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신검을 놀라게한 일류무사(3)>
전투 뒤처리는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동료를 잃어 슬픈 마음이 있음에도 그들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작게 탄복했다.
‘이런 것들이 명문과 아님을 가리는 모습이라는 것이겠지.’
행렬은 다시금 남궁세가로 향했지만, 맨 앞에 선 우리 세 사람은 구엄산에 들어설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되었다.
남궁산과 남궁선화는 깊은 무게감에 짓눌리고 있었고, 그것이 무엇에서 시작되는지를 잘 아는 나였기에 그 분위기에 순응하여 입을 다물었다.
“응? 아버지께서 웬일로?”
남궁세가에 다다르자 남궁진명이 가문의 무사들과 앞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남궁세가를 방문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은 과연 남궁세가의 소가주가 누굴 기다리는지에 다들 궁금한 표정이었다.
“뭐야? 가주가 직접 나와 맞이하는 사람이?”
“산 공자님이랑 선화 소저인 거 같은데.”
“잘 봐, 가주님이 향하는 곳은 다른 사람이잖아.”
그때, 남궁진명이 나를 보며 번쩍 손을 들었다.
“드디어 왔군! 어서 오게나!”
구엄산에서의 일을 들었음이 분명함에도 남궁진명은 그런 티를 내지 않은 채 호탕하게 웃으며 내 등을 두들겨 주었다.
“내 자네가 출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얼마나 목 빠지게 기다린 줄 아는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되레 편안한 여행길을 제공하지 못한 자식놈들을 탓해야지.”
남궁진명이 남궁산을 노려보았다.
“이야기는 들었다. 진 공자가 아니었다면 큰일을 겪을 뻔했다지?”
“죄송합니다.”
“쯔쯧!”
남궁진명의 태도에 나는 애써 놀람을 감춰야 했다.
지금 입구에는 우리뿐만 아니라 남궁세가에 방문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수십 명이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자식을 혼내고 있는 것이었다.
“자자, 그만 들어가세. 그리고 정말 미안하네만, 잠시 가문 내 회가 있으니 별채에서 기다려 주겠나.”
구엄산의 사건으로 뭔가 이야기를 나눠야 함을 알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저도 여장을 풀어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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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산 일행과 헤어진 뒤, 시비의 안내를 따라 별채로 가는 길엔 태을문에 존재하는 연무장 크기에 비해 세 배나 큰 연무장이 다섯 개나 존재했다.
그리고 그 연무장 위에선 수많은 무인이 빽빽하게 서서 무공 수련을 하고 있었다.
“““하앗!”””
그들이 동시에 주먹을 뻗고 기합을 내지르자, 공기가 터져나가며 연무장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이 난다.
단 일수에 불과했지만 남궁세가의 힘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과연 천하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대단한 가문답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이런 가문은 외부의 적보단 내부의 적과의 전투가 더 치열하기 마련.
‘이런 가문을 가질 수 있다면 누구든 욕심을 낼 수밖에 없겠지.’
모든 무문들이 남궁세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궁세가는 다른 무문보다 조금 빨리 내부에서 치열한 암투를 벌이는 중일 뿐이었다.
“여깁니다.”
시비가 안내한 숙소는 아담한 연못이 딸린 고즈넉한 분위기의 작은 전각이었다.
작다 해서 초라한 느낌은 아니었다. 되려 전각 자체에 고태미가 흐르는 것이 범상찮아 보였다.
규모는 크지 않아도 단독 전각은 역시 단독 전각이다.
강호를 유랑하는 무사들 중, 남궁세가에 방문하여 단독전각을 배정받아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는 이들이 수없이 많다.
단독전각을 받을 정도라면 이미 남궁세가가 귀한 손님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이 정도면 다른 이들 부럽지 않을 만큼 대접받고 있는 거지.’
전각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시비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왔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손, 발을 잡고 한쪽으로 끌고 가려 했다.
“지,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저녁에 가주님을 만나 뵙기 전에 목간이 우선입니다.”
난 연화를 가볍게 펼쳐 그들의 손을 부드럽게 풀어내었다.
시비들은 자신들의 손이 기름이라도 바른 듯 빠지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목간이라면 혼자 하겠습니다!”
청명표국에서 받을 수 있는 수치는 모두 받았다. 같은 수치를 두 번이나 반복할 수는 없는 법.
“…….”
시비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 다시 슬금슬금 접근하려 한다.
“어헛! 그만! 더 이상 다가온다면 씻지 않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안내하겠습니다.”
