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스크바의 여명-806화 (806/1,277)

##  806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고 넘어갔다면 타티아나가 이 이상 추궁하진 않겠지.

에르네스트는 입이 무거운 편이니까 그 애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올 리도 없을 테고.

언쟁에 능한 아나스타샤는 순간적으로 그런 궁리를 떠올렸다.

하지만 타티아나와 눈을 마주하는 동안 그런 생각들은 모두 불길에 녹아 버리듯 사라져 버렸다.

타티아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들은 물론이고 가족들에게도 거짓말을 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저 눈빛은 신의에 대한 지침과도 같은 힘을 가지고 있어서 도저히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아나스타샤가 고개를 끄덕이자 순간 타티아나의 표정이 굳었다.

웃지 않고 정색하는 타티아나의 얼굴은 섬뜩한 구석이 있었다.

자연스레 주위를 살핀 타티아나가 갑자기 제안했다.

“저 오늘 아침 연습으로 잘된 부분들 아나스타샤에게 보여 주고 싶어요. 잠깐 연습실 가지 않으실래요?”

그냥 잠깐 이야기 좀 하자고 불러내지 않고, 타티아나는 피아노를 중간에 끼웠다.

이 상황에서도 도를 지나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말을 살짝 비틀었다 해서 지금 그녀가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타티아나는 유순한 편이지만 필요에 따라선 그 누구와 충돌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아나스타샤는 친한 친구로서 많은 면책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 버리면 그녀라고 해도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아나스타샤는 사람을 마주하며 지금까지 겪었던 그 어떤 때보다 두려움을 느꼈다. 자기도 모르게 회피하는 말이 흘러나왔다.

“시간이 많진 않은데.”

“잠깐이면 되어요.”

“……그럼 그럴까.”

결코 어물쩍 넘겨 주지 않을 심산이다.

아나스타샤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타티아나가 지체 없이 일어섰다.

아나스타샤도 그녀를 따라 일어났고, 두 사람이 교실을 막 빠져나가기 직전에 발렌티나가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중간에서 마주쳤다.

“안녕, 얘들아. 어……? 너희 어디 가?”

“연습실.”

“아침부터 열심히네.”

발렌티나는 웃으며 응원하기만 했다. 방해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그 말만으로도 타티아나의 뒷모습엔 고민이 서렸다.

그녀가 아나스타샤를 불러낸 건 조용한 곳에서 혼내거나 따지려는 생각이었겠지만,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발렌티나를 보자 새삼 그래도 되는가 주저하게 된 것 같았다.

지금 발렌티나를 데리고 같이 연습하러 가자고 한다면 타티아나는 아마 별말 않고 조용히 따라 줄지도 모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무서움을 느꼈던 아나스타샤로선 그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지금 발렌티나를 끼워 넣은 상태에서 타티아나가 만약 하고 싶은 말을 다 해 버린다면 정말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 뻔했다.

발렌티나는 이전부터 아나스타샤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요즘 상황에 대해선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으니 무슨 말을 더할지 모른다.

어쩌다가 친구들을 이렇게 무서워하게 되었을까.

아나스타샤는 우울함을 느끼면서도 일단 발렌티나를 떼어 놓기로 했다.

“금방 갔다 올게.”

발렌티나는 그리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는지 밝게 웃으며 빨리 갔다 오라고 말할 뿐이었다.

“…….”

복도로 나와서 교실 문을 닫으니 벌써 두 사람만의 공간이 형성된 기분이 들었다.

몇 걸음 앞의 타티아나가 고개를 돌렸다. 그 눈엔 약간의 실망과 의문 등 다양한 감정이 얽매어 있었다.

무턱대고 분노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착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꽤나 선을 넘어선 것 같았다.

타티아나는 말없이 아나스타샤와 시선을 마주하더니 다시 앞을 보고는 먼저 걸음을 옮겼다.

