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카닉 x 네크로맨서-59화 (59/152)

59화. 삼중수소 카트리지

2시간 후.

D-135 구역 공장지대, 아파트형 공장 35층 3507호.

'현재 내 언데드가 몇이나 되지?'

난 집에 도착하자마자 시스템에게 물었다.

< 아머드 스켈레톤 계열 언데드는 104기입니다. >

< 망령계열 언데드는 레이쓰 헤비머신건 아치스뿐입니다. >

'아머드 스켈레톤 계열 언데드들에게 모두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만들어주려면 예산은 얼마나 필요한가?'

<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 A-100W의 설계도를 불러옵니다. >

< A-100W는 순수 마그니움 기체에 초소형마력로 A-305를 7기 탑재한 모델입니다. >

< 해당 배틀슈트의 출력은 1,187 스프린터파워(SP)로 플라즈마윙의 배틀슈트 MA-100C보다 출력이 21.9% 높은 수준입니다. >

< 제작단가를 계산합니다. >

< 해당 배틀슈트의 제작단가는 30억 크레딧입니다. >

< 104기의 언데드를 모두 해당 배틀슈트로 무장할 경우 필요한 예산은 3,120억 크레딧입니다. >

'조지 스톤 과장이 2천억 크레딧이란 제안을 덥썩 물었어도 감당 못할 돈이군.'

< 밀러쉴더스 사는 커맨더급 배틀슈트 MA-100C 모델을 주문제작하는 비용으로 100억 크레딧을 사용했습니다. >

< 그보다 월등한 성능의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 A-100W를 30억 크레딧에 제작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성과입니다. >

시스템 메세지에 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커맨더급 배틀슈트를 베껴서 그보다 한 단계 높은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더 싼 가격에 만들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성과였으니까.

하지만 70%이상 싼 사격에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뽑아놓고도 모든 언데드를 무장시키지 못한다는 게 문제였다.

'누구부터 무장시켜야할지 고민해봐야겠군.'

< 언데드 목록을 출력합니다. >

-- 레전드 등급

- 데스윙

-- 유니크 등급

- 뱀파이어릭 위치 제니퍼

-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 게릭슨

- 고치화된 워리어 19기

- 맥길 용병단 출신 워리어 62기

- 라이더 20기

내가 언데드 목록을 보고 고민하는데 게릭슨의 정신파가 들려왔다.

- 마그니움 함량을 낮추더라도 전 병력을 무장시키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배틀슈트를 입히지 않으면 전력으로 치부하지 않는 용병출신 다운 말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쓸데없이 병력만 늘려선 피해규모만 늘어날 뿐이다.'

고작 맥길 용병단의 개조한 아이언스톰 앞에서 라이더 버전들이 힘 없이 박살났던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사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플라즈마윙의 날개에 힘 없이 썰려나갔던 늑대인간들의 모습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플라즈마윙이 레전드 등급 아머드 스켈레톤 나이트로 다시 태어났는데, 마그니움 합금 50% 짜리 배틀슈트를 입혀줄 순 없었다.

내가 휘하부대의 업그레이드방향을 정한 순간이었다.

상큼하면서도 고소한 향기가 내 후각을 자극해왔다.

"식사부터 하세요."

테리가 내 앞에 이동식 테이블을 옮겨왔다.

그 위엔 갓 구운 빵과 붉은 스튜가 맛깔스럽게 차려져있었다.

"이게 다 뭐야?"

"토마토비프스튜에요.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어요."

한숟가락 떠먹어봤다.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요리에 소질이 있군."

내 칭찬에 테리는 그저 빙긋 웃어보였다.

"사령술을 배우는 건 고민해봤어?"

내가 묻자, 테리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정말 위험하지 않은 거죠?"

강권하면 테리는 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그 대신 어떤 말보다 테리가 좋아할만한 당근을 꺼내들기로 했다.

"이 배틀슈트 말이야. 어때?"

난 내가 입은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어, 어떻냐니 무슨 뜻이에요?"

