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 <벽을 부수는 자들>
쩌엉-
검이 부서지는 순간.
철순직은 자신의 몸이 날아가는 와중에도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그는 분명 쾌검과 환검을 쓰는 태을문의 제자.
그런데 그자의 손에서 죽현방의 청죽검법이 펼쳐진 것이다.
“어찌…….”
지친 기색이 완연한 진소운은 입가를 비틀며 웃었다.
“내가 기억력이 좋다는 걸 잊었나?”
“아무리 그렇다 한들…….”
더구나 그가 사용한 청죽검법은 자신만의 것.
그것도 자신이 수없이 많은 세월을 켜켜이 쌓아온 검법인데, 진소운은 그저 본 것만으로도 방식 그대로를 똑같이 복제해 버렸다.
그러곤 여유롭게 내뱉는다.
“네게 너만의 싸움 방식이 있듯 나에겐 나만의 싸움 방식이 있는 거니까.”
“하……!”
거대한 놀람이 가시자 이번엔 분함이 밀려온다.
결국 자신의 패배였다.
승리가 확실했던 나의 작전은 실패했고,
패배가 확실했던 그의 작전은 승리했다.
현실을 파악하자 울컥 억울한 감정이 치솟는다.
왜 패배했을까?
철순직의 시선이 진소운 근처에 선 인물들로 향한다.
적진의 한가운데로 돌격하라는 미친 작전 명령에 충실히 따른 동료들.
어딘가 부상당했거나 곧 쓰러질 듯 겨우 몸을 지탱하고 선 모습이었다.
다른 이들 같았으면 진즉 두 손 두 발 들고 평가를 포기했을 정도였지만, 그 누구도 무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반면 자신의 부대인 백산의 인원들은 대부분 멀쩡하게 서 있다.
자신의 작전에 제대로 함께한 이가 그만큼 적다는 뜻.
“어찌 이런 차이가 나는 거지?”
“…….”
철순직의 시선이 남화성에게로 향한다.
그 원망 가득한 시선에 남화성이 고개를 돌린다.
철순직은 이를 악물며 되뇌었다.
“왜 너희들은 그리 한뜻이 될 수 있는 거지?”
진소운과 자신은 그리 다르지 않다.
부족한 배경, 뛰어난 두뇌, 압박에 굴하지 않는 의지까지.
똑같이 낮은 곳에서 위를 향해 바득바득 기어오르는 존재다.
그럼에도 그의 동료들은 그와 함께 사지로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태을문의 원수였던 철검문의 딸도, 남궁세가의 금지옥엽 막내도, 정시에선 경쟁자였던 삼원문의 제자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너희들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거냔 말이다!”
이익을 공유하고, 공통의 적을 만든다.
분명 진소운과 자신이 한 일엔 차이가 없건만, 다른 결과를 낳았다.
하늘이 자신을 용소아와 일명, 당서희와 같은 세대에 태어나도록 한 것을 원망한 적은 없었다.
애당초 다른 무기를 가진 존재라 생각하니까.
하지만 진소운과 동세대로 살게 한 것엔 무엇보다 큰 원망이 깃들었다.
그는 결코 넘어설 수 없는 벽으로 느껴졌기에.
“대답해라! 진소운!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이냐!”
자신의 발악에도 진소운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는 듯 그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킬 뿐이다.
“왜…… 왜…….”
결국 철순직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단 한 번도 분함에 울어본 적 없는 그가 처음 마주한 답답함에 눈물을 쏟아낸다.
그리고 그때.
“……아직…… 아직 안 끝났다. 순직아…….”
기절한 채로 쓰러졌던 철현직이 검에 기대어 일어났다.
“형님…….”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검을 들고 휘청거리며 진소운에게 다가가는 철현직.
“……내가, ……이 내가 네 작전을 완성시켜 주마.”
“형님……!”
검을 들 힘조차 남지 않았는지 검날을 바닥에 끌며 겨우 달려나가는 철현직.
무감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진소운의 손에서 만화무적권이 펼쳐졌다.
퍼퍼퍼퍼퍼퍽!
단 한 수에 다시금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철현직.
“형님!!!”
그 광경을 멍하니 넋 놓고 바라보고 있던 철순직을 향해 진소운이 말한다.
“네 뜻에 따르는 사람도 여기 있네.”
“…….”
“네 형과 12봉성의 차이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 봐라. 그럼 이번 전투의 패배 이유가 나오겠지.”
