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39화 (39/152)

39화. 시체폭발

용병들은 안드로이드로 알고 있는 게릭슨에게 배틀슈트를 입힌 사실 자체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내 안드로이드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 더 놀라겠군."

그들이 본 건 내 전력의 일부에 불과했다.

세 대의 트럭 중 하나는 게릭슨이 운전할 예정이었다.

그 트럭 안엔 아머드 스켈레톤 Z버전 19기가 실려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배틀슈트를 입은 상태였다.

"아서님을 호위하려면 저 정도 전력은 있어야겠군요. 하지만 저... 오토바이에 연결한 안드로이드들이 걱정입니다."

"아시다시피 장벽 밖에선 소리를 최대한 줄여야하니까 말입니다."

릭스는 게릭슨과 라이더 버전들을 번갈아보며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하자 용병 앤드류가 말을 보탰다.

"라이더 1호기, 한번 달려봐라."

내가 명령하기 무섭게 라이더 1호기가 앞바퀴까지 들고 용병들 앞을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그들이 들은 소음이라곤 바퀴에 튄 흙이 바닥에 투두둑! 하고 떨어지는 소리뿐이었다.

지름이 1미터가 넘는 앞바퀴를 들고 달리는 라이더버전을 눈앞에서 확인한 릭스는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전기 오토바이일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안드로이드의 외형만 보고 폭주족들처럼 엔진 기반일거라고 오해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용병 릭스는 라이더 버전이 배기음도 내지 않자, 엔진 대신 저소음의 전기 모터를 단 전기오토바이로 오해한 듯 했다.

"저 정도면 문제 없겠지?"

"예, 제가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습니다."

"용병들은 1호차와 3호차에 두 팀으로 나눠서 탑승하고 난 2호차를 타고 중간에서 이동한다."

"이의 없습니다."

난 용병들의 포진을 확인한 후 마지막으로 확인차 물었다.

"차량이 출발하는 순간부터 릭스를 포함한 모든 용병은 내 명령에 따른다. 이의있나?"

"없습니다!"

3호차 짐칸 위에 오른 릭스가 대표로 대답했다.

"그럼 통신회선 연결하도록."

난 8명의 용병들이 접속한 걸 확인한 후 통신회선을 암호화했다.

그러자 아머드 스켈레톤 라이더 버전 20기가 사방으로 흩어져 레이더 정보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

크릭의 고향 카니에스 마을은 팔미라 시에서 동남쪽으로 4시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팔미라 시에서 동남쪽으로 흐르는 봄강 유역에 조성된 숲.

네비게이션은 그 울창한 숲 안을 가리키고 있었다.

< 스톨즈 씨가 제공한 지도에 의하면 저 숲 지하에 카니에스 마을이 조성되어 있다고 나와있습니다. >

< 팔미라 시와 카니에스 마을 간에는 지속적인 교역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

<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좀비가 숲의 크고 작은 길을 모두 점거해버려서 상행과 탈출 모두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

시스템 메세지를 확인하는데, 숲을 가득 매운 좀비떼의 괴성이 들려왔다.

"크와아아악!"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봤는데도 숲 속에서 서로 잡아먹고 나무를 때려 쓰러트리는 좀비떼가 보일 정도로 요란한 모습이었다.

놈들이 얼마나 큰 소음을 발생시키는지, 그 소리를 들은 수백의 좀비무리가 쉬지않고 사방에서 숲으로 모여들 정도였다.

"릭스."

- 예.

"저 좀비집단은 우리가 처리할테니, 자네는 용병들과 라이더 10기를 이끌고 측후방에서 접근하는 소규모 좀비들을 막아주게."

- 저희도 크릭에게 선금을 받았는데, 측후방 경계만 수행해도 되겠습니까?

용병들은 크릭에게 받은 돈 값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내 실력을 확인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문제는 내게 있었다.

'남들 눈을 의식하면서 싸우기엔 5만 마리의 좀비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지.'

오늘 준비한 화력이 부족한 상황이 온다면?

