를 확인한 조카는 짧게 도움의 눈길을 보내는가 싶더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 목소리에 힘을 실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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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아 언니. 그거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 소문은 다 스스로 자초한 일 아닌가요? 비서실도 본인이 지원해서 간 거 다 알아요.”

주혜야…….

민 팀장의 탄식이 가슴속에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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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당사자인 내가 당일 아침에 들었는데, 무슨 지원을 했다는 거야. 그리고 대표이사 비서실이 사원이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

도아의 표정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약간의 비소를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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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미 떼지 말아요. 인사팀장님한테 다 들었어요.”

그 태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주혜 역시 더 여유롭게 되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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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장님이 그렇게 말해?”

도아가 눈을 크게 뜨며 주혜 앞으로 한 발짝 다가왔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민 팀장은 자신을 사람 없는 회의실에 불러다 놓고 쓸데없는 칭찬을 늘어놓다가 대뜸 비서실로 올라가라고 말한 장본인이었다.

시우 때문에 속상할 때마다 그때 조금 더 강하게 거절했으면 어땠을까 되뇌었기 때문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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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이 사원한테 그런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잖아.”

다시 전략팀으로 내려올 수 있냐는 질문에 채용 공고는 없을 거라고 단호하게 선까지 그었던 사람이.

왜 고작 사원인 주혜에게 그렇게 말한 건지 혼란스러웠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다 비틀어 쥐었다.

주혜는 승기라도 잡은 듯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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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물어보면 되죠.”

이어서 턱 끝을 까딱 치켜들며 도아의 어깨너머로 눈짓을 날렸다.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아연실색한 인사팀장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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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도아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인사팀장의 어깨가 옴씰댔다.

회사에서 민 팀장의 평판은 꽤 좋은 편이었다. 가끔 트러블이 있기는 하지만, 일 처리만큼은 정석대로 깔끔하게 처리한다고들 평가했다.

그 점에 본인 역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기에 대표가 비서의 일을 캐물었을 때 더 치욕스럽게 다가왔었다.

그 후로 대표가 그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지만, 승진에서 누락될 수도 있고, 돌연 마음을 바꿀 수도 있는 일이었다.

조용히 다른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질 줄이야.

부정하면 주혜가 상처를 받을 것이고, 긍정하면 그동안 쌓아 올렸던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것이었다. 속이 끓어 한숨이 절로 나왔다.

민 팀장의 시선은 도아의 눈동자를 지나 사랑스러운 조카의 입술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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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제발.’

작은 입술이 고모를 애타게 부르짖고 있었다. 그 미세한 달싹거림을 민 팀장이 눈치 못 챌 리 없었다.

주혜는 지금 자신의 행동이 고모를 몹시 곤란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딱 한 번만 눈감고 거짓말을 해준다면 도아가 지금까지 변명이라며 말했던 것들이 모두 거짓말로 치부될 수 있었다.‬

고모는 날 사랑하니 내 편이 되어줄 거라고, 어차피 이직을 고민하는 처지였으니 기꺼이 거짓말을 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두 명의 눈빛을 번갈아 보던 민 팀장은 결심한 듯 코허리에 내려온 안경을 고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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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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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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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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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단호한 목소리에 지켜보는 사람들도 숨소리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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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얘기는 없는 것 같네. 둘 다 복도에서 뭐 하는 건가? 어서 자리로 돌아가요.”

저게 다야?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올 대답을 기다렸던 구경꾼들은 당사자들만큼이나 몹시 실망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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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할 이야기가 왜 없으세요? 저한테 올라가라고 한 건 팀장님이셨잖아요. 그냥 사실만 말해주세요.”

인사팀장의 태도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도아가 겨우겨우 화를 억누르며 부탁했다. 억울함과 황당함에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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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아 씨. 여기는 학교가 아니야. 회사라고. 이런 상황 부끄러운 줄 알아.”

하지만 돌아온 건 따끔하고 매서운 충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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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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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아 씨. 말을 어떻게 전했길래 대표님이 나를 불러?’

민 팀장의 눈빛이 시우의 호출로 15층에 올려와 어찌 된 일이냐며 쏘아붙이던 그날과 닮아 있었다.

어려울 것 하나 없는 일이 왜 이렇게 꼬여만 가는지 알 수 없었다.

수많은 눈동자는 바빴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 주혜와 도아를 저울질하며 속닥거렸다. ‬

안경사이에 자리 잡은 민 팀장의 주름이 점점 깊어졌다.

허망함이 깃든 도아의 눈빛이 어쩐지 상처에 물을 붓는 것처럼 느껴져 그녀는 힘을 주어 한마디 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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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아 씨. 그때 일이라면 다 지난 일이니 굳이 들출 필요 없잖아요?”

달래듯 내뱉는 말투는 누가 보아도 도아를 위해 말을 안 하는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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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왔다 갔다. 똑딱똑딱.

메트로놈 움직이듯이 갈피를 못 잡던 추측들이, 그 한마디에 쑤욱, 도아가 인사팀장에게 부탁했다는 쪽으로 기울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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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진짠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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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른 이야기들도 맞는 거 아니야?”

작은 목소리들이 선명하고 크게 귓가에 닿아 마음을 짓누르듯 뭉갰다. 추운 것도 아닌데 길게 내뱉는 한숨이 오들오들 떨렸다.

곤란해하던 민 팀장의 얼굴은 이제 단호하고 확신에 차 보였다.

흐릿한 시선을 애써 다른 쪽으로 옮기자 잠시 잊고 있던 주혜가 눈에 들어왔다. 승기를 거머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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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솔직히 제가 몇 마디 한 건 맞아요. 인정. 하지만 언니가 했던 행동들을 먼저 반성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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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동을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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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주혜가 고개를 끄덕이자 연갈색 머리가 물결치듯 찰랑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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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텀 서비스도 그냥 아이디어만 낸 건데 마치 언니가 다 한 것처럼 자랑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욱하는 마음에 받아치려던 도아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꾹 눌렀다.

어이가 없어 허튼 말이 튀어나올까 잠시 마음을 가다듬는 사이, 주혜는 쉬지 않고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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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제는 언니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그 말도 솔직히 못 믿겠네요.”

인사팀장이 주혜의 편에서 대답해 준 이후,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곳이 회사인지, 낭떠러지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도아는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냥. 열심히 했던 건데. 그게 다인데. 왜 이렇게.

짙은 체념이 안개 퍼지듯 마음을 좀먹어갔다.

꿋꿋하게 들어 올렸던 고개가 점점 힘없이 기울어져 갈 때쯤, 말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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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는 솔직히 이 비서님이 다 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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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서님. 정말 고마워요.’

귀에 익은 목소리. 수화기 너머로 몇 번이고 고마움을 전하던 그 고운 목소리였다.

그녀는 월튼 옆에서 인상을 찌푸린 채 주혜를 쏘아보고 있었다.

리라 뿐만 아니라 커스텀 서비스 최종회의 참석자들이 모두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중심에 시우도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당황한 직원들이 부산스럽게 주변을 정리하는 사이, 그의 검은 눈동자가 차분하게 도아를 내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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