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꿈의 끝에는(2)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안은 무사히 반대쪽 통로에 도착하는 데에 성공했다.
‘와, 이번에는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그죠?’
[저도 사람이 네발로 뛰는 광경은 처음이었어요.]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거죠.’
한숨을 돌린 이안은 바닥에 주저 앉아, 자신이 벌인 일의 결과를 구경했다.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네요.’
[그래도 그 두꺼비 괴물은 살아 있긴 힘들겠어요.]
‘그건 그런데…….’
공동은 무너진 기둥과 떨어져 내린 종유석들로 아수라장이었다.
그 아래에 깔렸으니, 아무리 튼튼한 백작이라도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잠시 그 잔해들을 바라보던 이안은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공동에 발을 디뎠다.
[위험해요! 언제 또 무너질지 몰라요.]
‘잠깐 확인할 게 있어서요.’
이안이 서둘러 향한 곳은 공동의 중심. 예상대로 그곳에는 몸 구석구석 종유석에 찔린 채, 죽어가는 백작이 있었다.
“꺼엉…… 꺼…….”
백작은 입을 억지로 벌려 혀를 이안에게 뻗어보지만, 잘린 혀는 턱없이 짧았다.
투명한 눈물이 백작의 흐리멍덩한 눈에서 방울져 흘러내렸다.
[마지막까지 식탐을 버리지 못한 건가요? 그러면서 눈물까지 흘리다니. 추한 생물이네요.]
‘글쎄요. 이건 저를 잡아먹으려고 혀를 뻗었다기보다는…….’
백작은 혀와 함께 뚱뚱한 두 팔도 이안을 향해 버둥거리고 있었다.
마치, 다른 이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뻗는 것처럼.
푸슉.
녹색 피를 쏟을수록 거대하게 부풀어 있던 백작의 몸이 점점 쭈그러들었다.
점점 사람의 모습에 가까워져 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꺼. 꺼엉…… 사, 살려. 살려”
괴물의 울부짖음이, 어느 순간부터 인간의 언어로 바뀌었다.
‘대체 백작은 어떤 일을 겪었기에 이런 괴물이 되어 버렸던 걸까요.’
단순히 게임을 할 때는 결코 품지 않았을 의문이었다.
백작은 메인 스토리에 크게 관련도 없고, 그냥 지나쳐 갈 뿐인 괴물이니까.
“사. 살…….”
한순간. 백작의 눈에 이지가 돌아왔다. 백작은 눈동자를 굴려 주위를 관찰한 뒤, 이내 사정을 깨달았다는 듯.
어눌한 어조로 말했다.
“미, 미안…… 죽여…… 미안.”
대체 무엇에 미안하다는 건지.
그 뒤로 더 알 수 없는 단어를 늘어놓았지만, 백작이 무엇을 바라는지는 알 것 같았다.
한참을 고민하던 이안은 백작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었다.
마지막 순간에 백작이 흘린 피는붉은색이었다.
***
2차 시험이 빠르게 돌파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직후. 총감독관 페리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항상 냉정을 유지하는 페리의 보기 힘든 모습에 다른 감독관들도 의아해 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총 감독관님…….”
“2차 시험도 그대로 통과했다.”
“예? 벌써 말입니까?”
“말도 안 돼. 이렇게 빨리 통과할 수 없을 텐데. 미리 답이라도 알고 온 게 아니라면…….”
추측을 말하던 감독관이 말을 흐렸다.
2차 시험을 관리하는 건 페리의 일이다. 만약 시험 내용이 유출되었어도, 페리가 유출한 거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저 고지식한 놈이 뒷돈을 받아먹고 돈을 넘긴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이미 십수 년을 같이 손발을 맞춰온 사이다.
차라리 페리가 어느 날 갑자기 일반인들을 상대로 칼부림을 했다면, ‘내 언젠가 그럴 줄 알았지’하고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하지만 뒷돈을 받고 팔아치우는 건 상상도 안 됐다.
“그렇다면 진짜로 실력만으로 돌파했다는 건데…… 믿을 수가 없군.”
“언제나 돌연변이는 있는 법이야. 평민들 중에서도 뭐, 음. 내가 말하고도 못 믿겠네.”
“부정한 방법에 손을 댔다거나? 생긴 것도 딱 악마 같잖아?”