사령술과 마법까지 아낌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난 오늘 처음 만난 용병들에게 내가 네크로맨서나 마법사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자네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네. 게릭슨?"

내가 게릭슨을 부르자, 그가 트럭 화물칸을 열었다.

그러자 헤비머신건과 초진동대검으로 무장한 아머드 스켈레톤 Z버전 19기가 내렸다.

그들은 모두 검은 배틀슈트를 입고 있었다.

"저, 저건... 설마 안드로이드 20기에 모두 배틀슈트를 입히신 겁니까?"

검은 바탕에 은회색 해골로 장식한 배틀슈트를 본 용병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잠시 물러나지."

나는 트럭 근처에 있는 용병들에게 트럭 주변에서 물러나게 했다.

- 예?

"사일런스스톰, 전투모드로 전환해!"

내가 명령한 순간, 내가 탄 트럭의 운영시스템 토르가 대답했다.

사일런스스톰의 운영시스템 토르는 내가 아이언스톰의 사격통제시스템과 내 집에 하우징시스템을 설치해준 로이즈 시스템 사의 연구보조시스템을 토대로 만든 전투보조 인공지능이었다.

- 사일런스스톰, 로봇타입으로 변신합니다.

내가 탄 운전석이 갑자기 위로 떠오르더니 빙글 회전해서 하늘을 봤다.

위이잉! 척! 하는 기계음과 함께 하늘을 보던 내 시야가 넓은 숲을 본 순간 손날방향과 다리 뒤쪽에 바퀴를 단 탑승형 로봇이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그건 내가 콜드 앤 블러드 백화점에서 본 아이언스톰 WIS-100 모델을 따라만든 탑승형 로봇이었다.

- 타... 탑승형 로봇이었어?

- 트럭이 변신을 하다니...!

- 저, 저건 30미리 기관포잖아?

- 기관포가 12정이면... 아이언스톰?

용병들은 사일런스스톰의 변신과정을 보고 경악했다.

4시간을 달리는 동안 한 마디도 안했던 용병들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니, 50억 크레딧이 넘는 전재산을 모두 스켈레톤 업그레이드와 사일런스스톰 제작에 사용하기로 했던 내 결정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서님, 안드로이드뿐만 아니라 대좀비집단 무기도 직접 만드실 수 있었던 겁니까?

"아이언스톰을 흉내내봤을 뿐이지 위력은 아이언스톰에 비하면 모자란 수준이네."

난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겸양을 떨었다.

하지만 릭스는 단지 놀라서 한 질문이 아닌 것 같았다.

- 죄송하지만, 장벽 밖에서 30미리 기관포를 쐈다간 반경 30킬로미터 내의 모든 좀비를 불러들이는 참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위, 위험한 건 사실이지만... 개인이 이런 병기를 만들 수 있다니!

- 이건 완편 용병단이나 갖출만한 무장이잖아?

걱정하는 릭스와 아직도 놀라기 바쁜 용병들에게 해줄 대답은 하나뿐이었다.

난 3킬로미터 밖의 숲을 향해 기관포를 한 발 발사해버렸다.

쐐액! 하고 공기 찢어발기는 소리가 멀어지더니 멀리서 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사일런스스톰의 운영시스템 토르가 띄워준 화면에 숲 중심에서 흙먼지가 튀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 뭐야? 왜 총성이 안들렸지?

- 화약무기가 아닌 거 아니야?

- 레일건이라던가...

- 레일건이라도 충전음은 들렸어야해!

- 정말 방금 전에 기관포를 발사한 게 맞아?

- 땅이 흔들리는 거 못 느꼈어?

- 느꼈지. 느끼고도 못 믿겠어서 그래.

30mm 기관포를 발사했는데 총성이 들리지 않자, 용병들은 배틀슈트를 입은 20기의 아머드 스켈레톤 Z버전을 봤을 때보다 더 놀란 모습을 보여줬다.

"이 정도면 믿고 명령을 수행할 수 있겠지?"

