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31화 (31/149)

그릇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2)

“야야야, 저기 커플 좀 봐봐. 남자 쪽 완전 에바아냐?”

“헐~ 대애박. 말로만 듣던 패션고자네. 강남에는 멸종하지 않았나? 용케도 돌아다닌다. 키킥.”

온몸을 화려하게 치장한 두 여성이, 왕호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뒷담화를 즐기고 있었다.

호박씨의 달인들답게 이쪽에 들리지 않을 만큼 수군거렸지만, 각성자인 왕호와 한여름의 귀에는 생생히 들려왔다.

그녀들은 뒷담화가 자신들의 스트레스 해소법인지, 쉬지 않고 입을 놀렸다.

“레알 소름이다. 머리 스타일도 봐봐. 저게 뭐야, 무형문화재 전승자인 줄 알았잖아.”

“여자 쪽은 나보다는 아니지만 꽤 이쁘장한데? 남자가 돈이 많나 봐?”

“입은 것만 보면 임대 아파트 살 거 같은데 뭐, 잘 살아도 옷 못 입을 수 있으니까.”

“그럼 여자애가 꽃뱀이네. 어쩐지 머리 샛노란 게, 완전 프로다 프로.”

입맛이 뚝 떨어진다.

기분이 언짢긴 했지만, 저런 걸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 남을 이유 없이 욕하는 저들의 수준 낮음을 안타깝게 여기면 되니까. 하지만 눈앞에 있는 한여름까지 도매로 씹는다. 미간이 저절로 구겨질 수밖에 없다.

한여름이 그런 왕호의 표정을 읽었는지, 웃으며 말을 건넸다.

“왕호님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크게 신경 안 씁니다. 저들의 자존감이 낮기에 남을 헐뜯고 깎아내리면서, 스스로 위안을 얻는 거죠. 오히려 불쌍합니다. 다만··· 저 때문에 여름님까지 욕먹는 거 같아서 미안하네요.”

왕호는 억지로 웃으며 한여름을 달래려 했지만, 불편한 표정을 전부 숨길 수는 없었다.

왕호도 옷을 사고 싶지 않아서 사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남들처럼 멋들어지게 꾸미고 싶고, 여유롭게 아메리카노를 홀짝거리면서 가로수길도 거닐고 싶었다.

허나, 그것보다 급한 게 차고 넘쳤다. 그나마 이렇게 아끼고 아꼈기에, 사회생활 5년 만에 푸드트럭이라도 몰고 다닐 수 있는 거다.

남들처럼 쓸 거 다 쓰고, 문화생활까지 누렸다면 5년은 더 허비했을 거다. 이팔청춘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다지만, 열심히 노력해온 그 시간들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열심히 살았다. 그랬기에, 지금은 동 나잇대 친구들보다는 더 벌 수 있지 않나.

“왕호님. 신경 안 쓰고 맛있게 먹는 게 저년들··· 아니, 저 허영에 찌든 사람들 이기는 거예요. 여기 디저트도 맛있어요! 아이스크림인데, 터키 아이스크림 유명한 거 아시죠?”

한여름이 웃으며 화제를 돌리긴 했지만,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거리는 게 왕호의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자 왕호의 입에서,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여름님은 참 좋은 분 같아요.”

“예? 음··· 아···, 왕호님이 더 좋은 분이세요!”

당황했는지, 한여름이 고개를 푹 숙이며 외쳤다. 그녀의 얼굴은 살짝 달아오른 상태였다.

한여름이 아랫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저렇게 좋은 왕호님을 욕하다니 쌍년들··· 화장실 가기만 해봐라, 가만 안 놔둔다.’

지원이에게 배웠다. 누군가 자신의 뒷담화를 하는 걸 보았다면, 당장 가서 참교육을 시키라고. 안 그럼 개무시당한다고. 일반인 여성 두 명을 교육하는 것은, 각성자인 한여름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한여름은 디저트로 나온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두 개년들의 동향을 주시했다.

*

화장실에서 나온 한여름의 표정이 무척이나 개운해 보인다.

“왕호님 오래 기다리셨죠? 손에 뭐가 묻었는지, 잘 안 지워지더라구요.”

한여름은 손에 묻은 물기를 살짝 털어내며 말했다.

물기 묻은 그녀의 손에는 머리카락 몇 개가 붙어 있었는데, 그녀의 머리 색인 금빛은 결코 아니었다.

“근데요 왕호님!”

“네?”

“머리는 왜 기르신 거예요?”

“아, 이렇게 묶으면 머리카락이 음식에 안 들어갑니다. 물론, 자르고 모자를 써도 되지만, 제가 조금 완벽주의자거든요.”

“음··· 그럼 묶을 수 있을 정도로만 자르면 되겠네요?”

