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무사-236화 (236/357)

236. <숨은 흉수 잡기>

두 번째 피해자가 나타나면서 사흑련의 분위기는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그나마 드문드문 보이던 농담 따먹기를 하거나 몰래 술을 마시던 사람들도 모두 사라져 버리고,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같이 침묵을 지키며 상황을 주시했다.

의당에서 치유를 받던 악병비도 결국 숙소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상처가 모두 회복되려면 한참 더 요양이 필요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갑작스레 의당으로 들이닥치는 흑도인들 때문에 결국 의당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일단 의원이 하루 한 번 방문하기로 했으니,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

일명의 위로에도 악병비는 쉬이 입을 떼지 못했다.

결과가 어찌 되었건 일의 원인을 따지자면 모두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으니.

그런 악병비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 일명이 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별수 없는 것입니다. 애당초 단장님의 잘못도 아니었고요. 지금 중요한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가 아닐는지요.”

애써 위로하는 일명.

그러나 가라앉은 분위기에 그 누구도 쉬이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때.

“흐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닐 텐데?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정적을 깨고 염귀비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분위기에 초까지 치는 발언이었지만, 반박을 하는 이는 없었다.

그녀의 말마따나 지금 사절단은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렸으니까.

“흐응, 더구나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바람에 도망칠 수도 없게 되어버렸어.”

잠시 말을 멈춘 염귀비기 제 입술을 매만지고는 당서희를 바라본다.

“지금 도망쳤다간 사흑련에 모여든 모든 흑도 놈들이 댁들을 사냥하려 쫓기 시작할걸.”

“…….”

당서희는 주먹 쥔 두 손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지만,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혈검문의 도봉수가 죽은 이후로 분위기는 살벌하게 변했다.

일각 단위로 사절단의 숙소로 돌과 암기들이 날아들고, 담 너머에는 병장기를 들고 사절단들을 죽이겠다 시위하는 사람들이 계속 쌓여간다.

일명이 염귀비의 시선을 차단하듯, 당서희의 가로막았다.

“하지만 염 시주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당 시주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도봉수를 죽인 범인으로 지목된 이는 다름 아닌 당서희.

사흑련 지휘부의 공식적인 발표도 없었고 증인도 나오지 않았지만.

사체에서 발견된 우모침 하나만으로 흑도인들은 그녀를 도봉수 살해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밤 내내 염 시주께서 저흴 지켜보고 있었으니, 당 시주가 숙소 바깥으로 나갈 수 없었다는 건 증명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염귀비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증명할 수 있지.”

그러나 이내 날카로운 눈으로 일명을 응시한다.

“중요한 건, 누가 그걸 믿어주겠냐는 거야.”

“…….”

구계악을 죽인 범인으로 악병비가 지목된 시점에서, 이미 사절단에 대한 불신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그런 와중에 도봉수가 살해당하고 우모침이 발견되었으니, 암기와 독의 명가인 당가에 의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수순처럼 보일 지경.

더구나 마침 백수신녀 당서희의 특기 중 하나가 독이 묻은 우모침을 날리는 것이기도 했고.

모든 화살이, 준비된 것처럼 사절단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 상황.

염귀비는 턱 끝으로 악병비를 가리켰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저 단장이 목을 내놓는 게 지금으로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야.”

그러곤 제 매끈한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툭 내뱉었다.

“그게 아니면, 모두가 죽거나.”

“…….”

염귀비의 말에 당서희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무거운 정적이 내실을 감싸고 있는 와중.

“진 소운…… 그 녀석은 어디 갔지?”

이제껏 침묵하고 있던 악병비가 입을 열었다.

일명은 즉시 대답했다.

“바깥에 볼일이 있다며 나갔습니다.”

“지금?”

“네.”

“…….”

사흑련에 모인 수만명의 흑도인들이 사절단의 목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서라도 움직여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이란 과연 뭘까.

하지만 그 녀석이라면 분명…….

‘어떻게 해서든 이들을 살려서 돌아갈 수 있을 테지.’

그 치열한 정시에서 구파일방의 포위망을 뚫고 끝내 무한에 당도한 것은 감찰각 인원들 사이에서도 한동안 화제가 되었으니.

악병비는 결심한 듯, 초연한 얼굴로 일명을 바라보았다.

“일명.”

“네.”

“진소운이 돌아오면, 탈출 계획을 세워라.”

“…….”

일명이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음에도, 악병비는 말을 이었다.

“내가 남겠다. 협정이나 동맹은 이미 물 건너갔으니, 나를 두고 돌아갈 길을 알아봐라. 이게 내가 단장으로서 내리는 마지막 명령이다.”

“…….”

악병비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일명이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따를 수가 없겠습니다.”

“뭐?”

“이미 진 시주가 이야기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일명이 어깨를 으쓱이며 알려주었다.

“‘단장이 자신이 남겠다.’라든가, ‘나를 버러려!’라는 둥 개소리를 하면 점혈을 짚어 재워버리라고 하더군요.”

“…….”

일명은 악병비를 바라보며 살포시 미소 지었다.

“진 시주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을 거라 이야기했습니다.”

