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 <내일의 운세(5)>
방 안에 길게 늘어진 혈흔.
코를 찌르는 혈향.
처참한 살해 현장이었지만, 섣불리 움직이는 이는 없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대전에서 악병비가 염병을 떨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
결국 우리 사절단은 전쟁의 효시(嚆矢)로 쓰일─
“쿨럭…….”
으잉?
뭐야, 왜 살아있어?
주변에 흐르는 피의 양으로 봤을 땐 적어도 두 번은 죽어야 했을 만큼 심각했는데.
거구는 몸의 내구성도 좋은가 보다.
“잠깐.”
난 다가서려는 일명의 어깨를 붙잡았다.
“일단은 당 선배에게 맡겨두죠.”
우리가 동시에 달려들면 현장 보존이 되지 않는다.
내 의중을 파악하곤 일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서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혈흔을 피해 악병비의 상처를 살폈다.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것이야.”
“뭐에 당한 겁니까?”
“상처가 거칠어……. 톱날 같은? 무기에 당한 것이야.”
당서희는 한 손으로 악병비의 상처를 틀어막고, 다른 한 손으로 긴 장침을 꺼내어 그의 배에 꽂았다가 꺼내어 확인했다.
“독은 없는 것이야.”
“습격인가?”
나는 방 안을 다시금 살폈다.
나갈 당시의 기억과 대조하여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샅샅이 훑는다.
혈흔이 길게 늘어진 모양으로 봐선 악병비도 반격을 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내부에 부서진 집기 같은 게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이 침입자.
대담하게도 문을 통해서 직접 나갔다.
아무리 천하의 사흑련이라 한들 이런 일을 대놓고 벌일 리 없다 생각했건만.
……아니면, 내부의 다른 이들이 자체적으로 행동한 것이라 봐야 할까?
고려해야 할 점들이 너무 많아 머리가 터지기 직전이다.
“……일단 치료가 급한 것이야. 금방…… 죽진 않겠지만, 이대로 계속 두면 안 되는 것이야.”
당서희가 응급처치를 하긴 했지만, 피가 멈추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 정도 피를 흘리고도 금방 죽지 않는다는 건 어떤 면에서 대단하네.
황소도 이 정도 피를 흘리면 죽을 거 같은데.
그나저나 당장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면 사흑련 내부의 사람들에게 맡겨야 할 텐데.
이거 괜찮을까?
“다른 대안을 고려하기엔 시간이 없는 것이야.”
당서희가 그렇다니 별수 없나.
“일단 사람을 불러오죠.”
내 이야기에 일명이 고개를 끄덕이곤 얼른 움직였다.
문을 벌컥 열고 나간 그가 다시금 뒷걸음질로 돌아왔다.
아니, 돌아오게 되었다.
우르르-
일명을 밀고 들어온 일단의 사내들.
그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철갑을 두른 거구의 사내.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황부식이 사황봉에서 처음 만났을 때처럼 무감한 눈으로 악병비를 내려다본다.
나는 그의 시선을 좇으며 추궁했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이 일에 대한 상황 설명이 있어야 할 겁니다.”
여전히 내게 시선을 주지 않는 그를 바라보며 경고했다.
“아니면 무림맹과의 전쟁을 각오해야 할 테니까요.”
“…….”
무감한 눈으로 악병비를 내려다보던 황부식이, 내게 시선을 돌리고 입을 열려던 순간.
쿠당탕.
외부에서 소란이 일며 일단의 인물들이 미친 듯이 뛰어들어 왔다.
황부식이 뒤를 돌아보곤 짧게 말했다.
“막아라.”
“네.”
황부식과 함께 온 철갑의 무사들이 들이닥친 이들을 막아서자, 험악한 말이 쏟아졌다.
“비켜, 이 새끼들아!”
“네놈들도 저놈들과 한패지!”
“비키지 않으면 쳐 죽이겠다!”
황부식이 불청객들을 향해 낮게 읊조렸다.
“자중하지 않으면 모두 체포하겠다.”
검을 뽑아 들곤 흉흉하게 들이닥치던 불청객들이, 얼음장 같은 황부식의 위세에 잠깐 멈칫한 사이.