연못을 가로질러 전각 한쪽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목간통이 놓여있었다.
내가 목간통 앞에서 나가지 않는 시비들을 바라보자, 시비들이 저들끼리 서로 바라보며 멀뚱멀뚱 서 있었다.
“목간을 하시는 데 도움을 드릴 겁니다.”
“애도 아니고 혼자서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분명히 말했습니다. 꼬질꼬질 냄새나는 모습으로 가주님 앞에 서길 바라신다면 계속 있으시지요.”
“알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불러주십시오.”
시비들은 목간 도구들을 한쪽에 줄지어 놓고는 모두 나갔다. 나는 옷을 벗으며 고개를 절레 저었다.
“손발이 없는 거야, 수치심을 모르는 거야.”
커다란 목간에 몸을 담그고 전투 중에 뒤집어쓴 먼지와 핏물을 모두 씻어냈다.
목욕을 끝내고 나오자, 검은 비단에 은색 실로 무늬가 새겨진 의복이 준비되어 있었다.
“흑염룡 그 빌어먹을 별호 때문에 매번 흑색만 입게 생겼군.”
그래도 나쁘지는 않다.
흑색 무복을 입으면 때도 별로 타지 않고 핏물을 뒤집어써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특히나 이렇게 은은하게 은색 무늬까지 박혀있으니 뭔가 심상치 않은 인물이 된 듯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동경에 비추어 옷을 바라보는 순간, 덜컹하며 문이 열리고 시비들이 들이닥쳤다.
“내…… 내 분명히…….”
“다음 걸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내 머리채를 잡고 빗질을 하고 분칠까지 하는 것 아닌가.
이번엔 저항해도 소용없었다.
“분칠과 머릿기름이 흐트러지지 않게 눕지 마세요.”
“……앉아있겠습니다.”
“앉아있으면 옷단에 주름이 갑니다.”
“……설마 서 있으라는 말은 아니시죠?”
“…….”
“……설마 서 있으라는 말은 아니시죠?”
내 반복된 질문에도 시비는 답이 없었다.
“…….”
오대세가의 초청을 받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한 놈이 대체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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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수 없이 서 있어야 했던 나는 별채 밖 연못을 구경하고 있었다.
잉어가 자유롭게 노니는 것을 보며 저 녀석들 몸값이 얼마나 할까? 고민하고 있잖니, 시비 하나가 쪼르르 다가와 차를 내밀었다.
그냥 준비해 주는 것인가 보다 하며 차에 입을 대었는데, 맛이 심상치가 않았다.
“맛이…… 훌륭하군요.”
“가주님께서 가장 애정하시는 군산은침입니다.”
“푸훗!”
깜짝 놀라 입 안에 있던 찻물을 내뿜었다.
그리고 당장에 든 생각은 비싼 군산은침을 쏟아내어 아깝다는 생각. 역시나 몸에 박힌 가난한 습성은 수만 냥의 전표를 가지고 있어도 쉬이 사라지지 않는 법인가 보다.
“구, 군산……은침이라고요?”
당나라 시절부터 이름이 알려져 청나라 때는 황실에서 독점하던 귀한 차다. 지금에 와선 그 독점도 풀렸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마실 수 있는 차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군산은침은 같은 무게의 금으로도 살 수 없을 정도로 사치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귀한 차였으니까.
“……남궁세가에선 이런 차를 손님용으로 내놓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제왕각에 머무시는 손님들께만 드리는 차입니다.”
“……여기가 제왕각이었습니까?”
남궁세가의 제왕각은 태조가 맨 처음 가문을 세우고 기거하던 곳이다.
지금에 와선 가문 자체가 확장되어 가주가 쓰는 전각이 따로 있지만, 남궁세가는 이전에 가주가 쓰던 전각에 제왕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가장 귀한 손님에게만 내어주곤 하였다.
강호의 명숙들 사이에선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 중 하나로, 남궁세가에 머무는 동안 제왕각을 받느냐 아니냐로 신경전을 벌이곤 하지 않았던가.
꿀꺽.
나도 모르게 마른침이 넘어간다.
“공자님께서 기거하기 전까진 비어있었던 곳입니다. 아, 최근엔 무림맹의 총군사께서 다녀가셨군요.”
“…….”
작고 고즈넉한 느낌이라 지내기 편안하다고 느껴졌던 곳이 갑자기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지.’
남궁세가와 관련해선 워낙 꺼림직한 일들이 많다.
