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295화 (295/350)

295화 스페셜 팀 (1)

[‘버닝스타’길드가 ‘태성’길드와의 전쟁에서 승리했습니다.]

삐이이이-

전체 알림창이 떠오른 것도 같았지만, 그저 내게는 이런 잡음만 들리는 듯싶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큰 감격에 빠져본 적 있을까?

정신없는 와중에도 신검을 줍던 그 날의 충격이 엇비슷할 거란 생각이 스쳤지만…….

지금의 흥분은 어림잡아도 그때보다 최소 2배 이상이었다.

“으아아! 이겼다!”

해냈다.

내가 드디어 해내고 말았다!

다리우스를 처음 죽여본 것도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모를 수가 없었다.

내가 이 마신검을 손에 넣음으로써, 놈과의 기나긴 싸움에서 진정한 승리를 거뒀단 사실을!

“드로 형님!”

“드로 오빠!”

“형! 형! 형! 형!”

크게 소리치는 내게 호응하며 기뻐하는 길드원들.

당장 그들과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누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아직 처리할 놈이 남아있었다.

『명하노니, 물이 너희를 정화케 하리라!』

투 뮤탄.

이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이 보스 몹은, 다리우스의 죽음과 별개로 여전히 활개 치고 있었다.

“잠시만요! 다들 물러서세요!”

그리고 역시나 랜덤 타겟팅답게, 놈의 새로운 마법은 가장 가까이 있던 나 대신 다른 동료를 향해 날아갔다.

퍼펑펑! 쿵!

놈의 회전하는 물줄기 마법에 적중당한 현중이.

녀석은 처참히 밀려나 벽과 부딪혔고, 연달아 스턴까지 걸려버렸다.

사뭇 위협적인 풍경.

그제서야 난 기쁨에 젖어있던 흥분을 가라앉히고 현재 상황을 차분히 살펴봤다.

‘놈을 잡는 데 피해가 없진 않았구나. 일단은…… 남은 놈들부터 정리해야겠다!’

영혼 연결 스킬은 대상이 받는 데미지를 공유하는 스킬.

그 때문에 영혼 연결을 건 탱커들은 내 무지막지한 공격력을 버티지 못하고 오히려 다리우스보다 먼저 죽어버렸다.

그러니 이제 남아있는 태성 측 병력은 힐러 넷이 전부.

잠시 현중이가 샌드백 모드로 투 뮤탄을 상대하는 동안, 그들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새하얗고 검은 검신이 대조적으로 빛나는, 두 신검을 번갈아 가며!

“크흑!”

“뭐 이딴 데미지가!”

“아무리 우릴 죽여봤자 투 뮤탄은 못 잡고 죽을 거다!”

아직 조금 남아있는 스킬 가속의 효과.

그로 인해 미처 힐이 제대로 들어가기도 전에 힐러들은 차례로 죽어나갔다.

방어력은 물론 생존기 또한 형편없는 그들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고…….

“다 죽어버렸으니 두고 볼래란 말도 못 하게 됐네?”

결국 이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태성의 정예들은, 이들을 끝으로 전멸해버리고 말았다.

무조건 승리를 자신했을 함정.

거기에 당했다면 우리 길드는 몇 개나 되는 디바인 템을 빼앗겼을지 모를 대참사가 벌어질 뻔했다.

하지만 오히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지금.

그에 대한 보상으로 어떤 보스 몹을 잡은 것보다 더한 타이탄과 템들을 얻게 되었다.

[무적살라딘: 꼭 잡아라! 절대 실패하지 말고!]

[대탐험시대: 그래요 형님! 다리우스도 잡았는데 고작 보스 따위에 지진 않으시겠죠! 마신검에 이어 퍼스트 킬도 꼭 드세요!]

하지만 이것들을 얻으며 발생한 피해.

잠시 투 뮤탄의 타겟팅이 됐던 무살 형님과 대탐이는 안타깝게도 전장에서 리타이어된 상태였다.

