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47권 : 8. 위드의 함정 (321/520)

8. 위드의 함정

[ 언데드 소환 스킬의 레벨이 9로 상승했습니다.

언데드의 생명력이 크게 높아집니다.

스켈레톤들의 뼈가 제대로 달라붙었습니다.

활동력과 이동 속도가 빨라집니다. ]

[ 죽음을 다루는 지식이 늘어남으로 인해 신앙이 15 감소합니다. ]

[ 사람들로부터 혐오감을 얻어 명예와 기품이 7 감소합니다. ]

위드의 언데드 소환이 초급 9레벨에 오르면서 스킬 숙련도가 쌓이는 속도가 처음보다 느려졌다.

" 뭔가 아쉬운데."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경험치를 모으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숙련도의 증가 속도가 아쉬웠다.

"스탯들도 떨어지고... 언데드 소환을 빨리 늘리려면 역시 유저들을 상대로 하는 게 최고인데."

유저를 죽인거나, 그들의 시체를 일으키면 몬스터들에 비해 몇배나 많은 경험치와 숙련도를 얻을 수 있다.

북부 유저들의 시체!

아무리 위드가 필요로 한다고 해도 기꺼이 언데드 소환용으로 죽어주진 않을 것이다.

'확 거인들의 도시라도  공격하자고 해서 다 죽여버려?'

음험한 음모 1.

말도 안 되는 퀘스트를 받아서 돌격한 후에 북부 유저들이 다 죽어버리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언데드를 소환하면 스킬 숙련도는 대단히 빨리 늘어날 것이다.

'아냐. 그들이 죽고 약해지면 세금을 덜 내게 되는거지.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해봐야 해.'

사정이 급하다고 해서 거인들의 땅에서 황금알을 낳고 있는 북부 유저들을 버릴 수는 없다.

인공지능, 정치인들을 능가하는 위드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음험한 음모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 했다.

위드가 생각하는 동안에 만들어진 조각품도 포크를 든 사악한 악마들이 표현되었다.

음험한 음모 2, 3, 4, 5, 6... 15, 16, 17, 18... 540...

'목적은 단순해. 스탯을 얻고, 전투 공적을 세우고, 전리품도 획득하면 좋지. 스킬 숙련도도 빨리 늘렸으면 하고. 이 모든 것들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위드의 이마가 찌푸려지면서 마침내 음모가 설계되었다.

* * *

라페이와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위드가 사냥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방송 영상을 봤다.

"전투력이... 흐음."

"도대체 레벨이 몇이지?"

"모르겠군. 조각사라는 직업이... 우리가 쓰는 스킬과는 구성이 완전히 다르니까."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는 로열 로드 전체를 통틀어 상위권의 랭커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어지간한 유저들은 대충 훑어만 봐도 그 수준을 파악하는데 위드에 대해서는 알기가 힘들었다.

"저 정도면 레벨이 500은 넘지 않겠습니까? 바드레이님이 560에 다다르고 있으니까요."

"전투력으로만 보면... 그 수준도 가능은 할 것 같군요. 레벨에 대한 자신감이 없이 위험한 마굴에 들어가진 않았을 겁니다."

"제 생각은 아닙니다. 근접전을 펼칠 때의 모습들을 보면 우리보다 공격력이 약해요. 생명력이나 방어력도 터무니없이 보잘 것 없고. 높게 쳐도 우리 정도 수준? 바드레이님에게 근접하진 못했으리라 봅니다."

"칼슨님은 저런 마굴에서 혼자 사냥이 가능합니까? 저는 자신 없는데요."

"지금까지 조각사로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되겠죠. 예술 계열의 직업. 그렇다면 레벨은 높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전투력만 보면 안 되죠. 단기간에 어디서 그만한 경험치를 얻습니까? 전투력을 떠나서 몬스터를 만들어서 사냥하진 못했을 테니까요."

위드는 퀘스트를 한다면서 베르사 대륙이 좁다고 돌아다니고 갖가지 생고생을 만들어서 다한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내고 쌓아 지금의 강함을 갖췄는데, 그야말로 잡캐의 정점이라 정확한 분석이 안 됐다.

"극단적인 맹공을 퍼부으면서도 최소한으로 피한다. 간결한 움직임이 뛰어나군요."

"이번에 익힌 화염 스킬의 위력이 상당합니다."

"스킬의 위력이나 발동 모습을 볼때에 검술 스킬은 확실히 아닙니다."

"화염 마법 계통의 비기가 아닐까 의심이 되는데... 최근의 모험이나 이동 경로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얻어내면 좋으니까요."

"화염 마법 때문에 부수적인 효과를 노리고 네크로맨서로 전직을 한것일까요? 전사 계열은 마나가 부족할 테니 말입니다."

"전투 중에 사용하는 스킬이 너무 많습니다. 각 스킬들의 운용이 수준급이라서 상대한다면 곤란한 점이 많을 겁니다."

"네크로맨서... 흠. 위드가 네크로맨서를 했다라."

"언데드는 아직 별 볼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강해지겠죠."

라페이와 수뇌부에서는 난잡하기까지 한 전투를 보며 깊은 경계심을 가졌다.

'위드. 저놈이 했다면 분명히 뭔가가 있다.'

'네크로맨서, 어떤 점을 본 것이지?'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네크로맨서에대한 분석도 다시 철저히 했다.

이론상으로는 가공할 정도로 빨리 성장하는 직업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사냥 효율 때문에 그게 잘 안된다.

언데드를 일으켜서 끊임없이 사냥을 할 정도로 몬스터들이 한 자리에 수천마리씩 몰려 있지 않다.

웬만한 던전, 고레벨 유저들이 즐겨 찾는 마굴은 경쟁도 치열했다.

아르펜 왕국이나 거인들의 땅은 미발굴 던전들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무한대는 아니다.

던전을 발견하기 위해서도 행운과 시간, 노력이 필요했고.

'모험... 유저들의 수준은 낮지만 아르펜 왕국 유저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모험을 하지. 던전이나 영토 확대나. 모든 것이 안정되어 있고 경쟁만 치열한 중앙 대륙보다는 나은 점인가.'

평소에 조용하던 모로스 성의 영주 로프너가 제안했다.

"척살대를 보내지요."

"척살대요?"

라페이는 과거에 해봤던 방법이라서 내키지 않았다.

정예들을 파견해도 대륙 전체를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위드의 뒤꽁무니만 쫓다가 허탕을 치기 일쑤였던 것이다.

"척살대가 위드를 잡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네크로맨서는 좋은 사냥터가 정해져 있습니다. 적당히 강한 몬스터들이 많이 나오는 던전. 그리고 다른 유저들이 사냥을 하지 않는 장소."

"그런 곳은 많지 않죠."

