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의 고인물로 살아남기-15화 (16/222)

15. 너 검사냐

좁은 방안.

언제나처럼 고결한 자태로 앉아 있던 이네스는 이안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이안은 순간 말을 잃었다. 이네스의 외모와 목소리가 자아내는 분위기는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서둘러 꾸벅 고개를 숙이는 이안을 향해, 이네스는 거짓 없는 맑은 목소리로 칭찬을 건넸다.

“이번 찌르기는 훌륭했어요. 대단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네요. 이안.”

칭찬에 익숙지 않은 이안은 괜스레 볼을 긁적이며 물었다.

“오늘은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는 건가요?”

“예. 하지만 이제 이안에게 검사로서, 기사로서, 그리고 영웅으로서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서도 가르칠 알려드릴 거예요.”

“예?”

한마디로 인성 교육을 한다는 얘기. 갑작스러운 선언에 이안은 반문했다.

“갑자기요?”

“결국, 검에는 사람의 마음이 담기니까요.”

이네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검을 양손으로 잡고 눈을 감았다.

그러자 검신을 감싸는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찬란한 빛.

검광이 피어오르자 이안은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 검광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이. 믿음이 실체화를 이룬 것. 에스테반의 검광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음. 뭔가 광기스러우면서도, 맑은 느낌이었어요.”

“맞아요. 그게 에스테반이라는 사람의 본질이겠지요. 지금껏 살아온 삶. 흘려온 땀과 피. 신념. 그 모든 게 검광에 깃드는 법입니다.”

이네스의 설명을 귀로 들으면서도, 이안은 성검에 시린 하얀 빛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너무나 찬란하고, 화려하고, 경건하고, 어쩐지 슬프게 느껴지는 빛.

이게 이네스의 본질일까?

“명심하세요. 교감. 이해. 직감. 그리고 믿음. 이 네 가지가 모든 기술의 토대입니다. 마법이든, 정령술이든, 신성력이든, 검술이든 예외 없어요.”

“…….”

“검과의 교감. 검에 대한 이해. 검의 경지를 한 단계 올려주는 직감.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강한 믿음. 이 네 가지가 없다면, 절대 훌륭한 검사가 될 수 없습니다. 특히 믿음이 부족하다면, 검광은 절대 피어 올릴 수 없어요.”

크레이 사가에도 다른 RPG와 마찬가지로 여러 스킬이나 마법이 등장한다.

하지만 다른 게임에서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보통 ‘마나’ 나 ‘마력’ 따위를 연료로 사용한다면, 크레이 사가에서 사용하는 건 바로 ‘의지력’.

소개 문구인 ‘꿈과 믿음이 곧 현실이 되는 곳’에 걸맞게, 이곳에서는 실제로 강한 믿음이 곧 현실에 영향을 끼친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기사는 검광을 피워내고, 마법사는 불덩이를 소환하며, 사제들은 기적을 발현한다.

유독 이곳의 사람들이 미신에 민감한 것도, 실제로 그 미신이 힘을 가지기 때문.

“그러니 오늘부터 함께 쌓아나가죠. 검사로서의 마음가짐을.”

이네스의 힘 있는 설명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밤사이 이안은 가로 베기를 새로 배웠다.

왼발을 디딤발 삼아, 오른발을 앞으로 뻗어 검을 휘두르는 동작은 여러 상황에서 응용할 여지가 많았다.

[이로써 검술의 기초가 되는 세 동작을 배우게 되었네요. 기초 동작만 완벽하게 펼칠 수 있어도, 검사로서 어디 가서 무시당할 일은 없어요.]

이안은 퀭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네스의 수련은 늘 그렇듯이, 엄청난 횟수의 반복훈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게다가 이네스는 이제 훈련하는 이안의 옆에서 기사도니 영웅의 마음가짐이니 하는 것들을 설파해댔다.

안 그래도 힘들고 지치는데, 옆에서 계속 떠들어대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이안은 점점 이네스와의 수련이 겁이 났다.

‘그래도 살아남으려면 열심히 해야겠지.’

침대에서 일어나 늘어지게 기지개를 켠 이안은 생각을 정리했다.

카스크 내해에 자리한 항구 도시 페어윈드에 도착한다는 목표는 이뤘다.

그러니 새로 계획을 세워야만 했다.