함께 달려들었다가 순간 쏟아진 데미지를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린 것이다.

[산드로: 지금부터 라챤이와 당당이 그리고 연우는 내가 소환하는 램보에 타! 그리고 레이드 종료 때까지 최대한 피해 다니면서 원딜만 날려!]

[라스트챤스: 네? 함께 잡는 게 아니라요?]

[산드로: 축빙 형님이 없으시니까 정석 플레이로는 잡을 수 없어. 그러니 놈의 딜링은 최대한 내가 커버해볼게!]

[축복받은얼굴: 뭐? 마쉴도 없는 네가, 힐러도 없이 어떻게! 그러지 말고 내가 최대한 시간을 끌어볼 게 그동안 다들 로그아웃하는 건 어때? 내 레벤다스만 너한테 넘겨주고 말야.]

[산드로: 나쁜 생각은 아니지만 굳이 그럴 필욘 없어. 내가 아까 말했잖아? 마신검만 빼앗으면 방법이 생길 거라고. 잠시 붙어보니 알겠어. 힐러가 없어도 저놈은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램보 소환!”

훼라리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램보 또한 스피드라면 어디 가서 빠지지 않았으니 상관없었다.

어차피 맞붙어 싸울 용도가 아니라 태운 채 빙빙 돌 역할로 소환한 것이니까.

나는 소환한 램보를 지시해 길드원들을 태운 다음, 최대한 벽 근처로 붙어 보스 몹과 거리를 유지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자 마침내 마신검의 스펙을 제대로 살펴볼 여유가 생겼다.

<+1 룬 제스베라(디바인, 한 손 무기)>

* 공격력: 2420(+242)

* 모든 능력치 +90(+9)

* 빛 속성 몬스터 및 천사 계열, 요정족 몬스터에게 물리 데미지 +4840(+484)

* 타격 시 25% 확률로 암 속성의 마법 데미지 +2420(+242)

* 암 속성 마법 및 스킬을 검으로 가드 성공 시, 데미지 흡수 및 체력 회복으로 치환

* 모든 보유 스킬 레벨 +1(+1)

* 타이탄 ‘데이네스(!)’ 소환 가능

* 이 아이템은 신의 가호를 받고 있어, 강화에 실패하더라도 가호가 다 하기 전까지는 파괴되지 않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가호 수치: 0)

* 이 아이템은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 이 아이템은 교환이나 판매가 불가능합니다.

* 어둠의 신 데이베스의 신검이자, 대륙 7신기 중의 하나입니다.

* “어둠이 결코 빛을 이길 수는 없지……. 하지만 때때로 사람들에겐, 밝은 광명보다 편안한 안식이 더욱 필요하기도 한 법이다. 데이네스 님이 내게 이 검을 선사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빛이 폭주하지 않도록…… 제어할 어둠도 필요하기에!” -신마전쟁의 영웅 아서 드 브리드-

‘들은 대로 신검과 완전히 쌍둥이같이 똑같은 스펙이구나…….’

공격력 및 옵션이 판에서 찍어낸 듯 똑같은 마신검.

사실 스펙은 알고 있었던 터라 크게 궁금하진 않았고, 은근히 기대하고 있던 게 있었다.

마신검을 주 무기로 쓰기 전까지 다리우스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10 사자왕의 장검.

카이저 형님이 알려주신 대로 뭔가 수상한 방법이 있는 녀석이라면, 마신검 또한 고강화로 만들어 두진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하지만 디바인이라 그랬는지 혹은 그 방법을 쓸 수 없었는지 모르지만, 이 검은 지옥불 형님이 만드신 +1 강화 그대로였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했지만!

[연속 베기(공통 스킬): ★★★★★☆☆☆☆☆(MAX)]

[회전 베기(심화 스킬): ★★★★★☆☆☆☆☆(MAX)]

……………………

[태세 전환(고유 스킬): ★★★★★☆☆☆☆☆(MAX)]

가지고 있는 모든 스킬들에 추가된 +2 레벨 효과.

