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용을 쫓는 자들>
방두칠은 끈질겼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의형제’ 어쩌고를 계속 외치며 졸졸 쫓아다녔다. 동룡이 전투 중에 다치는 바람에 회복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진작 자리를 뜨고 싶을 정도.
“죄송…… 해요.”
침상에서 일어난 동룡은 금표와 은호 사이에서 죄수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제발 용서해 주세요. 대사형.”
동룡은 의외로 자신이 저질렀던 행동에 대해서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의식 안에서 분명 자신이 맞았는데, 몸을 움직이는 건 자신이 아니었다고 한다.
천살성이 깨어났을 때 의식으로 밖의 상황을 볼 수 있는 방법이란 없다. 동룡이 의식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태을진경 덕분이겠지.
다행인 것은 태을진경의 성취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의식의 줄기는 더욱 튼튼하게 뿌리 내릴 것이고 동룡이 다시금 악귀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다신…… 다신 안 그럴게요.”
“뭘 말이냐?”
“…그…런 일들 말입니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울먹거리는 모습.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그렁한 눈동자에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았다.
“악귀처럼 변하는 것 말이더냐?”
“크흠, 크흠.”
토끼처럼 치켜뜬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아직도 자신이 언제 살성이 깨어날지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또 다음번에 살성이 깨어나면 어쩐다…….”
“흐어엉. 흐윽, 흐윽.”
결국 눈물을 터트리는 동룡.
금표와 은호가 무릎을 꿇었다.
“사형!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대사형! 저도 책임지겠습니다.”
“너희 둘이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이냐?”
“……간밤에 이야기를 했습니다. 만약…… 동룡이가 다시금 악귀가 되려 한다면 저와 은호가…….”
“거기까지!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냐.”
갑자기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대체 이놈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하지 말아라. 동룡이가 다시 악귀가 될 일은 없으니.”
“네? 정말입니까? 사형?”
“그래. 물론 더 안정권에 들려면 태을진경을 죽어라 익혀서 성취를 훨씬 더 올려야겠지만, 태을진경의 성취가 5성에만 이르러도 살성을 억누를 수 있을 것이고, 7성에 다다르면 살성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동룡아! 들었냐! 넌 악귀가 아니란다!”
“거봐! 이 형이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잖아!”
동룡은 눈물과 콧물을 질질 흘리면서 웃고 있었다. 단지 악귀가 되지 않는다는 것에 기뻐하는 건지 함께 갈 수 있어서 기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녀석들은 모르겠지만 태을진경 덕분에, 동룡은 무사로서 어떤 특이체질에도 뒤처지지 않는 엄청난 재능을 가지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수련에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내가 행공을 죽어라 익히게 한 것도 다 그런 뜻이 있었느니라.”
“그럼요. 그럼요. 이제 팥으로 메주을 쑨다 해도 사형의 말은 무조건 믿겠습니다.”
“참 나.”
*
천목산 일대의 세 개의 마을에서 천이백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자신들의 터전은 처절하게 파괴되었고, 관리하지 않은 초가집의 지붕은 모두 내려앉았으며, 마을의 냇가와 우물에선 산적들이 흘린 피가 흘러나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엄마, 나 배고파.”
“응, 조금만 참아보렴. 산에 올라가서 먹을 수 있는 나물을 캐보자.”
“또 나 놓고 갈 거야? 아니지?”
“……그래, 이번엔 같이 가자.”
그럼에도 살아서 서로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는 중이었다.
“다들 고향을 등지고 항주 쪽으로 가볼 생각이라 하더군. 이곳에선 당장 올해 겨울을 나기도 힘드니.”
이제는 세 마을의 대변인이나 마찬가지가 된 허 촌장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도 다행이야 이렇게 서로를 다시 만날 수 있었으니, 이게 다 자네 덕분이네.”
“별말씀을요.”
허촌장은 품에서 내가 주었던 오천 냥짜리 전표를 꺼내었다.
“자네가 맡겨둔 것일세.”
“필요한 물품을 사라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우린 그렇게 염치가 없지 않네.”
허 촌장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이었다.