“아니면 귀족 자제가 신분을 숨긴 걸 수도 있고.”
감독관들은 저마다의 추측을 던져보았다.
하지만 이거다! 싶은 답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감독관이 손뼉을 치며 외쳤다.
“아! 혹시!”
“왜. 뭔데?”
“지금 황자님께서는 유독 평민에게 관대하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어쩌면…….”
감독관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입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러자 머릿속에서는 모호하게만 보이던 추측이, 점점 그럴듯한 가설로 변모해갔다.
설명을 들은 다른 감독들. 심지어 페리마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듯하네. 아니, 그게 맞는 것 같은데?”
“그럼 이제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어떻게 하긴…… 그저 차나 마시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제발. 제발 그냥 깔끔히 죽었으면…….”
감독관들은 차라리 이안이 저 깊은 동굴 아래에 있는 괴물에게 잡아먹히기를.
그래서 이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기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때.
꽈릉! 꽝!
굉음과 함께 그들이 서 있던 땅이 흔들렸다.
지진이라고 하기에는 미약한 흔들림. 감독관들은 본능적으로 지하에 있는 시험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걸 직감했다.
“설마…….”
감독관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기립했다. 불안한 얼굴로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하지만 굉음이 들리고 한참이 지난 후에도 출구는 열리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들어가 봐야 하나? 통과했나? 실패했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감독관들의 애간장을 태우던 그때.
쿵.
마침내 문이 열렸다.
잔뜩 젖은 채 비척비척 걸어오는 이안.
그 모습은 마치 물에 빠진 생쥐처럼 초라했지만, 감독관들은 서둘러 이안을 둘러싸고 물었다.
“호, 혹시 통과 했니…… 아니. 하신 건가요?”
“예? 당연히 통과한 거죠.”
갑작스러운 존대.
바보 같은 질문에 이안이 얼굴을 찌푸리자 서둘러 다른 감독관이 말을 이었다.
“세 번째 시험장에 있던. 그, 그것도 처치하신 건가요?”
“백작 말하는 건가요? 당연히 처리했죠.”
“백작이요……?”
백작이라는 말에 감독관들은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그제야 이안은 저 두꺼비 괴물을 유저들만 백작이라 불렀던 걸 깨달았다.
“아 그러니까 제가 말한 건…….”
실수를 깨달은 이안이 변명하려던 그때, 총감독관 페리가 끼어들었다.
“여기서부터는 나와 대화를 하지. 자네들은 나 대신 시험을 계속 진행해. 그 전에 시험장부터 다시 점검하고.”
“아, 알겠습니다.”
페리의 지시에 감독관들이 허둥거리며 이동했다.
아마 이안이 반쯤 부숴놓은 시험장을 보고 비명을 지르겠지.
모르긴 몰라도 사고를 수습하고, 다시 시험장을 재건축하는 데에만 어마어마한 수고가 들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페리는 이안을 데리고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주위에 엿듣는 귀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페리는 입을 열었다.
“축하한다. 너는 유례없을 정도로 빠른 기록으로 시험을 통과했다. 코르디스의 합격은 물론, 어퍼 클래스도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지.”
“아, 예. 감사합니다.”
“다만 너도 알겠지만. 이건 정상적인 기록은 아니다.”
정상적인 기록.
이 시험은 애초에 통과를 상정해 두지 않은 채 설계되었다.
정말 이름있는 명문가의 자식이 아니면, 귀족이 혼자서 통과하는 것도 어려운 일.
그런데 그걸 평민이 해냈다. 그것도 말도 안 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이 세계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분명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다시 묻지. 너는 정말 평민이 맞나?”
“뭐 족보라도 보여야 드려야 하나요?”
속을 꿰뚫어 보려는 듯. 페리가 눈을 부릅떴지만, 이안은 여유롭게 시선을 넘겼다.
결국, 먼저 포기한 페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긴. 여기서 추궁해봤자 의미 없겠군. 그럼 다른 질문을 던지지. 아까 말한 백작. 그 얘기는 어디서 들은 거지?”
다른 감독관은 백작이라는 말에 의아해했지만, 페리는 무언갈 알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안은 정보의 출처를 밝힐 수 없었다.
