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움바 벨카인
바드레이는 친위대와 전투단을 이끌고 멜버른 광산의 지하 3층에 도착했다.
"우리가 온 것이 알려진 모양이군."
"그런 것 같습니다."
지하 3층의 유저들은 모두 떠난 듯, 비워져 있다.
정찰을 위하여 따라온 도둑 몇 명이 주변을 수색해 봤지만 근처에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내려가시지요. 여기에 숨어 있는 놈들은 암ㅁ살단에 맡기시면 될 겁니다."
"가자."
헤르메스 길드의 병력은 지하 1층과 2층의 유저를 처리한 이후에 두 갈래로 나뉘었다.
암살단은 마법사, 도둑 들을 데리고 멜버른 광산에 함정을 설치하여 흑사자 길드의 구원군이 도착하면 막기로 했다.
지하 1, 2, 3층을 완전한 함정 밭으로 만들어 요새화하여 시간을 끌 계획이었다.
친위대와 전투단은 바드레이를 따라서 아래로 내려가기로 했다.
"조금 흥미진진하군."
"과연 얼마나 강할지... 짜릿한 싸움이 되겠어."
전투단이 무기를 꺼냈다.
광산에 있는 남아 있을 유저들을 해치우고 퀘스트를 완료해야 했다.
바드레이의 퀘스트라면 헤르메스 길드의 정보 역량이 총동원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들의 숨은 활약으로 멜버른 광산에는 벨카인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벨카인은 중대형 몬스터로 분류된다.
원래의 레벨은 620 이상으로 추정!
대륙의 역사서에 따름련 지옥의 밑바닥에서 스스로 기어나온 마수라고 한다.
100여 년 전에 톨렌 왕국에 끔찍한 피해를 입히다가 결국 하이 엘프들이 나서서 물리친 것으로 기록되었다.
죽지는 않고 상처를 입고 도주했다는데, 하이네프 산악 지대로 숨어든 이후로 나타나지 않았닫고 한다.
"정보대의 보고에 의하면 이 광산에서 누가 벨카인의 꼬리털을 조금 발견한 적이 있다고 하니... 우리가 이제 싸워야 할 적일 가능성이 높겠지."
"울음소리도 한두 번 들린 적이 있었다고 하던데 위치가 알려지지 않았지. 간단히 해치우고 떠나도록 하지."
역사서에 나온 표현대로라면 벨카인은 매우 파괴적인 마수로 땅의 힘을 이용할 줄 알아 위험했다.
"전투준비 차례대로 내려간다."
그들은 지하 4층에 도달하면 입구 주변에서 흑사자 길드와 유저들의 거센 저항이 있으리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방어력이 높은 전투단의 기사들부터 몸을 방패로 가린 채로 계단을 내려갔다.
하지만 뜻밖에도 광산에서 사냥을 하는 유저나 흑사자 길드 유저들의 공격은 없었다.
켄트리오 : 적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서 내려와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원래대로라면 흑사자 길드에서는 입구에서부터 방어선을 칠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무모하게 맞서느니 지진이 일어난 이후 드러난 던전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벨카인의 은신처!
그곳에서 돌아다니면서 시간도 끌 수 있고, 운이 좋다면 반대쪽 출구도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다.
암사자들이 입구 주변의 흔적을 조사했다.
"주변에도 없습니다. 그리고 발자국들이 던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이거 어이가 없군. 알아서 죽을 자리로 들어간 건가?"
그로비듄이 말했다.
친위대에 속해 있는 그의 직업은 네크로맨서
원래는 레벨이 446에 달하는 고위 마법사였다.
바르칸과 불사의 군단이 건재할 때까지만 해도 네크로맨서로 전직을 하지 않았다.
위드에 의하여 불사의 군단이 사라지고 난 이후로, 방송을 보며 네크로맨서의 잠재력에 대해 생각해 보고 전직했다.
초보 마법사가 아닌 만큼 기본 실력이 갖춰져 있었으며 길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네크로맨서로 능력을 키웠다.
큰 규모의 전투에서 활약할 수 있는 네크로맨서로서, 이번에 따라온 것이다.
