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맛있는 버프를 만들어 드립니다-67화 (67/149)

< 벼락스타 (4) >

[전공 요리 “파스타”를 제작했습니다.]

[중급 요리의 숙련도가 50%로 상승합니다.]

[레시피 데이터베이스에 “시그니처 메뉴” 목록이 형성되었습니다.]

[현재 등록 가능한 시그니처 메뉴의 종류는 1가지입니다.]

[시그니처 버프 요리 “식욕폭발! 명란 파스타”가 완성되었습니다.]

[시그니처 메뉴의 특성상 버프가 기본 1.5배로 적용됩니다.]

[경험치가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식욕폭발! 명란 파스타-

[오로지 맛을 위한 요리. 요리사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메뉴로 만들어졌다.]

[잘 절인 명란젓을 사용했다. 정말 맛있다.]

[만능 간장이 감칠맛을 200% 증가시켰다.]

[간이 완벽하고,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입맛이 절로 살아나게 만든다.]

[효과 : 잃어버렸던 미각을 되찾아 줍니다. 거식증이 치료됩니다. 대상이 감동할 시, 효과는 1.5배로 증가합니다. 이 효과는 6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촤르르륵-

왕호의 눈앞으로 평소보다 많은 양의 알람이 떠오른다.

‘헙!’

왕호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직 김성오의 요리가 끝나지 않았기에, 왕호는 천천히 알람을 읽어내려갔다.

‘시그니처 메뉴?’

49%에서 답보되어 있던 중급 요리의 숙련도가 올라가면서, 새로 생겨난 것 같았다.

그 답보되어 있던 숙련도는, “파스타”라는 왕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메뉴를 만듦으로써 올라간 것이고.

[레시피 데이터베이스]

[지금까지 완성한 새로운 요리의 숫자 : 28]

[지금까지 완성한 힐링 요리의 숫자 : 4]

[시그니처 메뉴 : 요리사가 자신 있어 하는 메뉴]

[현재 사용 가능한 시그니처 메뉴 : 파스타]

본래 요리사에게 시그니처 디쉬signature dish란 그 요리사의 가장 유명한 요리를 뜻한다.

왕호의 전공은 이태리 요리였으며, 파스타를 가장 잘 다루고 레스토랑에서도 가장 많이 만들어봤다.

여태까지 힐링 요리사가 되고, 한 번도 이 파스타를 만든 적이 없었다.

굳이 만들 이유가 없어서다. 양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파스타가 푸드트럭에서 잘 팔리는 메뉴도 아니다. 희영이에게도 잘 만들어 주지 않는다. 한식 위주로 메뉴를 꾸린다.

결국, 뜻하지 않게 파스타를 만들면서 한 단계 성장을 더 이루었다.

‘이거 성오한테 고맙다고 해야 하나?’

성오의 유치한 대결을 받아들였기에, 시그니처 메뉴라는 좋은 버프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게다가 단일 요리가 아닌, 요리의 종류다. “파스타”라는 카테고리 안에는 수없이 많은 요리가 존재한다.

소스로만 구분해도, 페스카토레, 까르보나라, 로제, 봉골레, 알리오 올리오 기타 등등··· 수십 가지가 넘고,

면으로 구분하더라도, 스파게티, 카펠리니, 페투치네, 펜네, 쿠스쿠스, 마카로니 등등··· 엄청나게 많다.

이 모든 요리가 이제, 기본적으로 버프의 효과가 1.5배로 적용된다. 만약 감동까지 한다면, 중첩으로 인해 2.25배라는 엄청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감동 시 2배라는 힐링 요리보다 더 대단한 수치다.

그렇다면 혹시··· “시그니처 힐링 요리”를 만들어 낸다면?

‘버프가 3배?’

소름.

닭살이 다닥다닥 돋는다. 이러다가 정말 레벨 200 각성자에게 시그니처 힐링 요리를 먹여, 레벨 300대의 고랭커를 넘어서게 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게다가, 지금이야 등록할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가 한 가지뿐이지만, 힐링 요리사의 능력을 계속해서 개방시키면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파스타 다음으로 내가 잘하는 요리라··· 아마 디저트?’

아마, 퐁당 오 쇼콜라 같은 디저트 계열일 것 같았다.

디저트도 주전부리로 가끔 만들어봤지, 진짜 판매 목적으로 제대로 만든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왕호가 감탄해 마지않고 있을 때, 드디어 성오의 요리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휴우~.”

성오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접시를 마무리했다.

두 사람의 요리를 보고, 지켜보던 친구들이 모두 박수 세례를 날렸다.

짝짝짝-

“와, 둘 다 맛있어 보인다.”

“근데, 왕호는 진짜 대충 만든 것 같은데······.”

“그래도 비주얼은 둘 다 기가 막히잖아. 냄새도 진짜 군침 확 돈다.”

“방금 밥 먹어서 배부른데, 이것들은 두 접시라도 먹을 수 있을 거 같아.”

