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검은 가면을 쓴 자들(8)>
만물기수 당혁재.
당가의 방계 인원으로 일반 암기인 천뢰구와 폭우화침을 개발했고, 지옥겁화염왕탄을 비롯한 당가의 금용암기를 발명한 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고, 하늘을 나는 기계, 물 위를 걷는 기계 등을 시험하다 죽을 위기를 몇 번이나 넘긴 걸로 유명한 괴인이었다.
강호의 활동을 한 적은 없었는데, 그 자신이 외부에 돌아다니는 것을 극히 싫어했다고 알려져 있다.
어쨌든 정마대전에서 마교가 사천에서 한참이나 주춤거린 이유가, 이 당가의 기물과 독 때문이란 걸 생각하면 지금의 평가가 박할 뿐. 미래에 당가를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
“왜 아무 말이 없지? 신검께서 직접 서신까지 써서 확인해 준 사실을 이제 와서 모른다고 이야기하진 않겠지?”
그리고 내가 과거 양군백에게서 받은 백모화통을 만든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등장으로, 나로선 갚았다고 생각한 채무가 다시 생겨난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로선 썩 억울한 마음이 들었는데. 분명 창제신검이 직접 서신을 보내주었고, 당서희까지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건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이야기였지, 정작 백모화통을 사용한 값은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애당초 백모화통같이 귀한 물건이 뒷 세계에서 굴러다니게 만든 사람 잘못 아닙니까?”
“호오…… 백모화통을 뒷 세계에서 구한 건가??”
“…….”
“그거 하나 만드는 데 얼마의 돈이 드는지 아는가? 무려 금전 다섯 냥이네 다섯 냥. 단순히 문제 삼지 않았다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걸 잘 알겠지?”
“…….”
암기 하나가 금전 다섯 냥이라고 하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고 삿대질을 날리겠지만, 백모화통이 그 정도 가격이라고 하니, 대량 생산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가격은 비싸도 효과 하나는 끝내줬으니까.
솔직히 마교를 대비해서 비축분을 쌓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쌓아놓고 싶은 심정.
“더구나 백모화통은 내가 개인적인 재산을 처분해 가며 만들었던 물건. 그에 대한 합당한 지불은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야기를 듣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만든 물건이라고요?”
“그렇지. 가문 내에선 내가 뭔갈 만들겠다고 하면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보거든.”
“……그럼 물건을 만든 다음에도 개인의 소유였겠군요.”
“거야 당연하지.”
“그럼 그게 왜 흑점에서 굴러다닌 겁니까?”
“……!”
당혁재는 눈을 끔벅끔벅하다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상하네요. 당가에서 금용암기로까지 정한 물건이 흑점에서 잡동사니처럼 굴러다닌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사실, 가문에서 첫 번째 시험을 한 이후에 실전을 치르지 못하게 막았거든.”
그래서 몰래 시중에 던져본 건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보려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다 막힌다.
이 사람도 어지간히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다.
“…….”
“흠흠. 말이 좀 샜군. 어쨌든 자네는 내게 빚이 있었으니, 이번 활약으로 그 빚을 갚은 걸로 하겠네. 어떤가? 공평하지?”
하나도 공평하지 않다.
하지만 머리에 부품 몇 개가 빠진 듯한 인간을 몰아붙이는 것도 못 할 짓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런 걸로 하죠. 그나저나 외유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어찌 무림맹 지부장 자리를 꿰차고 계신 겁니까?”
“근래에 들어 강호에 재미난 일이 많이 생겨서 말이지. 누굴 좀 만나고 싶었거든.”
“재미난 일이요?”
“오백 년짜리 진법을 파훼하고, 제갈세가에서 황금룡을 탈취하고, 사용법이 알려지지 않은 금용암기를 척척 사용하는 녀석이 있다고 들어서 말이야.”
“……저 말입니까?”
“그래.”