- 어떻게 이런 기관포를 만드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의뢰를 실패할 일은 없겠군요. 아서님을 믿고 후방경계작전을 수행하겠습니다. 가자!

릭스가 말하자 다른 용병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아머드 스켈레톤 라이더 1호기부터 10호기까지는 용병들을 따라가서 전투를 도와라"

그 뒤로 10기의 아머드 스켈레톤 라이더 버전도 따라갔다.

하지만 용병들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내 사일런스스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 탄약보급을 시작할까요?

그때 테리의 통신이 들려왔다.

"시작해."

난 레이더 맵에서 용병들이 멀어지는 모습을 확인한 후 명령했다.

그러자, 테리의 트럭이 사일런스스톰 뒤에 정차하더니 짐칸이 세로로 일어났다.

짐칸 상부에서 탄약 보급로가 사일런스스톰이 맨 탄약상자와 연결되자, 사일런스스톰의 운영시스템 토르가 보고해왔다.

- 현재 잔여 탄약은 본체에 1만 2천 발, 탄약보급차량에 3만 발 이상입니다.

사일런스스톰의 운영시스템 토르가 보고했을 땐, 용병들이 이미 우리에게서 1.4킬로미터나 거리를 벌린 상황이었다.

"릭스, 들리나?"

- 예! 통신상태 양호합니다.

"그럼 이제 사격을 시작하겠다. 사격에 따른 진동때문에 사방에서 좀비떼가 우리에게 몰려들 수 있으니,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좀비집단이 접근하면 곧바로 보고하도록."

- 명령 확인했습니다.

나는 시스템에 기록해놓은 전투계획을 떠올렸다.

'전투계획에서 빠진 것 있나?'

< 스톨즈의 자료에 따르면 좀비들은 레벨이 높을수록이 감각이 예민해집니다. >

< 30mm 기관포의 소리는 막았지만 반동에 따른 지면 진동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 이때 발생한 진동만으로도 좀비를 유인할 수 있습니다. >

< 거리에 따른 30mm 기관포의 진동테스트가 필요합니다. >

< 데이터 확보시 기대하지 않은 좀비집단과의 조우를 피할 수 있습니다. >

'아 그게 있었지.'

나는 바로 용병들에게 물었다.

"그리고 용병들 배틀슈트에 지면 진동 테스트 기능은 있겠지?"

- 필수기능이라 8기 모두 탑재하고 있습니다.

"그럼 거리마다 진동수준 측정해서 메세지로 보내주게. 30미리 기관포의 진동수준을 확인해야겠다."

- 확인했습니다!

"작전을 시작한다."

난 숲의 좀비떼를 향해 포신을 조준했다.

3킬로미터 떨어진 숲과 내가 자리잡은 야트막한 동산 사이엔 평야가 펼쳐져있었다.

< 사일런스스톰에 장착된 30mm 기관포의 유효사거리는 10킬로미터입니다. >

< 현재 표적인 좀비집단은 유효사거리 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

좀비들이 날 공격하려면 시야가 환하게 트인 평야를 달려와야한다.

그건 나와 아머드 스켈레톤 Z버전들은 화력을 퍼붓기 안성맞춤이란 뜻이기도 했다.

'좀비놈들... 화력전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마. 아머드 스켈레톤 전원 위치로!'

- 주군의 명령을 받듭니다.

게릭슨의 복창과 함께 아머드 스켈레톤들의 복창이 이어졌다.

그와 동시에 각자 헤비머신건을 든 아머드 스켈레톤 Z버전은 내 좌우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완만한 산비탈을 따라 나를 중심으로 부채꼴을 그리며 펼쳐졌다.

순식간에 1킬로미터에 달하는 사선을 확보할 수 있었다.

< 화망 형성이 완료되었습니다 >

< 숲에서 쏟아져나오는 좀비들을 적절하게 타격할 수 있는 진형을 구축했습니다. >

< 아머드 스켈레톤 Z버전이 장착한 헤비머신건 RT9의 유효사거리는 4.5킬로미터입니다. >

< 유효한 거리입니다. >

그 순간 아머드 스켈레톤 라이더버전 10기는 좌우로 뻗어나가 좀비집단을 정탐하기 시작했다.