"중앙 대륙에서 언데드를 일으켜서 사냥하진 못할 것이고, 북부나 동부 정도를 돌아다닐 것입니다. 그럼 위드를 잡는 건 시간과 확률의 문제가 될 뿐이죠."

로프너의 제안은 라페이와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됐다.

헤르메스 길드의 체제에 가장 위협이 되는 위드를 죽일 수도 있고, 사냥을 심각하게 방해한다면 그도 나쁘지 않았다.

반란군과의 전쟁도 끝났던 참이라 척살대를 조직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번 일의 책임자로는 누굴 두실 겁니까?"

"다리우스님이라면... 쓸모가 있겠죠."

헤르메스 길드의 사냥개!

로자임 왕국 출신으로 중앙 대륙으로 건너와서 헤르메스 길드에 소속되었다.

전면에 내세울 만한 인물은 아니더라도 일처리만큼은 확실했다.

* * *

한시간 후.

마판상회의 중앙 지부장 검은돈은 헤르메스 길드 유저이며 모로스 성의 영주인 로프너를 만났다.

"그러니까 위드님을 목표로 한 착살대가 운영된다는 말씀이시죠?"

"네. 그렇습니다. 조금 전의 회의에서 결정이 났죠."

"얼마나 됩니까?"

"300명 정도. 척살대에는 바드레이 친위대 유저들도 몇명 배치됩니다."

로프너는 잘 구운 치킨을 뜯으며 자신이 들은 정보를 술술 털어놓았다.

과거 위드가 사막의 대제왕 퀘스트를 하면서 역사가 바뀌어 몽땅 망해버렸던 모로스 성!

그러나 퀘스트의 마지막에 엠비뉴 교단을 처치하고 나서 오히려 대대적으로 번성하는 기회를 맞이했다.

"후후. 우리 위드님을 잡을 수 있을까요? 싸우려고 하면 어렵겠지만 워낙 빠른 분이라서요."

"30명으로 구성된 각 조마다 랭커들이 최소 두명 이상이 배치가 되어 있어요. 전투가 벌어지면 헤르메스 길드의 본부에 지원팀이 500명이 있습니다. 텔레포트를 전문적으로 익힌 마법사들과 함께요."

"그러니까 선발대에서 발목을 잡는 사이에  지원팀이 도착한다는 이야기로군요."

"네네, 그렇죠."

로프너가 위드의 편에 선 것은 발전에 따른 보답 같은 건 아니었다.

'이쪽이 더 이득이지.'

마판 상회에서는 아르펜 왕국과의 비밀 교역을 주선했다.

엠비뉴 교단은 사라졌다지만 반란군과의 전쟁으로 황폐화된 중앙 대륙.

남들보다 빨리 교역을 통해서 대단한 부를 쌓을 수 있었다.

'게다가 헤르메스 길드에 들켜서 쫓겨나면... 아르펜 왕국의 영주로 삼아준다고 하니까 말이야.'

로프너는 닭다리를 뜯으며 씩 웃었다.

모로스 성!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헤르메스 길드에게서 인수한 성이지만 조만간 들였던 돈은 다 회수가 될 것이다.

그 뒤부터 벌어들이는 돈은 온전히 다 자신만의 것이었다.

아르펜 왕국에 가서 새로운 성과 마을을 받아서 시작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는가.

'방송으로 보면 정말 활력이 넘치는 곳이지.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기에도 하벤 제국보다는 아르펜 왕국의 영주가 멋지단 말이야.'

로프너는 아르펜 왕국의 영주가 될 생각을 하며 알고있는 모든 정보를 술술 이야기했다.

* * *

위드는 사냥을 하는 한편 조각품을 만들었다.

거인들의 땅에 세워진 조각품들!

거인 성채에서 얻은 대량의 광물들은 녹여서 데릭 마을에 거신상으로 만들었다.

"시간 조각술!"

시간 조각술을 써서 작품의 외관을 조금 바꾸었다.

거신상에는 나무 넝쿨과 이끼가 뒤덮였다.

[ 대작! 거신 상을 완성하셨습니다.

조각술의 절대자!

대재다능한 표현의 거장 조각사 위드의 작품.

전설에 존재하던 거신 우레타의 모습을 표현했다.

번개와 폭풍을 지배한 거신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의 존재는 기록과 이야기를 통해 서만 남아 있는 데...

거신의 웅장한 모습을 화려한 색채를 가진 희귀 금속을 이용해 강인하게 조각했다.

매우 뛰어난 제련 기술로 만든 금속 조각품으로 현 시대에 이러한 예술품을 창조해낼 수 있는 이는 오로지 위드 뿐이다.

예술적 가치 : 37,292

옵션 : 거신상이 조각된 마을은 자연재해와 몬스터의 침략의 확률을 74% 감소시킵니다.

거신상을 본 이들은 생명력과 마나 회복 속도가 하루 동안 44% 증가한다.

생명력의 최대치가 25,000 증가함.

체력과 모든 저항력 11% 상승.

대장장이 스킬의 효과를 일시적으로 4% 상승.

모든 스탯이 31 증가함.

영구적으로 용기와 위엄, 카리스마, 투지가 3씩 증가.

워리어와 전사들은 거신상을 보면 방어와 관련된 스탯 중의 하나가 2씩 증가.

보호 스킬 '강력한 육체', '파괴자의 검'이 전사들에게 적용됨.

지금까지 완성한 대작의 숫자 : 21 ]

[ 명성이 4,124 올랐습니다. ]

[ 시간 조각술의 숙련도가 증가했습니다. ]

[ 예술 스탯이 91 상승하셨습니다. ]

[ 인내가 6 상승하셨습니다. ]

[ 지구력이 2 상승하셨습니다. ]

[ 힘이 2 상승하셨습니다. ]

[ 고대의 거신의 형태를 복원하여 지혜가 4 상승하셨습니다. ]

[ 대작 조각품을 만든 대가로 전 스탯이 3씩 추가로 상승합니다. ]

"어마어마하다."

"조각품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는건 처음이야."

"스탯도 얻었어!"

위드가 조각을 하는 광경을 틈틈이 지켜보던 북부 유저들.

그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신성한 불로는 조금 부족해서 화로에 불을 때서 온갖 광물들을 제련했다.

그리고 그 광물들의 형태를 두들기고 깎아서 높이 10미터짜리 거신상을 만들어냈다.

작업의 거대함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매순간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일을 한 위드가 더욱 놀라웠다.

맨바닥에서 시작했지만 하루가 지나서 다시 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에 진척이 있었다.

기가 질릴 정도의 작업량과 속도.

"지독한 노가다다."

"끝판왕이네."

"괜히 마스터를 했겠어?"

"조각사는 저런 사람만 해야 돼. 진짜 누가 옆에서 한다고 하면 피자라도 시켜주면서 말려야지."

