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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60화 (60/149)

< 징크스 (1) >

민첩 13% 상승, 명중률 10% 상승, 마나회복속도 150% 증가. 왕호가 먹은 점심의 효능이다.

쾌검의 숙련도를 올려야 하기에, 민첩의 상승을 부여했다. 스킬의 마나 소모가 적지 않은 터라, 마나회복속도 또한 상승시켰다.

완벽.

더 이상 보르도 울프를 잡아도 경험치가 오르진 않지만, 재료 수급과 파티원들의 레벨 업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냉장고가 한없이 넓으니, 꽉꽉 채워 놓으면 좋지 않겠나.

게다가 보르도 울프에서 얻어낸 마나석도 꽤나 쏠쏠하다. 팔면 돈 나온다. 세상에서 건강 다음으로 좋은 것이 돈이니,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오빠! 여기에요!”

여름이가 왕호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든다.

파티원들이 왕호를 기다리고 있다.

지원이와 강창모도 휴식을 마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왕호만 합류하면 바로 사냥을 나갈 수 있게끔 말이다.

왕호가 물었다.

“50레벨까지 얼마나 남았어?”

여름이가 답했다.

“이르면 오늘, 여유 있게 뛰면 내일이면 될 것 같아요.”

“그럼 오늘 저녁까지 끊자.”

“음··· 좋아요!”

여름이가 조금 망설이다, 힘차게 외쳤다.

빨라서 나쁠 건 없지만, 50레벨을 찍으면 왕호와 더 이상 레이드를 뛸 수가 없다. 담담한 척을 하고 있었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왕호도 그런 여름이를 아리송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박주혁과 이야기를 나눈 이후로, 뭔가 여름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영화판에 몸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서 그러는 듯싶었다.

“자, 제일 큰 무리 잡으러 가자.”

왕호가 앞장섰다.

보르도 울프는 무리생활을 한다. 어차피 모여 있으니, 굳이 몰이할 필요가 없다. 그저 큰 무리를 찾으면 된다.

왕호네 파티는 이곳에서는 거의 최고 레벨이다. 대부분 50이 되면 보르도 울프 던전은 졸업한다. 게다가 왕호의 레벨은 60을 웃돈다. 한 마디로 최강파티.

조합도 좋다. 원거리 딜러 둘에, 탱커 하나, 근거리 딜러 하나다. 힐러가 없는 게 흠인데, 근거리 딜러를 맡고 있는 왕호가 야매 힐러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게다가 두 마법사가 포션을 잔뜩 가지고 있으니, 위급하면 빌려 써도 무방하다.

한 마디로 이곳에서만큼은 현존하는 최강 사기팟이다.

파티는 곧바로 거대 늑대 무리를 찾아냈다.

아우우우-!

대장 늑대가 울부짖었다.

그러자,

아우우우우우---!!!

무리도 따라서 울부짖는다.

엄청난 숫자의 늑대 무리다.

“이야~ 이놈들 왕건인데?”

왕호가 눈을 번쩍였다.

2주 넘게 보아온 무리 중에 가장 규모가 컸다. 적어도 열댓마리는 뭉쳐있었다.

대장 늑대도 덩치가 가장 컸는데, 덕구의 거의 3배만 했다.

“저 정도면 레벨 한 40?”

왕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흐음, 45까지 봐도 되겠습니다.”

강창모도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갈까요?”

눈빛을 주고받은 두 사람.

탓-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재빠르게 대장 늑대 쪽으로 튀어나간다.

원래 강창모는 두 원거리 딜러 앞에서 다가오는 적들을 막는 역할이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적들의 무리보다 우리 쪽의 전력이 더 쎄다. 굳이 적이 올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 그냥 돌진해서 적진을 휘저으면 그만이다. 어그로를 끌 수 있기 때문에, 두 마법사를 덩그러니 남겨 놓아도 안전하다.

두다다다-

왕호와 강창모가 달려든다.

그르르릉-

늑대 무리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털과 이빨을 바짝 세운다.

“리프 차지!”

강창모가 스킬을 사용했다.

부웅-

그대로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강창모.

늑대들의 고개도 덩달아 하늘로 올라간다.

늑대들이 강창모를 그대로 두고 볼 리 없다. 강창모의 엉덩이를 콱! 깨물러, 점프하려는 찰나!

“체인 라이트닝!”

멀리서 마법 공격이 쏟아진다.

지지지지직-!

찌릿한 번개 줄기가, 늑대들을 타고 옮겨 다닌다.

타닥- 타닥-

마법은 번개 같은 속도로, 모든 늑대를 감전시켰다. 번개라는 이름값은 제대로 했다.