말을 마친 진소운이 주저 없이 뒤돌아선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깃발이 들려있었고, 거침없이 하늘로 들어 올려진다.
이내 백군의 진지에 홍군의 깃발이 꽂혔다.
“와아아아아!”
“와아아아! 이겼다!”
“백군 진지를 점령했다!”
몇 남지 않은 이들이 환호성을 터트리는 광경을 보는 동안, 철순직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네놈도 여기가 끝이다.”
“…….”
“네 부대는 이미 백군 진지를 점령하면서 모두 소실되지 않았는가.”
철순직은 진소운의 사람들을 둘러보며 조소했다.
“네 말대로 너와 내가 뭔가 다른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래도 내 작전은 결국 성공했다. 너희 대표단의 두 사람. 성모란과 이금표는 결국 낙오될 테니까.”
검의 파편에 상처가 난 손을 들며 그가 말을 잇는다.
“봐라. 그저 전세를 살피며 지금까지 부대를 보전한 청군이 곧 들이닥쳐 어부지리로 최종 승리할 것이다.”
“…….”
“넌 결국 나란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하하하하!”
철순직이 가리킨 청군을 바라보던 진소운이 어깨를 으쓱한다.
“잘됐군.”
“응?”
진소운이 피식 웃으며 고갯짓으로 전방을 가리켰다.
“똑똑히 봐라.”
“…….”
철순직은 억지웃음을 멈췄다.
그의 말투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듯 들려서.
“우리가 어디까지 오르는지.”
그의 동료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해서.
진소운의 시선을 따라 철순직의 고개 역시 돌아간다.
검의 파편처럼 얼마 남지 않은 그의 부대원들이 하나둘,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치열한 전투로 이미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지친 이들.
그런 자들이 당연한 듯 진소운의 곁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철순직은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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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냐?”
금표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게 말이냐는 표정.
“뒈질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다.”
후, 한숨이 절로 나와서 이거 정말 못 참겠, 아니 애당초 내가 왜 참아……?
퍽.
나는 금표의 뒤통수를 한 대 갈겨 버렸다.
“그러게 왜 무(戊) 평가를 세 개나 받은 거야!”
“…….”
얻어맞은 금표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자, 반대편에 서 있던 성모란이 날카롭게 반응한다.
“진 공자, 혹시 그거 저 들으라고 하는 소리예요?”
나는 예의를 갖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
성모란이 상처받았다는 듯 딱딱하게 표정을 굳혔다.
나는 성모란과 금표를 돌아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두 사람이 퇴출당하는 꼴은 절대 볼 생각 없습니다. 그러니 이번에 절대 져선 안 되지요.”
이에 성모란도 표정이 조금 풀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상대는 땡…… 아니, 일각입니다.”
애당초 가장 좋은 방법은 청군과 백군이 싸우는 동안 힘을 아끼고, 백군에게서 승리했지만 힘이 다 빠져버린 청군을 홍군이 상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렇게 되었다.
이렇게까지 최악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상황.
‘하여간 내 저 땡중이 언젠간 내 바짓가랑이를 잡아챌 줄 알았지.’
나는 남은 부대원들을 차례로 돌아보며 나직이 물었다.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설 순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윽고 교관들이 붉은 깃발을 흔들기 시작한다.
평가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
청군도, 남은 홍군도 이제 전면전으로 붙을 수밖에 없다.
나는 다시금 검을 고쳐잡았다.
“검진을 준비해라.”
“넷!”
내 명령에 일사천리로 부대원들이 움직인다.
보잘것없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으니까.
“적이 구파일방이라든지, 소림사라든지 하는 생각은 다 지워라. 그냥 적이야.”
“진 공자, 원래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더 생각나는 거 몰라요?”
“아무튼 지워버리십쇼. 그것밖엔 방법이 없으니까요.”
“…….”
그냥 까라면 까는 거다.
전장에선 머리를 복잡하게 굴리면 안 된다.
“생존이면 생존, 공격이면 공격. 딱 하나만 생각해야 합니다. 나머지는 지휘관인 제가 생각하고 판단할 터이니, 그저 따르기만 하십시오.”
“지금 이 상황에서 진 공자만 믿고 있으라고요?”
“그럼 다른 방법 있습니까?”
잠깐 고민하던 성모란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없네요. 대신 나 낙오되면 나중에 무림맹에 하급무사로 갔을 때 진 공자 부대에 넣어줘요. 딴 놈들 명령받긴 싫으니까.”