제갈세가의 황금룡을 운운하는 걸 보면 제갈천기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천기를 아십니까?”
“제갈세가가 낳은 가장 빛나는 천재지. 다만 빛이 너무 밝아서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해서 그렇지.”
“저를 보고 싶었다면 저를 찾아오시면 되지, 왜 지부장을 하고 계신 겁니까?”
“아, 난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사실 사람 만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해. 그런 내가 혼자 자넬 찾아가려면 힘들지 않겠나? 해서 무림맹을 통해 자넬 만나려다 보니 어찌저찌 여기까지 오게 되었지.”
“…….”
그 어찌저찌가 뭔데?
왜 나를 만나려 한 사람이 악양에 있는 건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만약 내가 악양에 오지 않았다면 앞으로 만날 일 같은 건 없었을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절 왜 만나고 싶으셨던 겁니까?”
“백모화통의 사용법을 어찌 알았는지 묻고 싶었거든.”
“…….”
“어떻게 사용했나?”
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가미하여 백모화통의 사용법을 이야기했다.
당혁재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작은 종이에 뭔가를 꼼꼼히 적었다.
“적들에겐 무용하고 아군에겐 유용한 무기를 만들려 했는데, 자네처럼 관찰력이 뛰어난 이에겐 사용법을 들킬 수밖에 없겠군.”
“그래도 매우 유용한 물건이라 생각합니다. 대단위 전투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겠고요.”
“진짜인가?”
당혁재가 갑자기 내 손을 부여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렇지, 독은 바람의 방향이나 장소에 따라 어디로 흐를지 예측하기 어렵지 않나. 당연히 아군의 피해도 필연적으로 포함될 수밖에 없지. 반면, 기계암기는 깔끔하지 않은가 이 말이야.”
“…….”
“세가의 멍청이들은 그걸 몰라. 그저 독독독. 애당초 독들은 취급하기가 까다로워 장기간의 이동 중에 챙기기 어렵지 않은가.”
당혁재는 뭐가 그리 불만이 많은지 한참이나 혼자서 욕이란 욕은 다 내뱉었다.
과연 세가에서 수많은 기물을 발명했지만, 그 대우는 좋지 않았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또한 세가 내에선 제갈천기나 모용재화처럼 돌연변이였다.
“……으휴, 세가의 돌머리들이 자네처럼만 생각했어도 당가는 지금의 두 배에 달하는 성세를 이뤘을 텐데 말이야.”
“증명해 보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당가가 암기를 배척하는 문파도 아닌데 말입니다.”
“증명하기 위해서 금액이 얼마나 드는지 아는가? 장소는? 기간은? 기물은 뭐 나 혼자 만드는가? 솜씨 좋은 대장장이는 어디서 구하고?”
난다…….
뭔가 맛있는 냄새가 나.
남들은 모르는 진귀한 식재료가 들풀들과 같이 취급되고 있는 느낌이다.
“만약 그런 것들이 다 충족되는 곳이 있다면 어떻습니까?”
“응?”
“더구나 돈을 대는 물주가 그런 기물에 꽤나 조예가 깊습니다. 그 사람을 위해 여러 가지 기물을 만들어 주고, 그걸로 당가의 인정을 받는 거지요. 물론 당가가 허락한다는 조건하에.”
“당연히 허락하지. 우리 당가가 매년 파견하는 기사들이 몇인 줄 아나. 그런데 그 물주라는 사람은 누군가?”
내가 손을 들자, 호기심 가득한 그의 시선이 내 손가락을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그리고 그 끝에, 대단한 후원자를 가리킨다.
톡톡.
“……자네가?”
당혁재는 의심스런 눈으로 나를 훑어보았다.
“흐음, 돈은 물론이고 기물에 대한 조예도 별로 없어 보이는데?”
나는 왼손에 장착되어 있던 비룡조를 쏘아내어 기름병의 불을 끈 후 다시 회수했다.
“어떻습니까?”