남궁산의 대연신단을 비롯한 칠채보주도 그렇고, 구엄산에서 사용했던 백모화통에 대한 수습도 부탁해야 하고.
이렇게 제왕각을 내줄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면, 조금은 안심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군산은침 향이 아닌가? 대체 맛도 모르는 자에게 왜 이런 걸 내주는 거지?”
그때, 누군가 제왕각을 들어서며 투덜거렸다.
“누구십니까?”
중키에 눈은 족제비처럼 쫙 찢어졌고, 얼굴엔 곰보 자국이 가득한 데다 해를 많이 봐서인지 피부색은 약간 거뭇한 청년이, 내 질문에 대답도 않은 채 시비를 노려보고 있었다.
“네가 남궁세가의 살림을 아주 거덜 내려고 하는구나. 네 돈이 아니라 함부로 써도 상관없다는 것이냐?”
“……그게 아니오라, 가주님께서 대접을 소홀히 하지 말라 하셔서…….”
“그렇다고 해도 군산은침을 어찌 꺼낸 것이냐, 저자 정도면 벽라춘만 내왔어도 황송해했을 것을.”
열은 조금 받았지만 나도 어느 정도 녀석의 말에 동의하는 편이었다.
‘그나저나 젊었을 적에도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네.’
별로 반가운 얼굴은 아니라 나는 무표정하게 녀석이 하는 꼴을 가만히 지켜봤다.
“……죄, 죄송합니다.”
끝내 시비가 울먹거리며 고개를 숙이자, 그제야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족제비.
“항시 생각하며 행동해라. 돈은 방계인 우리가 피땀 흘려 벌어들인 것이다.”
“……네.”
그렇게 말하더니 족제비는 탁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찻잔을 시비에게 내밀었다.
시비는 그의 잔에 군산은침을 가득 채웠다.
“진소운이라고?”
“그렇소.”
“……훗, 그렇소? 버릇이 없구나.”
그에게선 어떤 확실한 의도가 보였다.
시비를 걸어 사건을 일으키고자 하는 의도가.
그렇지 않고서야 제 아무리 방계라 한들 제왕각을 배정받은 손님을 앞에 두고 이런 짓을 벌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마도 구엄산의 일 때문이겠지.’
당장 남궁세가는 이번 사건에 대해 깊게 파고들 것이다.
자신들이 흔적을 지우기 전에 그들이 먼저 움직이면 안 되는 상황.
마침 직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란 손님이 왔으니 시선을 돌릴 목적이 훤히 보였다.
‘어차피 태을문 정도야 자기네 방계의 수준에서 얼마든지 무마할 수 있다 이거지.’
이런 소모품 취급당하는 것이 하루 이틀은 아니었지만, 당할 때마다 매번 새롭게 불쾌한 걸 보면 죽을 때까지 이런 대접에는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
“자기 소개를 하지도 않는 이에게 무슨 예의를 갖춰야 하는지 배우지 않아서 말이오.”
“나를 모른단 말이냐?”
나는 미래의 그를 안다.
그는 현재로선 남궁산처럼 이름을 날리고 있는 수준은 아니다.
물론 본인은 남궁산 만큼 이름을 날리고 있다 생각하겠지만.
“내가 그쪽을 알아야 하오?”
“허헛! 참 내.”
남궁선화 보다 두 살 많은 동년배로서 자신이 남궁산에 못지않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방계라는 이유로 직계들에게 자신의 것을 수없이 많이 빼앗겼다고 느끼는 인물.
“하긴, 백팔봉 말석에 위치한 문파의 제자가 알기에는 까마득하긴 하지.”
그런 만큼 인정욕구도 대단했는데, 그가 내 전생에 무림맹에서 쓴 돈을 생각하면 어지간한 무문 일 년 운영비에 비견될 정도였다.
“글쎄요. 저희가 초라한 무문인 건 맞지만, 창룡검 남궁산 선배의 이름은 저의 막내 사제도 알고 있을 정도지요.”
그리고 그런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로 남궁산과 비교당하는 것이었다.
“지금 뭐라 했느냐?”
“마치 제가 시비를 걸고 있는 듯이 이야기하시는군요. 본인 이름 하나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습니까? 아님, 부끄러운 이름이라 그러십니까?”
입술을 부르르 떨던 그가 짓씹듯 말했다.
“무애지검이란 별호를 들어보지 못했더냐?”
“아…….”
작게 탄성을 내지르자 금세 득의양양해지는 녀석.
참으로 알기 쉬운 놈이었다.