“우리가 먼저 먹어보면 안 되냐?”

친구 중 한 명이 종구에게 물었다.

“안 돼. 일단 시민들한테 평가받고, 남은 거 먹자. 넉넉하게 만든 것 같으니까, 좀만 참아라.”

종구의 제안대로, 왕호는 트럭을 몰고 대로변으로 나갔다.

손님은 친구들이 하나둘씩 끌고 왔다.

-파스타 신 메뉴 개발 중인데, 한 번 맛보시고 뭐가 더 괜찮은지 알려주세요!

손님들은 공짜라는 말에 관심을 보이며 트럭으로 다가왔다.

누구도 트집 잡을 수 없게, 연령대와 성별 모두 다양하게 모셔왔다.

첫 손님은 여성 두 명이었다.

그녀들은 먼저 김성오의 까르보나라를 맛봤다.

호로록- 쩝쩝-

“오! 진짜 찐하고 맛있어요! 동네에서 파는 까르보나라랑 완전 다르다!”

“정말이네! 이거 트럭에서 파는 거예요? 트럭에서 팔아도 이 정도면 만 원 받아도 되겠당!”

곧바로 왕호의 명란젓 파스타도 호로록- 빨아들였다.

쩝쩝쩝--

“헉!”

“이, 이거 뭐야! 세상에 이런 파스타가 존재했었나? 너무 맛있잖아아!!!”

마치 알바생으로 고용한 것 같은 엄청난 리액션.

김성오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온도 차가 왜 이렇게 달라? 여자 입맛인가?’

그러나, 남남남 男男男 트리오가 왔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우오옥!”

“씨벌! 엇, 죄송합니다 너무 맛있어서 욕이 튀어 나와버렸네요.”

“하, 난 원래 파스타 싫어하는데 이거라면 무인도 들고 가서 버틸 수 있겠다.”

김성오는 작금의 상황을 인정하지 못했다.

‘내 걸 먼저 먹어서 그래! 원래 노래 경연할 때도 마지막에 나온 사람이 항상 우승하잖아?’

그러나··· 왕호의 요리를 먼저 먹은 사람들 또한, 뒤이어 까르보나라를 먹더니,

“에이··· 너무 맛 차이가 많이 난다.”

“앞에 파스타가 훨씬 맛있네. 어? 근데 왕호네 밥차면··· 그 박하진이 극찬했던 푸드트럭 아닌가?”

“그래? 난 처음 듣네. 사장님들! 이거 굳이 테스트해봐야 돼요? 직접 먹어봐도 확연히 알 텐데······.”

‘뭐, 뭐야 진짜!’

계속해서 부정할 수는 없었다. 눈앞의 결과가 말해주고 있었다. 스무 명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보았으나 결과는···

20:0

여기서 더 했다가는 좀 더 비참해질 것 같았다.

“와, 왕호 압승인데?”

“성오야 힘내라. 너 학교 다닐 때부터 한 번도 못 이겼잖아.”

“둘 다 각성했으니, 걍 게임이 안 되네 애초에.”

친구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인정할 수 없어! 나는 마법을 사용해서 요리했지만, 쟤는 스킬 하나 사용하지 않았다고!’

마법까지 사용해서 요리의 맛을 살렸지만 졌다?

사실이라면, 기본 실력 자체가 압도적이게 차이 난다는 얘기다.

물론, 왕호는 마지막에 버프 부여라는 스킬을 사용했지만 김성오가 알리는 요원했다.

“어어?”

김성오는 친구들이 말릴 새도 없이, 포크로 왕호의 명란젓 파스타를 둘둘 말았다.

그리고는, 후루룹-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우물우물-

‘제, 제기랄······.’

말이 나오지 않는 맛이다.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으나, 한 번 맛보니 인정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이, 이 감칠맛은 뭐야? 마치, 저번 주에 가봤던 나폴리의 아름다운 앞바다에 와 있는 것 같아!’

파스타를 한 입 먹었을 뿐이거늘··· 침샘에서는 대형 도사견이라도 빙의한 듯 걸쭉한 침이 마구 폭발한다. 마치 막고 있던 댐 수문 부서지듯이 침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파스타 면의 익힘조차 완벽하다. 간은 어찌나 잘 맞았는지, 명란젓을 넣어 자칫하면 짤 수도 있는 맛을 완벽히 조절해냈다.

‘이 정도면 우리 호텔 수 셰프 자리는 따놓은 당상인데?’

어, 어떻게?

학교 다닐 때야, 아직 둘 다 미숙한 상태라 패배를 인정할 수 있었다. 왕호는 엄청나게 열심히 노력하는 노력파였고, 자신은 놀기 좋아해서 클럽에나 놀러 다니는 한량이었으니까.

‘어떻게 이렇게 실력이 늘어난 거야!’

