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9화 (149/154)

새로운 꿈

시산혈해로 얼룩진 구릉 아래. 

"이런 개자식들이···!" 

스르릉. 

핏자국과, 탄 자국과, 먼지로 얼룩진 유제프가 백기를 들고 있는 러시아군 참모들에게 사브르를 겨눴다. 

"그래, 이제와서 자비를 원하느냐?! 내 동포들에겐 그 흔한 동정심 한번 보이지 않았던 타타르 놈들 주제에···!" 

"그거야 프랑스인들이 정할 일이지." 

러시아인이 러시아어로 대꾸했다. 

마치 이렇게 말해도 네가 알아들을 줄 뻔히 안다는 것처럼. 

"너희 족속이 정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명백한 조롱. 

그리고 우린 프랑스군에게 패한 것이지 너희 노예 민족 따위에게 패한 게 아니라고 말하는 듯 뻔뻔스러울 만큼 당당하게 가슴을 펴는 루스인들. 

"···빌어먹을! 

쨍강-.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지적이 올발랐기에. 

불행히도 폴란드의 힘이 포로들의 명운을 정하기엔 턱없이 모자랐기에. 

유제프는 결국 애꿎은 지면만 베며 뒤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가 분개해봐야 프랑스 사령관들이 항복을 받아들이기로 정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봐, 영감탱이." 

피 묻은 붕대로 온몸을 칭칭 감은 마세나가 투덜거렸다. 

기병도 아니고 보병대로 몇 번씩 고지대로 물러났다가 재돌격하는 묘기를 부리려고 직접 전선에 나섰다가 그까지 덩달아 뒤무리에의 무차별 포격에 휩쓸렸던 것이다. 

"나한테 뭔가 할 말 없어?" 

"그러면 나더러 잔해 뒤에 가려서 잘 보이지도 않는 놈들까지 신경 쓰면서 싸워야만 했단 말인가?" 

뒤무리에가 코웃음을 쳤다. 

"그때 내 눈에 보인 건 적을 치려고 멀리 우회하는 아군 기병대들뿐이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그들에게 전열을 찌를 기회를 만들어주는거였네." 

"그래서 아군 오사한게 잘한 일이라고?" 

"하다못해 건물 뒤에 아군 있다고 신호라도 보내주지 그랬나." 

"허." 

하여간 내가 말을 말아야지. 

마세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여간 혁명 전부터 장교 생활하던 귀족 놈 아니랄까 봐 이길 수만 있으면 병사들 목숨은 개껌이지 진짜. 

"그래서, 술트는?" 

원래 내 밑에 있던 놈이니까 그 정도는 들을 수 있을 텐데. 

한참을 침묵하던 뒤무리에가 대꾸하길. 

"그는 마지막까지 군인답게 명예로웠네." 

"뭐···?" 

지금 설마 죽었다는 소리인가? 

마세나가 놀라서 벌떡 일어나자. 

"끝내 오스트리아군에게 포로로 잡혔다는군. 합스부르크의 무인이 말하길 내게 단 1분이라도 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하여 몸소 전선에서 총검을 휘두르다가 빈혈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고 했네." 

"아, 뭐야. 깜짝이야." 

죽은 줄 알았네. 

그에 비하면 포로 생활 정도야 병가지상사 아니겠는가. 

여차하면 몸값을 내건 교환협상을 하건 해서 돌려받으면 되는 거니까. 

퍽. 

가슴을 쓸어내린 마세나가 뒤무리에의 낯짝에 주먹을 후려갈겼다. 

"그러면 이 망할 영감탱이야, 처음부터 그렇게 말을 하던가! 남의 부하 데려가 놓고서 설명을 이따위로 하는 건 대체 뭐 하는 경우야!!!" 

"···커흠." 

그러자 뒤무리에도 다만 수치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힐 뿐 반박하지 못했다. 

아군 오사야 너스레를 떨며 넘어가도 명예로운 기사의 군공을 왜곡할 뻔한 건 수치스럽다, 이건가. 

'하여간 기사란 것들은 이해가 안 간다니까.' 

마세나나 뮈라 같은 제3신분 출신들과는 아예 가치관부터가 조금씩 엇나가고 있으니 원. 

아니 그보다도. 

"뮈라는?" 

마세나가 되물었다. 

뒤무리에 또한 다만 고개를 갸웃거릴 뿐 답하지 못했다. 