‘우선 가진 돈부터.’

이안은 묵직한 가죽 자루를 꺼내, 조심히 내용물을 확인했다.

조직에서 퇴직금으로 털어온 돈. 의뢰 보수. 그레이의 가죽값과 현상금.

이 모두를 합친 돈이 금화 43개였다.

일반적인 농민들이 평생 사용하는 돈보다 많은 금액으로,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안도 편하고 느긋하게 지냈을 것이다.

‘이 중에서 35개는 일단 입학금으로 빠지고…….’

코르디스의 첫 번째 진입장벽은 그 살인적인 학비다.

대륙 최고 수준의 강사들과 교육 커리큘럼. 그에 걸맞은 무지막지한 수업료.

당장 평민들은 장학금을 받거나, 귀족의 후원을 받지 못하면 다닐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일단 응시료까지 생각하면 남은 돈은 금화 7개. 이 금화로 장비를 산다 생각하면…… 거지나 다름없네.’

게임이든 현실이든 좋은 장비는 필수다.

그리고 좋은 장비는 당연하게도, 많은 돈이 든다.

이안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렸다.

‘이놈의 돈이 항상 문제네. 전생이든 현생이든. 이네스 님은 이럴 때…… 아, 아닙니다.’

[뭔가요. 왜 물어보다 마는 거죠? 설마 제가 이런 부분에서 도움이 안 될 거라 생각한 건가요?]

‘…….아닌가요?’

[당연히…….]

이네스는 기억을 되짚었다.

돈이 부족했던 기억. 돈이 없어서 곤란했던 상황들.

하지만 아무리 떠올리려 애써봐도,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이네스는 그런 일을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스승으로서, 이안에게만큼은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게 이네스의 마음.

이네스는 가진바 지식을 짜내, 본인이 생각하기에 그럴듯한 대답을 내놓았다.

[마상 시합에 참여한다던가?]

“에휴.”

[…….그렇게 한숨까지 쉬는 건 좀 너무 하지 않나요.]

“일단은 더 고민해봐야겠어요.”

이네스에게 돈 관련 문제로 상담하는 건 멍청한 짓이라는 걸 깨달은 이안은 일단 거리로 나서기로 했다.

‘싸매고 있어봤자 뭐 좋은 생각이 날 것 같지도 않고. 일단 해야 할 일부터 하자.’

***

페어윈드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건물들이 하나같이 하얀 벽돌과 푸른색 지붕으로 통일되어 있었는데, 정오가 되면 태양 빛을 반사해 마치 도시 전체가 반짝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벌써 12월에 계절은 어느새 겨울.

부쩍 추워진 날씨에 이안은 앞섬을 여몄다.

‘추운데. 두꺼운 로브라도 하나 사야겠어.’

차가운 바닷바람은 뼛속까지 시리게 만들었다.

이안은 오돌오돌 떨며,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향한 곳은 항구 근처에 서 있는 세련된 석조 건물.

멋들어진 필체로 ‘코르디스’라 쓰인 간판을 당당히 내건 곳이었다.

[폭풍 대피소군요. 건물은 새로 지었지만, 추억이네요.]

‘폭풍 대피소요?’

추억이라는 듯, 중얼거리는 이네스에게 이안이 반문했다.

[예. 코르디스는 섬인지라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여객선으로밖에 드나들지 못하거든요. 근데 배라는 게 날씨가 안 좋으면 항해가 힘들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항구에 발이 묶인 학생들은 이 폭풍 대피소를 찾죠. 여기 직원들이 쉼터를 마련해주거나, 배편을 따로 알아봐 주거든요.]

이곳은 원래는 코르디스 관련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소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이곳을 찾는 건 폭풍이 불 때를 제외하면 없으니, 다들 폭풍 대피소라는 명칭으로 부른다고.

‘저는 그냥 여기 입학신청 하러 왔는데요. 그런 것까지는 몰랐네요.’

[어쩌면 이안의 미래 선배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선배들을 보면 어떻게 하라고 했죠?]

‘…….예의 바르게 인사를 잘 한다?’

[정답이에요.]

어쩐지 부모님이 어렸을 적에 하던 잔소리들을 점점 이네스가 하기 시작했다.

이안은 이네스가 뭐라 더 말하기 전에 서둘러 대피소의 문을 두드렸다.