“체포해야 할 건 우리가 아니라 저놈들이지.”
무리를 헤치고 한 사내가 나섰다.
내가 방금 전까지 봐왔던 얼굴이었다.
“저놈들은 우리 문주님을…… 감히 우리 문주님을 시해한 자요!”
황사문의 갈천기.
그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천하의 백도 문파 제자라는 인간이 감히 암습을 시도해!”
“자중하라! 이곳은 황사문이 아니라 사흑련이다!”
황부식이 내기를 뿜어내며 쩌렁쩌렁하게 외치자, 소란을 일으키던 황사문의 무사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췄다.
하지만 그건 겁을 먹어서라기보단 본격적인 싸움을 하기 위해 흥분을 가라앉힌 것에 불과해 보였다.
작게 한숨을 내쉰 황부식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대충 알겠나?”
“…….”
이윽고 그는, 주위를 둘러싼 이들이 모두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목소리로 공표했다.
“사절단장 악병비를 황사문 문주의 시해자 혐의로 체포한다.”
“…….”
나는 여전히 누워있는 악병비를 바라봤다.
아, 그러니까 암습을 당한 게 아니라 하고 온 거였어?
대단하네.
#
“일단 조사에 응해줘야겠다.”
황부식의 말에 철갑무사들이 동시에 우르르 방 안으로 들어서려 했다.
촤아아악--
난 흑룡검으로 바닥에 금을 그으며 말했다.
“이 이상 넘어선다면, 생사를 장담하지 못할 겁니다.”
황부식이 미간을 잔뜩 찌푸린다.
“……뭐 하는 거지?”
“일단은 우리가 사절단이라서 말이지요. 진짜 전쟁을 선포할 게 아니라면 사절단을 강제 구속할 수 없습니다.”
“혐의가 확실할 땐 강제 구속할 수 있지.”
“…….”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황사문 놈들은 그렇다 치고 황부식까지 악병비가 암습을 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대체 왜, 어째서?
“증거는 있습니까?”
황부식이 즉답한다.
“시체에 난 상흔을 보여줄 수 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증거란 말인가?
그렇다고 해도 나도 쉽게 물러설 생각은 없다.
“암습을 했다기엔 우리 쪽 피해도 만만치 않은데요.”
대답은 황부식 대신 갈천기에게서 나왔다.
“시발! 당연히 백도 놈들 실력으론 암습을 해봤자였겠지!”
하긴 방안에 길게 난 혈흔의 흔적과 그에 비해 부서지지 않은 집기들을 생각하면, 기습당했다는 것보단 암습을 하고 돌아왔다는 추측이 더 말이 되는 듯 보인다.
나는 황부식에게 물었다.
“일단 치료가 시급한데. 치료는 해줄 겁니까?”
“……사정 청취를 해야 하니, 최고의 의원으로 붙여주겠다.”
“대신 우리 쪽 인원도 하나 붙이겠습니다.”
황부식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철갑무사들이 악병비와 당서희를 데리고 내실을 나가자, 갈천기가 눈깔을 뒤집으며 거품을 물었다.
“시발!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저 새끼들도 한패인 거 몰라! 왜 저것들은 체포 안 하는데!”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저들은 아직까지 사절단 신분이고.”
“그걸 말이라고……!”
나는 억울해하는 갈천기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븅신아, 우린 너랑 같이 있었잖아. 당연히 용의 선상에서 벗어나지. 목 위에 달린 걸로 생각이란 걸 좀 해봐라.”
“…….”
하지만 문파의 존장을 잃었기 때문인지, 갈천기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개 같은 진소운! 넌 반드시 내가 죽여버릴 거다아아아!!”
애써 위로를 전했더니만 돌아오는 게 살해 협박이라니.
쯧, 이래서 흉포한 흑도 놈들이랑은 말 섞기도 싫다니까.
#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일명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용의 선상에서 벗어났다 한들, 우리가 무고하다고 생각하진 않겠지요. 그러니 저렇게 경비라는 핑계로 감시를 하려는…….”
“진 시주…… 그 정돈 나도 알고 있습니다.”
일명이 질문한 의도가 그런 게 아니란 사실 정는 나도 안다.