"플라즈마윙이 입던 배틀슈트를 업그레이드한 버전이야. 순수 마그니움에 출력도 1,187 SP야."

"출력이 얼마라고요?"

"1,187 스프린터파워."

"그... 그건 커맨더 급 이상이잖아요!"

"팔미라 시의 배틀슈트 분류에 따르면 기간트워리어급이라더군."

"아, 아아...!"

커맨더급보다 한 단계 높은 기간트워리어급이란 단어를 듣자, 테리는 이해못할 신음소리만 토해냈다.

"어때?"

"그, 그 말이 사실이라면, 4단계 강화시술자들 중에서도 이만한 배틀슈트를 입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에요."

테리는 조심스럽게 내 배틀슈트를 향해 손을 뻗으며 내 눈치를 살폈다.

"한번 만져볼래?"

"네!"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쓰다듬을수록 테리의 눈빛이 몽롱해졌다.

정말 꿈이라도 꾸는 듯한 표정이었다.

"어떻게 이런 보물을 만드실 수 있는 거죠?"

"이건 시작에 불과해. 지금 입고 있는 배틀슈트는 어때?"

"이, 이것도 저한테는 과분해요."

내가 묻자 테리가 자신의 배틀슈트를 쓰다듬으며 쑥스럽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건 카니에스 마을로 의뢰를 나서기 전에 선물해줬던 A-032S 모델이었다.

마그니움 합금 32% 수준의 솔져급 배틀슈트라 원래 테리에게 주기로 했던 5억 크레딧으로는 살 수도 없는 스펙이었다.

그 순간, 자신의 배틀슈트를 내려다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는 테리의 얼굴이 보였다.

'3단계 강화시술자가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보고 선망하지 않을 순 없지.'

테리는 감히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를 넘보진 못했다.

하지만 내 배틀슈트의 성능을 알려준 이후 그녀의 눈길이 더 자주 내 배틀슈트에 머무르는 것만큼은 참지 못했다.

당근은 내 예상보다 더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네가 네크로맨서가 된다면 그 순간가속 능력을 사용하는 것도 훨씬 수월해질거야."

난 그 동안 대충 짐작하기만 했던 얘기를 꺼내들었다.

"수, 순간가속 능력이라뇨?"

"매립지에서 보여줬었잖아. 스캐빈저들을 죽일 때, 네 특이능력을 내게 들키는 바람에 날 죽이려던 거 아니었어?"

"언제부터 아셨어요?"

몽롱했던 테리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한번 사용하면 숨을 몰아쉴 정도로 힘들어하던데, 사령술을 익히면 사용시간이 훨씬 길어질거야."

"그 말씀은... 앞으로도 아서님 편에 서서 싸우란 말씀이시죠?"

"네가 사령술을 익히고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까지 입으면 유의미한 전력이 될 수 있어. 어때?"

특이능력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 거란 말과 기간트워리어급 배틀슈트란 단어가 주는 마력은 내 예상보다 엄청났다.

"좋아요. 그럼 뭐부터하면 될까요?"

테리는 한순간에 적극적인 태도로 돌변해 버렸다.

"일단은 이 돈을 가지고 배틀슈트와 사일런스스톰을 만들 재료를 사와. 사령술은 그 후에 알려주지."

내가 말하자, 데스윙이 돈가방을 들고 테리 뒤에 섰다.

"그럼... 다녀올게요."

테리는 데스윙과 제니퍼 그리고 게릭슨을 데리고 집을 떠났다.

***

1,100억 크레딧을 테리에게 맡기고나니 남은 서류가방 하나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 현대 사령술 전서 1권

- 현대 사령술 전서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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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류가방을 열어보니 현대 사령술 전서란 책 네 권이 들어있었다.

난 곧바로 현대 사령술 전서 1권을 펼쳐들었다.

-- 목차 --

-- 1급 사령술

- 스켈레톤 소환

- 스켈레톤 마스터리

- 좀비 소환

- 좀비 마스터리

- 블라인드 주문

- 냉기피해 주문

- 뼈화살 주문

- 출혈 주문

목차를 본 순간 내 가슴이 울렁거렸다.