무뚝뚝한 직원이 이안을 맞이했다.

“코르디스 입학신청은 왼쪽으로. 그 외 용무는 오른쪽으로 가주십시오.”

이안은 직원이 시키는 대로 이동했다.

복도에는 값비싼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고 바닥에는 고풍스러운 카펫이 깔려 있어, 발로 밟기 미안해질 정도였다.

복도를 걷다 보니 나타나는 커다란 공간.

어쩐지 동사무소를 연상케 하는 공간이었는데, 양 벽에 고급스러운 소파가 쭉 늘어서 있었다.

‘번호표는…… 역시 없는 것 같고.’

아마도 소파에 앉는 순서대로 일을 처리해주는 모양.

하지만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왼쪽에는 딱 봐도 콧대 높아 보이는 사람들이 앉아 있네. 귀족이겠지. 오른편은 잔뜩 위축된 게, 누가 봐도 평민이야. 중앙에 저기 기웃거리고 있는 놈은…… 뭐야?’

눈이 쫙 찢어지는 사내가 방긋거리며 주변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일단 대기자는 아닌 것 같아 신경을 끄기로 했다.

이안은 소파에 앉기 전, 잠시 일이 돌아가는 모양새를 살폈다.

‘딱히 귀족석 평민석을 구분해놓은 건 아니네요.’

[코르디스는 표면적으로나마 평등한 배움의 기회를 강조하니까요.]

‘그런데…… 이것들 봐라?’

소파에 앉아 있는 귀족들은 저희끼리 뭐가 그리 즐거운지, 호호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

반면, 평민들은 전쟁터라도 떠나는 듯. 비장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큰돈 내고 위험한 시험을 보는 거니까 떨릴 만도 하지.’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이안이 신경 쓰는 건 귀족 측의 줄이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는 것.

게다가…….

“앗…….”

“쯧.”

“죄, 죄송합니다.”

자기 차례가 되어 걸어나가려던 남성이 갑작스럽게 끼어든 귀족 여성에게 밀려났다.

하지만 귀족 여성은 오히려 혀를 찼고, 사과를 하는 건 평민 쪽이었다.

‘이제 이런 차별은 별 감흥도 없다.’

어쨌든 직원들은 암암리에 귀족들의 일을 먼저 처리하고 있다.

그러면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이안은 소파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털썩 주저 앉았다.

물론, 귀족들이 앉아 있던 소파였다.

“…….”

“…….”

갑작스러운 상황에 피어오르는 당혹감과 불쾌함.

귀족들은 빠르게 이안의 모습을 훑더니 저이들끼리 쑥덕거렸다.

“어느 가문의 자제죠?”

“저도 잘…….”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이라…… 딱 떠오르는 게 없는데요.”

이안의 행동거지나 입은 옷. 생김새는 분명 귀족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이안의 행동이 너무 당당했기에, 그들은 선뜻 대응하지 못했다.

그러다 참다못한 한 귀족이 이안에게 물었다.

“실례지만, 자네는 혹시 어느 가문 출신인가?”

“서씨 가문 출신이요.”

“서씨?”

귀족들은 또 한 번 저이들끼리 시선을 교환했다. 하나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결국, 다시 이안에게 묻는 수밖에 없었다.

“혹시 작위가 어떻게 되나?”

“저 먼 옛날에 어디어디 벼슬을 했다는데 솔직히 내 생각에는 조선 말에 족보를 산 것 같고, 지금은 부모님 두 분 다 닭 튀기며 잘살고 있습니다.”

“다, 닭?”

그제야 귀족들은 이안이 사실 뭣도 없다는 걸 알아챘다.

얼굴이 살짝 붉어진 귀족 남성이, 애써 화를 누르며 말했다.

“평민들의 소파라면 저기 마련되어 있네만?”

“딱히 규칙이나 법으로 정해진 건 아니잖아요?”

“……네가 잘 몰라서 그러나 본데, 이 세상에는 암묵적인 규율이라는 게 있단다. 어찌 귀족이랑 평민이 한 자리에 같이 앉을 수 있겠니? 그런 사소한 규칙들이 무너지면 큰 혼란이 생기는 법이야.”

