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3)
“네?”
“제가 고모부께 그 몬스터 요리 라이센스 만들어 달라고 말씀드려볼게요!”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리라.
순간, 자신도 모르게 “하하, 부탁드립니다!”라고 외칠뻔했다.
왕호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왕호는 이 대한민국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안다. 원리원칙은 힘없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법칙. 포차 방화 사건 때처럼, 인맥 하나로 모든 것이 끝나버리기도 한다.
왕호가 한여름에게 부탁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결과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식약처라는 조직의 우두머리가 지시하는 일이니 말이다.
왕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건 좀 욕심이 납니다. 그런데 선뜻 부탁하기가 쉽지 않네요. 어쨌든 여름님도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저도 잘 압니다. 제가 잘못되면 그 책임은 여름님과 고모부에게도 돌아가니까요.”
“계속 말하려니까 입 아픈데, 제 목숨값이 그것보단 가볍지 않을 거예요. 저 이래 봬도 꽤 귀한 자식이거든요!”
세상에 귀하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겠냐만은, 사회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한여름은 무척 비중 있는 존재다.
무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제약회사인 한대약품가의 손녀딸이다. 한대약품은 시가총액 5조 원이 넘는 육중한 기업. 비록, 직계는 아니지만 재벌가는 재벌가다. 오히려 직계가 아니라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맘껏 하며 살 수 있었다.
부모님의 교육철학도 남달랐다. 원하는 것은 전폭적으로 지원하되, 다른 3세들처럼 망가지지 않도록 평범하게 키우려 했다. 그들 딴엔 평범하게 키운다고 키웠지만, 유명 사립 고등학교에 영국 유학까지 다녀왔다. 진짜로 평범한 사람들이 들었다면, 아마 뒷골 꽤나 땅겼을 거다.
부모님이 개방적이었기에, 50레벨까지 레이드를 뛴다는 것도 반대하지 않았다. 비록 불안한 마음에, 멘토를 붙이고 비싼 마도구도 사줬지만 말이다.
만약, 부모님에게 왕호가 목숨을 살려줬다고 털어놓았다면, 고급 세단이라도 한 대 뽑아줬을지도 모른다. 금쪽같은 딸내미를 구한 은인에게 그 정도야 뭐 껌값이니까.
하지만 한여름이 파악한 왕호의 성격상, 받지 않을 게 안 봐도 뻔했다. 해서, 비싼 코스요리라도 먹이려 한 거다. 요리사니까 이것은 맘에 들어 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어 허전했던 마음이 꽉꽉 채워진다.
“사실, 이건 친구들에게도 비밀로 하는 건데···”
한여름이 친구들에게도 잘 말하지 않는 집안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 정도는 쉽게 도와줄 수 있다는 걸 설명하려면, 이것부터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 싶었다.
왕호의 입이 떡 벌어진다.
빵을 집어넣기 위해 벌어진 게 아니다. 놀라서 벌어진 거다.
‘돈 많은 집안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완전 노는 물이 다르네······.’
한여름이 말하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거다.
뜻밖에 찾아온 해결책에 왕호는 얼떨떨하기도 하였지만, 동시에 씁쓸하기도 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인맥이 전혀 통하지 않는 사회는 없다. 인류 역사를 통 틀어봐도 마찬가지다. 유달리 대한민국이 심하기는 하지만······.
어찌 보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르겠다. 가재는 항상 게 편을 든다는 오래된 격언도 있지 않나.
정경유착政經癒着.
업계 1위의 거대 제약회사가 혼맥으로 식약처를 주무르고 있다. 게다가 식약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임명직. 재벌이 얼마나 뿌리 깊게 정치권에 발을 담그고 있는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쥐뿔도 없는 서민의 입장에서 씁쓰레한 마음이 동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요리계랑 똑같네.’
좁아터진 요리계도 비슷했다. 이름값을 알릴 수 있는 유명 TV 요리 프로그램은, 스타 셰프나 방송국 PD와의 연줄이 있어야 겨우 출연할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재야에 숨은 요리 고수를 찾는다는 목적으로 매년 방영하는 ‘에이스 셰프 코리아’도 실상은 미리 우승자가 정해져 있다.
