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 <숨은 흉수 잡기(6)>
사룡문의 암수를 밝혀낸 진소운의 다음 목적지는 황사문이었다.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황사문에 숨어있던 암수는 바로 갈천기였다.
“아니야! 난 아니라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
그가 구계악의 죽음에 가장 슬퍼했던 만큼, 황사문의 문도들도 갈천기가 흉수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황사문 무사들의 제지를 뚫고 들어가 갈천기의 목을 단박에 잘라버린 진소운은 그의 얼굴에서 인피면구를 떼어내어 실체를 보여주었고, 황사문의 문도들은 황망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것으로 흉수는 다 잡혔다는 생각에, 사흑련 내부에서도 긴장이 슬슬 풀리고 있었다.
하지만 진소운의 관심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싹 다 잡아 죽일 겁니다.”
폭풍 같은 진소운의 행태에 위기감을 느낀 수뇌들은 그간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를 말리려 했지만, 진소운은 멈출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주전파의 주요 세력 중, 마지막으로 남은 마도문에서 암수를 하나 잡아내었고.
주화파인 혈호문, 흑사방에서도 암수를 잡아냈다.
특히, 마도문에서 암수를 잡아낼 때가 가관이었는데…….
“이런, 도망을 쳤단 말이오? 걱정 마시오. 내 다 준비해 놨으니.”
아직 살행을 벌이지 않았던 암수는 일반 무사 중 하나로 둔갑해 있었고, 야음을 틈타 도망을 친 상태였다.
“도망자를 잡아 오면 되는 것이야?”
하지만 진소운은 그 독하다는 당가의 여식인 당서희를 시켜 도망친 무사의 목을 베어 오게 만들었고, 그 잘라낸 목을 가지고 마도문으로 돌아가 인피면구를 떼어내는 모습을 똑똑히 보여주었다.
굳이 증거를 보여주지 않아도 믿겠다 했건만, 부득불 눈앞에서 인피면구를 떼어내는 모습에 그 독한 흑도인들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제대로 미친 새끼.’
‘……저게 무슨 백도인이야, 살육에 미친 광인이지.’
‘이 정도면 저 새끼 무공이 인피면구를 떼어내는 거라 봐야 하지 않나?’
하지만 관심법(?)으로 범인을 척척 잡아내는 진소운의 행태에 감히 불만을 표출하는 이는 없었다.
지금 진소운에게 마군(?)이라고 찍혔다간 옴짝달싹할 수 없이 바로 목이 잘릴 테니까.
목이 잘린 후에는 마군이가 아니라고 밝혀져도 억울함을 호소할 수가 없지 않은가.
“왜 그렇게들 빤히 보십니까?”
“크흠…… 아니네…….”
“아, 아닙니다…….”
다들 진소운만 보면 눈을 피하기 바빴다.
그렇게 진소운의 활약은 끝이 났다.
사흑련 사람들은 내부에 숨어있던 암수를 찾아냈다는 사실보다도, 진소운의 칼부림이 끝났다는 것에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야흐로 백도의 후기지수이자 흑도의 신성인 흑염룡의 위명이 더욱 공고해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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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그간 있었던 일을 복기하던 군유현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최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군.”
머리가 좋은 걸로 따지면 그간 경쟁자가 없었을 정도로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는 그였지만, 당금의 상황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알아차릴 방도가 없었을 텐데.”
진소운에게 부탁을 받은 이후부터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자신은 도저히 흉수들을 찾아낼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반면에 진소운은 척척 흉수를 찾아낸다.
그것도 관심법(?)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방법으로.
애당초 그런 것 따윈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진소운이 관심법을 언급한 것은, 자신의 방법을 숨기고 상대에게 미지의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어 이성을 잃게 만들기 위한 연막 작전일 뿐이니까.
실제로 그의 작전이 딱 맞아떨어졌는지, 두려움을 못 견디고 도망치다가 잡힌 흉수도 있었다.
모든 정황이 사절단을 범인이라 가리키는 상황.
무림맹과의 전쟁을 역설하는 주전파 세력과 그에 동조하는 련도들.
분명 이건 구 할에 가까운 확률로 진범을 잡지 못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진소운은 검패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 말도 안 되는 확률을 뚫고 범인을 잡아버린 것이다.
