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204화 (204/350)

204화 콘틀랑 정상 전투 (1)

‘기껏 마력을 풀어봤자 레전더리일 줄 알았는데…….’

군단장의 암살검이 봉인을 풀었어도…….

망가진 채찍이 고르곤의 꼬리로 완성이 되었어도…….

여전히 처음 획득 당시처럼 레전더리급 템으로 남았다.

한데 디바인급 템으로 변한다니?

아무리 기록 경신 최고 보상이라고 해도, 그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득템이었다.

[산드로: 그 말이 정말이야?]

[당근당근단검: 이거 저도 들어본 얘기예요! 일반 유저들은 몰라도 랭커들이라면 들어본 사람 있을걸요?]

다리우스가 드랍한 최초의 디바인 망토.

‘천사장 페리엘의 고결’에 대해, 막상 내가 알고 있는 바는 적었다.

그저 테네시 지역에서 이를 언급하는 NPC들이 있었고, 힘든 연계 퀘스트 끝에 녀석이 획득했다는 것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 뿐.

당장 내가 착용하고 있다지만, 이 템을 얻기까지 어떤 과정이 필요했는지는 아는 게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 템이 레전더리로 등장했을 때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눈치챘어요. 그 망토가 아마도 디바인 템으로 업그레이드될 거란 걸요. 단 하나밖에 없는 레전더리 템이란 옵션은 그때 처음 등장한 거거든요.”

“그, 그래……?”

어느새 길드 채팅창 대신 내게 다가와 말을 거는 대탐이.

녀석에게 교환창으로 실물을 직접 보여주자,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보세요, 여기. 서클릿의 중심 부근이 빈 소켓처럼 허전하지 않아요? 생긴 걸 보니 보석 같은 게 필요하겠네요. 아니면 뭐 드래곤 하트 같은 거일지도 모르죠. 아무튼 저 소켓을 채우면, 분명 이 서클릿은 디바인 템으로 업그레이드될 거예요!”

“뭐야? 또 디바인이야? 드로, 저 자식은 진짜 디바인이 알아서 들어온다니까?”

“억울하냐? 그럼 먼저 들어갔을 때, 네가 먼저 깨지 그랬냐?”

아무리 같은 급의 아이템 간에도 차이가 있다지만, 사실 한 단계 윗등급의 템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10강화 정도 돼야 그나마 다음 급과 비교할 만했는데, 레전더리로 그 정도를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

그렇다 보니 디바인급 템은, 유달리 등급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뭐야, 이러면 템 분배를 다시 해야겠는데요?”

“됐어요! 형 아니었으면 깰 수도 없었는데요.”

“그래. 항상 득템 때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거 같은데…… 이것도 다 네 몫이고 네 복인 거야. 방금 전 네 아이디어대로 올 도둑으로만 가는 모험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못 얻었을 거잖아? 당당이 말처럼 네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기도 하고.”

자꾸 나만 좋은 템을 독식하는 것 같아서 길드원들의 템 분배에 신경을 쓰려 해도…….

이제는 우리 길드의 문화가 돼버렸는지, 당당이와 무살 형님은 디바인급 템이란 소리를 듣고도 욕심이 없었다.

물론 먼저 군단장의 암살검이나 테네시 단검 같은 템을 아낌없이 나눠주긴 했지만, 그건 한 개인으로서의 선택이 아닌 길마로서의 선택이기도 했으니 경우가 달랐다.

“알겠습니다……. 저도 그럼 앞으로는, 이런 말은 최대한 자제하도록 할게요.”

“그래. 그럼 이제 얻을 건 다 얻었으니까, 이곳을 떠나볼까?”

“아뇨 아뇨, 무살 형님. 아직 도전할 수 있는 한 팀이 더 남았잖아요. 올림푸스 놈들이 오지 않을 것 같으니까, 다 같이 축빙 형님 팀까지 도전하는 걸 기다린 다음에 떠나죠!”

“아하, 그렇지 그렇지! 죄송합니다, 축빙 형님.”

“하하! 힐러랑 성기사라고 너무 무시하는 거 아냐? 쿨타임이 일주일짜리니까, 우리도 들어갈 수 있을 때 들어가 볼게. 대탐아, 파랑아! 파티 받아라!”

“넵!”

남은 멤버인 축빙 형님도 급히 파티를 꾸리고는, 곧 페어리 퀸에게 다가가 입장 퀘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현중이와 내게 이런저런 주의 사항들을 전해 듣고는, 곧바로 요정계로 떠났다.

투 힐러 조합이라 딜이 조금 부족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파랑의 오크 로드 데스 나이트는 어지간한 랭커급 딜러만큼이나 딜이 출중했기에, 첫 팀 못지않은 성과를 낼지도 몰랐다.

“드로야, 나 따라와 봐. 너 들어간 동안 좋은 거 발견했다.”

“어? 뭔데?”

형님네가 떠난 자리에서 주변을 감상하던 내게, 현중이가 다가와 새로운 사실을 알려줬다.

“C급이긴 한데…… 무려 업적 하나를 꽁으로 주더라고? 무살 형님과 당당이도 같이 와 보세요!”