“예? 그게 무슨···”

“따라와요!”

왕호는 또다시 자신의 팔을 잡아끄는 한여름 때문에,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한여름이 왕호를 끌고 도착한 곳은 유명 헤어 살롱이었다.

“왕호님 본판은 괜찮은데, 스타일 때문에 사람들이 무시하는 거 같아요. 절 욕하는 건 괜찮은데, 왕호님 욕하는 건 못 참겠어요.”

“이런 곳은 처음 와보는데······.”

“제가 알아서 할게요. 들어와요 빨리!”

왕호는 얼떨떨해하며 살롱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 인테리어가 아주 그냥 동네 미용실과는 차원이 달랐다. 디자이너들의 모습도 하나같이 범상치 않았다.

“어머머, 여름씨 아냐? 탈색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질렸어?”

수석 디자이너로 보이는 남성이 한여름을 보자 후다닥 달려 나왔다.

그는 남자임에도 화장을 진하게 했는데, 그 두께가 거의 3cm는 되어 보였다. 말투와 손짓도 뭔가 여성스럽다. 누가 봐도 예술가의 포스가 질질 넘쳐 흘렀다.

“아뇨. 오늘은 이분 머리 맡기러 왔지요.”

한여름이 왕호를 가리키자, 디자이너가 왕호의 모습을 위아래로 빠르게 스캔했다.

“음··· 몰골을 보아하니 남친은 아닌 거 같은데, 남사친? 사촌 오빠?”

“아뇨. 제 생명의 은인이세요. 머리는 직업 특성상 계속 묶어야 하니까, 적당히 커트해주시고 드라이로 마무리하면 될 것 같아요. 원장님이 해주실 수 있죠?”

“호홍. 생명의 은인이라니 너무 웃긴다 얘. 알았어. 이쪽으로 와용.”

왕호는 얼떨떨해하며, 미용실 의자에 앉았다. 카운터에 살짝 보이는 가격표를 보니, 입이 떡! 벌어진다.

‘세상에! 커트가 무슨 10만 원이 넘어? 집 앞에 가면 스무 번은 더 하겠네······.’

밥 두 번 얻어먹는 것도 미안한데, 이런 고가의 미용실은 더더욱 꺼려진다. 그럼에도, 군소리 없이 들어온 것은 자신 때문에 한여름이 욕을 먹는 게 미안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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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대박!”

한여름이 놀란다.

남자의 8할은 머리빨이라고 했던가? 드라이를 마친 왕호의 모습은 그 전과 동일인물이라 결코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음······.’

왕호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무척이나 놀랐다. 웬 훤칠하게 생긴 낯선 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더 잘라서 밀라노 포마드 스타일로 했으면 잘 어울렸을 텐데, 이걸로 만족해야지 홍홍. 어때? ‘던전 아저씨’의 원번이랑 일본 배우 오다기리 죠죠 스타일로 해봤어.”

“와, 역시 차 원장님 대박!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요?”

한여름은 당사자인 왕호보다 더 신나서 어쩔 줄 몰라했다.

“이제 입고 있는 저 누더기만 어떻게 바꿔 입음 되겠네 호호홍. 남자 옷 잘 하는 편집샵 소개시켜 줘?”

“괜찮아요, 저도 아는 곳 있어요.”

헤어 살롱을 빠져나온 한여름은, 아까보다 더욱 신이 난 채로 왕호를 잡아 이끌었다.

“왕호님! 이제 옷만 바꿔입으면 완전 배우 되겠어요! 제가 댄디 스타일로 잘 꾸미는 집 알아요!”

한여름은 아까와 같이 왕호의 팔을 잡아끌었지만, 이번에는 허수아비처럼 끌려가지 않았다.

“여름씨.”

왕호가 갑자기 여름씨라고 부르자, 한여름이 당황했다.

“네, 네?”

한여름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오른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맛있는 점심 한 끼 얻어먹으려고 나왔는데, 이런 경험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옷은 동대문에서 사면 됩니다. 저는 거기가 더 편합니다.”

더 이상은 왕호도 부담스러웠다. 한여름에게는 얼마 되지 않는 것들이겠지만, 왕호에게는 무척이나 거대하게 다가온다. 마음의 빚을 크게 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왕호는 빚지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하지만, 한여름도 물러서지 않았다. 반대로 그녀의 입장에서는 왕호에게 해준 것이 너무나도 미미했다.

“왕호님. 저는 왕호님에게 목숨을 빚졌어요. 왕호님이 없었더라면, 저는 이 지구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겠죠. 돈으로 따지면 제 목숨값은 이것보다 수천 배는 더 해줘도 모자라요. 오늘 하루만 제가 왕호님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 하게 해주세요. 왕호님이 받아주셔야 제 목숨의 가치도 올라가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거든요······.”