위드는 북부 유저들의 감탄은 대충 흘려들으면서 큰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이걸로는 조금 아쉬운데... 거인들의 땅을 개척하려면 조각품이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다 사람들 좋자고 하는 일인데 말이야."

그러자 모여드는 조각 재로들!

"여기 광물이 더 있습니다. 위드님."

페일이 자신이 가진 광석들을 다 내놓았다.

전투 노예로서의 당연한 의무!

"저도 조각 재료가 있습니다."

제피는 일찌감치 이런 일이 올 줄알고 비싼 조각 재료들을 가지고 다니다가 상납했다.

"흐음. 분위기가 좀..."

"조각품이 많이 있으면 좋긴 한데."

북부 유저들도 눈치를 보긴 했지만 저마다 어느 정도씩의 광물을 내놓았다.

위드가 이곳에 세우는 조각품들이 있으면 가장 큰 혜택을 입는 건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모험가의 조각상, 검사의 조각상, 사제의 조각상.

각 직업별로 조각품들을 만들어주면서 시간 조각술을 올렸다.

조각술 최후의 비기이기 때문에 숙련도가 빨리 늘어나지는 않는다.

대작 하나를 조각해도 중급에서 1단계가 오르지 않을 정도!

그렇지만 조각술 마스터로서 작품을 만드니 높은 예술적 가치가 나오고 스킬 효과로 결과물도 조금 나았다.

희귀 광물들로 오르는 대장장이 스킬은 덤!

[ 대장장이 스킬의 레벨이 고급 3으로 상승했습니다.

특수 광물에 대한 지식과 숙련도를 높입니다. ]

다양한 금속들을 제련하며 오랜만에 대장장이 스킬을 한 단계 높였다.

금속 조각품은 검이나 방어구를 만들 때보다도 오히려 더 많은 숙련도를 줄 때가 있었다.

"역시 금속 조각품은 시간이 걸리고 돈이 많이 들긴 하지만 일석이조란 말이야."

지금은 광물까지도 모두 공짜!

북부 유저들 중에 일부는 의심을 시작했다.

"근데 위드님의 거신상 있잖아. 저렇게 많은 광물들이 어디서 났지?"

"그러게. 거인들을 처치하면 얻는 광물들이 많은데."

"흠흠. 혹시 거인 성채에서..."

"아닐 거야. 위드님이 그럴 분이 아니잖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퀘스트 보상으로 받았거나 사냥으로 얻었겠지."

"역시 그랬겠지?"

제피와 페일은 당연히 진실을 알고 있었다.

'전리품을 훔쳤구나...!'

'역시, 그 짧은 시간에...'

어쩌면 누렁이를 소환하여 거인들의 주목을 끌며 바쁘게 돌아다닌 것 조차도 전부 설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훑어보기만 하면 전투의 승리와 패배만이 아니라, 전리품 습득에 대한 부분까지도 전부 견적이 뽑힌단 말인가?'

'크으... 지독하다. 영주로서 세금을 빼돌리는 건 절대로 불가능하겠구나. 마을에 있는 강아지까지도 파악하고 있을 거야.'

위드가 사냥을 다녀오고, 틈틈이 데릭 마을에서 조각품을 만들다보니 북부 유저들이 쉽게 다가왔다.

깨롬이라는 이름의 사냥꾼 유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혹시 제 조각품을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조각품요? 조각품 의뢰는 요즘에 안 받는 편이기는 한데."

위드는 넌지시 한번은 튕겼다.

도시에서 유저들의 주문을 받아 조각품을 깎아주는 조각사들은 대부분 스킬의 레벨이 낮은 이들이다.

객관적으로 봐서 조각술을 마스터 하기까지 했으니 싼값에 움직일 수는 없다.

"예. 역시 실례였네요. 미그리움을 좀 써보려고 했는데."

"후. 예술가로서 작품에 대한 열정은 도저히 꺼지지 않네요. 내놓을 미그리움은 얼마나...?"

"전부요."

"흠흠. 이게 땅 파서 하는 게 아니다보니 제작 비용도 꽤 들어가는데 말이죠."

"아까 보니 스킬로 불 일으키시던데... 어쨌든 2만 골드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어요. 너무 작을까요?"

"돈과 미그리움 어서 내놔보세요. 그러고 보니 잘 생기신 거 같기도 하네요. 작품으로 만들면 보람이 있겠습니다."

위드가 자신들의 조각품을 만들어 주는 기회!

깨롬을 시작으로 해서 북부 유저들이 앞 다퉈서 조각품 의뢰와 같이 광물들을 내놓았다.

"일주일 안에 만들어드리죠."

위드는 대량의 광물을 누렁이와 켈베로스에게 짊어지게 하고 사냥터로갔다.

언데드를 소환해서 사냥을 하고 지치면 조각품을 만드는 노가다의 연속.

광물 자체의 품질이 매우 뛰어났고 조각술도 마스터를 했다.

그동안의 경험과 감각이 있기 때문에 걸작과 명작이 잘 만들어진다.

착착 쌓이는 스탯과 대장장이 스킬 숙련도!

음식 재료도 입수하면 유저들을 위해서 요리를 만들어줬다.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귀한 재료이긴 하지만 다 넣고 끓이면 어떻게든 되겠지."

잡탕!

새로운 맛을 발견하기 위한 레시피를 개발해야 했지만 그건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이다.

각 요리 재료들의 손질에서부터 미세한 맛과 향을 위해 온갖 아이디어들을 쥐어짜내야 하기 때문이다.

위드는 유저들이 거인들의 땅에서 얻은 식재료는 전부 넣고 끓였다.

"저기... 맛은 있는데 무조건 끓이시나요?"

"예. 싫으시면 굽거나 튀겨도 됩니다."

"아, 아니. 그냥 끓여주세요."

동료들은 그 광경을 구경하고 나서는 평가를 내렸다.

"네크로맨서도 역시 노가다로구나."

"어떤 직업이라도 노가다야."

"인생이 다 그런 건지도..."

거인들의 땅에서 북부 유저들이 적극적으로 탐험에 나서면서 가까운 던전들은 파악이 끝났다.

위드가 사냥에 나서면 북부 유저들이 양보를 해주기도 했지만 몬스터의 숫자가 적었다.

네크로맨서에게 최적의 효율을 올려주는 사냥터가 아닌 경우가 많았다.

"이젠 다음 계획으로 넘어가야 되겠지."

위드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맺혔다.

데릭 마을에서 조각품만 40여개를 만들었다.

시간 조각술도 중급 9레벨 96%.

대장장이 스킬과 요리 스킬의 숙련도도 꽤나 올렸으니 떠나야 할 때였다.

원래 네크로맨서로 전직을 결심한 이유 중에 하나가 조각술 최후의 비기인 시간 조각술 때문이었다.

[ 시간 조각술

고급 : 여행의 조각술.

