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2 <-- 복구와 탐색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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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모험가 경력이 있고 레벨도 높은 엘타리스.
그리고 갓 태어난 잠탱이 미라 슈로미.
두 명은 어젯밤 프란시아 병으로 위장한 스켈레톤 1500기와 일반 스켈레톤 3000기를 가지고 길을 떠났다.
스켈레톤 군단이 저벅저벅 걸어가는 모습은 쁘띠 아이로 바라보면 상당히 멋있으나, 정작 그 실상은 무섭고도 아리송하다.
슈로미가 보내는 사념이 궁금해서 감각 공유를 걸었다가, 나는 1초 만에 포기하고 감각 공유를 끊었다.
‘슈로……’
‘스켈레톤 3005 뒤로, 스켈레톤 3006 다리가 하나 빠졌다. 왼쪽 다리 올려. 스켈레톤 4015 한 발짝 앞으로 나왔으니 뒤로 한 발짝 멈췄다 가. 스켈레톤 1001 왼쪽 발이 한 박자 빠르다. 스켈레톤 241 왼쪽 팔을 움직여……’
슈로미의 머릿속에서는 그런 종류의 수많은 사념이 머릿속에서 나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질겁하고 나와 엘타리스에게 감각 공유를 걸었더니……
“나, 잘래에에에-“
“안 돼. 적어도 당신은 밤에는 자면 안 되지 않습니까! 저는 낮에 활동하는 몬스터이지만 당신은 밤에 활동하는 몬스터가 아닙니까?”
“아니야아아아- 나는, 나느은, 하루 24시간을 자야한다고오오.”
그러면서 언제 가져온 건지 침낭을 자신의 몸에 붕대보다 더 철저하게 감고, 눈을 감는다.
슈로미는 이미 아래쪽에 스켈레톤 두 기에 의해 상전처럼 들려있었다.
“이거 마스터님께 들키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계십니까?”
“몰라, 주인님. 나 잘게요~ 잘 자요.”
슈로미는 스켈레톤 두 기에게 들린 채로 이동하다가, 정말 잠이 들자 동시에, 스켈레톤 병사들이 멈추었다.
밤중이라 소리가 들릴 법도 하지만, 진군 중에는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는데, 한 번에 멈추는 소리는 삐그덕 소리가 중첩되어 엄청나게 크게 들렸다.
“일어나아아아!”
“흐아아암, 잘 시간.”
결국, 보다 못한 엘타리스가 슈로미를 검의 머리 부분으로 툭툭 두들겨 깨운다.
슈로미는 코에 방울을 붙여가며 새근새근 잠들다가 그 방울이 툭 깨진다.
1분 만에 곯아떨어지는 슈로미를 보면 기면증이 의심될 정도다.
둘이 어련히 잘 하겠지 라고 생각하고, 쁘띠 아이로 인간 마을을 둘러본다.
피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군용과 모험가용 텐트를 치고 자는 모습. 청결도 유지가 안 되고 얼굴과 팔에는 생채기와 상처, 그리고 검댕이 가득하다.
비가 오면 큰일 날 정도, 전에 들었을 땐 이 주변의 기후는 건기와 우기로 나뉘고, 지금은 습기가 많은 우기이기 때문에 냄새도 상당할 것 같다.
“후…….”
내일부터는 인간들의 마을로 출근해야 한다.
옆에 리파나 소멜을 두고 싶으나, 리파는 일부 시각밖에 나오지 못하고 소멜은 너무 어리다.
나도 너무 어리다고 인간들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데, 소멜이 곁에 있으면 의지가 되기는커녕 둘이서 이쁨받는 마스코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아무튼, 수로를 뚫고 위생작업을 하는 게 가장 먼저라고 생각되지만, 아무래도 위생은 이 세상 인간들에겐 1순위가 아닌 것 같다.