“약속하죠.”
맨 처음 홍군을 향해 다가왔던 청군들도 백군과 홍군의 전투가 격화됨에 따라 발걸음을 멈췄다.
백군과 홍군이 격하게 싸우는 동안 서열정리를 마치고 대부분의 인원을 보존한 청군의 숫자는 처음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아미타불.”
이윽고 최소 우리의 열 배는 되어 보이는 인원들을 이끌고 일각이 다가왔다.
역시나 저 빌어먹을 대머리가 청군의 수장이 되었나 보다.
뭐, 어찌 보면 당연한 건가?
“거, 부처님을 공부하는 자가 너무 얍삽한 거 아니오?”
일각이 내 말에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았다는 듯 환하게 웃어 보인다.
“부처님 말씀에 나 자신을 제대로 세운다면, 악인들은 알아서 떨어져 나갈 것이라 하셨지요.”
하여간 저 기름칠한 혀 좀 봐라. 어디서 몰래 고기라도 먹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기엔 초반에 너무 치졸하지 않았나?”
“부처님 말씀 중에 ‘일찍이 자신이 지은 악업을 선업으로 덮은 사람은, 마치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달처럼 세상을 비출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미 악업을 선업으로 덮었으니 저는 새사람이 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거참, 새사람 되기 쉽네.”
일각이 빙긋 웃으며 은근슬쩍 내게 묻는다.
“진 시주, 많이 지쳐 보이십니다. 그만 포기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는 땡…… 아니, 스님이야말로 부처님의 자비심으로 여기 낙오될 사람들을 위해 포기해 줄 수 없겠습니까?”
“그건 부처님의 올바른 뜻이 아닙니다. 나무아미타불.”
이럴 줄 알았으면 불경을 좀 외워놓을 걸 그랬다.
그럼 저 대머리가 우물쭈물하다가 뒤로 물러날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마음에 안 드는군. 그래서 내가 불가의 제자가 아닌가 봐.”
“진 시주의 마음속에도 부처님이 계시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게다가 흑미륵…….”
“아 쫌!!!!”
“큼큼.”
목을 가다듬은 일각이 다시금 내게 물어온다.
“정말 계속하실 겁니까?”
“부처님 말씀 중에 그런 말이 있었지?”
나는 흑룡검을 뽑으며 말을 이었다.
“다른 누구로도 말고, 오직 스스로를 등불로 삼으라.”
내 말에 일각이 빙그레 웃는다.
“거 보십시오. 역시 진 시주의 마음속에도 부처님이 있지 않습니까.”
나도 그를 따라 빙긋 웃어 주었다.
“어디, 부처님이 누구 편을 드는지 한번 보자고!”
이번엔 남화성 대신 내가 금표와 가장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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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순직은 단 한 순간도 정면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체력적 한계에 다다라 몸을 움직이지 못한 탓도 있지만, 그보단 진소운의 마지막을 눈에 새겨넣고 싶었기 때문이다.
“너 또한 실패할 것이다.”
내가 그랬듯.
철순직은 탈진한 몸을 겨우 붙들었다.
애당초 자신의 작전에서 청군의 최종 승리 따윈 중요치 않았다.
오직 진소운과 그 소대원들을 탈락시키는 것만이 목적이었으니까.
오히려 자신의 머릿속 계획에 따르면 진소운을 탈락시킨 후에 백군 또한 청군에 의해 패배를 당하는 게 마땅했다.
그러니, 진소운 너도.
“분명…… 실패할 것이다…….”
그렇게 같은 말을 되뇌는 동안 청군과 홍군이 붙었다.
열 배에 달하는 인원의 차이는 결국 포위망을 구축하게 만든다.
포위망은 사람을 금방 지치게 하여 결국 절멸로 이끈다.
“분명…… 분명…….”
하지만 어째서일까. 진소운의 부대는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어찌…….”
그들이 펼치고 있는 검진은 학관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백호검진.
내공이 전폐된 상황에서는 그리 특별할 것도 없었건만, 꾸역꾸역 버티고 있다.
“어떻게…….”
아니, 조금 다르다.
지금의 검진은 자신이 알고 있는 백호검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빈틈을 채우고, 반격의 순간을 만들어 내어 상대를 뒤흔든다.
마치 애당초 부족한 인간들끼리 서로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것인 듯, 기본적인 진법의 효과에 충실하다.
“허…….”
소림사의 권각술도, 구파일방의 무공도 제대로 통하는 것이 없다.