그들 모두 오늘 하루 내내 뮈라와 얼굴 맞댈 일이 없다 보니 행보를 알 턱이 없었던 것이다. 

하여 병상에서 일어난 마세나와 뒤무리에가 전령들을 부르려는데. 

"아, 뮈라 장군이라면 지금 중환자십니다." 

전혀 뜻밖에도 군의관이 먼저 답했다. 

"뭐야, 그러면 그놈도 빈사 상태인 건가? 그 꼴마초가 제 발로 병원 신세를 질리가 없는데." 

"아뇨. 그런 건 아니고 부하분들이 강제 입원시켰습니다." 

"···또 어지간히도 날뛴 모양이군." 

"예. 지금 아군 부상자 중 못해도 절반이 기병입니다. 사람이라면 '적당히'를 알아야 하는데, 일단 전투만 시작되면 다들 눈이 뒤집히니 원." 

하아-. 

나지막한 한숨. 

그제야 마세나와 뒤무리에의 눈에도 유달리 피폐해진 뮈라 군단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워낙에 혈전이었고, 또 총이 발명된 이래로 기병 돌격이라는 게 으레 막대한 희생자를 담보로 하는 도박이 되기야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초전에서 한번 밀려나고, 끝내 궁지에 몰려서 시민 찬스에 기대야만 했던 마세나군보다도 더욱 줄어든 모습은 모로 봐도 기이하다고밖에는 할 수 없었으나-. 

"또 뮈라가 뮈라 했군." 

"하여간 주위를 좀 살피라니까." 

오히려 마세나도, 뒤무리에도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을 뿐 누구 한 사람 의아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야 뮈라가 이기고 지는 것에만 집착한 게 하루 이틀도 아니었으니까. 

아닌 게 아니라 뮈라는 말을 잘 타는 법은 알아도 말을 관리하는 법은 잘 알지 못했을뿐더러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병사들을 다룰 적에도 마찬가지. 

언제 돌격해야 하는가, 어떻게 돌격해야 하는가에 관한 돌격대장으로서의 통찰력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나 막상 그 과정에서 희생될 아군은 소모품으로밖에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러니 뮈라의 기병대는 그 탁월한 용력에 홀린 병사들이 폭주하며 다른 병단들은 상상도 못 할 전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반대로 승전했음에도 터무니없는 피해를 보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경우는 둘 다에 해당했으니. 

"이건 아무래도 튼 것 같은데." 

마세나가 뒤무리에를 흘겨봤다. 

계급이야 피차 대등해도 연차로는 한 수 아래니 만큼 뒤무리에를 이 자리의 결정권자로 존중해준 것이다. 

"이대로 막사나 치고 병사들도 쉬게 해주는 것 어때? 내가 보기엔 이대로 술트까지 구출하러 달려가는 건 힘들 것 같은데." 

"···동감일세." 

뒤무리에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일단 루스 놈들을 박살 냈으니 협상은 무리 없이 성사될걸세. 오스트리아 놈들은 이번엔 그냥 보내주세나." 

"하, 누가 들으면 언제는 자비 없이 박살 낸 줄 알겠네." 

결국 나보 덕분에 승전을 주워 먹은 주제에. 

노골적인 비꼼이 뒤섞인 한마디였으나, 뒤무리에는 다만 인상을 찡그릴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도 아군 오사라는 업보를 아예 의식하지 않은 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 그냥 솔직하게 미안하다고 말이나 하던가. 

"하여간-." 

망할 영감탱이 같으니라고. 

그리 한마디 쏘아주려던 마세나의 시선 저 너머로 막사 뒤켠에서 애꿎은 땅을 베며 씩씩대고 있는 유제프와 폴란드인 장병들이 잡혔다. 

또 뿌리 깊은 원한이 재발한 건가. 

그나마 포로를 죽이려 드는 대신 씩씩대고 있는 것 보면 아예 이성을 잃은 것 같지는 않지만. 

"이봐, 망할 영감탱이." 

"···또 뭔가?" 

기나긴 침묵이 신경 쓰였는지 뒤무리에가 조심스레 답했다. 

아마도 막판 아군 오사만 아니었어도 술트를 자력 구출할 수 있었을 거다-뭐 그런 투정을 예상한 거겠지만. 

"저 루스 포로들은 어쩔 거야?" 

"포로?"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한 반응. 

뒤늦게 냉철함을 되찾은 뒤무리에가 대꾸했다. 

"그거야 정치인들에게 맡겨야지. 그냥 평범한 포로들이면 몰라도, 저놈들이 좀 귀하신 몸들인가?" 