위생이 좋지 않으면 병충해가 돌기 쉽다. 그리고 만족도가 항상 낮아진다. 그렇기에 나는 내일부터 마법으로 뚫어보려고 한다.
성벽 쪽은 이제 사람 한 명쯤 되는 높이.
오르막을 올라오느라 체력이 떨어지고, 공성 벽을 쌓을 수 없는 산성 정도면 버틸 수 있겠으나, 내 가축들이 사는 마을은 평지다.
언덕과 산이 있는 부분은 우리 던전이 있는 쪽을 제외하고는 없다.
그렇기에 평지 쪽으로 둘린 성벽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더 높게 쌓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억지로 마력을 짜낸 탓인지, 머릿속이 허한 느낌이다. DMP 메뉴를 열자 야식으로 먹기 좋은 제육덮밥이 나온다.
배라도 채우면 뭔가 낫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주문하자 이것도 못 먹고 있을 르테아 언니와 타피가 생각나 눈물을 삼킨다.
그러고 보니 잠이 없어지고 나선, 나는 하루에 4끼를 먹고 있다.
이렇게 먹다 보면 뒤룩뒤룩 살찔 것 같은데 안 찌는 걸 보면 살 안 찌는 체질의 서큐버스라서 그런지, 아니면 뭔가 보정이 더 붙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분명히 맛있을 제육덮밥이 목으로 잘 넘어가지 않는다.
팍팍 비벼서 고소한 고기 냄새가 나는 제육덮밥. 약간은 매콤하기도 하고 그 풍미가 좋은 덮밥이지만 일부 먹다가 수저를 내려놓고 쁘띠 아이로 인간 세상을 다시 바라본다.
나는 과연 저 인간들을 죽이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을까?
서큐버스가 되고 몇 번이고 느낀 감각이다.
그건 내일이 되어 봐야 알 것이다.
……
아침이 밝았다.
쁘띠 아이로 비추는 빛이 이 어두컴컴한 석굴에 희미하게 나타난다.
엘타리스에게 감각 공유를 걸자, 엘타리스는 거의 잠들기 직전에 받았다.
‘예! 세이나 마스터님, 저는 지금 적군이 지평선 너머로 보이는 지점까지 진군했습니다.’
그러면서 빠르게 일어나 적군이 보이는 곳을 보여준다.
가능하면 낮에도 일어나주면 좋겠지만, 인간은 잠이 필요한 동물이다.
그건 타락 인간의 사정도 마찬가지, 애초에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양으로 타락해 줘!’가 목적이었기에 엘타리스는 하루에 8시간은 꼭 자야 한다.
‘스켈레톤 군대는 어디 있어?’
‘그들은 잠탱…… 아니 슈로미가 땅을 파묻고 자라고 시켰습니다. 적군의 눈으로 구별 안 되는 저쪽에 땅굴이 대규모로 있지요.’
확실히 눈으로 그냥 쑥 훑어봐서는 구분이 안 되는 흙더미가 여기저기 땅에 부풀어 올라 있다.
그러면 당장 슈로미는 어디 간 건지 궁금하다.
‘그러면 잠…… 아니 슈로미는 어디 있어?’
‘그야 제 옆에서 자려고 했지요, 얕은 동굴을 파고 자고 있답니다.’
‘그래, 밤에 고생했어. 인간 마을은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몇몇 부하들에게만 연락하고 나온 거겠지?’
‘네…… 감사합니다.’
‘아냐, 나는 그저 나를 건드린 녀석들을 벌할 뿐이지.’
이게 최선은 아닐지 몰라도 차선책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마음을 다시 가라앉히고 순간이동기 위에 올라선다.
순간이동기 앞에 있는 룬을 만지작거리면서, 눈을 감으면 나는 어느새 흙 필드의 순간이동기 위로 올라와 있다.
밖에는 빛이 쨍쨍 내리쬔다.
마스터 개체인 나는 버틸만하지만, 다른 몬스터들은 주행성이 아니면 이런 시간에 괴로워한다.