'드디어 정석적인 방법으로 사령술에 입문하게됐군.'

목차에 나온 주문 중에 무려 반 이상이 내가 모르는 주문들이란 점이 날 설레게 만들었다.

스켈레톤 소환 주문은 스톨즈에게 훔쳐배운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고대엔 막강한 전력으로 활약했던 스켈레톤은 현대에 접어들어 그 실전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 하지만 네크로맨서 사회에서 스켈레톤보다 자신이 네크로맨서임을 더 명확하게 증명할 방법이 없으므로 마법식을 남긴다.

스톨즈가 악세사리처럼 데리고 다니던 스켈레톤을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머드 스켈레톤이 없었다면 이런 평가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겠지.'

난 스켈레톤 소환에 관한 마지막 장을 넘겼다.

- 스켈레톤 마스터리

그건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단어였다.

'좀비 마스터리는 좀비계통의 모든 언데드에게 효과가 있는 마법식이었어.'

만약 스켈레톤 마스터리가 스켈레톤 계통의 모든 언데드를 더 효율적이고 강하게 지배할 수 있게 돕는 마법식이라면?

'아치스를 빼곤 내 언데드는 모두 아머드 스켈레톤 계통이니까 그 효과는 무궁무진하겠군.'

- 스켈레톤 마스터리 마법식은 어떻게하면 더 강력한 스켈레톤을 일으킬 수 있을지에 관한 해답이었다.

- 이 마법식은 네크로맨서의 마력을 스켈레톤의 뼈 안에 보관하고 그 마력을 이용해 스켈레톤을 강화하는 기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전해진다?'

유독 그 문장이 내 신경을 거슬렀다.

"잠깐! 전해진다는 무슨 뜻이야?"

난 예상 외의 내용 전개에 나도 모르게 육성을 토해내고 말았다.

< 제니퍼의 데이터에 따르면 스켈레톤 마스터리 마법식은 이미 사장된 것으로 나옵니다. >

'아니, 스켈레톤의 뼈 안에 마력을 보관하고 그 마력으로 스켈레톤을 강화할 수 있는 비법을 왜 사장시켜?'

< 스켈레톤 자체가 실전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대 네크로맨서들에게 버려진 겁니다. >

난 시스템 메세지를 읽으면서도 빠르게 현대 사령술 전서의 책장을 넘겼다.

- 좀비 소환

하지만 스켈레톤 마스터리에 관한 책장을 모두 넘겼는데도 정말 마법식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웃기는 건 따로 있었다.

스켈레톤 소환 그리고 스켈레톤 마스터리에 관한 페이지는 30여 페이지뿐이었다.

하지만 좀비 소환과 좀비 마스터리에 관한 페이지는 현대 사령술 전서 1권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좀비 마스터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놓고 쓸데없는 내용을 길게도 써놨군.'

빠르게 책장을 넘기면서 본 좀비 소환과 좀비 마스터리 마법식은 모두 내가 아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 블라인드 주문

- 블라인드 주문은 적을 실명시키는 저주계열의 주문으로 고대엔 네크로맨서들을 공포의 대명사로 만들어준 주문 중 하나였다.

- 하지만 사이보그가 범람하는 현대에선 블라인드 주문으로는 적의 시각센서를 망가트릴 수 없다는 게 밝혀졌다.

- 거기다 낮은 등급의 좀비는 시각보다 소리와 냄새에 반응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불길한 설명을 본 난, 곧바로 빠르게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블라인드 주문의 마법식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지금 장난하나!"

난 그 순간부터 현대 사령술 전서를 빠르게 넘겨 마법식만 찾았다.

< 커먼 등급 스킬 [냉기피해 주문]을 습득하셨습니다. >

< 커먼 등급 스킬 [뼈화살 주문]을 습득하셨습니다. >

현대 사령술 전서 1권에서 내가 새로 습득한 마법식은 고작 두 개뿐이었다.