시간의 흔적을 쫒아서 특정한 시점으로 여행할 수 있습니다.

특수한 퀘스트들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단, 퀘스트와 관계된 것이 아니라 조각사 임의로 과거를 바꾸는 것은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

조각사 직업의 모든 가능성이 담겨진 기술!

찰나의 조각술로 일시적으로 세상을 멈출 수 있었지만 그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 조각술이 고급이 된다면 과거의 역사로 들어갈 수 있다.

'사막의 대제왕에서 경험했듯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위험한 적들을 찾아서 싸워야 한다.'

전사나 검사 계열의 직업은 겪어봤다.

수많은 적들을 상대로 아수라장을 헤쳐야만 전투 공적과 강자로서의 자격이 주어진다.

네크로맨서야 말로 주변이 강할수록 자신의 전투력도 상승하는 직업.

조금 유리하거나 좋은 사냥터를 찾아가려는 게 아니다.

조각사로서 그동안 쌓은 능력을 전부 발휘하여 부딪혀보려는 것이었다.

"슬슬 움직여볼까?"

위드는 주변에 있던 짐을 챙겼다.

"왈왈!"

켈베로스와 누렁이, 바하모르그도 일손을 거들었다.

광물 제련용 화로에서부터 대장장이와 조각을 위한 시설과 요리 도구 까지 챙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까.

데릭 마을의 입구부터 세워놓은 조각품들은 대단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고급 희귀 광물들로 만들어진 자산!

아르펜 왕국으로 옮겨가면 큰돈을 벌 수 있지만 그냥 남겨놓기로 했다.

"이 마을도 내 것으로 해야 해!"

북부 유저들의 편의를 봐주는 건 물론이고 주민들에게 영향력을 남겨놓기 위함이었다.

- 데릭 마을

영향력 1위 : 위드 32%.

영향력 2위 : 테로스 7%.

영향력 3위 : 양념게장 6%.

퀘스트와 사냥도 있지만, 조각술 마스터로서 작품을 만들면서 쌓은 영향력!

위드가 짐을 챙기는 사이에 메이런과 수르카, 로뮤나, 이리엔, 페일, 화령, 제피와 벨로트.

파이톤과 양념게장까지 동료들이 몰려들었다.

페일이 가장 먼저 물어왔다.

"어디로 가실 겁니까?"

"베르사 대륙으로 가야되겠죠."

이리엔이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괜찮으시겠어요?"

"뭐가요?"

"헤르메스 길드가..."

그들도 친한 마판을 통해서 위드를 척살하기 위한 조직이 대대적으로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지도 않으니 여유 병력이 남아도는 상태에서 작정하고 칼을 뽑아들었다.

"위험 하잖아요."

동료들의 얼굴에는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마음이 여린 이리엔, 여전히 앳된 수르카.

콩깍지가 눈을 뒤덮고 있는 화령까지도!

위드는 가볍게 웃었다.

"괜찮습니다. 전부 해치울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화령이 걱정이 된 나머지 슬그머니 대화에 끼어들었다.

"따로 준비하는 모습을 못 봤어요. 여기서는 쭉 조각품만 만드셨잖아요. 혹시 우리들을 안심 시키려고 거짓말 하시는 거면 그러지 마세요."

걱정과 애틋함이 섞인 시선을 보내는 화령이었다.

"그것도 오래전부터 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언제요?"

"네크로맨서로 직업을 얻기 전부터요. 헤르메스 길드는 항상 저를 방해하니까요."

"그럼 직업을 얻은 것도..."

"메인은 아니지만, 제대로 한탕을 해먹기 위한 준비의 일부라고 할 수 있죠."

페일의 눈에 감탄이 어렸다.

'역시 그랬어.'

갑자기 사람이 변했을 리가 없다.

위드라면 이미 모든 견적을 뽑아놨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헤르메스 길드를 상대하기 위해서 무모하게 덤벼드는 건 그의 방법도 아니었다.

위드가 짐을 챙기는 것을 파이톤이 웃으면서 거들었다.

"껄껄. 이렇게 떠나보내니 아쉽군. 잘 싸우도록 하게. 건투를 빌겠네."

화통하게 웃는 파이톤은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한 표정이었다.

언제 조각품을 깎다가 일어나서 사냥을 가자고 할 줄 몰랐기에 위드를 보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불안감이 있었다.

'이번에 또 헤어지면 몇달은 안 봐도 되겠지? 바쁜 녀석이라서 좋구나.'

동료들이 짐을 누렁이의 등에 다 실었을 때였다.

위드가 유린을 기다리다가 말했다.

"근데 다들 그렇게 가실 겁니까?"

누렁이의 머리를 쓰다듬던 양념게장이 깜짝 놀라서 대답했다.

"어딜 가요?"

"사냥터요."

"예?"

동료들이 의아해할 때 위드의 입에서 청천병력과 같은 소리가 나왔다.

"여러분들도 같이 갈 건데요."

* * *

위드는 동료들에게 계획을 밝혔다.

이른바 쥐덫 놓기!

"헤르메스 길드가 저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대비책은... 역으로 함정을 파놓고 노리는 거죠."

동료들과 조각 생명체들을 던전에 매복시켜놓고 헤르메스 길드의 척살대가 오면 역습을 가하는 것이었다.

물론 진정한 계획은 시간 조각술로 동료들과 역사적인 전투를 벌이는 것이었지만 그건 아직 이야기를 꺼낼 때가 아니었다.

'민주주의란 격렬한 토론이나 설득을 필요로 하지.'

인권!

가치관의 존중!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인 요소였지만 그냥 적당히 분위기 봐서 끌고 들어가면 끝이었다.

사냥이라는 말에 몸서리를 치던 파이톤이 짙은 흥미를 드러냈다.

"몬스터를 사냥하자는 게 아니었군?"

"네. 헤르메스 길드 사냥이죠."

"놈들이 오지 않으면?"

"안 올 리가 없습니다. 걔들은 나쁜 짓 할 때는 필요 이상으로 부지런한 애들이거든요."

양념게장도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좀... 재미있겠는데요."

암살자로서 몬스터 사냥보다는 강자들을 습격하는 재미가 컸으니까.

특히 헤르메스 길드의 최정예들이 모였을 척살대라면 그야말로 꿀잼!

위드는 땅에 무언가 그림을 그렸다.

"장소는 벤트 성에서 북쪽으로 좀 올라가다보면 거대 던전 몰스가 나옵니다. 입구는 하나뿐인데 내부는 지하 세계라고 할 정도로 넓습니다. 대략 이런 구조죠."

돼지꼬리와 같은 동그라미들이 그려지고, 그 다음에는 영락없이 닭꼬치들이 엇갈려서 세워진다.

"..."

동료들은 그림을 봤지만 던전 구조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위드의 그림 솜씨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던 벨로트가 땅바닥은 무시하고는 물었다.