스타 셰프들이 몰래 꽂아놓은 놈들을, 천사의 편집을 통해 마치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인물로 포장하는 거다. 정말로 꿈을 가지고 올라온 이들은 악마의 편집에 희생당하고 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코스 요리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에피타이저로는 ‘차이브 레몬 소스를 곁들인 캐비어’가 올라왔다. 플레이팅 또한 예술의 경지를 넘어섰다. 그 자태가 몹시도 아름다웠다.
왕호는 철갑상어 알을 스푼으로 살짝 떠올렸다. 스푼 위에 올라간 알이 탱탱탱탱- 춤을 춘다.
과연 기대했던 맛이 나올지 심호흡을 한번 들이마시고는, 스푼을 입에 가져갔다.
앙-
캐비어가 입에서 톡! 하고 터진다.
진한 육질과 함께 고소하면서 독특한 풍미가 입안 가득 펴져 나간다.
‘······!!!’
홍채가 수축하면서 동공이 팽창한다.
놀라운 풍미 때문에 교감신경이 자극받으면서 일어난 생리현상이다.
충격 그 자체!
[충격적인 맛을 경험하셨습니다.]
[미식이 상승합니다.]
[절대미각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잘 표현했다고 칭찬받을 수 있을까?
‘···섹시한 맛?’
시쳇말로 클라스가 다른 맛이었다.
‘역시, 세상은 넓고···’
고수는 오질라게 많다.
왕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경악스러웠다. 세계 3대 진미라는 캐비어의 풍미를 200% 완벽히 살린 맛이었다.
‘과연 내가 만들 수 있을까? 아니,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왕호는 남은 캐비어를 한 번에 전부 떠서, 다시 집어넣었다.
우물우물-
[“이터블 감정”으로 섭취한 요리를 파악합니다.]
[벨루가(beluga) 철갑상어의 최상급 캐비어가 사용됐습니다.]
[아직 요리 스킬과 절대미각의 숙련도가 낮아 소스의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역시··· 미슐랭의 클래스를 지금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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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나온 코스들도 충격적이긴 매한가지였다.
‘시트러스 퓌레와 레몬 드레싱을 섞은 가리비 마리네’, ‘비네크레트 연어 앙 크루드’, ‘버터 베이스의 로브스터’, 디저트로는 ‘애플 타르트 타탱’이 제공됐다.
“여름님 말대로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왕호는 디저트를 먹으면서 감탄을 마지않았다.
“맞죠?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사실, 진짜 맛있어서 아는 사람들 데려오고 싶었는데, 너무 비싸서 지원이 빼고는 쉽게 가자고 못하겠더라구요.”
“지원님은 여름님의 집안에 대해서도 아나요?”
“그럼요! 제가 몇 안 되고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중에 하나에요. 아니, 유일한 친구죠 지금은······.”
말을 마친 한여름의 표정이 급격히 시무룩해졌다.
그동안 가슴에 쌓아둔 고민이 있었는지, 한여름이 넋두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제가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났다는 게 축복이긴 한데, 친구 사귀기가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저는 환경 이런 거 다 제쳐두고 인간 대 인간으로 교류하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들러붙는 사람들은 많은데 대부분 제 배경 보고 오는 사람들이거든요.”
“원래, 인간관계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집안 밝히는 걸 비밀로 하는 거예요. 그냥 평범한 가정인 척, 티 안 내면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거든요. 근데··· 마음을 열었다고 생각해서 비밀을 털어놓으면, 어느 순간 멀어지게 되더라구요. 아마 제가 기만했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남아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진정성이 느껴지는 친구는 하나도 없었어요. 그렇다고 끼리끼리 놀기에는 너무 맞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구요. 유일하게 지원이하고만 마음이 통했죠.”