10월의 차가운 복도보다 그녀의 서늘한 태도가 아나스타샤는 더 차갑게 느껴졌다.

이 애의 참을성도 여기까지구나.

끼어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면 끼어들고, 화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면 화를 낸다.

감정에 지배되기 마련인 보통 사람들과 달리 타티아나는 어떠한 당위성의 화신과도 같은 기준으로 행동하는 일이 많았다.

아나스타샤는 그런 걸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타티아나가 얼마나 신중하게 사람들을 대하는지 알고 약간은 경외심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필요성이 이번엔 아나스타샤에게 향했다.

이것도 오래 참은 것이긴 했다.

‘전부 내 잘못이지…….’

에르네스트는 마침내 생각을 조금 바꾸게 된 것 같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했던 말을 번복하면서 타티아나에게 듀엣 음반을 내보자고 할 리가 없었다.

그게 두 사람 모두 반대했었던 일이라는 걸 아나스타샤는 잘 안다. 그럼에도 수긍하지 못했던 건 왜일까.

이 순간에도 아나스타샤는 자기 기분을 정확하게 알 도리가 없었다.

타티아나가 향한 곳은 가까운 연습실이었다.

“…….”

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타티아나는 문을 닫고는 잠갔다.

습관처럼 하는 것 같긴 한데, 이런 상황에선 은근한 압박이기도 했다.

아나스타샤는 타티아나와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힘으로 하면 상대도 안 될 가느다란 아이였지만 타티아나는 자기 가문의 힘뿐만이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해 버릴 수 있을 것처럼 귀기 서린 분위기를 몸에 두르고 있었다.

덜컥 겁을 집어먹을 정도였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까지 겁먹진 않는다. 타티아나의 분위기도 한층 물러져 있었고.

아나스타샤는 약간 긴장을 풀 생각으로 말을 건넸다.

“문은 왜 잠갔니? 어차피 안에서 열고 나갈 수 있는데.”

안에서 잠가 놓는다고 해서 무언가 강제할 순 없다. 그저 내보내 주지 않겠단 주장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러나 타티아나는 물끄러미 아나스타샤를 돌아보더니 한마디 물어볼 뿐이었다.

“열고 나가실 생각이신가요.”

“……아니. 그건.”

말문이 막혔다.

여기까지 와서도 자신을 무시하겠냐는 뜻이라면 아나스타샤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중얼거리던 목소리도 침잠하고, 조용히 바라보자 타티아나가 어깨를 늘어뜨렸다.

만약 그녀가 조금만 더 신경질적인 성격이었다면, 나갈 테면 지금 나가라고 했겠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타티아나는 아나스타샤의 친구였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았어요. 그뿐이에요. 아나스타샤를 가두려는 생각은 없어요.”

“…….”

“제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현실성을 떠나서 타티아나에겐 그런 일이 불가능했다.

그 말을 들으며 아나스타샤는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그저 우정을 맹신하는 피상에 가까운 말이라기엔 너무나 자연스럽고 솔직한 목소리였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타티아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러나 타티아나가 친구를 좋아하고 마음이 독하지 못하다 해서, 그 성격이 유약하여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저를 가두려고 하네요. 명백히.”

딱 잘라 이야기하는 그 목소리는 너무나 곧다. 친구에게 하는 충고엔 머뭇거림이 필요하지 않다.

잘못을 지적하고 똑바로 바라보는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아나스타샤는 끔찍한 고통을 느꼈다.

그냥 다 그만두고 울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다.

어떤 기분이었는지 스스로 정리도 안 된 것들을 모두 털어놓으면서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

눈물만 조금 보여도 타티아나는 바로 사과를 받아들일 준비를 할 것이 분명했다. 선한 천성은 어디로 가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아나스타샤는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사과부터 할 수 없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기분으로 천천히 대답할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예.”

“단호하네.”

“저희 둘뿐이니까요.”