아마 여기서 한 번 더 건드렸다간 놈이 원하는 대로 사달이 일어날 거다.
‘참을까? 말까?’
남궁세가 내부에서 직계와 방계가 서로 싸우든 말든 상관없었지만, 나로선 어쨌든 그 여파에 휩쓸려 위험할 뻔했다.
그들은 내게 갚아야 할 빚이 있는 것이다.
“처음 들어보는군요. 그런 유치한 별호가 있었습니까?”
“이놈이!”
족제비는 찻잔을 내려놓더니 양손을 맞부딪쳐 공력을 모았다.
그리고 구엄산에서 남궁산이 보여주었던 천풍장력을 쏟아내었다.
“꺄아아아악!”
장력에 휘말린 시비가 넘어지며 군산은침이 바닥에 쏟아졌다.
아까워라.
나는 제왕각이 망가지는 사태만은 피하고자 연화를 펼쳐 녀석의 장력을 허공으로 흘려보냈다.
펑펑.
공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장력이 흐트러져 버린다.
멍하니 그 장면을 보던 내가 말했다.
“별호에 검이 들어가는 것을 보니 검 말곤 별 볼 일 없으신 분 같군요.”
“이놈이!”
결국 족제비가 참지 못하고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곧장 펼치는 창궁무애검법.
남궁산에 비견될 만한 재능은 아니었지만, 그가 펼치는 검법의 수준은 상당했다.
허나 이미 창궁무애검법의 파쇄식은 미래에 완성된 것.
나는 남궁산 때와 달리, 흑룡검을 뽑아 일수에 창궁무애검법의 파쇄식을 펼쳤다.
미약한 내공일 때와는 달리 이갑자에 달하는 내공으로 펼치자 흡입력이 말도 못 하게 올라갔고, 족제비가 애써 버텨보았지만 결국 놈의 검은 내 손에 들어왔다.
“어, 어찌!”
눈을 부릅뜨는 놈의 발을 걸고 바닥에 한 바퀴 돌려 넘어뜨렸다.
쿵.
“커흑.”
그러곤 녀석의 목을 밟아 제압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남궁진명과 남궁산, 남궁선화가 달려왔다. 이윽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대경했다.
“대체 무슨.”
난 뻔뻔하게 말했다.
“정체를 밝히지 않는 자가 들어와 소란을 피우기에 제압했습니다.”
“뭐?”
“몇 번이나 정체를 물었는데 대답하지 않더군요. 혹여 구엄산에 관련된 인사가 아닐까 의심되어 잡아둔 참입니다.”
“…….”
족제비는 제압당해 있는 상황이 수치스러웠는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때, 남궁진명의 뒤로 긴 수염을 기른 중년의 사내가 나타났다.
“그 아이는 내 아들이다.”
남궁진명과 산, 선화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남궁진명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내는, 커다란 풍채와 더불어 고집이 얼굴에 한가득한 사내였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남궁가의 자식을 핍박하느냐?”
남궁진명이 당황하며 말했다.
“형님, 서로 간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해? 남궁세가 안에 사람이 들어섰다면 당연히 남궁세가의 사람이라 생각하고 조심했어야지. 지금 저 꼴이 대체 뭔가!”
“…….”
그제야 내가 슬그머니 발을 떼고 말했다.
“이런 남궁세가의 공자님이셨군요. 진작 이야기하셨으면 제가 조심했을 텐데.”
족제비가 분한 듯 바락바락 말했다.
“말하지 않았더냐! 무애지검이라고!”
“남들이 알지도 못하는 별호는 왜 이야기하고 다니십니까. 당장에 남궁…… 성만 이야기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 그리고 남궁세가의 사람이라기엔 무공이 너무 미천하지 않았습니까.”
“…….”
내 말에 반박하지 못한 족제비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는 얼른 몸을 돌려 족제비의 아버지인 남궁송주에게 포권을 올렸다.
“죄송합니다. 남궁세가의 자제분이라 생각했다면, 감히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용서해 주십시오. 그래도 아드님이 먼저 공격하고 제압당한 게 제 잘못은 아니지 않습니까?”
“기습당한 게 아니라…… 먼저 공격했다고?”
먼저 공격했다는 말에 몸을 부르르 떨며 제 자식을 노려보는 남궁송주.
이내 그 이글거리는 눈빛이 나를 향한다.
난 호의의 웃음을 담아 포권을 올렸다.
‘네 아들이 얼간인 건 계획에 없었나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