"그래서요?"

"역시 그림을 그리니까 이해가 빠르시군요."

"켈록."

"던전은 14종류의 몬스터가 나오는데, 그들만의 왕국이라고 부를 정도로 숫자가 많습니다. 일반 유저들이 사냥을 아직 못하고 있죠."

각 지역마다 서너곳 정도는 몬스터들이 넘쳐나는 던전이 있다.

때때로 던전의 몬스터 밀도가 높아져서 외부로 몰려나오기까지 할 정도였다.

"여긴 네크로맨서에게는 최적의 사냥터죠. 제가 이곳에서 사냥을 하고 있으면 눈치를 챈 헤르메스 길드의 척살대가 나타날 겁니다."

페일이 불안한 듯이 물었다.

"우리들만으로 될까요? 놈들은 최소 20명. 많으면 수백명이 몰려올 텐데요. 위드님의 언데드가 있다고 해도 힘들 텐데요."

데스 나이트로는 감당하기 힘든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

페일은 그 점을 지적했는데, 위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압니다. 그래서 우릴 도와줄 병력을 더 모으면 됩니다."

"어디에 있는데요?"

"지금부터 모으면 됩니다."

위드는 데릭 마을의 북부 유저들 중에서 함께 할 사람들을 골랐다.

비싼 가격에 조각품 의뢰를 한 유저들이라면 절대 배신하지 않으리라.

그 외에도 풀죽신교의 활동이나, 대지의 궁전에서의 전투에 참여해서 공을 세운 유저들 중에서도 선발했다.

최종 인원 300여명!

"헤르메스 길드랑 싸워야 하는데요. 아직 위험할 거 같아요."

수르카는 여전히 불안해했다.

그러나 위드에게는 마지막 숨겨둔 회심의 카드가 남아 있었다.

"아르펜 왕국에 남아 있는 사형들이 백명 정도 있습니다. 그분들을 부르면 되겠죠."

* * *

- 위드가 나타났습니다. 몰스 던전으로 들어가는 광경이 목격됐습니다.

- 혼자입니까?

- 소 한마리와 워리어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 좋아요. 확실하군요. 본진 출발 준비. 주변에 대기 중인 척살대의 상황은요?

- 2개조가 있습니다. 도둑 르네인이 대장입니다.

- 르네인이 멀리서 감시하그, 합류 부대를 기다립니다. 천금 같은 기회이니 들키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헤르메스 길드의 통신 채널!

아르펜 왕국에 흩어져 있던 헤르메스 길드의 척살대가 바쁘게 이동을 시작했다.

수도 아렌 성에서도 본대와 마법사들이 집결했다.

"텔레포트!"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하여 제국의 북쪽으로 크게 움직인다.

그 이후 부터는 마법사들이 마법진을 그려서 척살대를 북쪽으로 계속 이동 시켰다.

각 지역마다 미리 정해진 포인트로 이동을 하고, 마법사들이 마나를 회복시킬 때마다 한 단계씩 움직인다.

드넓은 아르펜 왕국을 텔레포트로 가로지르기 위하여 모인 마법사들만 230명.

몇시간씩 걸린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위드가 언데드를 이끌고 사냥만 하고 있다 보니 척살대 전원이 모여서 이동할 수 있었다.

"마법사의 지원까지는 필요 없으리라고 봅니다만... 힘을 보여줄 필요도 있겠죠."

마법 병단도 돌아가지 않고 척살대와 함께 몰스 던전을 습격하기로 했다.

"다리우스님. 그동안 충분하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이번에는 과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확실하게, 완벽하게 헤르메스 길드의 힘을 보여주도록 합시다."

"완벽하게 해내겠습니다. 저만 믿어주십시오."

다리우스가 이끄는 헤르메스 길드의 척살대와 지원팀은 무사히 몰스 던전의 입구로 집결했다.

총 인원은 암살자들을 위주로 구성된 척살대 300명에 마법사 230명, 지원팀 500명, 친위대 24명.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서로를 보면서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고작 한명을 상대하는데 이렇게 까지 모인 거야?"

"완전히 힘으로 찍어 누르게 생겼네. 감히 반격이나 가할 수 있을까."

"위드를 죽이려는 경쟁부터가 보통이 아니겠다."

레벨이 400대 중후반을 넘는 유저만 1054명에 달하는 가공할 병력이 집결됐다.

헤르메스 길드가 내정에 힘을 쏟으면서 이미지를 관리하고 있는 와중이기는 했지만, 위드를 향해서는 확실히 칼을 뽑았다.

어차피 욕을 먹을 바에는 힘이라도 과시하자는 의도도 바닥에 깔려 있었다.

"진입합시다."

척살대 유저들부터 차례로 몰스 던전으로 들어갔다.

@

- 양념게장 : 놈들이 옵니다.

위드는 던전 입구에서 감시하는 '죽음을 몰고 오는 그림자' 양념 게장의 귓속말을 받았다.

"몇명이나 되죠?"

- 양념게장 : 지금까지 들어온 녀석들만 400명 정도 되는 거 같습니다.

"많군요."

- 양념게장 :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일부는 던전 입구를 봉쇄할 모양입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해주세요. 게장님."

- 양념게장 : 저기 제 이름은 좀...

하루 전, 양념게장은 이번 임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위드와 친구 등록을 했다.

수르카, 이리엔 등 다른 동료들과도 마찬가지였다.

수르카가 먼저 귀엽게 웃으면서 부탁했다.

"암살자님. 친구 등록 좀 받아주세요."

"커험... 그게요."

양념게장은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위드의 가벼운 입을 막진 못했다.

"영혼을 파괴하는 양념게장님. 수르카님이랑 친구 등록 안 하실 겁니까?"

"예?"

"여기에 피하지 못하는 죽음 양념게장님과 친구등록 하길 원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

암살자!

그것도 로열 로드 최고의 암살자라면 선망하는 유저들이 많기 마련이다.

몬스터 사냥만이 아니라 유저들 간의 일대일 승부에서 절대적인 강함을 보유했다는 뜻이니까.

중앙 대륙에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 중에서도 영주들을 숱하게 암살했던 절대적인 암살자!

그간 왠지 편하게 대하지 못했던 이리엔, 로뮤나, 벨로트가 이름을 알고는 입을 막았다.

"풉!"

"꺅!"

"에고."

그녀들이 웃음을 억지로 참는 것을 보며 로브 안에 감춰진 양념게장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제피와 페일은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난 저런 이름 안 지어서 다행이다. 로열 로드 시작하던 그날 닭꼬치 먹었는데.'

'이름 갖고 놀리면 안 되는데... 진짜 재밌긴 하네.'

수르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름이 양념게장님이었어요?"

"으음..."

"와. 저 양념게장 진짜 좋아하는데. 반가워요."