‘인터넷에서 봤다고는 설명 못 하니까.’
결국. 시치미를 떼는 수밖에.
“그것까지 제가 얘기해야 하나요?”
“흠…….”
조금 건방져 보일 수 있지만, 왠지 이 눈앞에 있는 딱딱한 사내는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았다.
예상대로 페리는 살짝 눈매만 좁히다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대답하기 싫으면 어쩔 수 없지. 어쨌든, 너의 입학은 그 자체로 큰 소요를 일으킬 거다. 이미 수많은 적을 만든 셈이지. 그리고 그 적들은 언제든지 과격한 행동에 나설 수 있는 힘이 있지.”
협박하는 걸까? 아니. 페리는 그저 사실을 담담히 고하고 있었다.
만약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그만두라는 낌새도 조금씩 내비쳤다.
하지만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뭐. 어떻게든 되겠죠.”
“그런가. 하긴. 네 뒤에 있는 분을 생각하면…….”
“뒤?”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던 페리가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수십 년간 살아남은 괴물을 단신으로 해치웠으니, 실력 하나는 확실하겠지.”
“그것 말인데요. 백작. 그러니까 그 괴물이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혹시 알고 있나요?”
기회를 타 궁금한 점을 물어오는 이안의 질문에 페리는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별 상관없다 여겼는지, 이내 순순히 설명해주었다.
“이건 나도 선대 총감독에게 들은 거지만…… 에버그린 가문을 아나?”
[제국 남동쪽에 있는 백작가예요. 나름 이름있는 연금술사이자 마법사 가문이죠.]
이네스의 친절한 설명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페리가 이어 설명했다.
“연금술사들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학자들이지. 천재라고 불리던 에버그린 가문의 장남은 불로불사라는 불가능에 도전했다.”
“불로불사라…….”
“하지만 천재에게도 벅찬 연구였던 모양이야. 아니면 충분히 똑똑하지 못했거나. 야심차게 준비한 실험은 처참히 실패하고,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연금술사 하나만이 남게 되었지.”
그쯤부터는 이안 역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괴물을 에버그린을 생각해서 쉬이 죽일 수 없었던 거군요?”
“에버그린 백작가는 지금도 코르디스의 주요 후원자니까. 하지만 에버그린 백작가에서도 그 괴물을 자신들이 거두기는 부담스러워했어.”
“그래서 마침 평민들을 거르기 위한 실험장에 집어넣은 거고요. 가끔 살아 있는 먹이를 넣어주면서.”
“그래.”
대체 몇십 년의 시간 동안, 백작은 몇 명의 참가자를 먹어 치웠을까.
이 또한 코르디스가 감춰온 그림자 중 하나일 것이다.
자기가 벌여온 일들을 설명하면서도 페리의 표정에는 한점 변화가 없었다.
그저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군인의 표정이라 해야 할까.
“어쨌든. 앞으로 기대하겠다.”
그 말을 끝으로. 페리는 더 입을 열지 않았다.
***
결국, 그 이후의 시험은 취소가 되어 버렸다. 어쩌면 당연했다. 시험장이 무너져 버렸는데 어떻게 시험을 치겠는가.
그렇다고 평민들을 귀족들을 대상으로 한 시험장에 집어넣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한참을 기다리던 참가자들은 감독관들에게 항의했지만, 그 이상으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결국, 참가자들은 시험에 참여도 못 했다는 분노 반. 차라리 다행이라는 안도 반으로 돌아가는 배에 올라탔다.
이안도 흘러가는 인파에 섞여 떠나려 했는데, 누군가가 이안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저기…….”
“음?”
처음 보는 소년이었다. 키는 이안의 명치에까지 안 오는 걸 보니, 상당히 어린 모양.
“…….”
“나한테 할 말 있어?”
한참을 우물쭈물하던 소년은 이안이 말을 걸고 나서야 이안의 발을 가리켰다.
노란색 물감이 묻어 있는 부츠.
“덕분에. 덕분에 살 수 있었어요. 정말. 정말 가, 감사합니다. 신의 축복이 있을 거예요.”
“아.”
아무래도 이안이 바닥에 그어 놓은 노란 선을 따라, 미로를 탈출한 듯했다.
이안은 소년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물었다.
“그래. 살았다니 다행이네.”