한여름은 좋은 사람이다. 왕호는 그렇게 느꼈다. 돈이 많지만, 결코 으스대지 않는다. 그녀를 보면, 그녀의 부모님도 좋은 분일 거라는 확신까지 들 정도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한여름이 행한 행동들이 전부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님. 제가 어릴 때 읽은 고전소설 중에 박완서 선생님의 ‘도둑맞은 가난’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거기에 보면, 달동네 여자와 부잣집 남자가 나와요. 남자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여자와 동거를 합니다. 그런데 정체를 밝히고 이렇게 말하죠. ‘빈민가에서 고생을 해봐야 멋모르고 날뛰지 않는다. 인생 경험 삼아 가난을 경험한 거다.’ 이걸 보고 여자 주인공은 ‘가난을 도둑맞았다.’라고 표현해요. 여름님의 의도는 순수했겠지만, 상대방은 그렇게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
왕호의 말에 한여름은 넋 나간 사람처럼 표정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여름님. 여름님께서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은, 한여름이라는 존재를 이루는 한 부분입니다.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부분이고, 감추려 해도 언젠가는 드러나겠죠. 그러니 억지로 감출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솔직하지 않다고 해서 비난받을 이유도 없죠. 누구나 가슴 속에 사연 하나쯤은 감추고 있으니까요. 지원님처럼, 여름님의 모든 부분을 이해할 친구는 어딘가에 또 있을 겁니다. 제아무리 성공한 사람이라도,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입니다.”
왕호의 말 때문이었을까?
시간이 흐르자, 한여름의 얼굴이 다시금 밝아졌다.
“왕호님! 오늘 왕호님과 같이 있어서 너무 즐거웠어요! 근데, 제 이름이 왜 여름인지 아세요?”
“음··· 여름은 낮이 기니까, 밝게 자라라는 뜻인가요?”
“아뇨! 제가 여름에 태어났거든요. 대박 어이없죠? 그리고 오늘도 마침 여름이네요.”
한여름이 실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무척 단순한 이유이긴 했다.
“오늘이 여름이라면··· 설마?”
“맞아요! 사실, 오늘이 제 생일이에요!”
“근데 왜 저랑······.”
왕호의 표정이 아리송해졌다. 무릇 생일이라고 하면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나 축하받아야 하는 날이 아니던가.
“부모님은 해외로 출장 가셨고, 지원이도 급한 약속이 생겨서 만날 사람이 없었어요. 마침 왕호님 생각나서 핑계 삼아 부른 건데··· 저 너무 이기적이죠? 왕호님 보다 제가 더 신났던 거 같아요······.”
“그럼 아침에 미역국은 드셨습니까?”
“아뇨, 아침 안 먹었어요. 부모님 출장 가서 아주머니도 여름 휴가 보내드렸거든요.”
“지금 배 그렇게 안 부르시죠?”
왕호가 은은한 미소를 띠며 물었다.
배가 부를 리 없다. 프렌치 요리라 양도 그리 많지 않고, 나오는 텀도 상당히 길었다. 게다가 고급 코스요리일수록 큰 접시에 요리는 아주 찔끔찔끔 플레이팅 되어 나온다. 배가 빵빵하면 맛을 제대로 못 느낀다는 이유에서다.
“음··· 절반 정도요?”
“그럼 제가 미역국이라도 끓여줄게요. 드릴 선물도 마땅히 없고. 무엇보다 생일날에는 미역국을 먹어야죠.”
“와! 정말요?”
한여름이 환하게 웃으며 반색했다.
왕호는 냅킨으로 입가를 가볍게 닦고는, 처음으로 길을 앞장섰다.
*
결국 푸드트럭이 주차되어 있는 곳까지 오게 됐다. 오는 길에 간단히 장을 봤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최대한 빨리 만들겠습니다.”
“아니에요! 천천히 하셔도 돼요!”
왕호는 구입해온 마른미역을 물에 담갔다. 10분 정도 불린 다음 사용해야 한다.
‘미역국은 소고기미역국이 제일이지만··· 실버폭스 고기를 사용해볼까?’
“여름님! 혹시 버프 한 번 드셔보실래요? 엊그제 잡은 몬스터 고기 있거든요.”
“네! 와, 기대돼요! 몬스터 고기라니··· 처음 먹어봐요!”
한여름이 기대에 가득 찬 눈빛을 마구 발사했다.
왕호는 냉장고를 열어, 보스몹의 살코기를 꺼냈다. 기왕 할 거, 보스몹으로 하면 더 맛있지 않을까 해서다.
미리 마기를 제거하고, 물에 담가 핏물을 쫙 뺀 녀석이다.
[싱싱한 실버폭스 퀸의 살코기]
[Lv. 16의 실버폭스 퀸을 발골하고 남은 고기다.]
[핏물이 쫙 빠져있다.]
[도축한 지 얼마 안 돼 싱싱하다.]
[생강을 비벼놓아 누린내가 제거되어있다.]
