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7화 〉[2권] 57회 - 의협심 (57/188)



〈 57화 〉[2권] 57회 - 의협심



샤카자이아는 따듯한 물로 가득 찬 욕조에 얼굴이 절반쯤 잠길 때까지 몸을 푹 가라앉혔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날숨을 뱉어서 뽀글뽀글 거품을 만들었다. 부드럽게 죄여오는 수압과 온기가 온몸을 훑으니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기분에 그녀는 머릿속이 날아갈  했다. 심지어 고향에는 온천이 없었기 때문에 이것이 샤카자이아의 첫 온수 목욕이었다.


반대편에서 아자리가 수면 속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계속 숨을 참느라고 헐떡거리는 그녀를 향해 샤카자이아가 말했다.

“39초.”

“쳇, 전보다 줄었네. 그런데 슬슬 물 바꿀까요? 금방 더러워지네요.”

“이렇게 따듯한 물을 막 써도 되는 걸까?”

아직도 현대 문물에 적응하려면 한참 남은 샤카자이아를 대신해서 아자리는 욕조의 배수구 뚜껑을 열고 수도를 틀었다. 그걸 보고 샤카자이아는 자기도 모르게 낮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아...”


그녀로서는  정신으로 못  사치였다. 아자리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입에 걸리려는 걸 참아야 했다.


“이 정도는 익숙해지세요.”


“죄악감 들지만 기분은 좋다... 아... 잠들 거 같아...”


샤카자이아가 육체적으로 가장 고생한 사람이었던 만큼 지금 몰려오는 반작용도 장난이 아니었다. 한증막을 대접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고자 아자리는 샤카자이아에게 목욕 도구 사용법을 알려주거나 그녀가 정신을 잃으려할 때마다 깨워주었다.

한편 먼저  씻은 레스는 새 셔츠와 속옷으로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향했다. 윈프리가 지키고 있는 바에 새로 온 손님은 없었다. 그가 먼저 인사를 건네고 감사를 표했다.

“설마 방마다 욕조가 있을 줄이야. 덕분에 호사를 누렸네요.”


윈프리 부인이 말끔히 씻은 그를 보고 말했다.


“어머, 목욕 몇 번 더 하면 백인이 되겠는데?”

“아하하하.”

레스는 예의상 웃었다.

“혹시 면도하고 싶다면 말해. 도구는 다 있으니까.”


“감사합니다만 아직 기르는 중이라.”

아자리가 그의 수염을 완전히 밀어 버리고 나서 이제 4일 째다. 그의 입가와 턱에 난 수염들은 그럭저럭 자라서 모양이 나오고 있었다. 스툴에 걸터앉으며 그가 물었다.

“한적하네요. 평소에도 그런가요?”

“찾아오는 사람은 정해져 있으니 그런 편이지만 요즘은 유독 심해. 새삼스런 소리지만 살기 힘든 때니까.”

말을 마치고 윈프리는 뒤에 있는 진열대에서 위스키를 한 병 꺼내서 그의 앞에 놓았다. 그리고 물었다.

“주량은 얼마나 되나?”

서비스로 주는 술이라는  알고 있었지만 레스는 이제 술이라면 진저리가 났기에 바로 손바닥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별로 즐기지는 않습니다.”

윈프리는 추궁하는  같은 눈빛으로 능글맞은 목소리와 함께 그를 몰아세웠다.


“정말? 황야의 사나이가? 농담도 참.”

“제가 취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거든요.”


본인이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윈프리는 술 권유에 실패해서 바텐더만의 자존심에 금이 가서 아쉬워하는 얼굴이 됐다. 바에  손님이라면 술을 마셔야 한다는 본인만의 철칙이 있어서 어떻게 하면 마시게 만들 수 있을까 궁리하던 중에 윈프리는 잊었던 것이 떠올랐다.

“아 맞아.”


윈프리는  밑에서 레스와 아자리의 현상금 수배지를 꺼내서 펼쳐보였다. 상대가 워낙  흐르듯 움직이는 바람에 그는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레스를 향해 윈프리가 말을 걸었다.

“자네는 그렇다 치고 아가씨는 어쩌다 현상금이 걸린 거야? 꼭 말해줄 필요는 없지만 궁금해서.”

보아하니 윈프리는 그들이 현상범이라는 사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이유야 단테와 그녀가 나누었던 대화를 통해서 대강 짐작이 갔다. 아마 이 가게만의 규칙이거나 단테와의 친분 때문이리라. 레스는 그보다는 다른 것이 신경 쓰였다.