“이 은혜는 어떻게든 갚도록 하겠네. 내 생애는 당연히 안 될 것이고, 내 자식 생애에…… 그게 안 되면 손자 생애에…… 그것도 안 되면 그다음 자손을 통해서라도 필히 갚겠네.”
늙은 노인은 자신의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죄스러운 표정이었다.
쌍막채를 뒤져 보았지만 보물 같은 건 나오지 않았다.
양군백의 말로는 쌍막채가 최근 산채를 확장하면서 많은 돈을 썼다나.
결국 산채를 토벌했지만 나오는 것이 없어 마을에 나눠줄 것도 없었다.
“그렇게 오래 걸렸다간 결국 제가 혜택을 못 받지 않겠습니까.”
“…….”
나는 전표를 다시금 내밀었다.
“넉넉하진 않겠지만, 마을을 재건하는 데 사용해 주십시오.”
마을이 사라지면 천목산의 산채가 재건되는 데도 한참이 걸린다.
산채가 커지지 못하면 방두칠이 녹림맹을 장악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겠지.
더구나 난 거대한 전투나 전쟁에 휩쓸려 상관없는 이가 고통에 빠지는 심정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고 있다.
‘정 돈이 필요하면 몇곳 더 털 수 있는 곳도 있고.’
“……하지만…….”
평생 공짜로 무언갈 받아보지 못했던 노인은 금전 오천 냥이라는 거대한 돈 자체가 두려워 보였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떻습니까. 이 돈으로 마을을 재건하시고, 앞으로 마을에서 나오는 이익의 일부를 태을문으로 보내주십시오.”
“……?!”
노인의 눈이 번뜩 뜨였다.
“이건 투자금이라 생각하시면 좀 마음이 편하십니까?”
허 촌장 같은 이들은 되려 작은 짐이라도 지어주면 받는 걸 편하게 생각한다.
평생에 공짜로 무언갈 가져보지 못한 사람의 특징인 것이지.
“그, 그럼…….”
“괜찮으시죠?”
허 촌장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앞으로 30년간 세 마을에서 나오는 이익의 일 할을 자네 사문에게 보내도록 하겠네.”
“아, 아니…… 그건 너무 많습니다.”
내가 이야기 한 건 그냥 부담을 갖지 말라는 거였지, 스스로 목에 족쇄를 채우라는 말이 아니었다.
“아니네. 그 정도는 해야 내가 이 돈을 받고 마을 사람들도 편하게 다시 마을에 눌러앉을 수 있다네.”
“…….”
천목산 일대의 마을은 상인들이 무조건 지나쳐야 하는 길목이다.
더구나 높은 산맥을 지나느라 지친 이들이 산을 넘기 전이나 산을 넘은 후에 반드시 들러 쉬어 가야 하는 길목.
허 촌장과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대신 부탁이 있네.”
“어떤 겁니까?”
“마을에 태을문의 이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게나.”
“그게 무슨…….”
“이 마을들이 태을문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달라 이 말이네.”
이런 계약은 문파가 자리 잡은 상업 지구에서 흔히 하는 보호 계약이긴 하지만, 나처럼 마을 세 개를 통째로, 그것도 거리가 있는 곳에 계약을 하는 예는 없었다.
더구나 태을문은 지금 봉문 중인 상태이고, 태을문에서 이곳까지 영향력을 뻗치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최소한 다른 이들이 우리 마을들을 두려워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
허 촌장은 힐끔힐끔 방두칠과 그의 일행들을 보고 있었다.
아마도 천목산에 다시금 산채를 세울 거라는 이야기에 경계를 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전투 후에 시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가 장력 한방에 거대한 구덩이를 파고, 그 안으로 시체를 모두 파묻고 다시금 주먹 한 방으로 흙을 덮어놓는 것을 보곤 말을 못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 애당초 태을문이 그렇게 두려운 문파도 아니고요…….”
그때,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백소령이 방두칠에게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방두칠은 그 거대한 몸을 구겨서 이야기를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곤 앞으로 나섰다.
“내가 해주지!”
“네?”