악병비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뒤이어, 어느새 평정심을 찾은 당서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미 지휘권은 진소운에게 넘어간 것이야. 그러니까, 단장에겐 아무런 권한도 없는 것이야.”

당서희까지 그렇게 말하자, 악병비는 더 이상 입을 열 수 없었다.

진소운이 대체 무엇 때문에 이리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는지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다.

‘나를…… 진짜 동료라 생각하는 건가?’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져 오는 느낌이었다.

사실 악병비로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마 평소 친목을 다져왔던 오대세가의 제자들과 동행했다면, 자신은 이미 버려져도 진작에 버려졌을 것이다.

그리고, 반대의 경우였다면 자신 역시 같은 선택을 했을 터.

‘그것이 옳은 선택이고 이성적 판단이니까.’

아무리 친했다 한들, 침몰하는 배에 함께 타고 있을 순 없으니까.

헌데 오대세가도 아니고, 이전에 제게 큰 실수를 저지른 자신을 위해 진소운이 목숨까지도 걸었다.

악병비는 그 사실이 쉽사리 납득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진소운이 내민 손을 잡고 싶다는 자그마한 열망이 가슴속에 피어올랐다.

“그러니, 단장님은 잠시 쉬고 계십시오. 모두 함께 돌아갈 겁니다.”

“……알았다.”

책임지기를 포기한 자에게 선택할 권리란 주어지지 않는 법.

악병비는 더 이상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입을 꾸욱 다물었다.

그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며 시비들이 음식을 가지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나가지 못해 밥은 어찌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네요.”

염귀비는 기지개를 펴며 탁자에 앉았고, 일명은 미음을 챙겨 악병비에게 먼저 가져갔다.

그렇게 다들 시장한 배를 채우려 숟가락을 드는 순간.

갑자기 당서희가 양쪽으로 손을 뻗으며 우모침을 날렸다.

팅- 팅- 팅!

우모침으로 인해 숟가락을 놓친 염귀비가 인상을 찌푸리고, 미음을 쏟은 악병비는 멍한 표정으로 당서희를 바라보았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내실에 계속 갇혀 있던 탓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염귀비가 슬쩍 살기를 끌어올렸지만, 당서희의 시선은 여전히 탁자로 향해 있었다.

“당 시주…….”

“…….”

이윽고 당서희는 말없이 탁자로 다가가 염귀비가 입에 넣으려던 고기반찬에 긴 장침을 찔러넣었다.

“……!”

검게 변한 장침의 색깔을 본 순간, 당서희가 말하지 않았음에도 염귀비는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곧장 알아차렸다.

“독!”

당서희는 이어 다른 음식들에 하나하나 침을 꽂기 시작했다.

십여 개에 달하는 반찬과 밥에 꽂힌 침들 전부가 색깔이 검게 변했다.

모든 음식을 확인하고서야 몸을 일으킨 당서희가 일행을 돌아보며 나직이 읊조렸다.

“……조심해야 할 것이야.”

평소와 같은 무감한 어조의 말투였지만, 사람들은 어쩐지 오싹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

내 보보마다 사람들의 적대적 시선이 닿는다.

이를 가는 자도 있고.

칼자루를 매만지는 자도 있다.

개중에는 내공을 끌어올렸는지 무복이 부푼 사내도 있었는데…….

이내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발견한 사내의 동료들이 황급히 그를 말렸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혈투가 혀를 쯧 하고 찼다.

“……네놈은 죽고 싶어 환장한 놈이로구나.”

그런가?

생각해 보면 전생엔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특히 정마대전이 벌어진 뒤로, 소정대와 맹원들의 시체를 딛고 살아난 밤이면, 차라리 이대로 눈을 뜨지 못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나도 모르게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보입니까?”

“아니면 다르게 보일 거라 생각하는 거냐?”

하지만 죽고 싶은 마음을 가슴속 깊이 숨겨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분노 때문이었다.

우리의 목숨이 한낱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무림맹에 대한 분노.

자신들에 비해 중요하지 않다며 소모품으로 사용하려 했던 기득권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생사여탈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생각한 마교에 대한 분노.

그 분노가 생을 이어가게 만들었다.

내 심장이 뜯기고 목이 잘리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의 눈알 하나는 뽑아버리고 말겠다는 악의.

나의 죽음이 확정되더라도 상대에게 반드시 피해를 남기겠다는 독기.

그것이 우리 소정대를 연명하게 해주었던 원동력이다.

나는 이번 생에서도 그 악의에 찬 독기를 마음껏 펼쳐 보일 생각이다.

“어떻게 보이느냐는 상관없습니다. 보이는 것에 연연해하는 게, 바로 흉수가 원하는 바일 테니까요.”

그렇기에 난 이렇게 목숨을 내놓은 미친놈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그놈은 분명 우리가 죄인처럼 숨어있길 바랄 테니까.

공포에 떨며 도망치길 바랄 테니까.

놈이 바라는 것이 그런 모습이라면, 최소한 목숨을 내놓은 양 돌아다니는 것은 놈이 원치 않은 장면일 테니까.

놈이 싫어한다면 발가벗고 사흑련을 뛰어다닐 자신도 있다.