"여기에도 병력을 일부 남겨 놓고 벨카인의 은신처로 간다."
바드레이가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가 나서야 하는 전투를 앞두고 검과 갑옷을 원래의 무장으로 바꾸었다.
직업 퀘스트를 하면서 켈튼 왕국 왕실 기사의 검도 입수했지만, 그가 쓰기에는 수준이 떨어진다고 판단하여 보관만 했다.
흑기사 페도르텐의 풀 세트!
베르사 대륙에서 현재까지 나온 것 중에 최상품을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친위대와 전투단도 보스급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한 장비를 장착했다.
중대형의 마수를 퇴치하기 위하여 긴 창과 철퇴, 도끼로 파괴력을 키웠다.
"어떤 놈이든 박살을 내 줘야지."
"도끼 전투대 전진."
바드레이는 평소보다 빨리 걸었다.
흑사자 길드의 구원군이 올 수 있다는 부담감보다는 전투에서 강인한 모습을 보이며 싸울 때가 좋았다.
베르사 대륙의 최강자로서 무력을 세상에 과시한다.
어느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막강함을 가진 바드레이
"크크큿, 어서들 따라오너라."
그로비듄은 언데드 소환으로 시체를 일으켰다.
네크로맨서의 언데드 군단을 만들어서 전투 병력으로 썼다.
멜버른 광산에서 사냥하던 유저들이 시체를 일으켰기에 최소가 듀라한, 데스 나이트급이었다.
둠 나이트도 몇 명이 끼어 있는 전력.
흑사자 길드의 유저들을 비롯하여, 4층에서도 전투가 벌어지게 되면 언데드는 더 많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
- 어떻게 하죠? 이쪽으로 오는 것 같아요.
- 쉿 조용히.
- 형, 그대로 지나가길 기다릴까?
- 아마 우리를 모르고 지나갈 리가 없겠지 너희는 지켜보기만 해.
위드는 다른 3명을 데리고 지하 3층의 광산에 그대로 숨어 있었다.
헤겔은 지하 4층으로 계속 내려가고 싶어 했지만, 냉정히 볼 때 그건 별로 의미가 없다.
침입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흑사자 길드의 전력을 충분히 감안하고 쳐들어왔으리라. 헤겔이 알려 준 1층과 2층의 상황을 들어도, 4층에 모이고 있는 유저들이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급할수록 냉정함을 잃은 판단을 내릴 수 있었지만, 위드의 생존 본능은 그럴 때일수록 빛을 발했다.
오히려 대부분의 유저들이 빠져나간 지하 3층에 남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는 남은 사람이 얼마 없을 테니, 침입자들 전체가 돌아다니면서 찾으려고 하지 않을 거야.'
악덕 사장들 밑에서 일하던 눈치와 돈 계산을 할 때처럼 빨라진 머리 회전이 내린 결론이었다.
하지만 그런 훌륭한 판단을 한 위드를 보는 다른 세 사람의 표정은 썩 좋진 않았다.
'사파이어 캐느라 늦었으면서.......'
보석 욕심도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크아아아악!"
"왜 아무 죄도 없는 우리를......."
"배니쉬!"
다른 곳에 숨어 있던 유저들이 발각되며 고함 소리와 전투를 벌이는 소음이 들렸다.
상대가 어쌔신들이기에, 직업이 도둑이거나 같은 어쌔신이 아니고서야 완전히 숨기지 못했다.
위드는 길게 이어진 갱도의 끝에서 움푹 들어간 부분, 사파이어를 파내던 장소에 셋을 데리고 숨었다.
어쌔신이 가까이 오지 않기만을 바랐는데 그곳으로도 걸어오고 있었다.
직업적으로 어쌔신은 어둠을 꿰뚫어 보며, 숨을 쉬는 작은 소리도 크게 듣고, 미세한 온도 차이도 느낀다.
던전의 함정을 해체하는 특기는 도둑보다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함정을 설치하거나 남을 습격할 때는 월등한 능력을 보이는 직업이 어쌔신이다.