그그그그그-

감전된 늑대들의 털이 살짝 그을린다. 치명적이지는 않았으나, 당연히 강창모를 향해 점프하지 못했다.

안전해진 강창모가 방패를 바닥으로 향한다. 그리고 마나와 체중을 가득 실은 채 그대로 떨어진다.

목표는 대장 늑대?

아니다. 그냥 바닥.

콰앙---!!!

엄청난 충격 때문에 바닥이 움푹 패인다. 큼지막한 크레이터가 형성됐다.

그 반작용으로, 주변에 있던 모든 늑대가 공중으로 2미터가량 솟아오른다. 엄청난 충격량이었다.

늑대들이 당황한 나머지 소리를 지른다.

끼이이잉-

이제부터가 왕호의 쇼타임.

왕호는 눈을 부릅떴다. 신경에 힘을 빡! 주자,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스르르-

공중으로 떠오른 늑대들이 중력에 의해 천천히 내려온다. 같이 떠오른 흙먼지와 돌멩이도 천천히 내려온다. 그 모습이 마치 각티슈 한 장을 하늘에서 떨어뜨린 것 같이, 느리게 보였다.

쾌검 : 응비봉사.

왕호는 이 스킬만으로 늑대들의 숨통을 끊어 버릴 요량이다.

한 번 사용할 때마다 마나 소모량은 100. 현재로선, 11번 정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검기 발현으로 검에 마나를 살짝 둘러야 하니, 결국 10번밖에 구사할 수 없는 상황.

번쩍-!

눈을 빛내며 매처럼 늑대들을 향해 움직였다.

‘가까이 있는 늑대들은 원샷 투킬! 10번만 휘둘러 다 잡는다!’

매처럼 움직인 왕호는, 장수말벌처럼 장미칼을 빠르게 쏘았다.

쌔애액-!

장미칼이 파공음을 내며 첫 번째 타겟을 노린다.

대장 늑대.

서걱-

대장 늑대의 뒷목이 절반 정도 썰렸다. 연수가 있는 부위다.

즉사.

이 중요한 부위는 뼈보다 두텁고 질긴 가죽이 보호하고 있었으나, 검기가 둘러진 장미칼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왕호는 쉬지 않고 그대로 다음 타겟을 노렸다.

서걱-

그야말로 쾌검이다. 눈으로 좇기 어려울 정도.

두 번째 공격도 중추신경 급소를 노렸다. 보르도 울프를 많이 상대해본 터라, 급소 찾는 것은 아주 쉬웠다.

세 번째도 서걱-

네 번째도 서걱-

다섯 번째는 서걱- 서걱-

.

.

.

결국, 열 번의 움직임만으로 열다섯 마리의 늑대의 숨통을 모두 끊어버렸다. 단말마는 없었다. 마지막 늑대를 사살했을 때서야 비로소, 늑대들은 땅에 닿을 수 있었다.

마나도 오링났다.

[쾌검 : 응비봉사의 숙련도가 40%로 상승하였습니다.]

늑대들은 떠올랐을 때는 생물. 하지만, 내려올 때는 사체로 변해있었다.

투두두둑-

시체들이 하늘에서 빗발친다.

어메이징 그 자체!

보고 있던 한여름도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오빠, 오늘따라 더 미친 것 같아요······. 스트레스 심하게 받았어요?”

“응. 스트레스 조금 있다.”

‘이거 숙련도 100% 안 되면 뼈와 살이 분리될 수도 있거든.’

영감에게 말이다.

그래도 스파르타식 교육법의 위력은 대단했다.

어떠한 자세에서도 초식을 발동할 수 있게끔, 연습했다. 아니, 연습이라기보다는 주입식 교육이다. 맞으면서 자동으로 몸이 기억했다.

오지게 맞으면서 자세를 교정하고 또 교정한다. 레벨 600이 넘는 괴물이 스파링을 직접 해주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필라테스를 해야만 나올 수 있는 자세를 시작으로, 17:1의 상황, 매복 상황, 기습 공격, 팔방에서의 동시 공격, 심지어는 밥 먹을 때와 똥 쌀 때 갑작스런 공격까지··· 모든 상황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했다. 몸이 외워버리게끔 말이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개보다 못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허나, 덕분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능력을 뽐낼 수 있게 됐다. 고작 2주 차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지원이도 왕호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이 페이스면, 금방 50레벨 찍겠는데요?”

“하하, 그럼 좋겠지만 마나가 다 떨어졌어. 조금 쉬어야 해. 그래도 금방 찰 거야. 마나 회복 속도 빠르거든.”