하기야 그런가. 

숫자도 숫자인데 무려 야전 원수까지 포로로 잡혔으니 그럴 법도 하지. 

그렇지만. 

'···좀 열받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만일 마세나가 아는 그였다면, 한탕을 꿈꾸는 지중해의 밀수업자 앙드레 마세나였다면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을 텐데. 

당장 뒤무리에도 적이니까 싸웠을 뿐 딱히 악감정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진 않는데. 

지금의 마세나는 어째서일까. 

그냥, 눈에 좀 거슬렸다. 

돈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고, 제 출세를 위해서도 아니고. 

순전히 비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무고한 마을들을 습격하고 불사른 이들이 운이 나빴을 뿐이라며 으스대고 있다는 게. 

"이봐." 

마세나가 뒤무리에와 눈을 마주쳤다. 

"또 뭔가?" 

"일단 우리가 이겼으니까 개선장군 맞지?" 

뒤무리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놈이 또 무슨 꿍꿍이인가, 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 

"왜? 개선장군 맞잖아. 본인 개선식을 어떻게 꾸밀지야 본인 자유지, 안 그래?" 

"···미리 경고해두는데." 

늙은이가 골머리를 싸매며 덧붙였다. 

"바보짓 좀 하지 말게." 

"오우, 그게 지금 내 머리 위로 대포알 쏟아부은 놈이 할 소리인가?" 

침묵. 

이번에야말로 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이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는 뒤무리에를 뒤로한 채 마세나가 병상에서 일어났다. 

"야." 

"예, 대장." 

"시내로 가서 거위랑 오리털이랑 타르랑 광대들 쓰는 화장품 몽땅 가져와. 저기 폴란드 놈들도 이쪽으로 데려오고." 

"···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반응. 

그러나 마세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낄낄대며 덧붙이길.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지, 안 그래?" 

그제야 대강의 사정을 짐작한 부하들이 식은땀을 비죽비죽 흘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들의 대장을 말리기엔 이미 한참 늦은 듯했다. 

이날 밤, 바르바로이 포로들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한 채 라벤나 시가지를 행진하며 민중의 조소와 오물 세례를 한 몸에 받아들였다. 

***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이 개선문이 위치한 포로 로마노(Foro Romano:로마 광장)은 천년 도읍 로마에서도 가장 화려한 시가지로, 제정 로마 시절부터 전 유럽의 정치, 문화 중심지로 군림- 

···했다는 건 그냥 옛날 소리고. 

지금에 와서는 그냥 터만 남은 폐허에 불과하다. 

그 전설 속 로마 제국도 진작에 망하고 사라진 데다가 가톨릭 교회로선 베스타, 베누스, 카스토르와 폴룩스 등 옛 그리스-로마의 다신교 신전들을 재건하거나 보존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잘 가공된 대리석 자재들이 널려있다는 이유로 그간 로마 시민들이 열심히 약탈해가기도 했고. 

결국 로마 광장이란 이름은 이제 와선 흔적만 남았을 뿐. 

다들 그 화려하고 사치스럽던 제국의 중심지가 이렇게 몰락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기만 할 뿐 마땅한 관리자도, 고쳐보려는 사람도 없이 관광객들만 이따금 오가는 돌무더기에 불과하다.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이탈리아 혁명의 승리를 선언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였다. 

잿더미로부터의 부활을 상징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사적지도 드물 테니까. 

"우리가 승리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입니까?" 

연단 위에서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지중해식 방언으로 청중을 향해 되물었다. 

"전선에 나가서 목숨을 걸고 싸운 군인들입니까?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에 충실했던 시민 동지들? 난생처음으로 부엌에서 나왔을 여성 동지들? 코뮌주의 운동을 지지해준 뭇 사제와 학자들? 앞다투어 농촌 코뮌을 건설하며 적들에게 소모를 강요한 농민들? 혁명을 위하여 망설임 없이 달려와 준 동맹군들?" 

아뇨.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란 모두입니다. 오늘의 승리는 앞서 제가 거론한, 그리고 거론하지 못한 모든 분이 함께했기에 가능했던 기적입니다. 이 자리에 모여주신 모든 분께서 다들 이미 말로 알기 쉽게 설명할 수는 없어도 마음으로는 느끼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들의 마음속 울타리가 훨씬 넓어졌다는 걸. 