“여기도 엄연히 코르디스 아닌가요? 그리고 신분 고하에 상관없이 배움의 기회를 주는 게 코르디스가 내건 기치입니다. 오히려 규칙을 깨는 건 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이안의 매끄러운 반격에 귀족 남성은 이를 악물었다.

몇 마디 말을 하면 이안이 알아서 수그릴 줄 알았다.

능력으로도. 신분으로도 평민은 귀족을 이길 수 없으니까.

평민은 귀족에게 수그려야 하는 게 당연한 믿음이요, 상식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건방진 사내는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며 자리를 지켰다.

안 그래도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이라 아니꼬웠는데, 배로 짜증이 났다.

귀족들은 직원들에게로 도움의 시선을 보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이안과 귀족들의 실랑이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직원들로서는 개입하기가 난처했다.

귀족을 도와주면 코르디스의 정신을 훼손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렇다고 이안을 도와줄 수도 없다.

‘지들이 뭐 어쩔 건데.’

귀족들이 더 뭐라 말했지만, 이안은 콧방귀를 끼며 눈을 감아 버렸다.

사나운 시선이 박혀 들었지만, 뒷골목에서 죽기 전까지 얻어터질 때도 눈을 부릅뜨던 이안이다.

이안에게 이 정도 압박감은 우스운 수준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이안의 정강이를 툭툭 건드렸다.

“야. 너 검사냐?”

“?”

“하긴. 평민이 코르디스에 입학하려면 검밖에 없지.”

웬 껄렁하게 생긴 놈 하나가 검을 쥐고 껄렁거리고 있었다.

자신의 정강이를 두드린 게, 저 검이었다는 걸 깨닫자. 이안은 머리가 뜨겁게 달구어졌다.

‘지금 저 새끼가 저 검으로 친거죠?’

[…… 검집에 쌓여 있었지만 예. 무례한 행동이네요.]

‘이거 내가 검 뽑아도 정당방위 아니에요?’

이안이 열 받은 걸 아는지 모르는지. 사내는 계속해서 껄렁거리며 말했다.

“나는 자기 분수 모르고 나대는 놈들이 제일 싫어. 평민이면 평민답게 자기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하는데, 왜 주제넘게 코르디스에 입학하려 하냐고.”

그 말에 반대편에 앉아 있던 지원자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주위에 있던 귀족들이 ‘옳소, 말 잘했다’ 따위의 호응을 하자, 사내는 언성을 더 높였다.

“너희들도 잘 알잖아? 너희들이 입학을 시도하는 건 돼지가 날아보려고 절벽에서 뛰는 것과 같다는 걸. 잘 알면서 왜 빚까지 내서 돈을 마련하고, 소중한 목숨까지 걸려 하는 거냐고. 시험 치는 평민들 은 대부분 죽고, 살아도 반병신 되는 거 알잖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코르디스의 시험은 특히 평민들에게 가혹했고, 그걸 위해 목숨과 돈을 버려가며 도전하는 건 무모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욕심이란 건 어쩔 수 없이 과해지는 측면이 있다.

내 자식은 다르겠지.

어쩌면 내 자식이라면?

그런 무모한 바람을 자식에게 담아, 자식을 사지로 모는 것이다.

사내가 지적한 건 바로 그 부분이었다.

언뜻 들으면, 상대를 걱정해서 진심으로 충고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오직 비웃음 뿐이었다.

“너희들은 태생적으로 안 되는 놈들이야. 그리고 안 되는 꿈을 잡고 있는 건 비참한 일이지. 그러니 좋게 말할 때 포기하라고. 응?”

사내의 말에 평민 대기자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들도 외치고 싶었다.

네 말이 맞다 해도, 평민은 꿈을 꿀 자격조차 없는 거냐고.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날 때부터 그런 식으로 교육을 받아왔기에, 그들은 감히 귀족에게 말대꾸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

이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검 뽑아.”

“흠?”

사내의 눈가가 불쾌하게 일그러졌다.

“내 말이 마음이 안 들었던 건가? 아니면 뭐, 반박할 거라도?”

일부러 재수 없는 어조로 말하는 사내에게 이안이 대꾸했다.

“그런 건 모르겠고. 시발 니 새끼가 내 종아리 검으로 쳤잖아.”

“시, 시발?”

이안은 애초에 사내의 말을 하나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냥.

사내가 자신의 종아리를 검으로 친 게, 참을 수 없이 열 받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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