매우 뛰어난 살상 능력을 가졌음에도 낮은 체력으로 인해 전쟁터에서 오래 싸우지는 못했다.
'더 가까이 오면 우릴 발견할 거야.'
어쌔신은 은신술을 펼치면 살금살금 걸어서밖에 이동하지 못한다.
조금만 이동속도가 빨라지더라도 은신술이 풀려 버린다.
수색에 나선 어쌔신들은 약한 적들을 상대로 구태여 숨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둘씩 짝을 이루어 돌아다녔따.
위드가 숨어 있는 곳으로도 두 어쌔신이 정찰을 위해 오는 중이었따.
'하나가 아닌 둘 짧게 끝내야 할 필요가 있어.'
위드는 어쌔신들이 다가올 때 헤겔을 앞으로 밀었다.
"어, 어라! 형!"
먹이를 발견한 어쌔신 둘이 땅을 박차고 뛰어왔다.
둘의 이마에는 살인자의 표식이 선명했다.
그들이 보기에 헤겔 정도의 장비라면 딱 해치우기 적당한 수준.
소탕 작전이 도처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다른 어쌔든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뛰어왔다.
"수호의 벽!"
헤겔은 방패를 앞세우며 완전한 수비 자세를 취했다.
몸이 얼어서, 반격을 가하거나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어쌔신들이 뛰어오던 속도 그대로 공격 기술을 발휘하려는 순간이었다.
황홀한 빛의 새가 그들을 덮쳤다.
정확하게 머리 부분을 가격!
"크으으윽!"
"이, 이건......"
어쌔신들의 눈앞이 갑자기 확 밝아지며 생명력이 쭉 감소했다.
그런 급한 와중에도 단검을 교차하며 연속 공격에 대한 수비를 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빛의 새들은 이리저리 궤적을 바꾸며 날아들어서 어쌔신들의 급소만을 가격했다.
연속 일곱 번의 치명타!
어쌔신 둘이 회색빛으로 변해서 사라졌다.
어쌔신은 은밀함과 공격 능력의 장점을 가졌지만 레벨에 비해서는 체력과 생명력이 현저히 낮았다.
갑옷도 무거운 것은 입지 못해 방어력도 많이 취약하다.
그런 면 때문에 정면 승부에서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위드는 먹이로 헤겔을 던져 주고 완벽한 기회를 만들었다.
어쌔신들을 방심까지 하게 만들고, 전력을 다한 공격으로 단숨에 해치운 것이다.
누군가 더 숨어 있는 것까지 예상할 수 있더라도, 그 사람이 위드이고 검술의 비기까지 활용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을리라.
"형, 이건 무슨 스킬이에요?"
헤겔은 원망스러워하는 대신에 광휘의 검술에 관심을 가졌다.
검술의 비기답게 더없이 화려하고 위력적이었다.
"별거 아니야. 그보다도 둘을 잡았으니 시간을 벌 수는 있겠군."
"이제 우린 안전할 걸까요?"
"아니 정찰을 나온 어쌔신들이 돌아갈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으면 여기로 몰려 오겠지."
위드는 어쌔신들이 죽은 자리로 가서 전리품을 주우며 말했다.
살인자 둘을 해치웠기에 금화, 보석, 독을 바른 단검, 치명타 확률을 높여 주는 반지를 얻을 수 있었다.
"아쉽군. 이런 건 안 비싼데."
어쌔신은 택하는 사람이 많이 않았다.
아이템을 팔더라도 별로 가치가 높지 않다는 점이 불만이었다.
'그보다도 이놈들의 정체가 무엇일까 정말 베덴 길드는 아니야.'
베덴 길드에 이런 일을 한꺼번에 벌일 전력이 있다면 흑사자 길드에 연거푸 패배하지도 않았으리라.
멜버른 광산만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일을 저지를 수 있다면 대단한 세력이었따.
'현재로써는 정체불명의 무리로 봐야지. 흑사자 길드에 피해를 입히고 싶었다면 차라리 베덴 길드와 힘을 합쳐서 공성전을 벌이는 편이 나았을 텐데?'