당혁재는 입을 쩍 벌린 채 말이 없었다.
좋아, 진소운의 보석함. 한 명 더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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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운이 당혁재라는 기인을 줍던 시각.
안휘성 합비의 봉문된 문파 내에서도 세 사람이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상단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상단명은 일전에 이야기하신 대로 대천상단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몸무게가 꽤 많이 빠진 듯한 진태산의 말에 마찬가지로 볼이 홀쭉해진 홍문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고생 많았네. 이제 자네도 좀 쉴 수 있겠군.”
“한 칠주야 정도는 먹고 자고만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진태산의 말에 홍문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태을진경의 무공을 익히기 위해 고생한 것 이상으로 진태산은 태을문을 안정시키기 위해 쉬지 않고 일했다.
장로원의 어른들의 이야기로는 매일 밤 코피가 멎었던 적이 없다고 하던가.
어찌 되었든 태을문의 가산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것을 보고 있자면, 그간 진태산의 노고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될 터였다.
“그간 고생 많았네. 자네 덕분에 태을문의 앞날이 탄탄해.”
“어디 제 덕만 있겠습니까. 문주님께서도 고생이 많으셨지요.”
홍문기도 진태산과 비교하여 그간의 고생이 적지 않았다.
본래부터 뛰어나지 않았던 무재로 인해 홀로 무공을 익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던가.
더구나 배울 사람조차 없으니 그저 무공을 붙잡고 끈질기게 매달리는 수밖에는 없었다.
그런 집념 덕분에 얼추 제자들에겐 부끄럽지 않은 수준까진 성취를 올릴 수 있었다.
“어째 두 사람만 고생한 것 같소?”
강채석이 툴툴거리는 탓에 두 사람이 강채석을 노려보았다.
“솔직한 말로 자네가 고생한 게 뭐가 있나?”
진태산의 날카로운 말에 강채석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콧김을 팡팡 뿜었다.
“모용세가에 다녀온 아이들에게 특별훈련을 하느라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르나? 이거 보게. 내 탱탱한 피부에 주름이 졌어, 주름이.”
하지만 강채석의 눈가엔 생겨난 주름은 크게 티 나지 않았다. 아니, 아마도 근심 걱정이 없이 웃을 일만 많아서 생긴 것이겠지.
“그래그래. 자네도 수고했네. 어쨌든 사문 내의 모두가 이리 열심히 살고 있으니 문주로서 뿌듯하지 않을 수가 없구만.”
진태산이 강채석을 삿대질하며 말했다.
“문주님 저놈 칭찬은 빼 주십시오. 그럼 정말 고생한 제가 어떤 심정이 되겠습니까.”
“아니, 나도 고생했다니까!”
“흥! 그렇다면 매달 외상 술값이 왜 자꾸 올라가는 것이지?”
“…….”
“왜 전엔 칠주야에 한 번만 먹던 술을 사흘에 한 번씩 먹냐 이 말이야.”
“크흠, 거, 거야. ……음! 그, 그래! 나도 가르쳐야 할 애들이 많아서 피곤을 풀려고 마신 거야!”
“흥! 지금 제자들 가운데 자네 손이 필요한 제자들이 누가 있나? 다들 지들이 알아서 잘하는데.”
실제로 태을문의 제자들은 가히 자신의 사부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오성을 가진 아이들로 가득했다.
특히나 진소운이 데려온 아이들은 하나하나가,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의 후기지수들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는 무재를 가진 이들이 대부분.
“하도 할 일이 없어 술을 마시러 다니는 걸 모를 줄 알고.”
“…….”
진태산의 핀잔에 강채석은 입술을 움찔거릴 뿐 별반 대꾸를 하지 못했다.
결국 문주인 홍문기가 나섰다.
“태산이 자네도 채석이 저 친구가 고생하는 거 알지 않나? 그만하시게.”
홍문기는 얼른 분위기를 바꿔보려 애썼다.