말을 참 고매하게 한다.

왕호는 그런 한여름의 말에 얼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나?’

자기 딴엔 배려한다고 동대문 이야기를 꺼낸 것인데, 오히려 그게 실례가 됐다.

사람마다 그릇의 크기는 제각각이다. 꿈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왕호의 꿈의 크기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왕호는 평생을 아끼며 살아왔다. 왕호에게 있어 만 원의 가치는 한여름이 느끼는 십 원의 가치와 엇비슷하다. 타고난 그릇의 차이가 아닌, 그렇게 살아왔기에 빚어진 그릇의 차이다.

‘그래, 오늘은 원 없이 사치 한번 받아보자.’

왕호의 마음을 억누르고 있던 마음의 빚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

짝짝짝짝-

“이야~ 옷걸이가 좋으니까 핏이 확 사는데?”

편집샵 매니저가 물개박수를 치며 오버한다.

그는 옷을 팔아넘기기 위해 과장을 했지만, 완전히 거짓은 아니었다.

요즘 대세라는 테이퍼드 핏의 9부 팬츠가 발목의 단단한 복숭아뼈를 드러낸다. 상의는 깔끔한 롤업 셔츠. 신발은 가벼운 가죽 로퍼로 마무리했다.

당장에라도 밀라노로 출국할 것만 같은 공항패션이 완성됐다.

새롭게 태어난 왕호의 주변으로, 매너가 사람을 만들만한 분위기가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

.

.

“헐, 저기 커플 좀 봐봐. 완전 까리하다.”

“진짜 훈남훈녀네, 우리는 흔남흔녀인데······.”

“와 역시 강남인가? 그냥 홍대 가서 놀자 안 되겠다.”

“남자 진짜 느낌 있다. 스타일 봐봐. 보그지 표지모델 같다.”

몇 시간 전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사뭇 다르다. 칭찬과 부러움이 주를 이룬다. 물론, 시기와 질투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었다.

멋들어지게 스타일링한 긴 머리가, 왕호를 오히려 패션의 선두주차처럼 보이게 했다.

사람들은 열이면 아홉. 왕호와 한여름을 커플로 여기고 있었는데, 한여름은 그게 싫지만은 않아 보였다.

“왕호님! 우리 던전 베테랑 보러 가요! 레벨 40대의 실제 던전에서 촬영했대요!”

“요새 던전물이 유행이라는데, 궁금하긴 하네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수능 끝나고 하릴없이 단체 영화관람을 나선 이후 처음이었다.

.

.

.

디너까지 시간이 조금 남은 탓에, 둘은 결국 인형뽑기방까지 들어오고 말았다.

왕호의 눈빛이 진중함을 넘어 심각해졌다.

미세한 컨트롤이 필요한 시점이다. 왕호는 마이크로 단위로 손가락을 움직이며 집게를 조정했다.

그리고는,

쾅-!

힘차게 버튼을 누른다.

띠리리리-

경쾌한 음악과 함께, 집게가 내려간다.

내려간 집게는 인형의 엉덩이를 콱! 문다.

‘됐다!’

고비를 하나 넘겼다.

스으윽-

완벽한 각도로 잡힌 엉덩이가 하늘로 올라온다.

여기서가 가장 중요하다. 마지막 고비이자 최종 관문이다.

올라가던 집게가 천장에 닿는다. 그리고는,

쿵-!

강렬한 반동을 동반한 채 멈춰섰다.

여기서 십중팔구 인형이 곤두박질치지만, 왕호의 집게는 결코 엉덩이를 놓치지 않았다.

성공.

“꺄아아! 또 뽑았어요!”

“이정도야 뭐··· 기본 아닙니까?”

대수롭지 않다며 허세를 잔뜩 부렸지만, 왕호의 입가는 자꾸만 씰룩거렸다.

벌써 뽑아낸 인형이 가방 한 개는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희영이 갖다 줘야겠다.’

왕호는 귀엽게 생긴 인형 몇 개를 챙기고 나머지는 다 한여름에게 넘겼다.

손재주 스탯이 높은 탓에, 몇 번 해보고 노하우를 완전히 터득해버렸다.

더 이상 뽑아먹었다가는 주인장에게 미안해지겠다 싶어, 곧장 예약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어째··· 여름님이 더 좋아하는 거 같네.’

폴짝폴짝 뛰어가는 한여름을 보자, 왠지 자신이 무언가를 해주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주객전도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밥만 먹고 가려고 했는데, 졸지에 한여름이 의도한 데이트가 되어버렸다. 뭔가 당한 느낌을 지울 순 없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즐거웠다.