피로서 이어진 가문원만, 그들 도시나 마을 사람만이 아니라 보다 다채로운 이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걸.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의 투쟁은 그 해답을 찾기 위한 기나긴 방황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란 누구인지, 무엇을 근거로 정의해야 하는지, 무엇이 우리를 진정 우리답게 만드는지를 알기 위하여 우리는 방황하고 또 방황해왔습니다." 

그리고 그들 모두 마침내 해답에 도달했다. 

대부분의 대답은 내가 끌어다 쓴 로마였을 것이다. 

내가 끌어다 쓴 가톨릭 신앙일 수도 있고, 계몽주의일 수도 있으며, 혁명이라는 행위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여러분." 

후우-.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며 분명히 선언했다. 

"모쪼록, 옆을 돌아봐 주십시오." 

'우리'의 울타리 안에 누가 들어와 있는지. 

이 명예로운 승리를 위하여 그들이 누구와 손을 잡았었는지. 

절대로 잊지 않을 수 있도록. 

"함께 지내다 보면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물며 가족도 다투는데 오죽할까. 

"생각이 바뀌었다고 행실까지 그리 쉽게 바뀌진 않을 겁니다. 내가 귀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기꺼워도 내가 얕보던 이까지 덩달아 귀해졌다는 사실에 질시하기도 할 것입니다.

입으로는 우애를 말하면서도 뒤로는 남몰래 비수를 숨기는 이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보다 열등한 누군가를 찾아 깔아뭉개면서 마음의 안식을 얻고자 하니까. 

고작 신분 계급이 사라지고 봉건주의가 혁파되었다고 해봐야 차별이 사라지진 않는다는 걸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나이, 학벌, 재산, 성별, 장애의 유무에서 단순한 견해차까지. 

사람들은 앞으로도 제멋대로 절 누구보다 귀하다고 자부하며 저보다 못한 이를 억지로나마 만들어내려 들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앞을 바라봐 주십시오." 

내가 아닌 이 폐허를. 

한때 누구보다도 사치스럽고 번영했다던 옛 제국의 흔적을. 

"이 아무도 찾지 않는 옛 번화가가 우리 모두가 그들을 그토록 동경하고, 사무치게 그리워하였던 이유입니까?"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제아무리 연로하고 지혜로운 이조차 이 거리가 유럽의 중심이었던 시절을 더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한데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번영을 도대체 누가 그리워하겠습니까?" 

고로, 이토록 많은 이들이 로마의 귀환이라는 대의에 가슴 설레며 기꺼이 참여한 건 생전 구경해본 적도 없는 번영을 그리워해서가 아니다. 

옛 국경선의 회복을 부르짖으며 유럽 전역을 전화로 불사르기 위함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도 이 로마 재건이라는 기치가 보편적 다수의 지지와 그리움을 사게 된 건. 

"그들이 우리 모두를 포용하고자 하였기 때문입니다." 

특정한 민족, 인종, 신분 계급의 구분 없이. 

"그렇다면 새로운 로마는 그보다도 많은 이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빈부격차, 장애의 유무, 성별, 종교, 이념의 구분 없이. 

"우리는 누구나 위대해지기를 원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수백 년이 지나도, 아니 천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우리를 필요로 하며 우리가 돌아와 달라 그리워하길 원합니다." 

마치 지금은 사라진 옛 제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여러분의 꿈을 단지 꿈으로서 흘려보내려 하지 마십시오. 꿈이란 이루기 위한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승리가 그러했으며 앞으로 우리가 함께 이루어갈 영광의 나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지금껏 보편적 다수의 승리를 위하여 싸웠고, 보편적 행복을 위하여 꿈꾸어나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꿈이 천년 뒤 우리를 정의할 이름이 될 테니까요." 

서로마가 망하고 천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모두를 포용하고자 했던 그들의 이름이 「보편제국」이듯이. 

누구를 포용할 것인가. 

누구를 잘라낼 것인가. 

꿈을 배신할 것인가, 꿈을 고집스레 이룰 것인가. 

모두의 성원을 합하여 오늘의 승리가 있듯이, 그 모두를 합하여 천년 뒤 '우리'를 정의하게 될 테니까. 

"여러분." 

다시 한번 청중을 돌아보며 분명히 선언했다. 

"우리, 함께 꿈꾸어 봅시다." 

진정으로 평등한 세상을. 

그 누구도 박대하지 않고 인류애로서 포용하는 진정한 세계제국을. 

콘스탄티누스의 개선문 아래에서, 새로운 꿈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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