“이번에도 무슨 잔재주를 부린 건가?”
하지만 이번에 부린 잔재주는 영 짐작을 하지 못하겠다.
“소마(小魔)께서 눈여겨보신 이유가 있는 건가…….”
고민하던 군유현이 검패를 쥐고 운세를 점쳐보기 시작했다.
툭, 투툭, 툭.
패를 바라보던 그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린다.
“역시.”
바닥에 완성된 패는 연환검.
지난번 승부 때와 마찬가지로 최강의 패나 마찬가지인 수가 나왔다.
“당장의 전투에서 졌다 한들, 결국 전쟁에서 이겨야 최종 승리자가 되는 법이지.”
군유현은 조심스레 검패들을 주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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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일을 겪은 후 무림학관에서 만난 일각이 말했다.
[진소운 그자가 ‘깨달은 자’인 것 같습니다.]
일각의 말에 일명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었다.
흔히 할 수 있는 착각이니까.
부동심을 깨달은 승려들은 간혹 제 속에서 피어난 패배감을, 상대를 대단한 존재로 만들어 외면하기도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 자신의 감정을 설명할 수 없을 테니까.
시간이 조금 흘러 상대가 그저 ‘범인(凡人)’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그제야 자신이 느낀 감정이 패배감이었고 이를 부정해 왔음을 인정하게 된다.
이는 자연스런 이치였다.
하지만 일명은 어쩐지, 이제껏 제 감정을 외면해 온 사람은 일각이 아닌 자신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그가 ‘깨달은 자’라 생각했던 이는 다름 아닌 용소아.
천하의 모두가 인정하는 인물이었기에, 일명 또한 그를 ‘깨달은 자’로 인정했던 것인데…….
사흑련에 와서 진소운을 겪고 나서야 새삼, 범인에 불과한 용소아를 대단한 이로 만들어 그간 제 부족함을 외면해 왔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누군갈 희생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은, 더 큰 문제가 생겼을 때나 할 겁니다.]
자신을 두고 나아가라는 악병비의 말에, 진소운이 했던 대답이 생생히 기억난다.
그리고 동시에 떠오르는 한 사내.
용소아.
그라면 과연 어떤 대답을 했을까?
어쩐지 개운치 못한 말일 것 같아, 일명은 하던 생각을 머릿속에 지웠다.
분명 진소운의 행동은 객기에 가까운 바보 같은 짓이었다.
모두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진소운은 모두의 절망을 깨부수고는 상황을 반전시켜 버렸다.
더 이상 숙소로 날아드는 돌멩이나 창날 무기 따위가 없다.
지나가는 이들 중에 당장이라도 결투를 신청할 듯 살기를 내뿜는 이들도, 첫날 보였던 호승심이나 적대감을 뿜어내는 자들도 사라졌다.
오히려 마치 큰 죄라도 지은 듯, 사절단과 눈이 마주치면 피하기 바빴고, 길을 걷고 있노라면 사절단을 피해 돌아가는 이들이 부지기수.
과연 천하의 어떤 신성……. 아니 어떤 백도인이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무공이 강하고 머리가 좋은 것만으론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오직 ‘깨달음’으로 한 차원 높은 곳에 다다라야지만 가능한 경지가 아니겠는가.
‘물론 그 방법이 좀 괴랄하긴 하지만…….’
관심법(?)이라니…….
소림사 내에서도 쓰지 않는 단어를 도문의 제자가 쓰는 행태에 혀가 내둘리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결과가 좋으면 좋은 것 아니겠는가.
그때, 일명의 상념을 깨우듯 누군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스님. 여기 있습니다.”
평범한 점소이로 보이는 사내아이가 두툼한 종이 뭉치를 건넨다.
일명 역시 내용물이 뭔지는 모른다.
진소운이 흑패와 함께 쥐여준 종이를 시키는 대로 전달했더니, 그 답장이 온 듯 보였다.
“이것뿐입니까?”
“네. 이것을 전해드리면 진 공자께서 알아서 처리하실 거라 하셨습니다.”
“……누가 말입니까?”
“하오문주님께서 말씀하신 겁니다.”
“……아미타불.”
하오문주.
개방과 경쟁하는 최고의 정보단체 수장이 직접 이야기를 전한다라.