팔미라 시의 네크로맨서들이 사령술을 홀대한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수습 네크로맨서들에게조차 가장 기본이 되는 주문들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건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건... 사기당한 것 같군.'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현대 사령술 전서 1권을 찢어버리려던 순간이었다.

1권의 마지막 페이지의 문장들이 날 멈춰세웠다.

- 스켈레톤 마스터리 저자.

- 다고버 학파 소속 스켈레톤 연구소 로스 랜도 선임연구원

- 블라인드 주문 저자.

- 발츠 학파 소속 고대저주주문 연구소 토니 피오레

- 출혈 주문 저자.

- 호엔 학파 소속...

'스켈레톤 연구소?'

< 온라인 검색 결과, C-37 구역에 위치한 연구소로 나옵니다. >

< 다고버 학파는 4단계 강화시술자를 배출한 네크로맨서 학파입니다. >

'해당 연구소가 스켈레톤 마스터리 마법식을 가지고 있을까?'

< 정보가 부족합니다. >

< 공개된 정보를 검색합니다. >

< 스켈레톤 연구소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소환된 모든 스켈레톤에 관한 기록과 유물을 모으고 연구하는 기관이라고 소개되어있습니다. >

그 순간 내 눈앞에 박물관 같은 건물과 그 안에 전시된 수 많은 스켈레톤들의 사진들이 펼쳐졌다.

마지막 사진에선 오래된 책이 셀 수도 없이 꽂혀진 도서관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 해당 사진은 스켈레톤 연구소 지하에 보관된 고서적 장서고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

'스켈레톤은 이미 실효성이 없다면서 왜 저렇게 많은 유물과 서적을 모으는 거지?'

< 다고버 학파는 네크로맨서 학회 랭킹 19위로 기록되어있습니다. >

< 검색결과 랭킹에 따라 규모만 다를 뿐, C 구역의 모든 네크로맨서 학파가 사령술과 관련된 고대 유물을 모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쓸모가 없어서 학생들에겐 가르치지도 않지만... 그 유물은 모아서 박물관까지 차리고 연구한다?'

그 순간 허접하기 그지없는 스켈레톤을 황금과 보석으로 장식해서 데리고다니던 스톨즈가 떠올랐다.

그제야 난 네크로맨서 학파들이 고대 유물과 서적에 집착하는 이유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것은 골동품을 수집하는 이유와 같았다.

'과시욕이로군. 현대 사령술 전서엔 없었던 주문도 저런 박물관이나 연구소라면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난 최대한 빨리 암셀학파를 C 구역에 진출시켜야할 이유를 하나 더 찾아내고 말았다.

당장은 사장된 주문들을 습득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내 손은 더 빠르게 다음 권을 찾았다.

***

1시간 후.

D-3 구역 클라크 케미컬 사 앞 공용주차장.

똑똑! 하고 조수석 창문이 울렸다.

게릭슨이 차창문을 내리자, 후드를 쓴 남성이 불안한 듯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보였다.

"삼중수소 카트리지 열 개."

게릭슨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하자, 후드를 쓴 남자가 눈쌀을 찌푸리며 고개를 쳐들었다.

"삼중수소 카트리지를 열 개나 사겠다고?"

"뭐, 문제있나?"

"너 정말 게릭슨이랑 아는 사이 맞아?"

용병 게릭슨은 죽고 아머드 스켈레톤 워리어로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남자는 눈앞에 게릭슨을 두고도 못 알아봤다.

"저번에 충분히 증명한 것 같은데? 또 똑같은 문제로 시간을 낭비해야하나?"

"하... 삼중수소 카트리지가 어디에 쓰는 물건인 줄은 알지?"

"핵융합로를 돌리는 데 쓰는 물건이잖아."

"핵융합로를 돌리는 데만 쓰면 아무 문제가 안되지. 근데 수소폭탄을 만들 때도 쓴다고!"

후드남자는 짜증난다는듯이 후드를 벗어제끼며 소리쳤다.

"게릭슨하고 인연을 생각해서 겨우 하나 빼줬던건데, 한달도 안돼서 열 개를 더 빼오라고? 누구 인생 말아먹을 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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