[마기가 남아 있지 않다. 식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왕호는 살코기를 적당량 덜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었다. 삶으면 부드러워지는 부위라, 미역국에 써도 좋을 거 같았다.
왕호는 냄비에 물을 넉넉히 담고, 거기에 잘라놓은 고기를 투하했다.
화르륵-
그리고는 가스 불 위에 올려 끓이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물이 끓어오르는 동안, 불어 오른 미역을 가위로 적당히 자른다.
자른 미역은 샐러드 보울에 담는다. 이제, 양념을 할 차례다.
끓이면서 양념을 하는 게 아니라, 미리 해놓을 생각이다.
보울에 다진마늘을 집어넣는다. 다른 요리를 할 때보다 두세 배 많은 양의 마늘을 넣었다. 간 마늘이 미역국의 핵심이다.
국간장을 넣어 간을 맞추고, 고소함을 살릴 챔기름도 졸졸졸- 넣었다.
양념 끝.
복잡하게 할 필요는 없다. 미역국은 심플한 게 가장 맛있으니까. 미역 본연의 맛과 고기의 고소함만 잘 살리면 된다.
왕호는 한 손에 비닐장갑을 두르고는, 미역과 양념을 조물조물- 주무르기 시작했다.
참기름 때문인지, 미역이 번들번들하게 변한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보글보글-
고기가 담긴 물이 끓어오른다. 그러자, 표면 위로 분해된 지방 거품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휙- 휙-
왕호는 국자를 이용해 정성스레 기름 찌꺼기를 걷어냈다.
더 이상 찌꺼기가 올라오지 않자, 양념 된 미역을 투하했다.
이제 계속 끓이기만 하면 완성이다.
[“탄생을 축하하는 실버폭스 퀸 생일미역국”이 완성되었습니다.]
[정성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하였습니다.]
-탄생을 축하하는 실버폭스 퀸 생일미역국-
[소서러 “한여름”을 위한 요리.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요리사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다.]
[실버폭스 퀸의 살코기가 잘 삶아져 부드럽다.]
[간이 완벽하다. 흰 쌀밥과의 궁합이 환상적이다.]
[매우 고소합니다. 혈액순환을 돕고 피를 맑게 합니다.]
[효과 : 지력이 10% 상승합니다. 마나회복속도가 50% 상승합니다. 이 효과는 6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손님이 감동할 시, 효과는 1.5배로 증가합니다.]
한 사람을 위한 요리를 만들었지만, ‘힐링 요리’가 발동되진 않았다.
‘치유를 위한 요리가 아니라, 축하를 목적으로 한 요리라서 그런가?’
왕호는 예쁜 그릇들을 꺼내어, 미역국, 흰 쌀밥, 그리고 엄마표 김치를 정갈하게 담았다.
반찬이라고는 김치와 미역국밖에 없는 조촐한 생일상이었지만, 한여름의 눈에서는 감동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와··· 정말 감동이에요!”
한여름은 추억을 남길 요량인지, 이번에도 역시나 사진부터 찍고 봤다.
찰칵-! 찰칵-!
사진을 찍자마자, 흰밥을 바로 국에 말더니 김치를 한 조각 올리고 후루룹- 흡입하기 시작했다.
우적우적-
“으허, 마히써요!”
아직 뜨거운 터라, 입에서 김이 모락모락 새어 나왔다.
꿀꺽-
[손님이 당신의 요리에 크게 감동했습니다.]
[요리의 효과가 1.5배로 상승합니다.]
[중급 요리의 숙련도가 상승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아까 먹은 코스 요리보다 저는 이게 더 맛있어요!”
한여름이 산해진미를 맛보는 것 마냥, 연신 칭찬을 날렸다.
왕호는 그게 빈말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기분이 좋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맛있기는 호텔 요리가 맛있지. 나도 깜짝 놀랐구만.’
허나, 요리는 맛으로만 평가받는 건 아니다.
한여름은 생일을 축하하는 왕호의 마음에 감격했다. 그녀가 느끼기로는 정말로 이 단출한 미역국이, 호텔밥 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다.
한여름은 남은 밥을 모조리 국에 말고는, 걸신 들린 듯 미역국을 해치웠다.
*
다음 날 아침. 왕호는 일어나자마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뭐가 이렇게 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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