“...저기 그것보다 혹시 뒷장을 보셨습니까?”

“뒷장? 아무것도 없는데?”

그녀가 백지 밖에 없는 뒷장을 보여주자 레스는 양손을 모아 쥐고 외쳤다.

“야흘라아아아!!(만세에에에!!)”

그러다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저희들 이야기는 들어봐야 재미없을 겁니다.”

대체 왜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물어본들 답해줄  같지는 않아서 윈프리는 서비스직 종사자의 마음가짐으로 무시했다.

“아무튼 앞으로는 몸조리 잘하고 지내도록 해. 여기 살고 있는 현상범이 워낙 많아서 굳이 자네 정도의 현상금으로 신고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야. 하지만 아가씨 쪽은 변장이라도 해야 하겠군.”


목욕을 다 마친 아자리와 샤카자이아가 위층에서 내려왔다. 두 여자 모두 머리카락에 따듯한 물기가 남아있어 머릿결에 윤기가 흘렀다. 아자리는 머리를 뒤로 넘긴 다음 하얗고 넓은 이마가 드러나도록 머리띠를 끼웠고 샤카자이아는 땋고 다녔던 뒷머리를 풀어서 포니테일로 묶었다.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로 아자리가 레스에게 다가가면서 물었다.

“뭐에요? 무슨 이야기했어요?”

“네 현상금이 나보다 훨씬 높더라.”


라고 말하면서 레스는 아자리의 수배지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아자리는 ‘흐음..’ 하고 목 가다듬는 소리만 좀 길게 내뱉다가 수배지를 손끝으로 톡톡 때리며 감상평을 말했다.


“몽타주를 너무 사악하게 그렸어. 내 눈매가 이렇게 사나워 보이나?”

“너 종종 나한테 말 놓고 소리 지를 때 눈매가 그렇게 변하더라.”

“그럼 댁만 근처에 없으면 되겠네.”

옆에 있던 샤카자이아가 그녀의 옆에서 말을 걸었다.


“그런데 너한테 현상금이 걸렸으니 큰일 아니냐? 너무 태연해 보이는데.”

아자리는 표정 변화 없이 어깨만 올렸다가 내렸다.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어요. 다만 이렇게 빨리 할 줄은 몰랐네요. 어지간히 여기서 우리들을 붙잡고 싶은가 보네.”

두 여자도 스툴에 앉자 윈프리가 지금까지 맡아두었던 권총을 꺼내서 보였다. 아까 샤카자이아가 양아치에게서 빼앗았던 물건이다. 22구경 5연발 리볼버로 쏘는 총알이 워낙 작아서 사람을 죽이기는 어렵지만 가볍고 다루기 편해서 초보자들이 쓰기 좋았다. 폐광촌에서 만났던 핑커튼도 모두 이걸 갖고 있었는데 가능한 상대들을 죽이지 않고 붙잡기 위해서였다. 그때 노획한 권총들은 레스한테 박살나버렸기 지금은 황무지 어딘가에 굴러다니고 있다.

“이건 결국 어떻게 할 거니?”

아자리와 샤카자이아는 그다지 가지고 다닐 생각이 없어서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다. 레스가 재촉했다.

“아자리.”

“알았어요.”

자기 몸을 지키기가 가장 어려운 그녀가 갖고 다니는  최선임을 본인도 알고 있었다. 마지못해서 권총을 쥐어들고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총 돌리기였다. 아직 그녀는 요령을 몰라서 방아쇠울을 끼운 손가락에 총이 덜렁거리기만 했다. 레스가 은근슬쩍 그녀를 향해  올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싫다더니 막상 손에 쥐니까 생각이 바뀌셨냐.”


아자리는 새침하게 받아쳤다.


“예전부터 한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꽤 어렵네.”


윈프리는  모습을 보고 뭔가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는지 시선을 짓궂게 한 번 위로 들어 올렸다가 위스키 병을 들어올렸다.


“그런데 너희들, 왜 가장 작은 위스키 글라스를 ‘샷’이라고 부르는지 아니?”


그녀가 말하면서 레스를 쳐다봤기 때문에 그가 먼저 대답했다.

“총알처럼 크기가 작으니까요?”

다른 두 여자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윈프리는  글라스를 4개 꺼내서 각자 앞에 놓았다.

“개척 초기에는 괴물들을 쓸어버리고 가축을 지키는 카우보이와  하나 차고 길을 나선 탐험가들이 꽤 많았단다.”