재능은 자신이 앞선다고 항상 생각해왔다. 단지, 요리 지식과 경험이 왕호보다 낮았기에 져왔던 것이라고.

졸업하고 나서는 자신도 빡세게 달려왔다. 각성하고 나서는 더더욱 노력했다. 재능이 있다고 인정까지 받았다. 그래서 이길 줄 알았다. 재능을 가진 자가 이제 노력까지 시작했다. 거기에 마법의 힘까지 더해졌다. 평범하게 푸드트럭이나 모는 동네 요리사

는 가볍게 찜 쪄 먹을 줄 알았다.

하지만, 완벽한 패배. 그것도 압도적인 실력 차이.

가장 충격적이게 다가온 사실은···

‘쟤 분명 졸라 대충 요리했잖아!’

자신은 분명 정성 들여 손이 많이 가는 요리를 만들었지만, 왕호는 손을 슥삭슥삭 빠르게 움직여 순식간에 요리를 완성했다는 점이다.

김성오는 고개를 푹 떨구며 자괴감에 빠졌다.

대결은 허무하게 끝났고, 친구들도 그제서야 왕호의 파스타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우걱우걱- 쩝쩝-

“으헉!”

“이건 진짜 이길 수밖에 없다.”

“걍 게임이 안 되는데? 대학생이랑 유치원생이 싸우는 급이다.”

“왕호 실력 원래 이 정도였어?”

“나··· 요새 다이어트 하느라 거식증 온 것 같았는데, 이거는 술술술 들어간다! 미쳤다 미쳤어!”

친구들은 왕호에게 엄지를 척! 날렸다.

김성오를 위로하는 친구들도 없지 않았다.

“성오야 힘내라. 그래도 넌 호텔 셰프잖아.”

“마, 맞아. 호텔 요리는 맛만으로 하는 게 아니지. 네 마법 퍼포먼스는 진짜 멋졌다.”

친구들의 위로에도, 김성오는 표독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휙-

김성오가 다짐이라도 한 듯 고개를 다시 추켜올렸다.

“야! 안왕호! 제대로 다시 붙자!”

속으로 인정은 하지만, 굴복은 할 수 없었다.

“내가 또 장단 맞춰줘야 되냐?”

“이건 제대로 인정 못 하지. 고작 길거리에서 스무 명 가지고 판단한 거잖아.”

어리광부리는 것 같은 김성오의 태도에, 이번엔 왕호의 표정도 몹시 진지해졌다.

덥석-

김성오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으며 말을 꺼냈다.

“야, 김성오. 학교 다닐 때는 네가 시비 걸면 막 화나고 그랬다? 그때는 둘 다 어렸으니까. 근데 지금은 별 감정이 없어. 굳이 있다면, 네가 안쓰럽다는 정도지. 어, 너 교회 다녀?”

왕호는 김성오가 차고 있는 십자가 목걸이를 발견하고는 물었다.

갑자기 진중해진 왕호에 어투에 김성오는 살짝 움츠러들었다.

“으, 응 서초에 있는 대형 교회 다녀.”

“그럼 잘 알겠네. 욥기를 읽어 보면, 신께서 욥이라는 인물을 계속해서 괴롭혀. 엄청난 고난을 주지. 마귀까지 이용해서 말이야. 왜 그런 줄 알아?”

“그, 글쎄?”

“교회 다닌 다면서 그것도 몰라? 너 영업하려고 교회 다니는 거지? 욥에게 정죄를 내리려고 고통을 주는 게 아니야.”

“그럼?”

“교만하지 말라고. 교만하지 말고 항상 겸손하라고 환란을 내리는 거다. 목에 십자가를 걸었으면, 적어도 그 의미는 알고 달아라. 자만하지 말고, 네 갈 길이나 열심히 걸어. 네 실력이면 그래도 그쪽 세계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정도는 되잖아? 그렇게 나대

다가는 아무래도 다른 곳에서 사고 칠 거 같다. 그래도 3년은 같이 붙어있었으니까, 너도 잘 됐으면 좋겠다는 친구의 충고다.”

탁탁-

왕호는 김성오의 어깨를 두드리며 성오를 독려했다.

김성오는 약간 충격받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너, 너도 교회 다녀?”

“아니. 우리 어머니가 맨날 아들 잘되라고 기도하신다. 그 내용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김성오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야! 너 다음 달에 에이스 셰프 코리아 열리는 거 알아?”

“에셰코? 그건 왜?”

“나 이번에 거기 나간다! 너도 나와라! 제대로 한 번 붙자. 오늘은 내 완패다. 완전히 인정할게. 네 말대로 졸라 방심했었다. 다음번엔 진짜 최선을 다할 거다. 어때? 너도 이 기회에 더 유명해지면 좋잖아? 네 실력이면 충분히 탑5 안에 들 거다.”

에셰코라······.

“싫은데?”

“응?”

< 벼락스타 (4) > 끝

ⓒ 신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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