물론 진소운이 말한 ‘식객’이 거짓말일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새삼 이렇게 맞닥뜨리니 놀랍기 그지없다.
하오문의 ‘식객’이란 지위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제 막 약관을 조금 넘어선 청년이 하오문의 식객이라니…….
그는 진소운이 어떻게 하오문의 식객이 되었는지 궁금해서 부동심이 깨질 지경이었다.
일명은 감정을 억누르며 합장을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궁금증은 궁금증이고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는 법.
일명은 식자재와 약초 등을 챙겨 다시금 사흑련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암수들이 적발되면서 사흑련 내부에서도 사절단에 대한 적대감은 사라졌지만, 어쩐지 진소운은 외부에서 음식과 약재를 조달하길 고집했다.
‘설마 아직도 흉수가 남아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서둘러 사흑련 내부의 숙소로 돌아왔지만, 진소운과 혈투, 염귀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진 시주는 나간 겁니까?”
더 이상 잡을 흉수도 없을 텐데 또 어딜 갔단 말인가?
손을 바삐 놀리던 당서희가 일명을 돌아보며 말했다.
“연회에 간 것이야. 우리도 가야 하니 얼른 물건들을 놓고 준비해야 할 것이야.”
“연회 말입니까?”
“응. 련주가 우리를 위해 연회를 열어준 것이야.”
“…….”
연회를 열어주었다는 건, 적대하던 관계를 우호 관계로 다시금 재설정하겠다는 의지나 다름없다.
더 나아가자면, 애당초 언급조차 할 수 없었던 평화 협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쯤 되자 일명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소운 그자가 ‘깨달은 자’인 것 같습니다.]
일각이 맞고 자신이 틀렸다.
“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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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과 당서희가 대전 안으로 들어서자, 대전을 가득 채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크하하하하!”
“껄껄껄껄!!”
다만 웃음소리를 내는 이는 단둘에 불과했다.
“자네, 내 예상대로 술을 아주 호탕하게 마시는군!”
“사흑련이 아직 근본은 없지만 술맛 하나는 일품이군요!”
“크하하하! 본래 술에 죽고 못 사는 놈들이 모였으니, 술맛 하나는 끝내줄 수밖에!”
“어쨌든 그것도 다 제 덕이라는 걸 아시지요? 제가 아니었으면 사흑련도 꽥- 이거였습니다.”
진소운이 엄지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자, 차석두가 고개를 끄덕댄다.
“그래, 그래! 역시 흑염룡이야! 내가 다시 생각해 봐도 별호 하나는 정말 잘 지었단 말이지.”
쾅!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제가 그 별호를 얼마나 싫어하는데!”
불식간에 잔을 탁자에 거칠게 내려놓은 진소운이 차석두를 노려보았다.
이전에도 흑도 무림 내에서 높은 위치였지만, 이제 차석두는 흑도 무림의 정점에 올라섰다.
그런데도 이런 태도라니…….
“백도의 정예에게 ‘흑염’이라는 별호가 얼마나 안 어울리는 줄 모르십니까?”
차석두가 진소운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애초에 자네는 백도의 정예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은가.”
차석두가 따라준 술을 한 번에 털어마신 진소운이 빙긋 웃었다.
“시부랄,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그만해, 이 미친놈아!
일명은 저도 모르게 차석두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크하하하! 역시 보통이 아니군, 보통이 아니야!”
차석두도 정상이 아니었다.
술주정을 부리듯 오가는 말들은 일명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게 본래 사흑련의 문화인가 싶어, 사절단 반대편에 앉은 사흑련의 수뇌들 면면을 살폈다.
예상대로 아무도 농담에 맞추어 웃는 이가 없었다.
아니, 더러는 이마에 시퍼런 핏대를 세우는 이도 있었다.
오직 차석두만이 신이 나서 연신 진소운의 술잔을 채워주었다.
“이럴 게 아니라. 이 기회에 아예 사흑련으로 소속을 바꾸는 게 어떤가? 무림맹 따가리보단 사흑련의 부련주 자리가 더 낫지 않겠는가?”
“호오! 부련주라는 직책이 있습니까?”
“자네가 온다면 만들면 되지 않겠나.”
“정말 호탕하시군요, 크하하하!”
차석두가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덧붙인다.