이내 사흑련 동쪽 가장 큰 전각 안으로 들어서자, 왁자지껄하던 내부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연맹에 소속된 이들 중 세가 그리 강하지 않은 이들이 공동으로 쓰는 전각.

그렇기에 그간 방문했던 어떤 곳보다 많은 흑도 무인들이 몰려 있는 곳이었다.

인파를 헤치고 거구의 사내가 도낏자루를 들고 내 앞에 섰다.

“흑염룡 아닌가!”

그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얼굴을 와락 구겼다.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온 것이지?”

“용무가 있어 왔으니, 비켜 주시오.”

“흥! 이번엔 대체 누굴 죽이려고!”

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설사 내가 흉수라 한들 댁 같은 쥐새끼를 죽이자고 이렇게 벌건 대낮에 목숨 내놓고 활보하겠습니까?”

“뭐?! 이 새끼가!”

거구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왼손으로 내 목을 틀어쥐려 했다.

나는 가볍게 그의 손을 밀어내며 옷 소매를 부여잡고는 설화(雪花)를 펼쳐, 그를 머리부터 바닥에 처박아 버렸다.

쾅!

나무 마루를 뚫고 들어간 거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고, 흑도 무인들이 기다렸다는 듯 저마다 무기를 꺼내 들고 전투를 준비했다.

채채채채채챙!

당장이라도 또다시 대규모 싸움이 벌어지기 직전.

옆에서 깊은 한숨이 들려왔다.

“하아…….”

쿵.

혈투가 바닥을 차자 주변에 섰던 무인들이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차례로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옴마야. 대체 저건 무슨 수법이람.

여기 모여있는 흑도 놈들도 강호에서 나름대로 한가락 하는 놈들일 텐데.

그런 놈들이 오금이라도 저린 듯 저마다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하여간 보면 볼수록 대단한 사람이라니까.

정리된 상황을 둘러보던 혈투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명령을 듣지 못했더냐.”

“…….”

혈투의 말에 다들 불만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그가 보여준 천외천의 한 수를 보고서도 인해 감히 반박할 간담을 가진 자는 없었다.

나는 일대가 정리되자 다시금 움직였고, 혈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내게 물었다.

“대체 이곳엔 무엇 때문에 온 것이냐?”

“도저히 혼자 해결하긴 힘들어서 말입니다. 도움을 요청하려고 왔습니다.”

“도움?”

“네. 혼자서 하기 힘들다면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내 말에 혈투가 헛웃음까지 내뱉는다.

“방금 그게 도움을 요청하러 온 놈의 태도라고?”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원래 흑도 무림에선 쎈 놈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

흑도 무림의 절대적 규칙 중 하나가 약육강식이다.

옛날엔 참 부당한 규칙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상황에서 나에게 이것만큼 편한 규칙이 또 없다.

몸이 좋으면 무식한 놈들 설득하겠다고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 아닌가.

나는 흑도 무림의 규칙에 따라 당당하게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서 오십시오.”

한쪽 탁자에서 군유현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미소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도 태평한 태도.

역시 보통이 아닌 자다.

“알고 있었습니까? 내가 올 거란 걸?”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내가 올 걸 예상했다는 것만으로도 군유현을 찾아온 보람은 있었다.

나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저희를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흠…….”

지금 나와 함께 움직인다면 이후 사흑련 내에서 어떤 불편함을 겪을지 예상할 수 없다.

그렇기에 혈투라면 몰라도 천관문과 같이 작은 문파의 제자가 선뜻 나서기는 쉽지 않을 터.

그러나…….

“그 일에 제가 꼭 필요한 겁니까?”

꼭 필요한 것이냐 아니냐를 묻는다면 당연히 필요하다.

나는 잠시 말을 고른 후 대답했다.

“유현 공께서 없다면, 이 일을 제대로 해결하기 힘들 거라 생각합니다.”

군유현은 잠시 고민하듯 고개를 숙였다.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물어볼 걸 그랬나?’

역시나 보는 눈초리가 많기 때문에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이내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돕겠습니다.”

군유현은 표정 하나 변치 않고 말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내가 요청하긴 했지만, 선뜻 받아들일 건 생각하지 못했다.

“이는 다 사흑련과 무림맹을 위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도와야지요.”

“그리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포권을 쥐자, 군유현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덧붙인다.

“다만, 그 전에 담 군사님의 허락을 받은 후에 결정해도 되겠습니까?”

갑자기 담악의 이야기가 왜 나오는 거지?

“그분은 제게 소중하신 분이라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참으로 군유현의 성격에 맞는 행동이다 싶었다.

나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설사 함께하지 못한다 한들, 오늘 말씀하신 것만은 기억하겠습니다.”

군유현은 특유의 화사한 미소를 다시금 지었다.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그렇게 군유현을 뒤로하고 혈투와 함께 전각을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미소를 짓는다라…….”

내 혼잣말에 혈투가 투덜거린다.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나는 머리를 털어냈다.

“아닙니다.”

“이제 미친 짓거리는 다 끝난 게야?”

“네.”

이것으로 준비는 모두 끝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숨은 흉수 잡기를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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