물론 적지 않은 손실을 입힐 수 있는 습격 작전이기는 했지만, 과연 수백 명의 고렐벨 유저들이 투입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위문이었다.
흑사자 길드의 구원군이 오면 갇혀서 역으로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반 유저들까지 무차별로 학살을 한다는 것은, 흑사자 길드만을 적대하는 단체라고 보기에도 이상했다.
이유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휘말리게 되었다.
"이제 싸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겠군."
전쟁의 신.
위드의 전투 본능이 꿈틀거렸다.
"일단 사파이어 2개만 더 캐고....."
"형, 제발!"
★★★★★★★★★★★★★★★★★★★★★
어쌔신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함정들을 마구 깔아 놓고, 유저들을 수색해서 목숨을 끊어 놓았다.
지하 3층에서는 25명의 어쌔신들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모일 시간이 지났는데 43호와 44호가 오지 않는다."
"늦어지는 것인가?"
광산의 길이 복잡하다 보니 다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조금씩 달랐다.
어느 정도의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다른 어쌔신들이 전부 모이고 나서도 유독 그 둘만 도착하지 않았다.
"아까부터 말도 없다."
"길드 채팅으로 불러 봐라."
어쌔신들은 나타나지 않는 동료들을 불렀다. 대답은 없었다.
"귓속말도 되지 않는다."
"설마......."
접속을 종료했거나 사망!
멜버른 광산 지역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으로, 로그아웃이 되지 않았다.
"죽었군. 어딘가 제법 강한 적이 숨어 있는 모양이다."
"43호와 44호의 수색 방향은?"
"탄광 지역이다."
"그쪽으로 간다."
어쌔신 6명이 동료들이 수색하던 지역으로 이동했다.
살금살금.
걷는 동안 보이지 않는 은신 스킬!
어쌔신 전용의 위장봅ㄱ까지 입고 있었기에 주변의 풍경에 동화되었다.
부츠도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을 착용하여 자갈이나 낙엽을 밟지 않는 이상 어지간해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
투명한 잔산이 움직이고 있는 사실을 알려 줄 정도였다.
- 이 부근이 아닐까.
-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말고 맡은 방향을 확실히 살펴봐라.
어쌔신들이 느릿느릿 전진하는데 발치에서 소리가 났다.
덜커덩!
"함정이다."
"튀엇!"
어쌔신들은 땅에 설치되어 있는 함정을 건드렸다는 생각에 셋은 뒤쪽으로, 나머지 셋은 앞쪽으로 뛰쳐나갔다.
어쌔신들은 본인들이 함정을 설치하는 만큼 발견도 잘하는 편이다.
보통의 함정들은 최소한의 크기와 작동되는 연결 고리가 있기 마련이었다.
'우리가 알아차리지도 못할 정도로 작은 함정을 설치하다니.......'
'설마 발굴가이거나 동종 업계의 유저인가? 그렇다면 어지간해서는 43호와 44호가 당하지 않았을 텐데.'
어쌔신들은 짧은 순간 오만 가지 생각을 다 했다.
스킬이 높을 수록 작고 강렬한 위력의 함정을 설치할 수 있다.
'터진다.'
어쌔신들은 앞뒤로 흩어져서 몸을 날리며 웅크렸다.
폭발이나, 화살이 쏘아지고, 독이 뿌려지는 것에 대한 최대한의 수비 반응!
"반 호크, 쳐라!"
"알았다, 주인."
기다렸던 함정의 작동 대신에 암흑 투기에 휩싸인 데스 나이트가 그들을 습격했다.
반 호크의 레벨이나 공격력은 대응도 하지 못한 어쌔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연속 공격에 의하여 어쌔신 둘이 사망!
그사이에 위드도 어쌔신 하나를 잡았다.
"가짜 함정이었구나!"
뒤쪽으로 도망친 어쌔신 셋은 비로소 실수를 깨달았다.
어쌔신들이라서 함정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예민하게 반응했다.
먼저 앞서 갔던 둘이 소리 없이 사라졌기 때문에 더욱 긴장한 탓도 있었다.
싸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벌써 셋이 죽었다.
"복수보단, 일단 물러서자."