그리고 위스키 병을 기울여서 한 사람씩 내용물을 채워주었다.


“대부분은 가난하게들 살았지. 그래도 술은 마시고 싶으니까 돈이 없을 때는 탄띠에서 총알(샷)을 꺼내고  대신 냈단다. 그때부터 이만한 작은 위스키 한잔을 ‘샷’이라고 부르게 된 거야. 총알 하나만큼의 술인 셈이지.”


잡학 지식을 좋아하는 아자리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서 진심으로 웃었다.


“재미있네요. 총잡이들의 술이란 말이죠.”


윈프리는 자신의 잔을 들어 올리고 건배를 했다.

“여기 이 자리에서 또 다른 총잡이가 태어났으니 소소하게나마 기념을 해야지.”


아자리와 샤카자이아는 분위기에 휩쓸려서 같이 잔을 들고 준비했다. 하지만 레스는 입가를 부들부들 떨면서 위스키와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언젠가 그에게 술을 먹이고 싶었던 아자리가 그에게 도발을 했다.


“왜요. 축배 하나 들 용기도 없어요? 여기 여자들도  마시는 걸?”


샤카자이아는 복잡하게 생각 안 하고 잔에 담긴 위스키의 색이 예뻐서 흥미가 생긴 모양이다.  여자가 계속 말없이 눈빛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그의 자존심을 살살 긁으니 결국 레스는 도발에 꺾이고 말았다. 그가 잔을 들어 올리고 아자리에게 말했다.

“네가 주인공이니까 먼저 마셔.”


아자리는  웃은 다음 외쳤다.

“DAVAI!”

대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녀의 고향에서 쓰는 말이겠지. 쭉 들이 킨 그녀를 따라 레스도 위스키를 말 그대로 목구멍으로 총알을 쏘아 넣듯 집어넣었다. 처음에는 겁먹었지만 막상 마셔보니 입과 목이 화끈거리기는 했어도 각오한 만큼 대단치는 않았다. 그보다는 난생 처음 마실 술을 위스키로 골라버린 샤카자이아가 걱정됐다. 게다가 일행들도 종종 잊는 사실인데 그녀는 엄연히 미성년자다.

“...”


뭔가 골몰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샤카자이아가 가만히 있어서 대체 뭘 하는 건가 지켜봤더니 아직도 위스키를 입안에서 혀로 굴리고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보고 깜짝 놀라서 기겁했다.

“세상에?! 언니! 그거 바로 삼켜야 해요!”


“샤키! 무리하지 말고 뱉고 싶으면 뱉어!”

윈프리도 깜짝 놀라서 자기가 괜한 짓을 시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걱정과는 달리 정말 순수하게 맛을 느끼고 있던 건지 샤카자이아는 머금던 술을 삼키고 태연히 감상평을 말했다.

“차가우면서도 뜨겁고 씁쓸하면서도 향긋하군.”


다행히 샤카자이아는 수렵 채집을 주요 생활 수단으로 삼아온 사람이었고, 이런 생활은 생존의 연속이기에 온갖 자극으로부터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예를 하나 들자면 동물을 사냥해서 식사를 하더라도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그들은 피를 뽑아서 살코기만 발라 먹질 않고 생피를 그대로 빨아먹거나 내장, 뇌골, 안구까지 버리지 않고 먹는다. 현대인들이라면 기겁할만한 미적 자극에도 익숙해진 그녀로서는 알코올의 자극 정도야 생소하기는 했어도 견디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녀는 평범한 인간하고는 견줄 수가 없는 초인 종족이기도 했다.

하지만 술에 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샤카자이아는 의식을 잃고 앞으로 쓰러져서 머리를 바에 박았다.







아비투스와 카르델이 고른 숙소는 중간과 고급 사이에 속하는 호텔이었다. 기왕이면 편안한 곳에서 묵으려는 욕심도 있었지만 도시의 치안이 나쁘니 숙소에 돈을 아낄 때가 아니었다. 욕조는 없었지만 그래도 방마다 샤워기가 있어서 루나는 그거로나마 만족하고 방을 나왔다.

1층의 휴게 공간에는 구석 한편에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조그마한 바가 있었고 다른 곳에는 악단이나 코미디언이 올라가서 공연을 하는 단이 있었다. 어떤 탁자에서는 딜러가 손님들에게 카드를 돌리거나 룰렛이 돌아갔다. 횅하게 보일 법한 곳에는 거울이나 꽃병들이 괜히 놓여서 이곳은 호텔다운 품위가 있다며 자기주장을 하였다. 그녀는 원형 탁자에 앉아서 일행들을 기다렸다.