“그러고 보니, 소운이에게 전서가 왔더군. 제자 후보를 보내겠다고 말이야.”
“또 말입니까?”
진태산이 미간을 찌푸리지만, 강채석은 활짝 웃음을 터트렸다.
“이것 보게나, 자네 아들이 매번 이렇게 말도 없이 제자 후보를 보내니 나로선 얼마나 피곤하겠느냐 이 말이야.”
“…….”
진태산은 강채석의 이야기는 듣지 않은 채 홍문기를 바라봤다.
“뭐, 선택은 내게 달려있다곤 하지만, 어쨌든 소운이가 보낸 아이라고 하니 받아주는 것이 맡겠지.”
“험험, 그럼요. 분명 기초도 되어있지 않을 테니. 제가 한동안 피똥 싸며 고생을 해야겠군요.”
“…….”
어찌 된 연유인지 모르겠지만 진소운이 종종 보내오는 아이들의 오성은 하나같이 대단했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는 어디서든 잘 자라듯,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은 기초만 잘 잡아주어도 금방 자신의 실력을 드러낸다.
기초를 잡아주는 것에서만큼은 강채석을 따를 사람이 없었기에, 진태산은 더 이상 강채석을 채근하지 못했다.
그때 사대제자 하나가 안쪽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문주님……. 어떤 분께서 대사형의 서신을 들고 오셨습니다.”
세 사람의 시선이 서로 엉켰다.
조금 전까지 이야기하던 제자가 아니겠는가?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이쪽으로 안내하거라.”
“……이쪽까지 말입니까?”
“그래. 아마 사대제자가 될 아이일 거다. 너희 대사형의 추천을 받아 온 이거든.”
“……네? 사, 사대제자요?”
사대제자의 얼굴은 미묘하게 비틀렸다.
똥 마려운 강아지가 어찌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듯한 모습에 강채석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뭣 하느냐! 얼른 데려오지 않고!”
“……아, 예! 아, 알겠습니다.”
정신을 퍼뜩 차린 사대제자가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태을팔만신보가 경지에 오른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새로운 제자를 기다리던 세 사람.
저벅, 저벅, 저벅.
커다란 발자국 소리와 함께 거대한 덩치의 장한이 장내로 들어섰다.
차를 마시던 세 사람이 그 거대한 덩치에 절로 시선이 돌아갔다.
“응?”
“누구?”
의문을 품는 세 사람에게 장한이 정중하게 포권을 쥐며 말했다.
“인사 올립니다. 진 소협의 소개를 받고 제자가 되고 싶어 찾아온 북원평이라 합니다.”
풋--
주르륵--
강채석은 입안의 찻물을 모조리 내뿜고, 진태산의 입에선 찻물이 줄줄 흐른다.
그들이 기다리던 아이는, 생각보다 조금 컸다.
삼청수신룡 북원평.
소운이 말한 제자 후보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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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야 온 게야?”
장도원의 가게로 돌아오니, 장도원은 예전의 그 무뚝뚝한 사내로 돌아와 있었다.
‘이게 낫지.’
장도원은 곰방대를 피우다가 이내 뒤로 돌아가 커다란 보따리와 기다란 쇠몽둥이를 가져왔다.
“이것들은 뭡니까?”
“뭐긴 뭐야, 자네가 주문한 거지.”
“제가요?”
난 분명 모용재화가 쓸 철궁과, 내가 대표가 되며 받았던 기물 중 하나인 백향옥을 잘게 쪼개 장신구를 만들어 달라 부탁했었다.
헌데 장신구는 고사하고 철몽둥이로 뭘 하란 이야기인 건지.
“엇! 설마 진짜 만드셨습니까?”
그때, 금표가 턱 하니 보따리를 열어 보더니 환히 웃었다.
“진짜 만드셨군요!”
뭐지 하고 고개를 돌리는데, 어디서 많이 본 물건이 튀어나오는 것 아닌가.
“비룡조?”