"크으윽. 네."

어둠의 살인자, 영혼을 파괴하는 양념게장!

수르카가 악수를 위해 손을 잡고 흔들 때마다 멘탈이 흔들렸다.

"근데 간장게장도 맛있는데."

"게장은 다 맛있어."

"완전 밥도둑이잖아."

"아, 그래서 암살자하신 거 아냐?"

그녀들끼리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사실 그때 일어났던 모든 일이 흉악한 원수 위드 때문이었는데 양념게장이 참다못해 발끈해서 귓속말을 보냈다.

- 양념게장 : 위드님, 제 허락도 없이 이런 식으로 이름을 가지고 놀리시면 앞으로 곤란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전쟁의 신 위드.

아르펜 왕국의 국왕이라고 할지라도 자유로운 암살자는 굴복하지 않으리라.

계속되는 놀림에 양념게장은 날카롭게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고작 이정도에 반성을 할 위드가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화 푸세요."

- 양념게장 : 사과는 받아들이겠습니다. 앞으로는 호칭에 주의해주세요.

"사과하는 의미로 게장님께 풀죽신교 최고 명예훈장을 수여하겠습니다."

- 양념게장 : 예?

"잔혹한 살육 지배자 양념게장님을 풀죽신교의 수호신으로 알리겠습니다."

- 양념게장 : 허억! 구,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요.

"새벽의 도시와 모라타의 광장에 양념게장 조각상까지 대형으로 만들어드리죠. 아무한테나 해드리는 거 아닙니다. 최고의 암살자 양념게장 님에게만 드리는 특혜입니다."

* * *

부들부들.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양념게장은 분노에 몸을 떨었다.

'놀림 당했다.'

캐릭터 이름을 정하고 나서 쭉 걱정해오던 순간이었다.

'양념게장이란 이름이 알려지고 말았어.'

위드를 통해 얻은 분노는 당사자에게 해소할 수도 없었다.

자칫하면 자신의 조각상이 아르펜 왕국 전역을 뒤덮게 되리라.

위드는 심지어 풀죽신교에 양념게장죽 부대를 만들고, 왕국 전역에서 매달 게장 축제까지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복수한다. 그 대상은 헤르메스 길드다.'

양념게장은 차분히 기다렸다.

다리우스와 척살대 유저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위드가 도망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하. 여기까지 도망도 못치겠죠. 그래도 철저히 해야 하니 백명 정도는 남겨놓겠습니다."

척살대 본대가 이동하면서 던전 입구에는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 백명이 남았다.

'절대자의 눈.'

양념게장은 암살자 스킬을 시전했다.

어둠 속에서만 발동되는 스킬로 상대방의 색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을 기준으로 강할수록 붉은색, 약하면 푸른색으로 뜬다.

양념게장의 레벨이 522.

남겨진 유저들은 대부분 초록색.

'사냥하기에 만만한 정도군.'

양념게장은 정해진 계획에 따라 20분쯤을 기다렸다.

몰스 던전은 상당히 넓은 곳이라서 전체를 수색하려면 3시간은 넘게 걸린다.

위드는 던전의 깊은 곳에서 척살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시간이 됐다.'

양념게장은 스킬을 사용했다.

'어둠의 장막.'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의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지도 않는데 마법 횃불들이 흔들리더니 픽픽 꺼졌다.

물이 스며들 듯이 어둠이 번져나가서 주변을 뒤덮는다.

암살자, 양념게장의 시간이 시작됐다.

"컥!"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목숨을 잃었다.

구석진 곳에서 혼자 있던 유저라서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도 알지 못했다.

빠르게 회색빛으로 사라지는 시체.

"끅."

"어억!"

한명씩, 한명씩.

외곽에서 눈에 띄지 않는 유저들부터 양념게장은 신속하게 해치웠다.

뒤에서 조용히 접근하여 등이나 목을 찌른다.

머뭇거림 따위는 없는 과감한 손놀림.

생명력이 높은 전사들은 일격에 마비 효과가 발생했고, 2차, 3차의 연속 공격으로 목숨을 거뒀다.

8명이 죽은 후에야 방만하게 있던 유저들이 이상함을 느꼈다.

"뭐지?"

"이상하네. 입구 쪽에 몇명 있었던 거 같은데."

"흐음. 기분이 묘하긴 한데."

양념게장은 아직도 방심하고 있는 유저들을 빠르게 기습했다.

암살은 시간과의 싸움.

"컥!"

세명이 더 죽어나가고 나서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은 벌떡 일어났다.

"습격이다."

"뭐가?"

"봤어. 어둠 속에서 손이 뻗어 나와서 내 친구인 전사 데렉토를 해치우는 걸!"

"그러면..."

"죽었어. 지금 파티에서도 떠났고."

입구에 있던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급하게 방어 자세를 취했다.

- 두둠킬 : 공격을 받았다!

- 꽥꽥이 : 위드가 던전 입구에... 아니, 이건 암살자야.

- 바다의왕 : 위드의 동료가 나타났다.

헤르메스 길드의 통신망이 북적거렸다.

양념게장은 입구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어둠 속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 * *

척살대의 본대를 이끌던 다리우스는 통신망을 통해 던전 입구의 소식을 들었다.

"암살자는 무시하고 계속 갑니다.우리의 목표는 오로지 위드입니다."

무기를 들고 있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

바드레이의 친위대원들까지도 동요하지 않았다.

'약해빠진 놈들 몇명 죽어나가더라도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

'동료라... 혼자 있진 않았던 모양이군.'

다리우스도 사소한 방해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여기까지 들어온 이상 선택권은 없어.'

천여명의 척살대를 이끌고 있다.

계획과는 달리 조금의 변수가 생겼다고 해서 던전에서 물러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암살자를 잡는 시간마저도 아까웠다.

"오늘 위드는 우리의 손에 죽습니다. 습격을 알아차린 것 같으니 더 빨리 움직이겠습니다."

다리우스에게는 리더쉽이 있었다.

나쁜 이들과 못된 짓을 저지를 때의 지휘력!

"이곳에는 스무명이 지킵니다. 헤브록님. 맡아주세요."

"알겠습니다."

위드가 있는 위치는 안다고 하지만 8백여 명이 그곳으로 뛰어가는 건 효율적이지 못하다.

몰스 던전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위드가 척살대를 피해서 도망칠 수 있어서 갈림길이 나타날 때마다 병력을 배치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정보력으로 던전의 대략적인 지형과 경로를 입수했다.

'비밀 통로는 없는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마법으로 도망치지도 못한다.'

마법사와 사제들이 공간 이동을 봉쇄하는 마법을 펼쳤다.

'완벽하게 이 던전은 고립된 상태다. 변수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지.'

* * *

사각사각.