짧게 이야기한 타티아나는 반걸음 물러서더니 천천히 연습실을 배회하듯 돌기 시작했다.

2년 넘게 친하게 지내면서도 두 사람은 한 번도 다투거나 짜증을 낸 적이 없었다.

진지한 이야기를 한 적은 몇 번 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분위기가 된 건 처음이었다.

처음 겪는 이 분위기에 타티아나도 당황해하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대충 그만두는 법이 없다.

연습실을 한 바퀴쯤 돌았을 때, 타티아나가 걸음을 멈추고는 무언가를 회상하듯 이야기했다.

“아나스타샤. 많이 변했어요.”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발끝을 내려다보고, 다시 고개를 들며 답했다.

“어디가? 난 별로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렇게 생각하겠죠. 아나스타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제게 똑같은 말을 해 주고 있으니까. 피아노에만 붙잡혀 있지 말고 평범한 생활도 즐겨 보라고 말이죠.”

기억을 잃고 피아노와 음악에 대한 것밖에 몰랐던 타티아나는 회복한 지 약 반년 만에 중앙음악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실력을 끌어 올렸지만, 당연히 그에 대한 희생은 존재했다.

피아노에만 너무 집중하는 나머지 다른 데엔 상당히 어두웠던 것이다.

곁에서 지켜보면서 그저 내버려 둘 수 없었던 아나스타샤는 되도록 타티아나에게 여러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타티아나는 그 도움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었다.

“흰색과 검은색밖에 모르는 제 삶을 다채롭게 바꿔놓기 위해 마음 써 주셨다는 것 알아요. 전 아나스타샤에게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내가 없었어도 넌 잘 해냈을 거야.”

“지금의 제가 되진 못했겠죠.”

기억을 되찾은 지금은 큰 의미가 없겠지만, 타티아나는 그럼에도 스스로를 구성하는 일부로 아나스타샤의 역할을 꼽았다. 가식이 아닌 진심 어린 말투였다.

연습실 한가운데에 선 타티아나가 오른손을 들어올려 보며 말했다.

“전 지금의 제가 꽤 마음에 들어요. 모든 일들에 만족하고 후회 없을 순 없어도, 저에게 가능한 최선의 형태라 생각하니까.”

아나스타샤는 숨죽인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타티아나의 말은 자아를 향하고 있지 않고 마치 하나의 작품이나 결과물처럼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같이 들렸다.

메타인지에 강한 수준이 아니었다. 어떻게 스스로를 저렇게까지 객관화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일반적인 사람들에겐 불가능한 관점. 그 관점이 타티아나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다.

당위와 객관으로 이루어진 무언가처럼 서서 자신의 손을 관찰하듯 보던 타티아나는 문득 그 시선을 아나스타샤 쪽으로 돌렸다.

“그런데 아나스타샤는 제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무슨 말이니. 그럴 일 없어.”

“평범한 생활에 간신히 발끝만 걸쳐 놓고 있을 뿐인 제가 이 정도만으로도 행복해하는 게 납득되지 않으신 것 아닌가요.”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만 방금 전 말했던 가둬 놓으려는 거냐는 말과 행복을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냔 말이 뒤섞이며 아나스타샤를 옥죄어 왔다.

그녀는 일단 그 부분에 대해선 강력히 반박하고 싶었다.

“네 말은 어려워, 타티아나. 그러니까…….”

“에르네스트와 사귀어 보라는 말은 똑같이 하고 계시지만, 예전엔 절 위해 하신 것과 달리 지금은 절 규격 안에 정리해 넣지 않으면 못 견뎌 하시는 것 같네요.”

타티아나는 날카로운 말을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간 참고 있던 그녀의 감정이 당위와 객관의 허락을 얻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 그림자만 얼핏 비쳤을 뿐인데도 아나스타샤는 견디기 힘들었다.

침묵하는 그녀를 보며 타티아나가 물었다.

“왜죠? 아나스타샤.”

“…….”