“내가 해주겠네. 세 마을을 보호하는 것 말이야.”
“…….”
“대신 넌 나랑 의형제를 맺자. 그래야 내가 보호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 아닌가.”
“…….”
허 촌장은 방두칠의 말에 반색하며 나를 바라보고, 방두칠의 옆에선 백소령은 쿡쿡대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가뜩이나 전생에 녹림맹과 몇 번 작전한 것으로 흑도의 간자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장차 녹림맹주의 의형제가 되었으니, 여지없이 흑도인으로 취급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 그럴 수만 있으면, 내 당장 죽어도 소원이 없겠구만…….”
허 촌장은 갑자기 마치 유언을 남기는 사람처럼 간절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사면초가였다.
“하아…… 대체 왜 저랑 의형제를 맺으려고 하시는 겁니까? 전 사문도 별 볼 일 없고, 배경도 별 볼 일 없습니다.”
“난 여태껏 나보다 대단한 자를 본 적이 없다.”
“대단하다고요? 전 기연을 만나 이렇게 된 겁니다. 하지만 방 대형께선 아무것도 없이 엄청난 무공을 가지신 것 아닙니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봐도 전 비교도 되지 않고요.”
“내가 말한 ‘대단함’이란 무공 따위가 아니다.”
“……네?”
“약자를 위해 두려움 없이 나서고, 자신의 소중한 가산을 덜어내는 것도 서슴지 않는 대단한 배포를 가진 사내는 천하를 뒤져 봐도 쉽게 찾을 수 없지.”
“…….”
“넌 처음으로 내게 놀람을 느끼게 했지. 그런 너를 부하로 삼을 수 없으니 의형제를 맺고자 하는 건 사내라면 당연한 일 아닌가!”
말도 안 되는 논리지만, 빠져나갈 방도가 없다. 방금전까지 죽어갈 것처럼 유언을 남기던 허 촌장은 목이 부러질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결국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언제 내가 명문 백도인의 길을 걸었다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가서 칼을 가져와라!”
“칼은 왜요?”
“의형제를 맺으려면 피의 언약을…….”
“피를 그렇게 봤는데 아직도 피가 땡기십니까. 그냥 형제의 잔을 나누는 것으로 하시지요!”
“그래요. 가가. 저도 이제 피비린내는 맡고 싶지 않네요.”
“그럴까? 이보게 허 촌장 이 마을에 술이 있나?”
“네놈들이 다 처먹어 놓고 무슨 소리냐!”
우습게도 허 촌장은 방두칠의 신위를 보고서도 욕지기를 쉬지 않았다. 물론 방두칠도 그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니었고.
“흠…… 일단 인근 마을에서 술을 사 와야겠군. 잠깐 기다리게 동생.”
아직 형제의 잔을 나누지도 않았건만 벌써부터 동생이라니. 앞으로 펼쳐질 앞날이 험난하게 느껴진다.
“정말 대단하네요. 진 공자.”
“뭐가 말입니까?”
“당장은 공자가 모두 손해 볼 것 같은 구조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엄청난 수익을 얻게 될 테니까요. 천목산 일대의 세 마을에서 나오는 수익 하며, 녹림맹주와의 의형제 하며 안 그런가요?”
백소령은 방두칠이 녹림맹주가 될 미래를 본 것처럼 당연하게 말하고 있었다.
“백 소저 생각이었겠지요?”
내가 의심한 바를 이야기하자 백소령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굳이 녹림맹주에게 백도 문파의 사람과 의형제를 맺으라 한 겁니까?”
“그건 순전히 가가의 생각이었어요. 그대를 너무도 가지고 싶어 하는 데 방법을 모르길래 훈수만 좀 한 것뿐이죠.”
“…….”
“그리고 진 공자는 장차 우리 가가의 가장 큰 위협의 대상이 될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연을 맺어놓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네? 저 말입니까?”
무해하기론 전생의 무림맹에서 손꼽히던 사람이다. 얼마나 무해하냐면 너무 무해해서 무림맹이 마교와 대전에 가장 선두에 세워 고기 방패로 쓰곤 했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백소령은 특유의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후훗, 아직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았군요. 이래서 사내들은 귀여워요.”