난 그 모습을 확인하고 명령했다.

"사격개시!"

쿵, 쿠궁! 하고 느릿하게 바닥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지름 3센치미터, 길이 10센치미터의 탄두가 공기를 터트리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사일런스스톰의 운영시스템 토르가 기관포 탄두에 맞아 폭발하는 좀비들을 화면으로 보여줬다.

탄두에 맞은 좀비들은 꿰뚫리는 게 아니라 몸이 터져서 육편이 돼버렸다.

열댓 마리의 좀비를 터트린 끝에 땅에 탄두가 처박히자, 땅! 하는 쇳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7,8미터 높이까지 튀어올랐다.

엄청난 위력이었다.

그런 사격이 세네 차례 이루어지자, 좀비들도 내가 선 야트막한 동산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내가 쏜 기관포 탄두가 다시 수십 마리의 좀비들을 육편과 피안개로 만들어버리자, 놈들이 이성을 잃고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 스프린터 2,810 마리가 1,500미터 앞까지 접근했습니다.

난 사일런스스톰의 운영시스템 토르의 안내음을 듣고 명령했다.

"선두의 스프린터들의 근육이 필요하다. 머리만 조준사격하도록!"

내가 명령한 순간, 20 정의 헤비머신건 RT9의 총구에서 불꽃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소리없는 총성과 야트막한 동산을 뒤덮어버린 피비비비빙! 하는 기괴한 바람소리.

그건 헤비머신건에 새겨둔 소음마법진 때문에 폭발음은 사라지고 총알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 남은 결과였다.

그 직후 좀비집단과 500미터 가량 거리를 벌린 채, 미친듯이 달려오던 2레벨 좀비 스프린터들이 우수수 쓰러지기 시작했다.

"크웨에엑!"

"컥!"

하지만 채 반의 스프린터를 쓰러트리기도 전에 선두의 스프린터가 1,000미터 지점을 돌파하고 말았다.

- 적이 전방 1,000미터를 돌파했습니다.

- 남은 스프린터는 1,655마리 입니다.

"스프린터가 500미터까지 접근할 때까지 뒤따르는 1레벨 좀비 스토커에게 화력을 퍼부어라!"

아머드 스켈레톤 Z버전 19기와 게릭슨이 내 명령에 따라 개떼처럼 몰려오는 스토커들에게 화력을 집중하자 야트막한 동산에 후웅! 하고 잔바람이 일었다.

조준사격할 때와는 달리 헤비머신건 RT9의 총열이 빠르게 회전한 결과였다.

그와 동시에 막 1,800미터 부근까지 접근했던 1레벨 좀비들에게 장대비 같은 탄환이 수만 발 단위로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 헤비머신건 사수가 격멸시킨 좀비의 수가 500 마리를 돌파했습니다.

- 헤비머신건 사수가 격멸시킨 좀비의 수가 1,000 마리를 돌파했습니다.

- 헤비머신건 사수가 격멸시킨 좀비의 수가 2,000 마리를 돌파했습니다.

- 스프린터 선두가 전방 500미터를 돌파했습니다.

사일런스스톰의 운영시스템 토르의 알림음이 들린 순간이었다.

"스프린터를 조준사격해라!"

1,700미터까지 밀려들어온 1레벨 좀비 스토커에게 화력을 쏟아붓던 아머드 스켈레톤 Z버전들의 총구가 이젠 전방 500미터까지 접근한 스프린터들을 겨누는 모습이 보였다.

'스프린터는 아머드 스켈레톤 선에서 처리할 수 있겠군.'

나는 코앞까지 다가온 스프린터가 아니라, 멀리서 달려오는 대집단의 1레벨 스토커 무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거기엔 앞장서서 달려오다 죽은 2천 구의 1레벨 좀비 시체들이 널려있었다.

난 그 위를 짓밟고 달려오는 스토커 수만 마리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고 주문을 외웠다.

"시체폭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