“뭐? 정말?”

1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인간이라곤 오직 윌리펑만 찾아냈다는 이곳.

숨겨져 있는 페어리 퀸의 공중정원을 어렵게 찾은 것에 비해, 보상이 없나 싶었는데 역시나 존재하고 있었다.

현중이와 축볼 누님의 안내에 따라 우리가 이동한 곳은 페가수스들이 머무는 호숫가.

다가가도 가만히 있는 페가수스의 곁에 쪼그려 앉아 안내받은 대로 호숫물을 떠먹자, 바로 알림창이 떠올랐다.

[업적 ‘생명수를 접한 자’를 획득했습니다.]

[업적: 생명수를 접한 자(C)]

* 태초의 생명수를 마신 자에게 주어지는 업적입니다. (체력 +15)

* 업적 효과로 체력과 마나에 활력이 넘치게 됩니다. (HP 및 MP 회복 속도 +10)

“오, 이거 상당히 좋네! 버릴 효과도 없는 알짜 업적인 데다, 누구든 이곳에 오기만 하면 다 받을 수 있는 거 아냐?”

“그치? 여기가 공개되면, 아마 엄청 인기가 많은 곳이 되긴 할 거야. 퀘스트 보상도 좋고 이런 업적까지 쉽게 얻을 수 있으니까 말야.”

“근데 페어리 퀸 퀘의 보상이 확실히 좀 문제가 될 것 같긴 한데…….”

이곳의 퀘스트 보상은 무려 페가수스.

최초로 비행 탈 것 보상이 나오는 것뿐만 아니라, 얻는 게 그렇게까지 어려워 보이지 않아 상당히 많이 풀릴 것 같았다.

‘아닌가? 생각보다 어려운 건 맞을지도……?’

첫 도전에 클리어까지 마친 터라 난이도 계산이 잠시 헷갈렸지만, 사실 첫 팀이었던 현중이네 멤버만 해도 정상급 유저들이었다.

디바인 템과 레전더리를 둘둘 만 현중이와 현존하는 최강의 활을 가진 라챤이와 축볼 누님.

이 조합으로도 겨우 깃털 1개를 얻는 데 그쳤다.

아마 올림푸스 길드원들은 수십 차례 반복하며 최적의 동선과 전략을 알아낸 것 같지만, 그마저도 한 번에 1개 이상은 얻지 못했을 것 같았다.

그러니 이곳이 공개된다 해도, 페가수스 라이더가 순식간에 폭증할 일은 없지 않을까?

‘아무리 그렇긴 해도…… 결국 시간이 흐르면, 비행 탈 것이 엄청나게 많아지겠지……?’

어쩌면 지금까지의 타연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만한 포텐셜을 간직한 곳.

그곳이 바로 여기 페어리 퀸의 공중정원이었다.

“생각이 복잡한 모양이구나. 아마 이곳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나 보지?”

“네? 맞아요, 무살 형님. 올림푸스가 왜 이곳을 같은 라인한테도 공개하지 않았는지…… 이제 조금은 이해가 가네요.”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 보는 건 어때? 어차피 놈들과 함께, 이곳을 비밀로 남겨둘 순 없을 거잖아? 개발사도 그런 용도로 이곳을 만들어 둔 것 같지도 않고.”

“네?”

“다른 RPG 게임에서도 탈 것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잖아? 타연만 해도 유저들이 처음 소환 말을 얻을 때 얼마나 좋아했었어? 근데 이제는 그게 비행 탈 것의 차례가 된 거지. 개발사 입장에서는, 유저들에게 레벨업과 성장 욕구를 부추기는 데 이만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것도 또 없거든.”

그동안 다양하고 많은 RPG 게임을 경험해왔다.

그리고 그 게임 속에서, 유저들이 희귀 탈 것이나 비행 탈 것을 얻기 위해 수없이 많은 노가다와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많이 지켜봐 왔다.

이곳이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먼 곳, 그것도 산 정상의 투명 계단을 통해서 도착할 수 있다는 점.

거기에 페가수스 깃털을 얻으려면 높은 레벨과 상당한 고스펙 및 전략을 요구한다는 점 등은 유저들의 도전 정신을 자극하고 게임에 몰두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어쩌면 천계와 마계와 연관된 콘텐츠 중 하나로, 진작부터 준비해 뒀던 걸지도…….’

대규모 비행 탈 것을 얻을 수단이 준비되어 있었다는 점도, 왠지 천계와도 연관이 있을 것 같았다.

즉 이곳 공중정원은 유저들에게 결국 공개될 곳이었고, 개발 당시부터 많은 유저들이 찾아올 장소로 의도된 곳이라고 추측됐다.

그러니 아깝더라도, 이곳은 대중들에게 바로 공개하는 게 맞았다.

“드로야, 이젠 열혈거북이가 왜 페어리 퀸을 찾고자 했는지 알겠다.”

“그치? 퀸보다는 부산물에 관심이 있었다고 했으니까, 아마 여기 있는 이 ‘페가수스’들이 목적이었나 봐.”

“알려줘도 그 사람 입장에선 당장 얻기 힘들 펫이니까…… 네가 얻은 깃털을 가지고 거래를 해보는 건 어때?”