아나스타샤가 자꾸만 타티아나와 에르네스트의 관계에 간섭하는 이유를 그녀를 도통 짐작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건 타티아나가 눈치가 없거나 생각이 짧아서가 아니라, 아나스타샤가 에르네스트를 계속 지원하는 것 같은 언행을 보이는 와중에 그녀에게 다른 이유가 있음을 추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아나스타샤는 결코 정상적인 논리로 행동하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스스로도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를 때가 많았다.

실망감을 보이는 친구와 얼굴을 마주하면서 아나스타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여기서 진실된 마음을 이야기해 봐야 더한 혼란과 파국만이 있을 뿐이었다.

결국 아나스타샤는 진실도 거짓도 아닌 비틀린 이야기를 꺼냈다.

“그게 좋지 않겠니?”

“좋다고요?”

그런데 평범한 게 어떻냐는 아나스타샤의 말에 타티아나는 더 자극받은 것 같았다. 그녀가 빠르게 쏘아붙였다.

“학교 친구들이, 세상 사람들이 원하듯 하길 바라시나요? 맹목을 따르지 않길 바라던 아나스타샤는 어디로 간 건가요.”

아나스타샤는 산산조각이 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도 타티아나가 직접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에 신선함을 느꼈다.

“정말 다 알고 있구나. 타티아나.”

“절 바보로 보고 계시죠.”

타티아나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에게 가십거리로 쓰이고 있었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다고 대답한 그녀에게 아나스타샤는 한 소리했던 적이 있다.

그때도 타티아나는 자기가 바보같이 보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언제나 타티아나는 현명한 판단을 잘 해내고 있었다. 진짜 바보 같았던 건 아나스타샤뿐이었다.

“…….”

아나스타샤가 변명도 설명도 않고 입을 다물자 타티아나에게도 조금 지친 기색이 보였다.

이 상황에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건 비단 어느 한쪽만이 아니었다.

무작정 회피할 수 없어서 이곳까지 따라왔다.

그렇다면 여기서 어영부영 수업 시간까지 버틸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아나스타샤는 일단 타티아나가 실망감을 느끼는 부분부터 오해를 풀어주고 싶었다.

평범함에 가두고 싶어 하다니, 그럴 리가. 아나스타샤는 그 누구보다 타티아나가 특별하다는 걸 알고 있는 한 사람이었다.

결코 평범함 따위로 끌어내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 온 일을 보면 오해를 받아도 할 말이 없었다.

여러 모순에 묶인 아나스타샤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제가 에르네스트와 사귀었다가 빨리 헤어지길 바라시나요?”

돌연 타티아나가 물었다.

얼마 없는 근거들로부터 타티아나가 추론해낸 결론이었다.

아나스타샤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이 순간적으로 아나스타샤를 솔깃하게 만들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그 뒤의 여파를 짐작할 겨를도 없이 아나스타샤는 자기도 모르게 대답했다.

“실험 삼아 그런 것도 나쁘지 않잖아?”

아나스타샤는 2년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음을 떠올렸다.

그냥 사귀어 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면 된다고.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라 생각했었으니까.

그때 타티아나는 굉장히 귀여운 모습으로 당황해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장난칠 기분 아니야. 아나스타샤.”

섬뜩한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어 온몸을 얼어붙게 했다. 아나스타샤는 크게 뜬 눈으로 타티아나를 바라보았다.

그저 화내기 위해 경어를 그만둔 것이라면 그 효과는 확실했다.

아나스타샤는 그야말로 머리가 백지가 된 기분으로 멍하니 타티아나를 바라볼 뿐이었으니.

하지만 타티아나가 하고픈 것은 멀찌감치 있는 아나스타샤를 가까이로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거리는 여전히 몇 걸음 떨어져 있었다.

같은 침대에서 잔 적도 있는 두 사람에게 이 거리는 꽤 멀다.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타티아나와 가까운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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