“말이 안 될 건 또 뭔가. 어차피 자넨 배경도 돈도 없어서, 아무리 잘해봐야 무림맹 당주 직위에서 멈출 텐데. 사내라면 부귀영화를 위해 모험을 할 줄도 알아야지.”
“흐음…… 그럴까요? 안 그래도 더럽고 치사해서 내가 못 해먹겠다 욕을 무지하게 하고 있었는데. 크하하하!”
미친놈아, 자중 좀 해. 여기 감찰각 삼당주가 함께 있잖아……!
일명이 꿀꺽 침을 삼키며 옆에 앉은 악병비를 바라봤다.
“…….”
상처에 커다란 붕대를 감고 있는 악병비는 대화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듯,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의 당서희는 어쩐지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그 대화에 끼어들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수위를 넘나드는 질 나쁜 농담에, 듣고 있는 이들은 과연 누가 진짜 흑도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더구나 사흑련이란 단체를 사유화하려는 듯한 차석두의 태도는, 사흑련 수뇌부들의 심기를 거스르기에 충분했다.
“크흠.”
“련주. 농이 지나친 것 같소.”
“그러게요. 아무리 술자리라곤 하나…….”
수뇌들이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자, 방금 전까지 웃던 차석두와 진소운이 인피면구를 벗은 듯 웃음을 뚝 그쳤다.
그러곤 빤히 수뇌들을 바라본다.
불편한 침묵의 시선에 땀이 나려 할 때쯤.
차석두가 비아냥거렸다.
“나 참…… 언제부터 흑도들이 농담 수위에 신경을 썼다고. 그저 농담 아닌가, 농담!”
“가만 계셔 보십시오. 련주님. 농담을 농담으로 듣지 못하는 걸 보니, 본래 흑도가 아닌가 봅니다. 제가 관심법(?)으로 마군이가 든 놈의 머리통을 부숴놓겠습니다.”
“크, 크흠…….”
“아미타불…….”
아주 쿵짝이 잘 맞는 두 사람의 합격진에, 사흑련의 수뇌부들은 물론이고 사절단의 인원들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나저나, 당초 억울하게 당할 뻔했던 자네가 사흑련 내부의 암수까지도 해결해 주었으니 사례를 해야 할 텐데…… 뭐가 좋겠나?”
진소운이 만면엔 미소를 지어놓고선, 손사래를 쳤다.
“에헤이, 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신다. 백도 문파의 정예인 제가 흑도 무림의 거두인 련주님께 사례를 받으면 논란에 휩싸이지 않겠습니까.”
사흑련의 연맹까지 합석한 공식적인 자리인데. 련주한테 ‘거두’라니.
일명은 진소운이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차석두가 고민에 빠진 듯 술잔을 만지작거린다.
“흠…… 그편이 나한테 더 좋을 듯하지만…….”
스륵-
“거참, 하지만이라고 했지, 누가 그냥 넘어간다고 했나! ……그 흑룡검에서 손 떼게.”
스르륵-
“……아무튼 우리 사흑련은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서 말일세.”
흑룡검을 만지작거리던 진소운이 술 한 잔을 마시고는 말했다.
“그럼 사례 대신 사흑련과 무림맹 간에 동맹을 맺는 것이 어떻습니까?”
“동맹?”
진소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사흑련과 무림맹을 이간질시키려는 존재까지 확인했습니다. 우리가 그들의 음모에 놀아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흠…….”
숙고하는 차석두의 모습에, 사흑련 수뇌부들의 표정이 제각각으로 변했다.
안도하는 자들도 있었고, 인상을 찌푸리는 자들도 있었다.
“하기야 그놈들 농간에 놀아날 수는 없는 법이지.”
“그럼?”
“하지만 동맹은 어렵겠네. 아직 무림맹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으니 말일세.”
차석두가 결심한 듯, 손을 내밀었다.
“대신이라 하긴 그렇지만 평화 협정 정도로 마무리 짓지.”
차석두가 내민 손을 내려다보던 진소운이 슬쩍 고개를 돌려 악병비를 바라봤다.
잠시 눈빛을 주고받은 두 사람.
악병비가 다시 묵묵히 술잔을 들어 올리자, 진소운이 입을 열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 했으니, 차근차근 다가가면 되겠지요.”
차석두와 진소운 두 사람이 손을 맞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