“마나 포션 하나 드릴까요?”

“음··· 그거 비싼 거잖아.”

“괜찮아요. 저희 집이 포션 가게 하잖아요.”

“누가 들으면 무슨 구멍가게 하는 줄 알겠다?”

“자, 여기요. 버프 요리도 싸게 먹는데 이 정도는 해야죠.”

김지원이 마나포션이 가득 들어있는 병을 건넸다. 가장 큰 용량이었다. 푸른색 액체가 출렁출렁거린다.

“고마워! 잘 먹을게.”

왕호는 웃으며 포션병을 받아들었다.

뽕-!

뚜껑을 따자, 시큼한 내음이 강하게 올라온다.

‘윽! 냄새부터 살짝 역하네.’

병을 살포시 기울여 포션을 살짝 머금었다. 츄르릅-

마치 와인 테이스팅을 하는 듯한 소리다.

가글가글-

왕호는 입에 살짝 머금은 마나 포션을, 소믈리에가 그러듯 입 전체로 맛보았다.

그리고 꿀꺽-

‘와, 발 냄새다 발 냄새.’

꼬릿꼬릿한 것이, 땡볕에 축구화 끈 질끈 묶고 풀타임 뛰다 생긴 것 같은 시큼한 맛이었다.

요리로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재료이지만, 연구하면 안 될 게 또 어딨나?

벌컥벌컥-

일단 마나를 채워야 하기에, 꾹 참고 네 모금 정도를 단숨에 들이켰다. 마나가 순식간에 30% 정도 차오른다. 더 이상은 오르지 않는 것을 보니, 30%가 한계인 듯싶었다.

왕호는 그대로 포션의 뚜껑을 잠그고, 배낭 속으로 집어넣었다. 2/3 정도 남았으니, 연구해서 요리에 사용할 생각이다.

스윽-

왕호는 발골도를 꺼내, 늑대들의 배때지 속에 들어있는 마나석도 전부 꺼냈다.

한여름과 김지원은 마나석을 필요로하지 않았기에, 강창모와 둘이 나눠 가졌다.

남은 시체들은 가방 속으로 투하.

냉장고에 넣어서, 두고두고 써먹을 거다.

그렇게 작업을 마칠 즈음, 익숙한 남자가 잔뜩 성이 난 표정으로 헐레벌떡 뛰어왔다.

“우이씨! 사장님!”

점심때 왔던, 그 조연출이다.

“어? 또 뵙네요. 무슨 일 있으십니까?”

일단은 정중하게 받아쳤다.

“여기서 사냥하시면 어떡해요!”

“네? 여기가 던전이니까 여기서 사냥하지, 그럼 어디서 사냥합니까?”

“저희 카메라 구석에 잡혔잖아요! 다른 곳 가서 해야죠!”

“아니, 여기 던전 전세 냈습니까? 공용 던전이니까, 그쪽이 피해서 사냥해야죠!”

“아이씨··· 어떻게 하실 거예요? 롱테이크 촬영이었는데, 다시 찍어야 되잖아요!”

어이가 없어서 차마 화가 나오질 않는다. 더 이상 맞받아쳤다가는 지원이가 참전할 수도 있다. 그러면 저 아저씨 멘탈 나간다.

다행이도 영화 촬영팀에서 조연출을 만류했다.

“김 감독! 거기서 무슨 민폐야! 정중히 사과하고 여기와서 이거나 좀 봐봐!”

메인 디렉터인 봉 감독이었다.

“에휴~.”

김 감독이라 불린 조연출은, 하라는 사과는 안 하고 그대로 촬영팀으로 돌아갔다.

“뭐야 저 인간··· 싸가지를 씨리얼이랑 같이 말아 드셨나?”

김지원의 눈살도 절로 찌푸려졌다.

“던전 베테랑 명대사 생각난다. ‘어이가 없네?’.”

한여름이 악역 배우의 말투를 따라 하며 동조했다. 정말로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봉 감독님의 말 대로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봉 감독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대 감독이고 자신은 봉 감독 밑에서 연출을 배우는 입장이니까.

조연출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감독님! 자리 옮겨서 다시 찍읍시다! 씬 하나는 아마 내일로 미뤄야 될 거 같네요.”

그러나, 봉 감독의 반응은 조연출의 예상 밖이었다.

“아니, 다시 안 찍어도 될 거 같은데?”

“네? 그게 무슨···”

“이거 봐봐, 그림 예술이야 아주.”

봉 감독이 카메라 디스플레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 징크스 (1) > 끝

ⓒ 신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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