한여름이 왕호를 데려간 곳은 왕호도 익히 아는 곳이었다. 테헤란로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인 백제호텔. 그곳에 자리 잡은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다. 호텔 최고층에 위치해 있는 레스토랑이라, 아름다운 야경도 훤히 드러나는 곳이다. 당연하게도 어마무시하게 가격이 쎄다.

요리를 전공한 왕호는 이곳을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정점을 찍는 셰프들만이 간다는 곳이니까. 해외를 제외하면 이곳이 가장 레벨이 높다.

“이번에 온 셰프님이 프랑스 유학파 출신인데, 미슐랭 투 스타 식당에서 20년 일하다 오셨어요.”

“진짜 기대되네요. 여긴 정말 와보고 싶었는데, 여름님 덕분에 와보네요. 그동안 엄두도 못 냈거든요.”

어쨌거나 기회다.

대한민국 최고의 요리를 테이스팅할 수 있는 기회. 자신의 지금 실력과 얼마나 차이가 날지 궁금했다. 미슐랭의 벽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하는 기대감이 왕호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레스토랑의 호사스러운 인테리어는 그리 낯설지 않았다. 왕호가 일했던 레스토랑도 외관상으로는 이곳 못지않았다. 알맹이는 뭐··· 형편없었지만.

“이쪽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숙련된 종업원이 두 사람을 예약된 자리로 안내했다.

시간 맞춰 앉으니, 곧바로 식전빵과 스프가 제공됐다. 점심때 갔던 식당은 스프가 에피타이저였지만, 이곳은 에피타이저가 따로 있다.

요리는 하나하나 천천히 나올 예정이다. 프렌치 식당이니 아마 그 텀이 더 길 거다.

두 사람은 기다리는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왕호님! 제가 알기로 살코기는 요리가 불가능한데, 연구용으로 가져간 거예요?”

몬스터 살코기 얘기가 나오자, 왕호는 조금 망설이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음··· 사실은 제가 제독 스킬로 마기를 빼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요리하려고 가져가는 겁니다.”

왕호는 한여름에게 사실을 이야기했다.

생사고락을 함께 넘나들기도 했고, 하루죙일 붙어있다 보니 어느새 한여름이 편해진 탓이었다. 여기엔 한여름의 적극적인 성격도 한몫했다.

“예? 그럼 왕호님 힐러세요?”

“그건 아닙니다. 그냥 해독할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뿐입니다.”

“헙··· 그럼, 독을 다루는 검사인 거예요? 해독할 수 있으면, 독을 내뿜는 것도 가능하시나요?”

왕호는 한여름의 추측을 애써 부정하지 않았다. “힐링 요리사”라는 클래스보다는, 독을 다루는 검사가 더 납득이 간다.

“어··· 그건 저도 생각 못 해봤습니다. 일단 스킬 이름이 ‘해독’이 아니라 ‘제독’이긴 하네요. 아직은 해독 기능밖에 없지만, 혹시 모르겠습니다. 숙련도가 올라가면, 여름님 말대로 독을 내뿜을지도 모르죠.”

“와, 신기해요! 하긴, 마검사 클래스도 수두룩하니,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네요.”

두 사람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눴고, 한여름은 뜻밖의 소리에 깜짝깜짝 놀랐다.

“예에? 몬스터 고기로 요리하면 버프가 생긴다구요?”

“일단 저는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이 요리하면 어떨지는 아직 확실치 않아요.”

“와··· 그러면 던전 앞에서 몬스터 요리를 팔면 대박 나겠네요! 왕호님 요리 잘하시잖아요! 당연히 맛도 기가 막히겠죠? 게다가 푸드트럭이니, 각종 던전도 돌아다닐 수 있구요!”

“그렇긴 한데···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요?”

“몬스터 고기가 유통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유통은 제가 몬스터 고기를 직접 조달하면 상관없지만, 유통이 안 되니 요리의 판매도 당연히 안 되더라구요.”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왕호는 어제 뺑뺑이를 돌아야 했던 넋두리까지 늘어놓게 됐다.

“식약처에 접수를 했는데, 결과가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다는 말이죠? 결과가 나오더라도 아마 안 될 가능성이 더 크구요.”

“아무래도 그렇죠······.”

“왕호님!”

한여름의 표정이 갑자기 진중해졌다.

“네?”

“이거 듣고 기분 나빠하시면 안 돼요?”

“제가 여름님한테 기분 나쁠 게 있을까요?”

“그거··· 제가 도울 수 있을 거 같아요!”

“네? 어떻게요?”

왕호의 얼굴에 물음표가 마구 떠올랐다.

“사실··· 저희 고모부께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시거든요.”

이제 막 식전빵을 스프에 찍으려던 왕호는, 한여름의 뜬금없는 발언에 그대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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