청산에서 대기하던 인원들이 촉박함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백산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진소운을 둘러싼 청군의 인원이 점점 많아진다.
“이럴 수가…….”
하지만 한편으론 의문감도 들었다.
어차피 진소운에게 승리란 요원하다.
그 적은 인원으로 청군의 진지에 닿을 수 없을뿐더러, 지금 포위망까지 구축한 청군의 인원을 뚫을 수도 없다.
헌데도 진소운과 그의 부대원들은 지는 것이 뻔한 싸움을 꾸역꾸역 이어가고 있다.
마치 승리할 수 있다는 듯이.
“그럴 리가 없지.”
일각을 비롯한 청군들은 자비 따윈 없다는 듯 더욱 매섭게 몰아친다.
드디어 진소운 부대의 한 인원이 쓰러지고 검진이 휘청거렸다.
전심전력을 다해 저항하고 있지만, 한번 흐트러진 검진은 제대로 복구되지 않았다.
펄럭, 펄럭!
교관들이 검은 깃발을 흔든다.
평가 종료가 임박했다는 신호.
청군들 또한 그것을 보았는지 끝을 보기 위해 더욱 몰아치기 시작했다.
철순직의 입꼬리가 뒤틀려 올라간다.
“그래, 이것이다. 이게 저들의 힘이다.”
자신의 작전이 실패하긴 했지만, 절반의 성공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진소운은 지칠 대로 지쳤고, 그의 부대원들 또한 대부분 사분오열되어 뿔뿔이 흩어졌으니까.
역시나 자신이 그랬듯 진소운 또한 실패했다.
그것에 만족하며 그를 비웃어 주려던 찰나.
‘흩어져?’
철순직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없다. 없어!’
진소운의 소대원들 중 몇몇이 보이지 않는다.
혹여 오는 길에 탈락한 것인가 백산 전체를 훑어봤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때.
“와아아아아!”
청산으로 스무 명의 인원들이 미친 듯이 달려 올라간다.
“마, 막아!”
“끄아악!”
“비켜, 이 새끼들아!”
멈추지 않고, 싸우지 않는다.
오직 앞으로, 앞으로 달려나간다.
쓰러지는 동료도 버리고, 적의 주먹이 날아와도 맞붙지 않고 그 적도 피해 청산의 정상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어엇- 엇!’ 하는 사이, 열 명도 채 안 되는 인원들이 청산의 진지에 깃발을 꽂았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악!”
“와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저 멀리 청산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이은호와 야율극을 비롯한 열 명 남짓한 홍군 인원들이 청산의 진지에 붉은 깃발을 꽂아 넣은 것.
“…….”
진지를 지키던 청군 인원들이 허탈한 표정을 짓는 것으로 보아, 홍군이 기습하리라곤 예측하지 못했던 듯했다.
철순직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처음부터 패배 따윈 안중에도 없었던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그 불리한 와중에 인원들을 빼내어 기습조를 만들 생각을 하다니.
철순직은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또다시 패배감을 안겨준 태산을 바라보았다.
허망한 듯 입을 멍하니 벌린 일각의 어깨에 매달려.
“콱……! 으으 짜!! 퉤퉤!”
……반들거리는 스님의 머리를 깨무는 불경한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진소운을.
“대체…… 넌…….”
용소아를 보았을 때보다, 더욱 참담함을 느끼며 한시도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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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적설목입니다.
엄동(嚴冬)에 존체(尊體) 강녕(康寧)하셨습니까.
벌써 임인(壬寅)년 한 해가 다 갔습니다.
지난 해부터 준비했던 진소운의 이야기가 올해 처음 알려졌고,
올 한해 많은 강호의 협객님들께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마 대협들의 협의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을 겁니다.
진소운도 강호의 씹새…… 아니, 강호의 경쟁자들의 핍박 속에서도 대협들을 응원을 생각하며 다시금 일어설 겁니다.
아직 진소운의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도 진소운이 강호를 질주하는 모습을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북방의 오랑캐들이 무슨 사술을 부렸는지 올해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것 같습니다.
부디 신체 단련과 내공 수련을 빼먹지 마시고, 귀한 영단도 꼭 챙겨 드시기 바랍니다.
강호의 정의가 바로 서려면 대협들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럼 올 한 해 잘 마무리하시어,
계묘(癸卯)년 새해에 밝은 얼굴로 뵙겠습니다.
새해 복(福) 많이 받으시기 바라겠습니다!