미친놈 같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농담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이는 소정대 시절에 붙은 버릇인데.
절망적인 상황일수록 농담을 하지 않으면 더 깊은 불안에 빠져버린다.
그렇기에 상황에 어울리지도 않는 농담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것.
지금 상황은 소정대 시절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절망적이니까.
일명이 두피까지 창백해져선 침음을 흘렸다.
“단장이 결국…… 일을 저지른 걸까요?”
“그러고도 남을 인물이긴 하죠.”
“진 시주…….”
“알겠습니다.”
이래서 온실 속 화초들은 안 된다니까.
뭔 말을 못하겠네.
그나저나 나도 이런 상황에선 딱히 답이 있을 리 없다.
악병비가 사건을 벌이는 동안 같은 공간에 없었다고 해도, 그것이 우리의 무고함을 증명해 주진 않으니까.
막말로 이곳에 있는 놈들 전부가 하나같이 우리 목을 따고 싶어, 혈안이 되어 제비뽑기를 하는 중인데.
명분을 줘버렸다랄까.
더구나 산서성은 무림맹의 영향이 약한 곳.
사흑련의 영향을 벗어나려면 최소 하남성까지 도망쳐야 한다.
“하남성은 좀 먼데…….”
“진 시주…… 설마 도망칠 생각입니까?”
일명이 내 혼잣말을 엿듣곤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어쨌거나 도망치는 건 둘째 치더라도, 악병비가 진짜 구계악을 죽였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일명 선배는 단장이 죽이지 않았다 확신할 수 있습니까?”
“…….”
이거 봐, 대답 못 하잖아.
정말 그러지 않았기를 바라고 또 바라지만, 솔직히 안 했다고 단언할 수가 없다.
부동심을 익힌 일명도 같은 상황이라면 복수하지 않는다고 쉬이 말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악병비는 흑도인을 경멸하는 인간이다.
그간 마음속에서 무럭무럭 키워온 복수심을 터트려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고.
어쨌거나 지금 고민할 일은, 앞으로 사절단을 누가 이끌 것이냐다.
그게 뭐가 중요하냐? 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중요하다.
여기서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간 악병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죽을 테니까.
단장은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잡혀갔으니 순서상으론 일명이 이끌어야 맞다.
“만약 단장이 죽인 게 맞다면 어떻게 할 겁니까?”
“진 시주……. 그럴 일 없다는 걸……”
나는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다.
“우린 최악의 상황도 가정해야 합니다. 낙천적인 상황만 기대하다간 여기서 다 죽어요.”
악병비의 복수심이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그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건 당서희나 일명도 마찬가지겠지.
일명은 한참이나 고민을 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진 시주의 뜻을 따르도록 하지요.”
이렇게 해서 사절단은 내가 이끌게 되었다.
절차상으론 당서희 허락도 받아야겠지만, 애초에 당서희는 사절단장 자리에 그리 욕심내지 않을 것 같고.
만약 삐진다면 돌아가는 길에 협객 놀이 한번 하게 해주면 되겠지.
물론 살아 돌아갈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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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도 문밖 경비들의 인기척은 결국 사라지지 않았다.
아침이 되자 새로운 사람으로 교대되는 것이 느껴졌다.
더불어 정문뿐만 아니라 창문 쪽과 정원에서도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거 별로 좋지 않은데.’
더 큰 문제는 날이 새도록 들려왔던 연회의 소리들이 뚝- 끊겼다는 것.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술주정꾼도.
도박 때문에 주먹질을 다투는 이들의 목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이는 곧, 사흑련 내부에 구계악의 죽음이 알려졌단 이야기나 마찬가지.
거기에 아마 흉수로 백도의 사절단 악병비의 이름까지 알려졌을 거고.
분위기가 조성되면 단죄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이러다가 저항할 사이도 없이 효수당해서 장대에 머리가 걸려버릴지도 모르겠는데.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하는 거 아냐?’
마음 같아선 벌써 어제저녁에 사흑련을 벗어났겠지만, 그랬다간 악병비가 죽고 사는 걸 떠나서 꼼짝없이 무림맹과 사흑련 간의 전쟁 시작이다.