어쌔신 셋은 동료들이 죽었는데도 미련 없이 퇴각하려 했다.
길드 채팅으로는 습격을 당했다는 사실을 벌써 알렸다.
어차피 독 안에 든 쥐였으므로 스스로의 안전부터 챙기는 쪽이 어쌔신들의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향긋한 냄새가 나는군. 목이 마르던 참이었어."
어쌔신들의 등 뒤에서 토리도가 나타났따.
뱀파이어의 밤의 귀족의 이동 스킬을 시전하여 갑자기 나타난 그는 어쌔신의 목덜미를 물었다.
"냠냠냠!"
토리도의 흡혈에 1명의 몸이 마비가 되었다.
주변에서 구해 주어야 풀려날 수가 있지만, 나머지 두 어쌔신은 눈을 마주치고 동시에 끄덕였다.
"미안하다."
"다음에 보자."
어쌔신들은 토리도가 나타났을 때부터 상대하기 어려운 몬스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뱀파이어 로드의 반지를 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료를 구하려다가 자신들까지 죽느니 미련 없이 살길을 찾았다.
하지만 진혈의 뱀파이어족들이 새록새록 나타나서 퇴로를 완전히 막았다.
"데스 블레이드!"
반 호크의 시커먼 검의 기운이 날아왔다.
어쌔신들이 양쪽으로 갈라져서 피하는 순간.
"소드 카이저!"
위드의 데몬 소드가 엄청나게 커지더니 그대로 어쌔신을 갈라 버렸다.
일격에 모든 마나를 불태워서 공격하는 스킬.
어쌔신 1명에게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과분할 정도였으나, 도주 속도가 빠르다 보니 확실히 없애는 쪽을 택했다.
반 호크도 달려와서 마지막 남은 어쌔신을 처지했다.
"이번에는 괜찮은 아이템이 떨어졌군."
위드는 민첩과 이동속도를 올려 주는 신속의 부츠를 획득했다.
레벨 제한은 320.
베르사 대륙이 넓다 보니 부츠야말로 쓰임새가 많았다.
전투 중에도 도움이 되었으니, 누구나 원하는 아이템이었다.
"아... 형!"
헤겔은 은신처에서 나오면서 차마 말도 잇지 못했다.
위드의 전투 능력이야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고레벨 유저들 중에서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런데 데스 나이트를 소환하고, 뱀파이어 로드까지 불러들였다.
너무나도 유명한 반 호크와 토리도.
이러고도 위드에 대해서 알아채지 못한다면 로열 로드에 푹 빠져 있는 팬이라 할 수 없다.
헤겔은 평소 전쟁의 신 위드를 영웅처럼 생각하였다.
본인은 흑사자 길드의 소속이더라도,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부러워했다.
"어머, 선배님!"
알리스와 디네의 눈빛도 바뀌어 있었다.
완전히 샛별처럼 초롱초롱 빛나면서 어쩔 줄 몰랐다.
선망하던 전쟁의 신이 가까이 있었으며, 그들과도 아는 사이였다니!
★★★★★★★★★★★★★★★★★★★★★
바드레이는 친위대와 전투단을 데리고 벨카인의 은신처에 도착했다.
"경계 강화."
220명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긴장의 단계를 높였다.
친위대에서 도둑, 정찰병의 직업을 가진 유저들이 앞에서 상황을 보고 돌아왔다.
"전투 흔적이 있습니다. 유저 7명과 새끼 벨카인의 시체도 찾아냈습니다."
"벌써 들어와서 싸움도 한 모양이군."
멜버른 광산에서 사냥하는 유저들은 레벨이 380을 넘진 않는다.
그 정도 단계가 되면 여기에는 잡을 만한 몬스터가 없어서 다른 장소로 사냥터를 옮기는 편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벨카인의 은신처는 기본적으로 몬스터의 레벨이 440은 되어서, 유저들끼리 힘을 합쳤다고 하더라도 사상자가 생겼다.
따로 파티 사냥을 하던 유저들이 합쳤기에 직업 구성이 좋더라도 싸우기에 무리였다.