#
“대사형!”
방두칠과 형제의 잔을 나누고 그 핑계로 사온 술 다섯 단지를 모두 비우고 있을 때.
금표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잠깐 밖에 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객잔 밖으로 향하자 부상자들이 즐비한 행단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은 금방 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계룡상단.’
위풍당당하게 산채를 토벌하러 가던 낭인 백 명의 행단은 반의반도 남지 않은 상태.
그나마도 대부분 부상을 입어 붕대를 감고 부목을 댄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사형.”
은호가 슬쩍 시선을 돌리는 곳을 보니, 오른쪽 소매가 나풀거리는 계연승이 검은 관 두 개가 실린 수레를 이끌고 있었다.
“…….”
“…….”
나와 눈이 마주친 계연승은 마치 죄라도 지은 듯 금방 고개를 돌렸다.
우리는 그렇게 계룡상단이 사라질 때까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안타까워해야 할까요?”
“아니.”
“네?”
“두려워해야 한다. 우리 또한 언제 저런 신세가 될 수 있을지 모르니.”
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살기를 확 터트렸다.
“…….”
“…….”
“…….”
금·은·동 형제 모두 눈썹을 까딱거리긴 했지만, 그 외엔 별 반응은 없었다.
“커헉.”
비명은 엉뚱한 곳에서 흘러나왔다.
골목 뒤쪽에서 안색이 파리한 양군백이 기겁한 표정으로 나타난 것이다.
“호, 혹여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신지…….”
양군백이 덜덜 떨며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사제들 수련을 시키느라.”
“이런 식으로 수련을 한다고요? 대체 무슨…….”
양군백은 나와 사제들을 귀신 보듯 보고 있었다.
그런 거 아닌데.
*
금·은·동 형제가 자연스레 자리를 피해 주고, 양군백이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
“진짜 바람을 조정하는 능력이 없으신 거 맞습니까?”
방두칠은 의형제를 맺자고 난리고 양군백은 내가 바람을 조정하는 것 아니냐고 난리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예년 이맘때쯤 서북풍이 강하게 분다고요. 더구나 긴 가뭄으로 산의 낙엽에도 수분기가 없었던 탓이지요.”
“정말이지 신기하신 분이군요. 그런 이야기는 그 옛날 제갈공명쯤 되는 분이나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잠시 복잡한 눈으로 나를 보던 양군백이 탁자 위에 지도를 폈다.
“지옥 정시 일(一)관문은 모두 끝났습니다. 총 삼천팔백사십이 명이 관문패를 받았습니다.”
“이제부터 하오문도 바빠지겠군요.”
“……그렇습니다.”
“우릴 노리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
일 관문을 통과한 사람의 숫자도 엄청나지만, 통과하지 못한 사람의 숫자는 더 대단하다.
무림정시는 관문을 통과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문패를 가지고 마지막 지점을 통과하는 것까지 시험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관문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의 관문패를 노리기 시작한다.
“저희가 최대한 막아보겠지만, 개방이 이미 움직였기에…….”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 확실히 알고 있어야겠지요.”
“좀…… 많습니다.”
방두칠은 천목산에 남는 이유로 무림학관의 시험을 더 이상 치지 않기로 했고,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던 것과 더불어 이번에 새로 받은 일관문패 네 개까지 총 여섯 개를 모두 나에게 넘겼다.
양군백이 쉬이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관문패는 수없이 주인을 바꾸기도 하고, 관문패를 지키는 주인은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백도와 흑도가 싸우는 것이 아니고.
백도와 백도가 시험이라는 이름하에 어지간한 흑백대전보다 더 큰 전쟁을 벌인다.
“그래서, 지금 천목산…… 아니, 저희를 노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됩니까?”
이것이 무림학관 정시의 실체.
지옥 정시라 이름 불리는 이유였다.
양군백의 입이 무겁게 열렸다.
“저희는 최소 이백 개 집단. 사천 명 이상을 보고 있습니다.”
“…….”
그리고 지금 우리는 가장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 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