레벨 487의 도둑 르네인은 어둠 속에 숨어서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관찰하고 있는 대상은 위드!

'조각품을 만드네. 조각사니까 당연한 건가. 생각보단 강해보이지 않는데 부하들이 걸리는 군.'

위드는 바하모르그, 누렁이, 켈베로스와 함께 있었다.

르네인은 욕심이 나긴 했어도 입맛만 다셨다.

'습격은 무리겠지. 지켜만 봐도 이번 척살에 제일 중요한 임무를 담당하는 거야.'

척살에 성공하고 헤르메스 길드로부터 받을 보상을 감안한다면 수고에 비해 만족스러웠다.

'조각술을 좋아하나. 마스터를 하고 나서도 계속 조각품을 만드네.'

위드는 몰스 던전으로 들어와서 사냥을 하고 데스 나이트와 스켈레톤 부대를 이끌었다.

마나를 회복하는 동안에는 자리에 앉아서 조각품을 깎았다.

르네인은 성실함에 대해서는 인정해줄 수 있지만 레벨이 높아질수록 조각품에 무슨 가치가 있을까 싶었다.

'스탯 노가다인가. 성공한 조각품이 스탯을 쌓긴 좋다고는 하던데. 그것에 의존해서 강해지긴 힘들다고 보고서가 나왔어.'

사각사각

'근데 조각품이 익숙하다. 본 적이 있어. 누구였지?'

위드가 깎는 조각품은 평생을 사랑 하던 연인을 그리워하면서 살았던 자하브!

'자하브. 그래 자하브엿구나!'

르네인은 점점 드러나는 조각품의 외모를 알아봤다.

베르사 대륙에는 수많은 마스터들이 있었지만, 조각술 마스터 NPC에대해 유저들의 관심은 거의 없었다.

10대 금역 중의 하나인 그라페스에서 아는 유저도 없이 은거하고 있던 자하브였다.

검술의 마스터이기도 했지만 엠비뉴 교단과의 최후의 전쟁에 헤스티거와 함께 도우면서 대중들에게 유명해지게 됐다.

그야말로 위드에게 마지막 사골까지 쭉쭉 빨렸던 자하브.

"그럭저럭 괜찮군."

위드는 젊은 자하브를 조각한 후에는 이베인 왕비도 조각했다.

이베인 왕비도 직접 봐서 눈에 익었던 만큼 조각을 하는 건 매우 빨랐다.

'실력이, 손이 굉장히 빠르구나. 움직이는 대로 만든다.'

르네인이 감탄하는 사이에 자하브와 이베인의 조각상의 외모는 완성되었다.

"시간 조각술!"

위드가 조각술 스킬을 쓰자 조각품은 조금씩 변했다.

자하브와 이베인의 얼굴에 짙은 주름이 생기고, 머리가 새하얗게 변한다.

당당하던 어깨가 좁아지면서 키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저건 뭐지. 조각술의 기술 중의 하나인가?'

르네인이 지켜보는 사이에 두사람의 조각품은 완성!

"이름은 함께 하는 연인들이라고 하자. 응. 그렇게 해."

[ 함께 하는 연인들을 감상하셨습니다.

거장 위드가 만든 작품.

조각술 마스터 자하브와 로자임 왕국 이베인 왕비의 젊은 시절을 표현한 작품이다.

오랜 시간 동안 조각상들은 함께 자리를 지켰다.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영원히 간직될 사랑에 대한 작품.

감성이 충만해져서 지혜와 지식이 영구적으로 2씩 증가합니다.

1달간 생명력의 최대치가 1,200 증가.

예술이 영구적으로 1 증가합니다.

매력이 영구적으로 1 증가합니다. ]

세기의 명작!

'스탯이 오르다니 실력이... 확실히 마스터는 다른가.'

르네인이 감탄만 하고 있을 때였다.

"나 때문에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이걸로 은원은 서로 없던 걸로 하죠."

조각을 하며 이야기하는 위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르네인은 자세한 사정은 몰랐으니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위드는 조각품을 다 만들고 나서 스킬을 사용했다.

"조각 소환술!"

눈부신 금빛과 함께 등장한 것은 활을 메고 있는 금인이.

"불렀는가. 골골!"

"응, 기다려."

아르펜 왕국의 영토 내에 있었기 때문에 조각 소환술에 사용되는 마나의 양도 크지 않았다.

위드는 또 무언가의 조각품을 만들다가 스킬을 펼쳤다.

"조각 소환술!"

이번에 불러온 것은 백호!

"크허어어어어어어엉!"

주둥이를 벌리면서 던전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포효했다.

"시끄러워. 구석에서 있어라."

"알았다. 크허헝!"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르네인의 가슴이 조마조마 해졌다.

'부하들을 더 불렀군. 걸리면 도망도 못 치고 죽는다.'

조각 생명체들의 강함이야 이미 증명되었다.

도둑으로서 웬만한 상대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었지만 백호처럼 빠른 짐승을 피해 던전 내에서 도망치기란 쉽지 않았다.

위드는 조각품을 만들고, 시간 조각술을 쓰더니 또다시 조각 소환술을 펼쳤다.

"불렀어요?"

"응. 기다리고 있어."

하이엘프 엘틴의 소환.

'부하들을 계속 불러오는구나. 습격을 알아차린 것 같은데 설마하니 싸울 생각인가.'

르네인은 헤르메스 길드의 통신 채널을 통해서 보고를 했다.

- 르네인 : 놈이 습격을 눈치 챈 것 같습니다. 조각 생명체들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 다리우스 : 이쪽도 던전 입구에서 암살자로부터 공격을 받았습니다.

- 르네인 : 어떻게 하죠?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 다리우스 : 놈이 도망치지 않도록 감시만 하도록 하세요. 죽고 싶지 않아서 조각 생명체들을 부른 모양인데 그게 오히려 미련한 짓이 될겁니다.

'하긴. 이번에 부하들까지 싹 쓸어 버리면 더욱 좋지.'

위드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조각 생명체들까지 다 없애버린다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주는 것이다.

'유명한 녀석들인데. 전부 사라지게 되면 아쉽귄 하겠군.'

르네인은 조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조금이지만 조각 생명체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

저런 부하들을 거느릴 수만 있다면 대단히 특별한 경험이 되리라.

"조각 소환술!"

위드는 여검사 빈덱스, 바바리안 게르니카, 시골 뱀 독사, 지렁이 데스 웜, 기사 게빌, 악어 나일이까지 계속 소환했다.

'이번 전투는 아무래도 무모한데 척살대의 전력을 모르나? 조각 생명체들이 전부 여기서 몰살을 당하겠구나.'

* * *

"크윽."

"컥!"

다리우스가 갈림길마다 남겨놓은 병력들은 북부 유저들의 습격을 받았다.

- 코메트 : 비상! 이곳은 함정이다. 북부 유저들이 우릴 공격하고 있다!