이로 인해 최적화로 재구성된 내 8성 스킬들은 전부 맥스 단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보유한 총 26개 스킬이 두 단계씩 올랐으니, 단순 계산으로는 스킬 포인트만 260레벨업 치에 달했고…….

그중 패시브 스킬들도 적지 않았으니 기본적인 공격력과 방어력, 회피율과 같은 스펙들도 순식간에 급증했다.

기존의 내 스펙 자체도 현재 다른 유저들 수준에 비추어보면 말도 안 되는 고스펙이었는데 지금은 말할 것도 없어졌다.

현재의 나는, 타연이 종료되는 그날까지도 나올 수 없을 ‘버그’ 수준의 캐릭이라는 것을!

“파랑아! 블러드!”

“네? 넵! 블러드 웨폰!”

힐러가 없으면서도 내가 클리어를 자신한 이유.

그건 아직 우리에게 기파랑이라는 인챈터가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18초간 공격 데미지의 25%를 흡수하는 녀석의 5성 블러드 웨폰.

5성까지 찍어서 감소된 쿨타임은 원래 60초였다.

따라서 이 버프가 없는 공백 시간은 42초나 됐지만, 지금은 고작 12초에 불과했다.

이리아의 가호로 25%, 현중이가 새로 익힌 5성 영광의 오라 효과로 또 25%가 중첩 감소되어 쿨타임이 절반으로 줄어든 탓이었다.

즉 18초 동안 풀피로 채우고, 12초간의 공백 시간 동안만 버틸 수 있다면 힐러 없이도 투 뮤탄을 잡는 건 가능하단 계산이 섰고.

10성 집중 회피와 사냥꾼의 춤, 그리고 루비 반지를 갖고 있는 내게 그 정도 시간은, 얼마든지 버틸만한 수준이었다.

“죽어라 이 자식아!”

서걱서걱!

놈의 거대한 뒤통수에 휘둘러지는 내 공격.

몇 번 휘두르기도 전에 내 HP는 금세 가득 차올랐다.

『명하노니, 물이 너희를 정화케 하리라!』

타겟 리셋이 될 타임이었을까?

아니면 내 공격력이 너무 강력해서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던 걸까?

놈은 뒤통수에서 얼쩡대는 내게, 양손에서 두 갈래의 물줄기를 내뿜어 공격했다.

쏜살처럼 빠르고 커다란 물줄기.

하나 결코 현중이처럼, 피하지 못하고 맞을 정도는 아니었다.

휘웅!

현재 내 몸은 지상이 아니라 공중을 휘젓고 있었기 때문.

펠아린의 날개 부츠 상태로 거대 보스의 공격을 피하는 것이란, 어릴 적 수많은 슈팅 게임으로 단련된 내게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논타겟팅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으니까!’

오직 단검 하나만 찬 채 인던 보스 몹에 도전하는 고인물들이 넘쳐나는 곳, 타이탄 연대기.

마침내 이 게임의 정점에 오른 나기에, 회피 컨트롤 또한 사실상 정상급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쉬쉭! 쉭!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돌아가는 스킬 연계와 쿨타임을 체크하면서,

HP와 MP 수준이 칼같이 유지되도록 신경 썼다.

그리고 허공을 휘젓는 놈의 두 석퇴와 마법 공격들을 피하며, 최대한 후방공격을 먹이도록 무빙했다.

『명하노니, 바다의 용사들이여 침략자를 섬멸하라!』

아무리 10성 스킬들로 도배한 나라 해도 녀석의 HP는 무척이나 빠르게 줄어들었다.

투 뮤탄이 마계와 관련된 보스라 그런지 내 신검에 입는 추가 데미지가 만만치 않았던 모양.

어느새 50% 구간을 넘긴 놈은 크게 고함을 외쳤고.

“끄끅! 꾸루륵!”

“끄룩! 꾸륵!”

놈이 소환한 물웅덩이에서 각종 심해 머맨과 머메이드들 수십 마리가 튀어나왔다.