“어? 그래 볼까?”

우리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현중이의 의견도 괜찮은 것 같았다.

그리고 새삼 ‘비행’에 대한 유저들의 욕구가 엄청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대탐이도 우리 길드에 들어온 결정적 이유가 비행 부츠를 완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생각해 보면 나도 정체가 공개되기 전에 가장 먼저 했던 것이, 훼라리라는 비행 탈 것을 테이밍한 일이었다.

‘앞으론 필드 전투뿐만 아니라 공성전의 양상도…… 많이 바뀌게 되겠구나!’

앞으로 이곳의 존재가 타연에 가져올 파장.

호숫가의 평화로운 풍경과 달리, 내 머릿속에서는 그 엄청난 후폭풍이 가져올 미래의 모습이 휘몰아쳤다.

* * *

“아, 아깝다! 시간만 더 있었으면 3마리도 잡을 수 있었는데!”

“그 정도만 해도 어디예요? 처음인데 진짜 대단하네요!”

“뭐? 바로 직전에 서큐버스 퀸까지 잡아버린 놈이 할 말은 아닌 거 알지? 크크!”

이곳을 둘러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10분이란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그동안 제한 시간을 전부 채우고 나온 축빙 형님네 파티는, 무려 추종자 3마리 구간에서 전투를 벌이다가 귀환했다.

“데스 나이트가 진짜 물건은 물건이네. 사냥에서만큼은 어떤 소환수나 펫이라도 따라올 수 없겠는데?”

“괜히 솔플 최강자로 네크로맨서가 꼽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동안 파티 플레이에선 다소 소외됐지만, 데스 나이트 소환부터는 그럴 이유가 전혀 없겠어요.”

“흑흑, 그동안의 설움이 싹 씻겨져 가는 것 같네요. 정말 드로 형님은 제 네크 인생의 은인이십니다!”

다소 오버하며 감격해 하는 기파랑이었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사제와 성기사가 낀 3인 파티로 그 구간까지 간 사실만 봐도, 파랑이가 얼마나 큰 활약을 벌였는지 안 보고도 알법했기 때문이다.

퀘스트 보상으로는 아쉽지만, 깃털 1개만 주어졌다.

아무래도 추종자 3마리 구간을 클리어해야 2개 정도가 주어지는 듯싶었다.

“자, 그럼 전원 보상까지 끝마쳤으니 귀환할까요?”

“그래. 전투나 한번 실컷 벌일 줄 알았는데 싱겁게 끝나게 됐네?”

“올림푸스 이 자식들, 하여간 쫄보긴 쫄보네요. 하하!”

생각지 못한 보상을 얻게 된 후라, 다들 기분이 업되어 있었다.

한데 그 기분은 금세 꺼지고 말았다.

[마나가 불안정한 특수 지역에 있어 귀환 주문서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미 시공의 틈새에서 한 차례 겪어본 것과 비슷한 불길한 메시지.

이곳 페어리 퀸의 공중정원도 귀환 주문서 사용이 불가한 지역이었다.

“어라? 여기선 귀환이 안 되네요?”

“아, 먼저 주문서가 되는지 안 되는지 캐스팅이라도 해봤어야 했나? 이런…….”

“뭐야, 그러면……?”

퀘스트에 세 팀이나 도전했기에, 이곳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30분이 훌쩍 지났다.

그간 올림푸스 놈들이 쳐들어오지 않은 건 이곳이 밝혀지지 않길 원해서 그런 거로 생각했는데, 귀환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게 아닐 지도 몰랐다.

“설마 입구에 몰려와 있는 건 아니겠죠? 이 안에 저희를 가둬둔 채로……?”

우리는 서둘러 처음 투명 계단을 통과하고 들어왔던 입구로 달려가 봤다.

그리고 내가 은신을 쓴 채 입구 밖으로 향하는 한 발자국을 디뎌보자…….

펄럭펄럭!

콘틀랑 정상을 빼곡히 메운 수백 명의 유저들과 백 기가 넘는 페가수스들이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야? 이 자식들 죄다 몰려와 있었네요!”

황급히 뒷걸음질 쳐서 안으로 들어와 이 사실을 알리자, 다들 고수들답게 상황의 심각성을 바로 깨달은 모양이었다.

전부 길드원들 한가운데에 서 있는, 현중이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주 칼을 갈았구나. 이렇게 몰려온 걸 보니……. 어쩌냐, 이제?”

“최대한 보호하면서 나가봐야죠. 축굴이는 우리 길드의 메인 탱커니까요.”

놈들이 나를 노리고 이렇게 몰려왔을 린 없었다.

이미 아베르 공성전을 통해서, 나는 어지간하면 죽지 않는 캐릭이란 걸 진저리칠 만큼 실감했을 테니…….

그러니 놈들의 목표는 내가 아니라…… 다름 아닌 현중이었다.

죽으면 곧바로 드랍할 수밖에 없는 디바인 급 방패.

거기에 나이트급 타이탄이 소환되는 레벤다스를 든 채로, 마을과 먼 이곳에 고립되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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