‘하지만 뭘 해보려 해도 할 수 있는 게 있어야지.’
본래라면 오늘부터 사황봉주를 비롯한 흑도 연맹의 거두들을 차례차례 만나려 했었다.
하지만 사절단의 인물 중 하나가 암살자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 과연 누가 나를 만나주겠나?
애초에 우리가 그렇게 돈독한 사이도 아니었잖아.
그때.
쿵쿵-
커다란 기척을 내며 황부식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시신을 확인하러 가겠나?”
나는 몸을 일으키며 그에게 말했다.
“감시가 왜 더 늘어났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너희들을 지키기 위해서다.”
“지킨다라…….”
과연 그 말이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악병비가 저지른 짓이 맞는지 확인하는 게 급선무 아니겠는가.
우린 열명의 철갑무사에게 호위(?)를 받으며 구계악의 시신이 있는 곳으로 안내받았다.
그리고.
“…….”
구계악의 시체에 난 상흔을 본 일명의 표정이 좀처럼 펴질 줄 몰랐다.
“후우…….”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
시체의 심장 부근에 주먹만 한 구멍이 뚫려 있고, 상흔 주위는 시꺼멓게 타버렸다.
확실한 창상에 화염의 흔적까지.
무공을 모르는 문외한이 본다 해도 악가의 열화창법의 흔적이란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이건…… 부정할 수가 없겠군요.”
일명의 말에 나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현시점에서 나보다 시체를 많이 본 사람을 손꼽자면 장의사 정도나 돼야 할 것이다.
특히나 이런 무공에 의한 상흔은 장의사들보다 내가 더 많이 봤겠지.
그런 내가 보아도 시체에는 아무런 조작의 흔적이 없다.
사람이 죽은 뒤에 이런 상처를 만들어 내려고 했다면, 다른 모양으로 났을 터.
구계악의 목숨을 빼앗은 것은 이 주먹만 한 구멍이 확실했다.
황부식이 말문이 막힌 나와 일명을 바라보며 설명했다.
“악병비를 치료하는 의원이 말하길, 상처의 흔적에서 황사문의 검 모양이 나왔다고 한다.”
그래, 그렇겠지.
톱날처럼 상처를 잡아 뜯는 무기를 쓰는 이가 얼마나 되겠나.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다.
나는 탄식을 겨우 삼켜냈다.
“확실히 우리 단장님이 기습을 시도하다 다친 거로밖에는 보이지 않겠군요.”
이제 협정이고 나발이고, 우리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지부터 걱정해야 하는 수준.
나는 황부식을 돌아보았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조사가 끝날 때까지 대기해야 할 것이다.”
“저희 숙소에서 말입니까?”
숙소에서라면, 그리고 이 정도 감시 인력이라면…….
악병비를 호위하기 위해 함께 움직였던 당서희가 돌아오면, 셋이서 어떻게든 사흑련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머릿속으로 사흑련으로 왔던 길을 되짚어 보며 탈출 계획을 짜고 있을 때.
낯익은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클클클, 거하게 사고를 쳤구나.”
“공자님, 금방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아니, 혈투와 염귀비 너네가 왜 여기서 나오는데?
황부식의 목소리가 쐐기를 박는다.
“저 두 분께서 너희와 함께하실 거다.”
하, 탈출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건가?
군유현의 말대로 오천왕 패를 뽑은 게 어지간히도 재수가 없다는 뜻이었나 보다.
어쩐지 전생에서도 내가 오천왕 패를 뽑게 해준 놈들은 모두 다음 날 픽픽 죽어버리더라니.
제길.
황부식은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감이다.”
제 나름의 위로를 건넨 것이겠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갈천기의 심정이 이랬을까?
그럼에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생에서도 끝까지 발악했던 내가 아니던가.
“그럼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러나 황부식이 일말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단호한 사람 같으니.
나 역시 쉬이 물러설 순 없다.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닙니다. 일단 들어만 주십시오.”
결국 황부식이 침음을 흘리며 허락한다.
“해봐라.”
“우리 단장님이 깨어나면 저희가 먼저 만나게 해줄 수 있겠습니까?”
“…….”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곧 죽을 사람 부탁 정도는 들어줄 수 있잖아. 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