그로비듄이 시체들을 일으켜서 둠 나이트를 만들었다.
네크로맨서 스킬을 빨리 올리기 위하여 그는 헤르메스 길드에서 보스급 몬스터를 사냥할 때에는 모두 참가했다.
네크로맨서 직업 전용 아이템을 화려하게 착용하고 적군과 아군의 최고의 생명체들을 바탕으로 언데드 소환을 했다.
벨카인의 은신처로 깊으 들어갈수록 몬스터와 유저 들의 시체는 더 많이 발견됐다.
그로비듄은 지금까지 만든 언데드의 숫자를 세어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러다가는 우리가 해치우기 전에 알아서 먼저 전멸을 하고 말겠군."
유저들은 침입자에 의해 죽느니 차라리 던전의 끝까지 가볼 작정인 것 같았다.
얼굴이 알려진 흑사자 길드원의 시체도 조금씩 발견됐다.
"뭐, 우리가 신경 쓸 바는 아니지요. 그들이 죽는 것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던 거니."
아크힘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베르사 대륙에서는 강한 무력과 세력이 모든 것을 지배했다.
약한 자들이 죽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친위대의 대표였따.
"계속 갑시다."
그로비듄은 둠 나이트를 위주로 언데드를 계속 소환했다.
정령사들이 스킬을 사용하여 자신들이 가진 마나를 전해 주었기에 언데드 군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바드레이와 친위대, 전투단은 계속 벨카인의 은신처로 깊이 들어갔다.
"이제는 슬슬 적들이 나올 때도 된 것 같은데......"
"죽을 줄 알면서도 무모하게 들어가다니, 이유를 알 수가 없군요."
벨카인의 은신처는 길게 이어진 던전은 아니었다
.
걸어서 보스 몬스터가 있는 마지막 장소까지 도착했다.
- 쿠우와아아!
거대한 포효 소리!
- 어리석구나 조용히 살고 있는 내게 찾아오다니... 다시금 나를 세상에 나가게 만드는구나!
움바 벨카인이 날뛰면서 흑사자 길드와 사냥을 일반 유저들이 죽어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럴 수가......."
전투단의 카심은 그 광경을 목격하며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움바 벨카인은 건장한 팔과 다리가 있으며 머리에는 커다랗고 위협적인 뿔을 가졌다.
그의 주변에서는 돌덩어리들이 마구 회전하면서 유저들에게 부딪치고 있었다.
과연 톨렌 왕국의 역사서에 나올 정도의 위용을 발휘하며, 은신처로 들어온 유저들을 대량 학살!
- 인간들아, 너희는 밟으면 밟혀야 하는 미개한 존재들에 불과하다. 주제도 모르고 이곳까지 찾아왔따면 죽여 줄 것이다.
잔혹한 움바 벨카인이 앞발과 꼬리를 휘두르면 유저들이 5~6명씩 맥없이 죽었따.
친위대와 전투단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 건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멜버른 광산에서 사냥하던 유저들이 큰 소리를 내며 몬스터를 끌어들였다.
이곳 던전으로 들어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했다.
하지만 몬스터들의 레벨이 너무 높았고, 길이 보스급 몬스터인 움바 벨카인이 있는 곳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뒤에서는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침입자들이 오고 앞은 몬스터인데 어찌해야 되겠습니까?"
"항복해도 안 살려 준다니 다 죽은 목숨이지요."
"이렇게 된 이상 깨끗하게 죽읍시다."
"그래도 그냥은 죽을 수 없죠."
유저들은 이렇게 된 이상 싸우다가 죽는 쪽을 택했다.
침입자가 아니라, 보스급 몬스터와의 전투!
헤르메스 길드에 의해 죽기보다는 움바 벨카인을 건드려 보는 쪽을 택했다.
내친김에 주변의 새끼 벨카인과, 던전에 돌아다니는 몬스터인 지옥의 들개도 끌어들였다.
보스급 몬스터인 움바 벨카인이 있는 장소.
헤르메스 길드를 환영하기라도 하듯이 갖가지 몬스터와 부하들까지 다 모아 놔서 살 떨리는 위험지역, 아비규환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