- 데인저고 : 36-2번 갈림길에서도 적과의 전투 중! 놈들은 던전 내부에 숨어 있었다.

- 알판 : 6번 광장. 적 무리 40명으로부터 공격을 받음. 지원을 요청함. 적들의 전력이 두배를 넘는 상태임!

갑작스런 습격!

위드의 목숨을 거두러 출동했던 척살대였지만 던전의 곳곳에서 북부 유저들에 의한 기습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몰스 던전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도주로를 막기 위해 갈림길마다 병력을 남겨놓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겨진 병력들이 북부 유저들에 의해 거침없이 쓸려나가면서 다리우스가 이끄는 본대로 소식이 전해졌다.

"이런 빌어먹을. 함정이었구나."

동시에 5곳이 넘는 습격을 받았다.

다리우스와 척살대의 본대도 확실히 상황을 파악했지만 어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암살자가 등장했을 때부터 이미 되돌아나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던 것이니까.

"북부 유저들은 던전의 주요 위치마다 기다리고 있었던 게 틀림없는 것 같군요."

레벨 500을 넘긴 친위대 추보의 말에 척살대의 유저들이 조용했다.

유저들의 눈은 모두 다리우스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떻게 할 거냐.'

'이번 일은 네 책임이지.'

'뒤늦게 길드에 가입해서 설치더니 결국 망하겠구나.'

충실한 사냥개 다리우스의 행동을 보며 탐탁지 않게 여기던 유저들이 많았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실패 시에는 가혹할 정도로 처분을 하니 모든 책임을 미루고 있었다.

'어떻게 한다? 적의 전력을 모르겠다. 싸워서 승부를 내? 그런데 최악은... 그래. 여기서 최악은 위드를 놓치는 거야. 위드만 잡으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넘어가면 된다.'

다리우스는 급하게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동 속도를 높입니다. 다른 놈들은 무시하고 위드를 쫓습니다."

"남겨진 병력들은요?"

"유감이지만 지금 그들을 구하러 갈 여력은 없습니다."

척살대의 본대가 르네인이 알려주는 위치를 향해 신속하게 움직였다.

'조각 생명제들까지 다 잡으면... 최소한 영주 자리는 얻는다.'

'임무의 가치가 더 높아졌다. 이건 100% 방송으로 중계가 될 거야.'

척살대가 달리면서 이동을 시작한지, 1분도 안 됐을 때였다.

- 르네인 : 위드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 다리우스 : 놈이 어디로 가든 계속 따라가면서 추적하세요. 우리가 금방 도착할 겁니다.

다리우스와 척살대는 이동 속도를 더 높였다.

잠시 후, 또다시 길드 채널의 통신망으로 메시지가 나왔다.

- 르네인 : 반대 방향으로 빠지고 있습니다. 놈이 소를 타고 있어서 빠릅니다!

- 다리우스 : 절대 놓치면 안 됩니다. 계속 따라가기만 하세요.

"던전을 절대로 빠져나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우회할 길도 막아야 합니다."

다리우스는 급하게 척살대의 본대를 세 갈래로 나누었다.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추적하는 것이었는데, 추보의 반대 의견이 나왔다.

"미지의 적에게 습격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병력을 분산시킨다는 것은 피해가 커질 것입니다."

"시간을 아낍시다. 지금 중요한 건 위드이고 시간입니다. 만약 놈이 다른 길로 우리를 통과해서 던전을 나가기라도 하면 어쩔 겁니까? 책임지실 겁니까?"

"..."

추보는 물론이고, 다른 유저들도 그대로 할 말이 막혔다.

위드라는 목표를 잡으려면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생각하기에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위드는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갑시다."

다리우스의 말에 척살대가 발길을 재촉했다.

- 마둠 : 습격이다!

- 고로최 : 여기에 함정이...

- 사각김밥 : 도와주세요!

"머뭇거릴 시간도 아깝습니다. 그대로 통과합니다."

척살대에서 남겨놓은 병력들은 차례로 전멸 당했다.

북부 유저들이 사제까지 포함하여 50명, 60명씩 몰려다니면서 해치우기에는 최적의 조합!

척살대 본대는 위드가 있는 방향으로 전력을 다해 쫓았다.

* * *

"여기까지다."

다리우스가 이끄는 척살대의 본대는 르네인의 안내로 던전의 막다른 곳에서 위드를 만났다.

'됐다. 어찌됐건 임무는 완수다.'

위드가 용의주도하게 위치를 바꾸는 바람에 추격해오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함정. 지독한 함정이었어.'

다리우스는 가슴이 몇번이나 철렁 내려앉았지만 거만하게 외쳤다.

"위드, 넌 이제 죽은 목숨이다."

방송으로 어쩌면 수백번 이상이 중계가 되리라.

다리우스와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각자 멋진 포즈로 무기를 뽑아들었다.

그때까지도 위드와 누렁이의 움직임이 없었다.

"뭐지, 이건. 이상한 기분이 드는데?"

다리우스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르네인이 말했던 조각 생명체들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도둑 르네인이 조용히 나타나서 이야기했다.

"그게... 너무 빨라서 중간에 한번 놓쳤습니다."

"뭐라고요?"

"그런데 다행히 다시 쫓아올 수 있었습니다. 조각 생명체들은 어딘가로 사라져버렸지만요."

"젠장."

다리우스는 더 기다릴수 없었다.

이번 임무에서 핵심적인 위드부터 처리하고 그 다음에는 조각 생명체들을 찾아 나서거나 탈출을 해야 하리라.

"공격 개시!"

위드가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가졌으니 먼저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에게 선공을 넘겼다.

"죽음의 무도!"

"회선 칼날!"

선제 공격에 나선 십여명의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각자 자신 있는 공격 스킬들을 작렬시켰다.

물, 불, 바람, 번개, 검.

모든 공격들이 피할 곳 없이 위드와 누렁이에게 쏟아졌다.

우지끈!

콰과과광!

다리우스는 엄청난 파괴의 현장을 멍하니 보았다.

위드는 공격을 막거나 피하지 않았다.

그대로 모든 공격을 허용하더니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이게 뭐지?"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다가가서 확인해보니 무언가가 딸어져 있었다.

긴 낚싯줄에 끼워져 있는 큰 새우!

낚시꾼의 직업 스킬 중의 하나인 '가짜 미끼' 였다.

* * *

위드는 던전을 돌아다니며 언데드 소환 마법을 펼쳤다.

"너희가 살아서 움직이던 땅으로 돌아오라. 이곳은 어두운 곳. 검고 부패한 땅. 영영 사라지지 않을 암흑의 율법을, 모든 이들에게 새길 수 있도록 하라. 언데드 라이즈!"

땅에서부터 꾸물거리면서 일어나는 데스 나이트와 듀라한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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