“네. 정말 감사합니다.”
“너는…… 내년에도 또 도전할 거냐?”
이안의 질문에 소년의 눈이 동그래졌다. 다시 우물쭈물하며 고민하던 소년은 힘겹게 말을 뱉었다.
“포기. 하려고요. 그냥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부모님께 얘기할 거예요.”
“그러냐…….”
이안 역시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을 가진 때도 있었다.
이룰 수 없는 꿈에 도전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 남은 건, 꿈을 포기해 버린. 현실에 찌들고 자신에 대한 믿음마저 사라져 버린. 그저 남은 건 알량한 자존심뿐인 한심한 인간이다.
시무룩해진 소년의 모습에서 자신이 겹쳐 보인다.
그럼 소년의 선택이 틀린 걸까?
“뭐, 일단 살아가다 보면 뭐라도 되지 않겠어?”
꿈을 좇던 백작은 결국 비참하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똑같이 꿈을 좇던 소년은. 비록 실패했을지언정 이렇게 살아남았다.
이안과 마찬가지로.
그것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그렇겠죠?”
이안의 위로에 소년은 조금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요. 성함을 알려주시면…….”
“은혜는 됐고.”
소년의 말을 가로막은 이안이 잠시 고민하다, 손가락을 퉁겼다.
딱!
“자, 이렇게 하자.”
“예?”
“내 이름이 이안이거든? 네 고향에 내려가서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한 엄청 좋은 사람이 널 구해줬다고, 신나게 얘기하고 다녀. 마을 사람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알겠지?”
“그, 그거면 되나요?”
“그래 인마. 그거면 돼.”
이안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씨익 웃었다.
‘이거면 됐죠?’
[아주 훌륭해요. 이제 좀 영웅다운데요?]
이안이 웃자 이네스도 웃고, 소년도 따라 웃었다.
어쨌든.
지금은 모든 게 잘 풀렸다는 게 기쁠 따름이었다.
***
화려한 방안. 기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탁상 위에는 갖가지 과일과 과자가 놓여 있었지만, 이 자리의 그 누구도 그것들엔 손대지 않았다.
침을 튀겨가며 격하게 언쟁을 벌일 뿐.
“평민이 어퍼 클래스에 들어온다고? 귀족들의 위신을 바닥에 처박는 꼴이오!”
“옳소! 당장 퇴출해야 마땅하오!”
“하지만 정당하게 시험을 치고 온 입학생을 대체 무슨 명목으로 퇴출한다는 거요.”
“저도 동의합니다. 당신들은 코르디스의 규율은 다 잊으신 겁니까? 학사를 운영할 자격조차 없는 이들이 모였군.”
“뭐라고? 지금 말 다 했소?”
“애초에 그놈 정체부터가 수상쩍기 그지없지 않나!”
코르디스를 운영하는 중요 임직원들이 전부 모인 이 자리는 지금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서로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핏대를 높여 싸우는 모습은 말투만 조금 고상할 뿐, 높으신 분들의 회의라기에는 여러모로 믿기 어려웠다.
그 모습을 보며 지끈거리는 이마를 부여잡고 있던 교장. 피에트로는 결국 분을 못 참고 탁상을 쿵쿵 내리쳤다.
“그만! 그만 들 하시오! 이 무슨 추태요! 누가 보면 여기가 시장 바닥인 줄 알겠소!”
피에트로의 일갈에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고요해졌다.
그 모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피에트로가 말했다.
“그대들이 무엇 때문에 그리 흥분해 있는지, 나도 충분히 알고 있소. 하지만 논쟁하는 건 우선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해도 늦지 않겠소?”
“……피에트로 님 말이 맞습니다.”
“다행이군. 그럼 우선 페리 총감독관의 보고를 들어보겠소. 총감독관?”
“예.”
대기하고 있던 페리가 절도 있게 걸으며, 피에트로의 앞에 섰다.
좌중의 시선이 페리에게 집중되었다.
“이번 참가자의 신원에 대해 짐작 가는 게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오?”
“예.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지만, 제법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에트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설명을 시작하라는 신호였다.
“참가자 이안의 정체에 대해 제가 추측하기로, 아마 황태자 측의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후. 회의실 안은 한동안 페리의 딱딱한 목소리만이 흘러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