투 뮤탄과 달리 말은 통하지 않는 모습.

놔두면 걷잡을 수 없이 쌓일지도 모르는 놈들이라 서둘러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산드로: 현중아! 부하 몹들은 네 몸빵으로 부탁한다! 다들 하나씩 차분히 잡아주세요! 근접은 반사 데미지가 있으니 되도록 원딜로만요!]

[축복받은얼굴: 오냐!]

바다의 왕이라는 서브네임답게, 부하몹 소환은 예상했던바.

하지만 남은 우리 길드원들 또한 타연 최정상급 유저일 뿐만 아니라, 놈들을 상대하기에 최적화된 원딜러 위주의 구성이었다.

‘최대한 빨리 죽여버린다!’

페이즈 전환 후, 어느새 놈은 오직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위험했지만 오히려 나로선 신경 써야 할 게 하나 줄어들어 더 편해진 상태였다.

물론 부하 몹들을 몇 되지 않는 길드원들이 전부 상대해야 하니 걱정되는 게 없는 건 아니었지만.

믿기로 했다.

지금 이곳에 와있는 우리 팀원들은, 그 거대했던 다리우스와 태성의 정예들과 싸워 이긴 존재들이니까.

그들이 고작 소환 몹들에게 죽을 리는 없었다.

나는 길드원들을 그렇게 약하게 키우지 않았으니까!

『바다의 분노를 맛보여주마!』

그렇게 순식간에 25%까지 줄어든 놈의 체력.

역시나 놈은 새로운 페이즈로 접어듦과 동시에 처음 보는 스킬을 사용했다.

부하 몹들이 튀어나오던 물웅덩이.

보스룸 곳곳에 생성된 그곳이 전부 다 천장을 뚫을 듯 커다란 물기둥이 되어 솟구쳤다.

그리곤 기둥들 전부에서 마치 내 라이트닝 배리어와 같은 물줄기들이 튀어나와 주변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축복받은얼굴: 이, 이건 뭐야? 이딴 공격은 못 버텨!]

[당근당근단검: 형님! 이건 피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에요!]

애초에 회피 자체가 불가능하게 만들어진 마법 공격.

수백 개의 물로 만든 채찍이 휘둘러지는 이곳 공간에서, 내가 지시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

[산드로: 전부 이놈한테 붙어서 공격하세요!]

놈의 체력이 소모되는 속도를 볼 때, 무조건 킬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길드원들의 생존은 보장할 수 없기에 전원 근접 공격을 오더했다.

설혹 죽게 되더라도 끝까지 살아남은 내가 드랍 템은 주워줄 수 있도록!

퍼퍽! 퍽!

죽음을 각오하고 내린 지시.

그 미안함에,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치는 임기응변 하나가 있었고.

“볼텍스!”

아직 역소환되지 않고 남아있던 실로키네로부터 검은 회오리바람이 소환됐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쏟아지던 수십, 수백 개의 물줄기는 옆에 소환된 볼텍스 속으로 빨려들 듯 흡수됐다.

“퍼펙트 타이밍이다!”

“와! 역시 드로 형님!”

그러자 우리 길드원들은 오히려 훨씬 더 안전한 상태가 되었고.

우리는 힘을 합쳐 마지막 일점사에 마음껏 온 힘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

『나의 바다가…… 나의 세상이……!』

쿠웅.

그리고 마침내, 그토록 오래 우리를 괴롭혔던 투 뮤탄이 쓰러졌다.

[업적 ‘바다의 지배자’를 획득했습니다.]

[업적 ‘킹 슬레이어’의 효과가 경신되었습니다.]

……………………

그리고 우리가 쟁취한 승리를 이곳에서 죽어 나간 태성 놈들에게 알려주기라도 하듯.

전체 알림창도 함께 떠올랐다.

[수중왕국의 타락한 지배자 ‘바다의 왕이었던 투 뮤탄’이 최초로 토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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