눈이 부실 정도의 아침 햇살을 받고, 꼬리를 말며 엘타리스의 집무실까지 걸어간다.
가는 와중에도 쁘띠 아이로 공중에서 지켜봤던 공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
폐허가 된 장소들, 부서진 타일들, 숯덩이가 된 나무조각들.
인간들은 열심히 그 폐허를 치워나가며, 또 다른 나무를 쌓아나가고 있다.
던전의 회복성이 생각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한 이들, 인간들을 기생충 정도의 인식에서 가축 정도의 인식으로 바꾼 건 나름 성공적이었다.
몬스터는 왜 인간을 이렇게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걸까?
괜히 아침 햇살을 받으니 감성적으로 되어선, 이런 말을 하고 있네.
피식 웃고는 엘타리스의 집무실 문을 연다.
“안녕, 네가 그때 그 아이지?”
“네.”
조금 기분 상하기는 하지만, 아마 비서로 보이는 여자인가?
안경에, 검은 양복에 숄더 워머를 걸친 여자, 완전 양복이라기보단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된 양복이다.
혹시나 해서 정보 창을 열어보려 하니 열 수 있었다.
등급: D
종족: 타락한 인간 - 비서
레벨: 42
특수 스킬: 계산, 기억력
정말 비서였구나…… 날카롭고 지적인 이미지에 반짝이는 안경, 깔끔한 복장
이럴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너무 스테레오타입의 인간들을 마주하다 보면 정말 이게 게임 속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래도 직접 그 속에 들어가 보면, 정말 인간 개개인이 사는 맛이 느껴지겠지만…… 별로 인간과 부대끼고 살아왔던 건 아니라 느끼고 싶지는 않다.
“이건 엘타리스 씨가 하던 업무고, 여기는 현재 복구 상황. 인부들을 막 부릴 순 없고, 다들 생업이 있는 만큼 여기엔 재정적 문제가 있어. 혹시 이해할 수 있겠니?”
“네……”
약간 무시당하는 기분이지만, 어쩔 수 없다. 외모가 이렇게 어리숙한 소녀니까.
“그럼 다섯 명 정도만 빌릴 수 있나요?”
“흠…… 그래, 내 말을 잘 듣는 녀석들로 부를게.”
타락한 비서 씨는 밖으로 나가 인간들을 부르는 듯하다.
나는 엘타리스가 하던 일을 천천히 살펴본다. 어제 무리해서 프란시아 병사복을 달라고 한 터라 이에 관련한 재무지표가 바닥을 치고 있다.
인간들의 사정에는 이런 것이 있었는지, 아마 비싸게 차입한 것 같다.
“후……”
이건 나름대로 엘타리스에게 큰일이다.
만약 던전에서 돈을 만들 수 있다면?
던전에서 인간들의 돈을 얻을 방법은 보물 상자와 광맥뿐, 이걸 플랜트로 만들어 버리면 어떨까 생각도 해본다.
“……이래선 인간들을 완전히 사서 부려먹으려는 것 같잖아.”
게다가 메뉴를 열어 보물상자의 정보를 살펴보면, 주위에 스켈레톤 등의 몬스터가 없으면 보물이 생성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만들어놓은 스켈레톤 4500기가 생각나지만, 플랜트 계획은 일종의 게임 시스템 악용처럼 느껴져서 꺼려진다. 게다가 스켈레톤 하나하나는 의외로 귀엽기도 하고?
그리고 광맥과 노동을 생각해 보면 그럴 듯 하기도 하다.
그렇게 다양한 생각을 해보던 중,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고 비서가 인간 다섯 명을 데려왔다.
우락부락한 남자들이지만, 전부 다 정보 창을 열어볼 수 있는 내 하위 수족들,
타락한 인간이다.
========== 작품 후기 ==========
소제목을 바꾸었습니다.
정작 이교도 재판 씬이 나올려니 한참은 멀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