그건 다름 아닌 내 왼손에 끼워져 있는 비룡조.
금표는 얼른 보따리에 있는 비룡조를 하나씩 꺼내어 들어 은호와 동룡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건 대체 뭐냐?”
“아, 저희가 따로 부탁드린 겁니다.”
“너희가? 돈은 둘째치고 천잠사는 어디서 구한 것이냐?”
“마침 재화가 가문에 천잠사가 잔뜩 있다고 하여서, 재화 걸 만드는 김에 저희 것도 만들어 달라 부탁한 겁니다.”
“…….”
장도원이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가지를 만드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네. 값은 제대로 받을 테니 그리 알게.”
“너희 돈은 있는 것이냐?”
“어? 사형, 저 지금 급한 일이 생각났습니다.”
“저도!”
“형들 같이 가!”
그렇게 쌩하니 달려나가 버리는 빌어먹을 금·은·동 형제들.
“좋은 사제를 두었군.”
“저놈들이 좋은 사형을 둔 것이겠죠.”
“네놈은 아직 어려서 네놈의 사제들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는 것이다.”
“저 자식들 한 끼에 밥을 구 인분은 먹습니다.”
“됐어. 다른 물건이나 확인해 봐.”
“그러고 보니, 왜 철궁은 보이질 않습니까?”
“거기 있지 않으냐?”
“네?”
장도원이 내민 것은 쇠로 만든 투박한 쇠몽둥이.
“양 끝에 홈이 나 있지, 거기에 이걸 걸어라. 난 이제 힘이 없어 걸지 못하니.”
“…….”
아무리 쇠로 만든다 한들, 억지로 구부렸다간 찌그러지거나 부러지는 것 아니었던가?
하지만 놀랍게도 쇠몽둥이는 구부리는 대로 구부려지다가 다시금 본래의 모습으로 팅 하며 돌아갔다.
“철궁을 써야 할 장도의 힘이라면 장력 또한 그 정도는 되어야겠지.”
그냥 평범한 철궁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가히 신기는 아니더라도 보물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보물을 겨우 보름 내에 만들었다는 점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무슨 소릴 하는 건가? 그 짧은 사이에 어떻게 만들어. 이전에 만들어 놓은 걸 주는 거지.”
“아…… 그렇습니까?”
“그사이 비룡조랑 그 목걸이를 만드느라 시간을 다 써버렸지. 어쨌든 그 물건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분명 과거 모용재화가 썼던 철궁보다 더 대단하면 대단했지, 모자라는 물건은 아니었다.
“감사드립니다. 어르신.”
“감사는 무슨, 값이나 제대로 지불해.”
나는 미리 준비해 둔 금전 오백 냥짜리 전표를 장도원에게 건넸다.
전표 금액을 확인한 장도원은 순간적으로 놀란 뒤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연신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리고 말이야…….”
“네.”
“으흠…… 크흠…….”
장도원은 어쩐지 한참이나 말문을 열지 못하고 주저했다.
“편하게 말씀하십쇼. 어르신.”
내가 그렇게 얘기하자, 한참을 미적거리던 장도원이 결국 다짐한 듯 입을 열었다.
“거, 그, 자네 사매에게 듣기로 자네가 사문에서 일할 장인을 구한다던데, 대우가 좀…… 괜찮나 해서 말이야.”
“네?”
“내 이번 일로 깨달은 바가 좀 있어서 말이야. 그래서 자네 사문은 어떤가 물어보는 걸세. 아무튼 어떤가?”
하긴 전생에 장도원이 결국 홀몸으로 무림맹에 들어왔던 걸 생각하면 그사이, 또 어떤 일이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겠지.
혼란의 시대에 위험한 일들이란 비일비재했으니까.
어찌 되었건 장도원에게도 나에게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어르신 정도면 당연히 최고의 대우를 해드려야죠.”
미안하지만 이제 십오(十五)신기(神器) 다 내 꺼다.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