“뭘 하고 계시나요?”


잠시 후에 카르델이 루나의 자리에 합석하면서 물었다. 루나는 신비한 빛이 감도는 염료가 들어있는 유리병 여러 가지와 붓을 가지고 트럼프 카드에  적 없는 문장과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작업하던 것을 마치면서 그녀가 말했다.


“마법부여를 하고 있어요. 우리들에게 필요할 거 같아서요.”


그는 방금 그녀가 작업을 마친 트럼프 카드를 손끝으로 집어 들었다.

“흐음.  트럼프 카드 한 장으로는 뭘 할 수 있습니까?”


“포르차 계열 마법이 들어있죠. 폭탄이에요. 아직 실험을 안 해봐서 위력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위에서 터지면 못해도 팔꿈치까지 날아갈 거예요.”

루나는 악의 없이 말했다. 카르델은 마른 침을 삼키고 조심스레 카드를 내려놨다.

“그런데 굳이 트럼프 카드에 마법 부여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종이는 마법을 부여하기 좋은 물질이거든요. 한 번 쓰고 버려도 미련이 없고. 무늬도 있으니까 구분하기도 편하고. 가지고 다니기 쉽고.”

이쪽 세계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카르델은 흥미가 생겨서 이참에 자세히 파고들었다.


“그럼 아예 두루마리로 만들어서 몸에 감고 기관총처럼  수는 없나.”

“굳이 비유하자면 온몸에 폭탄 뭉치를 주렁주렁 두르고 화재 현장을 뛰어다니는 거랑 비슷한 꼴이죠. 총잡이도 총을 조심스럽게 다루듯 마법사에게도 마법은 다루기 까다로워요.”


총에 비유해서 설명해주니 이해하기 쉬워서 좋았다. 다른 질문을 꺼낼 의욕이 스스로 들었다.


“아까 카드는 한 번 쓰고 버려도 미련이 없다고 하셨죠. 마법을 부여하면 꼭 한 번 쓰고 버려야합니까?”

“보통은 한번만 써도 마법을 집어넣은 물질이 반작용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지지만 특수한 소재라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어요. 개중 최고는 오리칼쿰이라는 금속이죠. 단단해서 반작용도 얼마든지 견뎌내는데다가 자체적으로 마력을 만들어내거든요. 가공방법이 극히 까다롭고 귀해서 문제지 오리칼쿰으로 만들면 효과가 영구적이에요. 동력이 무한하고 박살나지 않는 엔진처럼.”

카르델은 딱히 여기서 할 일은 없었지만 방안에서는  일이 더욱 없어서 일하는 루나를 계속 구경했다.


“‘와일드 번치’ 시절이 그리울 때도 있으신가요?”


반복 작업만 하느라 루나도 따분해졌는지 고개를 들고 카르델을 쳐다보고 물었다. 그는 다소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는데도 성의껏 생각을 정리해주고 대답해주었다.


“그다지. 갑자기 왜요?”

“아까 당신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싸구려 소설을 객실 책꽂이에서 찾았어요. 멋진 의적으로 등장해요.”

항상 넉살 좋은 표정과 말투를 지키던 카르델은 그답지 않게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아. 그거... 민망하네... 사람들에게 뿌려준 돈은 2할도 안 되는데...”

“선 댄스 키드와 당신이 에타 플레이스라는 여자하고 삼각관계로 나오던데 정말 그랬나요?”

그는 무표정하게 대꾸했다.


“아뇨.”


“실제는요?”


“선 댄스하고 에타가 핑커튼 4인방을 불러서 절 넘겼습니다.”

말을 잃어버린 루나 대신 카르델이 마무리를 해줬다.


“갱스터들의 의협심 따위 다 그렇고 그런 거지요.”

“그렇군요.”

그는 괜히 피곤해져서 등받이에 몸을 누이고 손깍지를 뒤통수에 걸었다.

“여기 놈들도 결국 몰락할 겁니다. 변화는 아무도  이기거든요.”

갑자기 어떤 남자가 다가와서 그들 옆에 우뚝 서더니 다짜고짜 쉬어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용사는 어디에 있나?”


들려온 방향으로 루나와 카르델이 고개를 돌리니 동공이 세로로 갈라진 남자가 보였다. 쓰고 있는 모자와 외투는 먼지로 범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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